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창간 17주년 기획] 착한 기업이 멀리 간다…대세로 뜬 사회적 책임 경영
최근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기업인들의 위법행위와 일탈, '갑질' 행위 등으로 기업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8년 기업호감지수(CFI)'에 따르면, 대기업 호감도는 전년보다 3.2점이 하락한 49점을 기록해 기준치를 하회했다. 기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로는 '준법·윤리경영 미흡'(44.4%)과 '후진적 기업문화'(20.5), '사회공헌 활동 미흡'(7.8%)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일부 경제적 이슈에 대한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호감도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고 평했다. 브랜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일부 갑질 기업들은 충성고객도 떨어져 실적이 곤두박칠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기업이 존경받을 수 있을까'라는 대기업의 우울한 자화상 속, 일부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를 반면교사 삼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착한 기업'의 길을 걷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각종 사회공헌과 책임 실천을 통해 사회와 소통, 멀리 간다는 생각에서다. ◆ 가치 창출부터 사회적 난제 해결까지…사회적 책임 강조하는 기업이 뜬다 대표적으로 지난 28일 SK는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를 개최했다. 환경 오염과 일자리 부족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기 위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행사다.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기업인, 비영리단체 회원, 대학생, 일반인 등 40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 예상 인원 보다 두 배 많은 인원이 몰리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SOVAC는 지난해 말 최태원 SK회장이 직접 제안하고 80여개 기관, 단체가 파트너로 나서 호응하면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사회, 환경, 고용, 일자리, 세금 등 모든 것이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실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만큼 중요한 것이며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이 발표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3개 핵심 계열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12조3327억원으로 집계됐다. SK가 발표한 사회적 가치 평가는 경제 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측정식을 통해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다.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개발했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측정 중요성을 강조해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새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 교육을 사회공헌 주요 주제로 설정하고 집중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올 1월에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미세먼지연구소'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 설립키도 했다. 전자회사로의 강점을 살려 사회 근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밑그림이다. LG복지재단은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2015년부터 숨은 의인을 찾아 LG의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방관, 해양경찰, 군인 등 104명의 의인이 수상했다. 아울러 LG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 운동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기념관 개·보수를 지원하고, 공기청정기 1만대를 초중고교에 무상으로 제공한 바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두에 나서는 이동통신사 또한 자사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의 독거노인 대상 'ICT 돌봄 서비스'와 KT의 소외지역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KT 글로벌 멘토링', LG유플러스는 독거노인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 IoT 서비스를 보급하고 있다. ◆ 왜 착한 기업인가…밀레니얼 세대 '착한 소비'가 뜬다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는 이유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돈을 잘 벌기 위해서다. 착한 기업이 돈도 버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를 주도하는 세대는 밀레니얼(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다. 전 세계 인구의 25%에 해당하며, 미래 성장을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는 가치 창출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기업에 투자할 의지가 높다. 글로벌 투자회사 '누빈'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36%가 기업의 부적절한 행태를 본 후,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판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스토리펀딩이나 크라우드펀딩, 착한 굿즈(상품),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유행하는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기부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마리몬드가 유행하거나 황경을 생각하는 텀블러, 머그컵 등 친환경 제품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마리몬드는 연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는 2281억 달러(약 250조원)로 2016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임팩트 투자는 2015년 기준 539억원이지만, 정부의 지원과 민간 영역 투자를 통해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