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냉각·로봇 앞세워 미래 먹거리 육성
가전 기술 기반 AI 인프라 사업 확대
냉각·휴머노이드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AI 데이터센터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세대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LG전자가 60여 년간 축적한 가전 기술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에어컨·모터에서 다진 기술을 AI 데이터센터 냉각과 로봇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가전 중심이던 사업 구조도 AI 시대에 맞춰 빠르게 바뀌고 있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양대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 가전과 전장(자동차 부품)의 안정적 수익을 토대로 기술 내재화와 글로벌 협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냉장고 식히던 기술로 데이터센터를 식힌다
AI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일은 데이터센터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 현재의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냉각에 쓰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서버가 확산되면서 발열이 급증한 결과, 냉각은 서버를 보호하는 부차적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LG전자는 이 발열 문제를 60여 년간 축적한 공조 기술로 대응하고 있다. 에어컨·냉장고의 핵심인 열관리 기술과 모터·인버터 등 부품을 직접 만들어 온 점이 후발 주자들과의 차별점이다. 회사가 추산한 데이터센터 냉각기(칠러)의 접근 가능 시장은 2026년 16억달러에서 2030년 127억달러로 약 8배 커진다.
LG전자는 10년 이상 국내외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며 기술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평촌2센터'에 액체냉각 솔루션인 냉각수분배장치(CDU)를 공급했다. 냉각 방식도 칩에 직접 냉각수를 흘리는 직접 칩 냉각(DTC) 방식의 CDU부터, 기기를 특수 냉각액에 담그는 액침냉각까지 넓히고 있다. 액침냉각은 미국 GRC, SK엔무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여기에 냉각 관리 소프트웨어와 전력 관리 시스템을 더한 토털 솔루션 구축도 추진한다.
냉각 기술의 무게중심도 옮겨가고 있다. 공기냉각에서 액체냉각으로, 다시 액침냉각으로 진화하는 흐름인데, 액침냉각 시장만 해도 2030년 178억달러 안팎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들은 보고 있다. 북미가 글로벌 빅테크 본사와 GPU 수요가 몰린 최대 시장이다. LG전자가 북미 빅테크 공략에 힘을 싣는 이유다.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데이터센터향 칠러 수주는 전년 대비 3배로 늘었고, 북미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칠러 품질 인증(퀄테스트)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회사는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100명 안팎에서 200명 수준으로 늘리고 평택에 자체 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LG전자는 2027년 칠러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모터 기술로 로봇 부품까지
냉각이 AI 인프라의 기반이라면 로봇은 LG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다. 피지컬 AI 확산으로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2024년 전 세계 제조 현장에 새로 도입된 로봇은 54만대로 10년 전의 두 배를 넘어섰다.
LG전자의 강점은 로봇의 핵심 요소가 가전에서 다져온 기술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로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모터와 정밀 제어,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 기술은 에어컨·세탁기·로봇청소기에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역량이다.
LG전자는 이를 로봇 부품 사업으로 잇고 있다. 로봇 구동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전용 브랜드 '악시움(AXIUM)'으로 사업화해 올 상반기 초도 양산에 들어간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연 4500만대 규모의 가전용 모터 생산 역량을 그대로 이식한다는 전략이다. 완제품 판매를 넘어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공급사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완제품에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를 올 상반기부터 산업용·가정용 영역에서 실증(PoC)에 투입하고, 2028년 가정용 로봇 상용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내·배송 로봇을 호텔·공항 등에 공급하며 쌓은 자율주행·인식 기술과 상업용 서비스 로봇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의 역량도 더한다. 로봇 소프트웨어 고도화에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 가전 DNA의 확장
이러한 신사업 확장의 토대는 견조한 본업 실적이다. LG전자의 1분기 매출은 23조7272억원, 영업이익은 1조67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3%, 32.9% 늘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이며, 생활가전(HS)과 전장(VS) 사업본부의 합산 매출이 분기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장은 수주잔고 약 100조원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며 새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LG전자를 보는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간 가전 수요와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시장에서는 LG전자를 냉각·로봇·전장을 아우르는 AI 인프라 수혜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제 최근 씨티(Citi)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해외 투자은행은 이들 사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하며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렸다.
이 같은 전환은 한국 가전 산업의 진화와도 맞물린다.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한국 가전이 그동안 쌓은 열관리·모터·제어 기술을 AI 인프라라는 새 영역으로 옮기고 있어서다. 생활가전 매출에서 세계 1위에 오른 LG전자가 그 선두에 있다. LG전자는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전자 ES사업본부장 이재성 사장은 "내재된 기술력과 고객 맞춤형 고효율 냉각 솔루션, 공조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열관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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