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北에 들어갔다 강제 폐쇄 10년…피해는 온전히 기업 몫 입주기업들, 재개되면 "들어가겠다"…대체 생산지 찾아 '동분서주' '통행·통신·통관', 노동력 문제등 선결돼야…"'개성공단 2.0' 필요" "과거 정부, 피해기업 지원 인색"…"李 정부, 전향적으로 태도 바꿔야" 북위 37.9° 동경 126.6°, 한반도 개성특별시 봉동리. 개성공단은 매일 매일 작은 통일이 일어나는 평화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현재가 아닌 미래의 모습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던 금담 권주옥 대표는 10년전인 2016년 2월10일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는 2007년 당시 개성공단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가 북측 근로자들과 함께 스포츠 및 캐주얼 의류를 만들었다. 개성에서 10년간 공장을 돌리다보니 북측 근로자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고 생산량도 어느덧 정상궤도에 오르는 듯 했다. 그런데 그날 날벼락을 맞았다. 남측 정부가 갑자기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한 것이다. 권 대표를 포함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튿날 북측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자산을 모두 동결한다고 맞불을 놨다. 미처 철수 준비를 하지 못한 입주기업들 상당수는 생산한 제품이며 원부자재들을 개성에 그대로 둔채 남쪽으로 넘어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 와서 다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권 대표는 1일 메트로경제와의 통화에서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지체없이 "가겠다"고 밝혔다. 2013년 당시 1차 가동 중단으로 7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던 그는 10년전 전면 폐쇄로 20억원 가깝게 피해를 봤다.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피해액의 절반도 안된다. 거래처와 약속을 지키기위해 대체생산을 하느라 20여개 업체에 임가공을 맡기면서 평소보다 3배 이상 높게 가격을 쳐줬다. 남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하느라 20억원 가량을 더 손해봤다. 개성공단을 뒤로하고 베트남으로 가 공장을 세웠지만 화재가 나면서 또 손실을 입었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권 대표는 "지금 호치민 인근에서 600명 정도를 고용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료,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베트남이 개성보다 4배 정도는 비싸다. 최근엔 인건비를 올려줘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 베트남에서도 섬유가 점점 사양산업이 돼가고 있다"며 담담하게 분위기를 전했다. ◆개성공단 다시 연다면 "들어가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개성공단 입주사 5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면 10곳 중 8곳이 '다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응답기업들은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인력 확보 ▲지리적 접근성 ▲언어·문화 유사성 ▲원자재·자원 확보 용이 등을 꼽았다. 입주기업의 87.2%는 공단 운영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하나였던 광일실업 신인섭 대표도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들어가시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공단 폐쇄 후 전주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유아복을 생산하고 있는 신 대표는 국내에선 생산단가 등을 맞추기 쉽지 않아 동남아 등 대체 생산지를 물색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릴 경우 선행돼야 할 과제들도 많다. 한반도 평화경제를 위한 대표적인 단지로서의 영속성 확보가 최우선 순위다.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의 동참이 중요하다. '중립지대'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들의 영구적인 합의가 그 중 하나다. 그동안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꾸준히 주장해 온 정경분리 원칙 적용도 반드시 관철돼야한다. 개성공단의 영속성이 보장된다면 글로벌 기업들 뿐만 아니라 한국 대기업들의 개성공단 입주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조봉현 경기대 대학원 겸임교수는 "개성공단이 재개되고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북한은 그동안 계획만하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20여개 경제개발구에 대한 외자유치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또 중국이 공급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개성이 더 큰 메리트가 있는 만큼 북미간 실마리가 풀리고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대기업들도 서로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거 개성공단 가동시 해결과제로 꾸준히 지적돼왔던 '3통'으로 불리는 통행, 통신, 통관 문제도 풀어야한다. 한때 최대 5만5000명에 가까웠던 인력 문제도 향후 개성공단 확대를 감안해 해결점을 찾아야한다. 북측의 노동력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우선 순위로 현지에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측에도 휴대폰 보급이 많이 된 만큼 개성공단의 경우 휴대폰 허용 문제나 임금 직불 문제도 선결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조 교수는 "개성공단과 북한의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연계시 공단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개발구는 남북한의 기술협력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시켜나간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젠 개성공단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복원 플러스(+) 알파, 즉 '개성공단 2.0'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경제주평 '2025년 북한 경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향후 남북협력은 국제적 정당성과 국내 공감대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재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향후 북한 정책의 무게중심은 '신규 건설'보다 '기존 설비의 운영·가동 성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회성 물질 지원보다 운영 병목을 완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해야한다"고 제시했다. ◆남북 경협 피해, 고스란히 기업 몫 개성공단 재개시 기존 입주기업들은 재입주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중기중앙회 설문조사 결과 기존 입주사 10곳 중 8곳이 재입주를 희망한 만큼 이들은 폐쇄 이후 정부로부터 받았던 경협보험금을 뱉어내야한다. 