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업계가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차세대 소재를 축으로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선다. 전기차 중심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ESS와 로봇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대응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에 더해 ESS를 겨냥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를 신규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LFP 양극재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2027년까지 총 6만톤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3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돌입해 ESS 시장 확대와 비중국 공급망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기존 Ni95 등 하이니켈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ESS용 LFP를 통해 수요 기반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포스코퓨처엠도 ESS용 LFP 양극재 생산에 나선다. 포항 양극재 공장의 하이니켈 라인 일부를 전환해 올해 말 ESS용 LFP 양극재 공급을 목표로 생산 체제를 재편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겨냥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팩토리얼과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용 핵심 소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팩토리얼은 현대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국내에서도 파일럿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ESS와 유럽 시장 확대를 통해 북미 전기차향 사업 부진의 영향을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준공한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연간 5만4000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갖춘 유럽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올해는 약 1만톤 수준으로 가동을 시작한 뒤 내년에는 2만~3만톤 규모로 생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계기로 주목받는 고체 전해질 분야에서도 사업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연산 40톤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하며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품질 검증을 마무리했고, 현재는 양산 라인 설계가 진행 중이다. 수요 확대 추이에 맞춰 내년 양산 라인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LFP 양극재와 관련한 추가 투자 계획은 시장 여건과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 충북 오창에 4000톤 규모의 준양산 체제를 갖추고 완전 탈중국이 가능한 무전구체 LFP 양극재 개발을 병행하는 한편, 최근 리튬 가격 급상승과 대외 정책 변동성 등을 감안해 투자 리스크를 살피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올해 배터리 소재 업황은 ESS와 해외 공급망 대응 성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ESS는 이동 수단이 아닌 고정형 설비로 활용되는 만큼 무게나 부피에 대한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화재 안전성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열 안전성이 높은 LFP가 ESS에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 역시 LFP 채택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터리 소재 산업은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국면이 아니라 ESS와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업별 전략 실행 속도에 따라 실적과 시장 입지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선보인 AI 자동화 도구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며 뉴욕 증시에 거센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AI가 기업용 구독형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종말을 뜻하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서비스제공방식의 소프트웨어인 SaaS에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아포칼립스를 결합한 신조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8일 <메트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 S&P500 소프트웨어 서비스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약 1조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소프트웨어 업종만 따로 집계한 S&P500 소프트웨어 산업 지수 역시 최근 5거래일 동안 13.9% 급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주가 하락의 범위는 매우 깊고 넓다. 오라클,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미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일제히 20~30%가량 하락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았으나 주가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산업 전반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가 투자심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락의 배경에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선두권 AI 기업들이 잇따라 공개한 AI 에이전트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하며 복잡한 업무 목표를 수행하는 이 지능형 도구는 특정 기능을 구독 형태로 판매해온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쟁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불안에 불을 붙인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2일 앤스로픽이 공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였다. 코워크는 대화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스프레드시트 생성, 대규모 데이터 정리 등을 스스로 수행한다. 사용자가 컴퓨터 내 폴더와 최종 목표만 지정하면 AI가 스스로 판단해 작업 전 과정을 실행하는 구조다. 여기에 지난 3일 앤스로픽이 코워크에 법률과 금융 등 전문 영역을 겨냥한 11개 플러그인을 추가로 공개하자 시장 반응은 격렬해졌다. 해당 플러그인들이 법률 문서 분석, 금융 데이터 정리, 리서치 요약 등 그동안 고가의 전문 소프트웨어나 다수 인력이 필요했던 영역을 사실상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여 오픈AI 역시 코딩과 컴퓨터 작업에 특화한 새 모델 GPT-5.3 코덱스를 선보였으며 기업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인 프런티어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톰슨로이터와 리걸줌 등 리서치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즉각 급락했다. 인튜이트, 페이팔, 에퀴팩스 등도 10% 넘는 하락 폭을 기록하며 이날 하루에만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약 3000억 달러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희소 자산에서 누구나 찍어낼 수 있는 저렴한 공공재로 전락시킬 위기"라며, 이는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 모델 자체를 붕괴시키는 시장 파괴적 현상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또한 2025년 AI 현황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돕는 도구였기에 사용자 수대로 돈을 받았지만 이제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되면서 전통적인 요금제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사스포칼립스가 과도한 공포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소프트웨어가 쇠퇴하고 AI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은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전문 소프트웨어를 직접 사용하면서 소프트웨어 실행 횟수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의 엔지니어는 수많은 AI 에이전트와 함께 설계와 개발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상 좌석의 수요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논리다. 과거 1950년대 기계어에서 고급 언어로 넘어갈 때도 프로그래머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생산 비용이 낮아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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