순자산 지니계수 0.625로 상승
청년·무주택층 위상 하락
우리 경제가 자산격차와 소득격차가 동시에 벌어지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고착화된 가운데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간 성장 격차가 소득 양극화까지 키우면서 청년·무주택층의 경제 내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한국은행 연구진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5년 0.625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 집값이 벌린 자산격차
연구진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산 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팬데믹 기간 급등한 주택가격이 일시 조정 뒤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부동산 보유 가구와 미보유 가구 간 순자산 격차가 확대됐다는 것.
자산 격차는 세대 간 격차로도 굳어지고 있다. 부동산이 주로 고연령층에 집중된 데다 고령층 내 자산 격차도 커지면서 '자산의 고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청년층은 소득을 쌓아도 부동산 등 자산을 확보하지 못해 상위 자산계층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졌다.
실제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1분위인 가구 중 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고소득임에도 아직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청년층, 이른바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 현상'이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소득격차 재확대 조짐
소득 격차도 다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소득 지니계수는 지난 2016년 0.353에서 2023년 0.323까지 하락했지만 2024년 0.325로 소폭 반등했다.
연구진은 IT 제조업 호조와 여타 부문의 성장 정체가 대비되는 K자형 성장 흐름이 산업 간 소득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봤다. 과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가 주로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IT와 비IT 산업 간 임금 격차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
AI 확산도 소득 양극화를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AI 기술이 저소득층과 경력 초기 단계 청년층의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술 활용에 따른 혜택은 고소득·고숙련 계층에 더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 고자산층은 자산 축적을 더 빠르게 늘리는 반면, 저자산층은 주거비와 소득 불안정에 자산 형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 생산성·내수에도 부담
복합 양극화는 성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이 120개국의 1980~2023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산 상위 10% 보유비중이 1%포인트(p) 상승하면 2년 뒤 총요소생산성은 0.1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불평등이 커질수록 경제주체들이 기술개발과 혁신보다 자산가격 변동에 집중하고, 자원 배분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자본이 혁신기업이나 신기술 분야로 흘러가기보다 부동산에 묶일 가능성이 크다.
내수 활력도 약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청년층과 무주택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소비 여력을 제약한다. 반면 고자산층은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고, 고령 자산층은 보유 자산이 많아도 현금 유동성이 제한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복합 양극화 대응을 위해 기존의 소득 보전 중심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 형성 경로가 약화되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신성장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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