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종전 소식을 전한 뒤 큰 폭으로 오른 코스피가 다시 8540에 올라섰다. 종전으로 인한 안도감과 인공지능(AI)발 반도체 랠리가 펼쳐지며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를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이틀 연속 조 단위 순매수에 나서며 원·달러 환율도 1511원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전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해 당분간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등 실적 기대감↑
15일 코스피는 5.20% 급등한 8545.98로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6분 2초를 기해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66.00포인트(5.07%) 상승한 1365.85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상승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안도 랠리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했다. 전날 89% 상승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4.5% 상승한 33만7000원으로 마감하며 '33만 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6.42% 급등했다. 삼성전자 우선주(+4.35%), SK스퀘어(+4.05%) 등도 반등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의 짙은 전운이 가시지 않으면서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금세 도달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 극적으로 종전에 합의해 최악을 피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서 에너지 공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국제 유가 하락은 무역수지 개선과 기업들의 원가 부담 축소로 직결된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수출 주도 업종은 물론 유가에 민감한 항공, 해운, 석유화학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경제에도 장밋빛 희망이 싹튼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미국과 이란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재개되는 경우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각각 0.1%p씩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은 올해 0.2%p, 내년 0.3%p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 돌아온 외국인, 원화 1400원대 갈까
시장의 관심은 환율에 쏠린다. 중동전쟁 리스크가 빠지면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러나 최근 원화 약세의 주 동력이 외국인 주식 순매도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지에 관해선 의문이 있다.
이날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2조2000억원)가 더해지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7원 내린 151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지난 12일에도 코스피 시장에서 2조20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방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외환 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종전 협상으로 유가는 80달러 이하로 내리고 채권금리와 환율은 안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증시 상승 탄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채권금리와 달러화가 고점에서 소폭 내리는 데 그치고 있고,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결정회의도 있다. 금리 변수로 인한 노이즈 발생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종전은 시작. 과도한 낙관론 경계"
일본 닛케이평균(4.99%), 대만 자취안 지수(2.78%)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동반 강세로 전환했다. 한국, 일본, 대만 3국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을 크게 받았다. 중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다만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19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미국과 이란 양국은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향후 60일간 영구 종전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본협상에 돌입한다. 최악의 중동 전쟁을 고통 속에 지켜봐 온 전 세계는 양국의 극적인 합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예정된 MOU 체결이 공고한 평화의 시작이 아닌 더 치열하고 전방위적인 '2차 외교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앞으로 주어진 60일의 유예기간 동안 양국은 이란 핵물질 처리와 동결자금 해제라는 양대 핵심 의제를 두고 격렬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곧 본격적인 전쟁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전쟁의 경제적 비용은 물가상승률 등의 지표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며 "안도 랠리와 별도로 세계 경제는 높아진 물가 부담을 소화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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