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빚투 줄고, 반대매매 급증...증권사도 '브레이크' 나서
국내 주식시장에 자금 유입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신용거래 역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반면, 반대매매 비율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들도 신용공여를 제한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59조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0일 기준 54조원대로 줄어들었다. 7거래일 여만에 5조원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59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8월 5일(59조4876억원) 이후 최초다. 다만 미국의 상호관세 우려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현재는 다시 54조원대로 내려왔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높아진 변동성에 투심도 위축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달 초 17조3790억원에서 지난 10일 16조54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4일까지 18조원을 넘겼던 것을 고려하면, 13거래일 동안 약 1조60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 투자자가 담보를 잡고 주식 매수 자금을 증권사에 빌리는 것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다만 반대매매는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1일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6%이며, 이달 9일에도 1.8%로 올해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일평균인 0.66%의 약 3배 높은 수치다. 반대매매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후 약정 기간 내 변제하지 못할 경우에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되는 것을 말한다.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투자 심리 위축과 시장 급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지수 하락으로 발생한 반대매매가 다시 지수 하락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한국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까지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더욱 극대화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줄줄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의 신용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유라클, 웹케시, 유라테크, 크라우드웍스, 원티드랩 5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계룡건설, 코세스, 지씨셀, 비씨엔씨, 청담글로벌, SOL 코스닥150, ACE 마이크로소프트밸류체인액티브 등 33개 종목에 대한 신용대출을 막았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은 이수페타시스, 유라클, 원티드랩, 웹케시, 유라테크 5개 종목을, 키움증권에서는 RISE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삼성증권은 삼성공조, 유라테크, 하이스틸, 제이앤티씨, 린드먼아시아, 포커스에이치엔에스 6개 종목의 신용대출을 제한했다. 제한 대상 종목들은 최근 급등락이 심하거나, 테마성 이슈에 연동돼 변동성이 큰 종목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증권사에서 조치를 취한 유라테크의 경우, 세종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종시 테마주'로 묶이면서 급등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날부터 11일까지 56.73% 뛰었다. 특히 9일에는 하루에만 14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이 몰려들었다. 연초까지 유라테크 신용대출 금액이 1억원 내외였고, 지난달에도 10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적절한 현금 비중 확보가 필요하고,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