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이라면 제이미 바디의 이야기를 안다. 공장에서 일하던 무명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 우승 신화를 썼던 그 드라마 같은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독일이 자신들만의 '제이미 바디'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은 데니스 운다브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2-1로 꺾었다. 이 승리로 독일은 2전 전승, 승점 6점을 기록하며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의 영웅은 단연 운다브였다.
독일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운다브는 불과 8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팀 동료 펠릭스 은메차의 패스를 받은 그는 환상적인 왼발 터닝 슈팅으로 극적인 역전 결승골까지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경기 흐름을 혼자 뒤집었다.
운다브는 1차전 퀴라소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월드컵 첫 두 경기 연속 득점. 독일 선수로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미로슬라프 클로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로이터통신도 극찬했다.
"운다브가 독일을 구했다. 그는 이제 선발 출전을 요구할 충분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실제로 최근 대표팀 8경기 9골. 득점 감각은 절정이다. 나겔스만 감독도 경기 후 "다음 경기 선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공개적으로 운다브의 활약을 인정했다.
하지만 운다브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현재 슈투트가르트와 독일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지만, 그의 시작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어린 시절 브레멘 유스에서 성장했지만 "키가 너무 작아 미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운다브는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4부리그 TSV 하벨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문제는 돈이었다. 한 달 급여가 약 4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축구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공장으로 향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레이저 기계를 다루는 공장으로 출근했다. 하루 8시간 일한 뒤 훈련장으로 이동했고, 훈련까지 마치면 밤 8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축구 선수라기보다 거의 공장 노동자였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하벨제에서 첫 시즌 16골, 다음 시즌 21골을 넣으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이후 독일 3부리그를 거쳐 벨기에 리그에서 폭발했고, 결국 브라이튼 이적에 성공하며 빅리그 입성이라는 꿈을 이뤘다.
그리고 슈투트가르트에서 완전히 터졌다.
2025-26시즌 리그 29경기 19골 6도움. 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이끌며 독일 대표팀 승선까지 성공했다.
이제 그는 월드컵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새벽 4시에 공장으로 향하던 4부리그 공격수. 월급 40만원으로 생계를 걱정하던 선수. 그리고 지금은 독일을 32강으로 이끈 월드컵 영웅.
축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재능으로 정상에 오르지만,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 하나로 세계 무대까지 올라선다. 운다브는 지금 독일 축구가 만든 새로운 동화이자, 현실판 제이미 바디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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