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하청 직원 사용사정 인정
생산 현장직 이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교섭 범위 확대
원·하청 갈등 본격화 조짐…외주에서 내부조달로 구조조정도
지난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산업계 노사관계에 새로운 '트리거(trigger, 방아쇠)'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조합과 교섭에 나서라는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흐름이 산업 현장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와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의 원·하청 교섭을 전제로 한 사용자성 판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갈등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교섭과 노동쟁의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금속노동조합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 현대차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업계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다.
중앙노동위원회도 한화오션의 급식·시설관리 도급업체인 웰리브지회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웰리브지회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한화오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청 사용자성 논의가 기존 생산 공정을 넘어 급식·시설관리 등 지원업무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도 이르면 올해부터 하청 노조 3곳과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가 포스코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신청 사건에 대해 초심을 유지했다. 초심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사건에 대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다. 경북지노위는 4월 8일 포스코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등 하청 노조 3곳과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판정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도 하청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됐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한국연합플랜트노동조합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미이행 시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하청 근로자의 안전 관리와 작업환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GM 하청 업체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에도 원청이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GM에 단체교섭을 요구 중인 노조는 한국GM부평비정규직지회(더원테크·엘림비엠에스·비원테크), GM부품불류지회(경륜로지스틱), 부평공단지회(디지에프오토모티브) 등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행 이후 이달 초까지 하청노조 1137곳이 원청 431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관련 조합원 수만 16만 명에 달하며 중노위는 이에 대한 판단 여부를 공개할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에 대해서도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며 사용자 범위와 교섭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원청이 사용자성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협력사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기존 아웃소싱(외주, 외부조달) 체제를 인소싱(내부조달)으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 가속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축소와 투자 유보, 생산기지 해외 이전 같은 현실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노조법 개정이 자칫 파업 만능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불안도 확산되는 분위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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