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급변하는 치열한 외식업 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열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이번 주인공은 가난과 외로움이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현재 전국 35개 매장을 이끌고 있는 회전초밥 브랜드 '으뜸스시'의 서준기 대표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암 투병 그리고 이어진 기초생활수급자 생활까지. 소년 서준기에게 세상은 서늘한 곳이었다. 중국집 볶음밥 한 그릇을 시켜 아침에는 밥을, 점심에는 짜장을, 저녁에는 짬뽕 국물을 비벼 먹으며 세 끼를 버텨내던 소년은 이제 월 순이익 1억원을 올리는 청년 사업가로 외식 시장을 달구고 있다. 외식업계 바닥에서부터 다진 뼈저린 경험을 무기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회전초밥'이라는 치열한 레일 위에서 승부수를 던진다.
◆유행성 아이템의 역설 '회전초밥'
서준기 대표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하루 16시간씩 새벽에는 목욕탕을 청소하고 밤낮으로 배달을 다니며 모은 3500만원으로 22세에 치킨집 공동 창업을 시작했다. 이후 고깃집, 정육식당, 카페 등 무려 16개의 매장을 거쳤다.
서 대표는 "15년 가까이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얻은 원칙은 '유행만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짝 흥행하는 아이템은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는 있어도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과 예측할 수 없는 출구 전략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뛰어드는 치킨집과 고깃집은 한정된 시장 내에서 포화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 유행이 바뀔 때마다 브랜드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찾아왔다.
그는 외식업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외식업계에서 난이도가 높다는 '일식'과 그중에서도 관리하기 까다롭다는 '회전초밥'에서 그는 확신을 세웠다. 또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당일 계약을 체결했던 그의 과감한 추진력이 '으뜸스시'를 출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장인'의 영역을 대중화한 '시스템'
장인의 손맛에 의존하는 기존 초밥의 틀을 깨는 것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으뜸스시의 핵심 역량은 돌아가는 레일 위에서 신선도는 완벽하게 통제하는 매뉴얼이다.
서 대표는 우선 초보자도 일정한 정량으로 밥을 지을 수 있도록 초밥 성형기를 도입했고 당일 손질한 생선 납품 시스템과 소스 표준화를 구축했다. 단 하나의 소스를 완성하는 데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독자적인 소스 배합으로 맛의 기준점을 세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맛의 스펙트럼도 넓힌다. 날것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을 위해 육류를 활용한 초밥을 개발하는가 하면 어린이 취향을 정조준한 단짠 소스를 초밥, 튀김, 디저트 등에 다각도로 접목한다.
그는 "회전초밥 역시 과거 반짝 유행에 그쳤던 시기가 있었지만 으뜸스시는 회전초밥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가족 외식 아이템'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며 "메뉴 호불호를 개선해 가족 단위 손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객단가가 상승했고 높은 회전율이 맞물리면서 소형 매장에서도 고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으뜸스시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들은 본점 기준, 평균 1억원 이상의 월 매출을 견고하게 유지하며 가맹 사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이달 포항에서 제35호 매장이 추가로 문을 열었고, 오는 7월 울산 매장을 포함해 8월까지 제40호 매장까지 가맹 계약을 완료해 가파른 출점 행진이 이뤄지고 있다.
◆품질 기반 내실 경영
전국적으로 매장이 늘어남에 따라 서 대표는 '속도 조절'에 더욱 집중한다. 외형 성장에만 몰두해 매장을 확장하기보다 향후 100개, 최대 200개로 순차적 개점을 이어가는 동시에 가맹점 하나하나가 시장에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특히 본사가 물류 공급망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주력 메뉴인 새우가 통관 문제로 2~3주간 발주가 묶여 대체 상품을 찾아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던 서 대표의 에피소드는 이러한 경영 방침을 뒷받침하는 자산이 됐다.
그는 "수입산 해산물이나 생크림 같은 핵심 식자재는 국제 정세나 통관 이슈로 갑자기 공급이 끊기는 '쇼트'를 겪기도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으뜸스시는 전문 유통회사와 계약해 제3자 물류 시스템을 마련했고 특정 품목의 수급이 막히더라도 발 빠르게 대응 가능한 상품군을 본사가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시적인 세(勢) 확대에 연연하기보다, 가맹점 평균 월매출 1억원 이상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점검은 없다
이처럼 물류 및 식자재 리스크를 본사가 완전히 흡수하는 책임 경영과 함께 서 대표의 가맹점 관리는 철저하다. 그는 점수 매기기식 품질·서비스·위생(QSC) 점검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더하고 있다. 개인 의지가 높은 가맹점주들과는 매일 조리 사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는 "매장에 상주할 수는 없더라도 숙련된 눈으로 보면 소스 정량이 맞는지, 토치질이 과해 밥이 타지는 않았는지, 회가 덜 익어서 비린내가 날지 사진상으로도 보인다"며 "초밥 위 소스 흐름이나 활어 선도로 레일 회전율까지 파악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각종 코멘트를 전달하면 점주들의 실력과 습관이 상향 평준화된다. 본사를 믿고 동행을 선택한 이들인 만큼, 저만의 노하우라도 아낌없이 전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점주들의 현장 의견을 유연하게 수용한다. 매장 동선에 대한 불편, 메뉴 손실율 등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사 연구개발(R&D) 센터와 직영점에서 사전 점검 등을 적극 시험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들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자칫 '장사나 해볼까'라는 안일한 태도는 백전백패의 길로 빠지게 된다"며 "외식업은 자본만 투자하면 수익이 저널로 창출되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본사는 쌀을 씻는 법까지만 알려줄 뿐, 결국 밥을 맛있게 짓는 건 점주 자신의 몫임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마지막 종착지는 '사회공헌'
서 대표의 24시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는 "언젠가 은퇴하게 된다면 정말 과감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마시며 온전히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서도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의 저처럼 막막한 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무료 강의 센터를 설립하겠다. 지역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다면 참 보람찰 것 같다"고 전했다.
으뜸스시를 이끄는 그의 경영 철학이자 사훈은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다. 볶음밥 한 그릇으로 배고픔과 고단함을 달래던 소년은 멈추지 않는 발 빠른 행동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그리고 수많은 자영업자의 인생을 바꾸어 가고 있다. 치열한 외식업 시장에서 그가 열어젖힐 다음 새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