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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신간 소개] 70개의 가짜 이름으로 살았던 천재 시인…『페르난두 페소아 평전』

페르난두 페소아 평전./민음사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서양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투갈 모더니즘의 거장,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년)의 삶과 예술을 집대성한 『페르난두 페소아 평전』(민음사)이 출간됐다.

 

국내 독자에게는 베스트셀러 『불안의 책』의 저자로 친숙하지만, 그는 평생 자신을 무엇보다 '시인'으로 여겼던 인물이다. 페소아는 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 『메시지』(1934년)만을 남겼을 정도로 은둔의 삶을 살았으나, 사후에 발견된 그의 원고들은 2019년 포르투갈 국보로 지정될 만큼 거대한 문학적 유산이 됐다.

 

어린 시절 잠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문 것을 제외하면 평생 고향 리스본을 떠나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었던 그의 삶이 우리말 번역본으로 무려 1440쪽에 달하는 방대한 평전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가 창조해 낸 독보적인 내면세계에 있다. 페소아는 단순한 가명(假名)을 넘어, 각기 다른 역사와 개성, 미학적 신념을 지닌 70여 개의 '이명(異名)'을 창조해 활동했다.

 

감각주의자 알베르투 카에이루, 고전주의자 리카르두 레이스, 충동적이고 현대적인 알바루 드 캄푸스 등 페소아가 탄생시킨 분신들은 문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적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타자되기(타인화)를 거듭했다.

 

동시대인들은 그의 파편화된 자아를 이해하기 어려워했으나, 그의 시는 현대인의 자기 소외적 감각을 시대를 앞서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평전은 '페소아 상'(2012년)을 수상한 최고 권위의 페소아 연구자 리처드 제니스가 집필하여 2022년 퓰리처상 최종심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여기에 포르투대학교에서 페소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저자의 집필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김한민 작가와 예술 전문 번역가 김솔하가 공동 번역을 맡아 정밀함을 더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정신적 궤적을 좇는 이 책은, 난해함 속에 감춰진 깊은 접근성으로 시를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 철학적 사유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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