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보이는데"…금융주, 대내외 불확실성에 '정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지만, 주가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 복귀 우려, 밸류업 정책 동력 약화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금융주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총 17조6197억원으로, 전년(16조5268억원) 대비 6.6%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홍콩H지수 연계 파생결합증권(ELS)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와 가계대출 총량규제 완화, 예대금리차 확대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형 금융지주의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년 전인 지난 10월 중순과 비교해 KB금융은 14.62%, 신한지주 16.73%, 하나금융지주는 12.18% 각각 하락했고, 우리금융만이 0.43% 상승했지만 주가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부분의 금융지주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주는 금리와 대출 수요, 기업 활동, 내수 소비 등 경제 전반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은행의 수익 원천인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우려되고, 미·중 관세전쟁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 대출 부실화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잠재 부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업종·차주별 대출을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나눠 모니터링에 돌입했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 7일, 수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상 36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섰지만, 이는 자산건전성 관리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역시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은 KB금융 13.51%, 신한금융 13.03%, 하나금융 13.13%, 우리금융 12.13%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로 CET1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0.01~0.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밸류업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주는 애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인해 정부의 밸류업 대상군으로 주목받았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에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 자율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대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증권가도 단기 주가 반등에는 회의적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경기 악화에 따라 대손비용 증가와 위험가중자산 확대가 CET1 비율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4대 금융지주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5년까지 금융주는 뚜렷한 모멘텀 없이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