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우리 집 주소로 모르는 외국인 명의의 투표안내문이 배송됐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수년째 같은 주소에 등록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대 최다인 '15만 명'을 돌파한 외국인 선거인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본엔 없는 '유령 가구원'...직접 찾아야 아는 공백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최근 집으로 낯선 중국인 이름이 적힌 투표안내문이 배송된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단순 배송 오류인 줄 알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던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등록등·초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외국인 체류 서류를 확인해보니 지난 2016년부터 한 외국인이 자신의 집 주소에 그대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실거주자가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주소지 관리 체계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주민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가구주가 등본을 떼어도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다. 가구주가 의심을 품고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외국인체류확인서 등 별도 서류를 확인해야만 유령 등록 여부를 겨우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내국인은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거주 사실 실태조사를 벌여 실거주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소를 강제로 정리하는 '직권조치'를 취한다. 반면, 외국인의 체류지 관리는 법무부 소관이다. 외국인이 이사 후 체류지 변경 신고를 누락하거나 출국 후 정보가 갱신되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이를 임의로 파악해 주소를 말소하기 어렵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도입 20년 만에 22배 급증...'15만 유권자' 시대의 명암
주소지 관리 부실이 유독 선거철에 논란이 되는 이유는 외국인 유권자의 규모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외국인 선거권자는 총 15만1532명으로 집계됐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 2006년(6726명)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무려 22.5배나 급증한 수치다. 전체 선거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3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행법상 영주권(F-5)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은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갖는다.
외국인 유권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특정 기초단체나 선거구에서 외국인 표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국가의 국민에게는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낮은 투표율'과 '부실한 행정'...본질은 음모론 아닌 시스템 신뢰
하지만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우려와는 다른 흐름이 포착된다. 외국인 유권자 수는 급증한 반면, 투표율은 오히려 매 선거마다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5.2%였던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8년 13.5%, 2022년 13.3%로 떨어지며 바닥을 치고 있다. 전체 선거인 대비 외국인 유권자 비율 역시 가장 집중된 안산·시흥 등지에서도 1.8% 수준에 머물러 선거 결과 자체를 뒤흔들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부정선거 의혹이 아니라 행정 신뢰의 문제다. 실거주자는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수년째 동일 주소에 등록돼 있고 그 이름으로 선거 관련 우편물까지 발송되는 상황은 국가의 체류정보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정부가 해명해야 할 것은 선거우편 한 장이 아니라 왜 이런 사례가 발생했고 어떻게 방치됐는지에 대한 관리 시스템 전반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거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 체류 정보가 장기간 유지되고 이를 기반으로 선거 관련 우편물이 발송되는 현실이 국민의 행정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간 정보 연계를 강화하고 실거주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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