경협보험의 조건이 그렇다. '개성공단 재개의 효과 및 소요자금 추산에 관한 연구'(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공단 폐쇄 후 받은 경협보험금은 총 5833억원이다. 이들 기업은 득실을 따져 입주를 결정하고 입주시엔 받았던 보험금을 반납해야한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초기 원자재 구입비용, 운전자금, 기계설비 수리·교체 비용 등 업체당 평균 43억5000만원, 기존 입주기업 전체적으론 총 6382억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반환 보험금까지 포함하면 필요 초기자금은 총 1조2214억원까지 늘어난다. 이와 별도로 기존 입주기업들은 전면 중단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피해기업에게 지원한 금액이 부족했다며 추가 지원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박병귀 고문은 "앞선 정부는 줄만큼 줬다는 입장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지원에 너무 인색했다"면서 "유동자산이나 원부자재의 경우 남측은 샘플조사를 했고 북측엔 전수조사를 했던 만큼 기업들의 실제 신고액이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고 공장에 있는 기계장비도 감가상각 기간을 5년으로 고정해놔 투자자산에 대한 정부 확인금액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지원도 적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총 817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은 이보다 적은 7087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5787억원만 실제 지원했다. 정부 확인액과 실제 지원한 금액도 1300억원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협회는 공식 확인액의 90%(임대자산은 100%)에 달하는 813억원을 정부가 피해기업들에게 추가로 지원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남북한 신뢰회복-평화복원을 위한 환경 마련 토론회'에서도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5·24 조치를 해제하고 북한 내에 있는 남한 기업들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강산 관광 중단 18년, 5·24 조치 16년, 개성공단 중단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북 교류는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고 그 과정에서 경협 기업인들이 감내한 피해와 어려움은 매우 크다"면서 "기업들이 경영난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이 '인하 시점'에서 '운영체제 변화'로 이동하고 있다. 워시가 점도표·포워드가이던스와 비대해진 대차대조표를 비판해온 데다, 인준 과정의 정치 변수까지 겹치며 금리 경로뿐 아니라 양적긴축(QT)·커뮤니케이션·독립성 자체가 시장 변수로 부상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1월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표결에서는 스티븐 마이런, 크리스토퍼 월러 등 2명이 0.25%포인트(p) 인하를 주장해 반대표를 던졌다 성명서에는 "경제활동이 견조한(solid)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고용 증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실업률은 안정화 조짐을 보였다"는 문구가 새로 담겼다. 반대로 "최근 수개월 고용시장의 하방리스크 확대" 등 일부 문구는 빠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정책은 사전에 정해진 경로가 아니며, 회의 때마다 들어오는 데이터·전망·리스크 균형을 바탕으로 추가 조정의 폭과 시기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리 수준을 '적절한 기조'라고 평가하면서도, 관세 영향이 재화 부문 물가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해 물가 경로가 여전히 핵심 제약임을 시사했다. 발표 직후 시장 가격은 큰 폭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국은행은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국채금리·주가·달러화가 보합권에 머물러 FOMC 결과의 직접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정리했다. 정부도 관계기관 합동 회의를 열어 관세정책 불확실성, 지정학 리스크 등을 점검하며 24시간 모니터링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 의장 변수'는 불확실성을 키운 새 축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워시 지명으로 금리 전망은 경제지표뿐 아니라 상원 인준 일정과 정치적 공방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일부 상원의원이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비용 관련 조사 이슈 등을 이유로 인준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해지면서 절차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워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금리 인하보다 '연준 운영 프레임'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동안 워시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권한과 역할이 커진 것을 '제도적 표류'로 보고,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운영 전반에서 '체제 변화'를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해 5월 후버연구소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대차대조표(양적완화 포함)의 '시장 발자국'이 커진 점을 문제 삼았고, 지난 7월엔 내부 '그룹싱크'와 관행을 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뿐만 아니라 '유동성 경로' 역시 함께 주시해야 한다고 본다. 한화투자증권은 워시가 점도표(SEP)·포워드가이던스의 효용을 낮게 보고 "중앙은행이 자기 말에 묶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보여 왔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는) 평상시 연준의 SEP,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단기 전망은 또 하나의 '산만한 집착'이면서, 전망 그 자체가 연준의 운신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기준금리 인하 이전 대차대조표 정책에 대한 수정(또는 시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워시 체제에서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국채 발행 물량 등 수급 부담이 큰 환경에서 QT 속도와 유동성 시그널이 장기금리 변수로 남을 수 있다고 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후임 연준 의장 선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주목했을 것은 자신이 요구하는 인하 주장을 얼마나 잘 수용할 지 여부였을 것"이라며 "과거 (워시가) 매파적인 인물이란 평가를 받은 계기가 적극적인 양적긴축을 주장했기 때문인데, 해당 이슈에 대한 워시 지명자의 견해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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