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평 오피스텔에서 15개 사업부 기업 일군 사업가
4년 전 패배 딛고 안양 여야 후보 중 최다득표 당선
생활정치 강조 "횡단보도, 출퇴근길 체증부터 살피겠다"
"정치는 거창한 구호보다 집 앞 횡단보도 하나, 출퇴근길 교통체증 하나를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성 안양시의원 당선인(이하 생략)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안양시 여야 후보를 통틀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시의회에 입성했다. 4년 전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나선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는 이번 결과를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해 온 시간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였다.
그 4년은 패배를 성찰로, 성찰을 신뢰로 바꾼 시간이었다. 이 의원은 "579표 차 낙선은 저를 멈추게 한 숫자가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게 한 숫자였다"며 "이번 당선은 선거운동 몇 달의 결과가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쌓아온 신뢰의 결과"라고 말했다.
젊은 사업가였던 그는 이제 정치인으로 주민 앞에 섰다. 8평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사업을 15개 사업부를 둔 기업으로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안양을 일하고 배우고 즐기며 머물 수 있는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낯선 땅에서 배운 자립과 공감
이 의원에게 자립은 이른 나이에 찾아왔다. 중학교 2학년이던 그가 현지 선교사의 도움으로 영국에서 중등 공교육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아버지가 처음 1년가량 함께했지만, 이후에는 대부분의 유학생활을 홀로 보내야 했다. 부모 곁을 떠나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생활비와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가나 출신 가정의 집에서 방 한 칸을 월세로 얻어 생활하며 학업을 이어갔다"며 "대학 진학을 준비했지만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귀국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당시에는 큰 좌절이었지만, 그는 그 시간을 자신을 성장시킨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척교회 목사의 아들로 자란 경험은 어려움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웠다. 어린 시절에는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기대와 선입견을 부담스럽게 느낀 적도 있었지만, 부모가 보여준 삶의 자세는 이후 그의 가치관을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
이 의원은 "어려움을 직접 겪어봤기에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고, 좌절을 경험해봤기에 다시 일어서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책임과 동행으로 키운 사업
그가 사업가로 첫발을 뗀 공간은 8평 남짓한 오피스텔 한 칸이었다. 결혼 후 원룸 월세살이를 하던 그는 안정적으로 일하던 교육업을 뒤로하고 창업에 나섰다. 자본도, 인맥도, 특별한 배경도 없었지만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믿음과 열정으로 십여 년 전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사업을 하며 붙잡아 온 원칙은 '신독(愼獨)'이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스스로를 바르게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누가 평가하든 하지 않든 맡은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자금난과 예상치 못한 위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피하기보다 해결책을 찾으려 했고, 실패를 멈춤의 이유로 삼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려 했다. 직원들의 월급날이 다가오면 어떤 이유도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그때 배웠다. 이 의원은 "문제가 생기면 결국 대표가 해결해야 한다"며 "어려운 결정이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개선하며 그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도 해법을 찾고 변화를 이어간 끝에 사업은 여러 분야로 뻗어갔다. 맞춤정장 사업으로 출발한 ㈜벨로벨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맞춤정장 생산·유통을 비롯해 바버샵, 한복, 뷰티, 외식, 커피, 기프트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약 60명의 임직원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의원은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아내가 힘이 됐고, 동료들은 함께 회사를 키워갔다. 그는 "사업은 결코 혼자 성공할 수 없다"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믿으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과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 첫 도전 낙선…생활정치서 새출발
기업을 이끌며 쌓은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로 향했다. 이 의원은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고, 정치는 주민을 만족시켜야 한다"며 "사업을 통해 얻은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주민들의 일상이었다. 교통과 교육, 생활 인프라처럼 개인의 노력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행정과 정치가 답해야 할 영역이었다. 그는 "누군가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직접 들어가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의 문은 한 번에 열리지 않았다. 4년 전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그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 시간을 실패로만 남겨두지는 않았다. 다시 지역 안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쌓았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며 층간소음과 주차, 전기차 충전 인프라, 커뮤니티 운영 등 주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문제를 가까이에서 조율했다. 안양 덕현초등학교에서 5년째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 활동을 이어오며 교육 현장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또한 근명고등학교의 기업 연계 도제식 교육에 참여기업 대표 및 현장교사로 참여하며 지역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 "10년 뒤 안양은 자족도시로"
이 의원은 안양의 장기 과제로 도시의 자족 기능 강화를 꼽았다. 주거 중심 도시를 넘어 일자리와 교육, 생활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는 도시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중심에 위치한 교통망과 교육 인프라는 안양의 강점이지만, 청년들이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현실은 풀어야 할 과제로 봤다.
이 의원이 그리는 안양의 미래는 주거와 일자리, 교육, 돌봄이 한 도시 안에서 순환하는 모습에 가깝다. 주거 기능만으로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앞으로는 기업이 모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며 "아이 키우는 가정은 안심하고 살 수 있고, 청년은 일하며 꿈을 키우며, 어르신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도시가 안양의 미래"라고 말했다.
평촌신도시 재정비와 원도심 활성화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신도시는 노후화에 대비해야 하고, 원도심은 활력을 되찾아야 하는 만큼 어느 한쪽이 소외되지 않는 균형 있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감시와 견제를 넘어 시민과 행정을 잇는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생활 속 요구를 정책으로 옮기고, 필요한 예산이 제때 쓰이도록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시민의 목소리가 민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시의회의 역할"이라며 "도시가 새로워지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세대가 뒤처지지 않도록 살피고, 안양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 "말보다 결과로 평가받겠다"
이 의원이 앞으로 4년 동안 남기고 싶은 변화는 주민들이 매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출퇴근길 교통, 학교 주변 안전, 주차, 생활 인프라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불편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 기간 약속했던 공약을 하나씩 실현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새롭게 확인되는 주민 요구도 의정활동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작은 불편이라도 실제 변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우리 동네가 실제로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보다 결과로 평가받고 행동으로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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