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가계부 '마이너스'…실질소득 2.8% 줄고, 이자부담 커져
치솟는 물가에 금리까지 오르며 3분기 가계 실질 소득이 5개 분기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가구는 식료품, 비주류음료 등 먹거리 소비를 줄였고, 고금리에 이자비용 부담도 커졌다. 벌어들인 돈은 줄고, 나가야 할 돈은 늘면서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전년 분기보다 3.0% 늘었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소득으로 보면 2.8% 감소했다. 실질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3.1%) 이후 5분기 만이다. 그만큼 벌어들인 돈으로 오른 물가를 대처하기에 버거워졌다는 의미다. 3분기 가계의 근로소득은 311만4000원으로 5.4%, 사업소득은 99만1000원으로 12.0% 각각 증가했다. 상반기부터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고,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종도 개선된 영향이다. 반면, 이전소득은 65만2000원으로 18.8%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지원금 등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서 공적이전소득이 43만1000원으로 26.1% 감소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근로·사업소득이 늘었어도 공적이전소득이 크게 줄면서 소득 증가 폭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외식 등 외부 활동이 늘면서 가계의 월 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6.2% 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로 보면 0.3% 증가에 그쳤다. 품목별로 보면 오락·문화(27.9%), 음식·숙박(22.9%), 의류·신발(15.3%) 등은 소비 증가세가 이어진 반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식료품·비주류음료(-5.4%), 주류·담배(-0.8%) 등은 줄었다. 이 과장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체 평균 이상으로 많이 오르면서 지출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식료품 구입이 줄었고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경조사비 등 비소비지출은 101만8000원으로 6.6% 증가했다. 여기서 이자비용이 19.9%로 크게 늘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가구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 지출과 저축 등으로 쓸 수 있는 소득 여력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6.6%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도 지난해 2분기(-13.7%) 이후 5분기 만에 처음이다. 가계부에 마이너스가 찍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