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E 샘플 출하를 공식화하며 기술 선점에 나선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HBM4E 샘플 공급을 앞두면서 양사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인증과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최종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E 개발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샘플 출하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4E 샘플 출하 시점이 이르면 이달, 늦어도 7월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내부적으로는 하반기 샘플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들어 이보다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HBM 시장의 무게 중심이 HBM4E와 고단 적층 제품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4E 12단 샘플 출하를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의 HBM4E는 설계·공정 최적화를 통해 핀당 동작 속도를 14Gbps에서 최대 16Gbps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작인 HBM4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를 단순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차세대 HBM 시장의 표준 주도권을 겨냥한 기술력 과시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HBM5 사양을 제시하는 한편, 선단 패키징 기술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6'에 나란히 참가해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와 HBM 성과를 적극 알렸다. 다만 이들 기술의 최종 관문은 엔비디아의 인증 체계를 통과하는 데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엄격한 검증 기준을 통해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잇단 회동이 이뤄지면서 HBM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전략적 셈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HBM 시장 주도권이 여전히 SK하이닉스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8%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21%를 기록했다. HBM4E 초기 샘플 출하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섰지만, SK하이닉스 역시 12단 48GB HBM4E 출시 계획과 함께 향후 5년 내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양사의 주도권 다툼도 팽팽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특히 HBM4E 샘플 출하 여부와 실제 양산 수율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향후 수율 확보가 시장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선점한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율 개선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 부문 역시 TSMC와 비교되는 수율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고객사 확대와 실질적인 수주 증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4E 경쟁은 단순히 먼저 샘플을 공급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 양산 수율과 고객사 인증까지 포함한 종합 역량의 싸움"이라며 "수율 개선 속도가 양사의 격차를 좁히거나 벌리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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