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과 고유가 변수 속에서 코스피가 하루 평균 5% 수준의 급등락을 이어가자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반도체 중심의 상승 동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이달 일평균 변동률은 약 4.9%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를 17조6100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3조3100억원을 순매도하면서 국내 증시 이탈 흐름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 전쟁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까지 크게 흔들리면서 개미(개인 투자자)와 외국인의 수급 공방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시장의 평가도 나뉘고 있다. 최근 글로벌 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코스피에 대해 "전형적인 버블 사례"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지난 4~5일 코스피가 약 12% 급락한 뒤 다시 10% 가까이 반등하는 움직임들이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거품 위험 지표(Bubble Risk Indicator)'를 통해서도 코스피는 버블에 가깝다고 봤다. 해당 지표는 1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거품형 가격 변동으로 평가하는데, 코스피가 현재 1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번 중동 사태로 인해 코스피가 열어 둬야 할 저점은 488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 염동찬 연구원은 "80을 넘어섰던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60까지 안정화됐지만 과거 20년 평균(20.2)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코스피의 최대치 대비 하락 폭은 평균 22.5%이며, 이를 적용한 코스피는 4885"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글로벌 IB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의 '거품' 논란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지난 5일(현지 시간) 제시했던 코스피 7000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성장하며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목표지수를 6400에서 7000으로 높여 잡았다. 그리고 지난 11일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20만5000원에서 26만원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120만원에서 135만원으로 크게 올려잡았다. 향후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국내 반도체 투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 10곳 중 7곳이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SK하이닉스도 6곳 중 4곳이 눈높이를 올렸다. 사실상 반도체가 코스피 6000을 견인해 온 만큼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KB증권은 13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32만원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기존 4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디램(DRAM)과 낸드플래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 확대는 내년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가장 큰 변수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국제 유가로 보인다. 중동 전쟁이 2주차에 들어선 가운데,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00달러 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배럴당 103.14달러를 기록하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7월 말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면 이후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135달러에 도달하면 전년 대비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유가 급등의 파급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 위축과 기업 이익 감소로 이어지며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국내 산업계가 유가 급등, 환율 변동성 확대에 이어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하며 복합 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불확실성이 제조 원가를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겹치면서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유조선 피격 소식이 전해지며 공급 불안이 증폭된 결과다. 당장 원가 부담이 급등한 항공업계는 비상이다. 연료비 상승분만큼 항공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4월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4월 유류할증료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의 항공유 평균값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4월 적용 평균가는 배럴당 160달러(3월 약 86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로스앤젤레스(LA)의 유류할증료는 7만8600~7만9500원이지만 단순 대입하면 4월 발권시 해당 노선의 편도 할증료는 20만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단거리 노선인 일본이나 동남아 노선 역시 현재 1만~3만원대에서 5만원대 이상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가 급등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도 재무적 압박을 키우고 있다. 항공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특성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한화솔루션의 주요 원료 공급처인 여천NCC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공급 중단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수출 효자인 반도체 산업도 공급망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도체 웨이퍼 냉각용 헬륨(카타르산 64.7%)과 식각 공정용 브롬(이스라엘산 97.5%)의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장기적으로 재사용 헬륨 비중을 19%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80%를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있어 부담은 크다. SK하이닉스는 중동 전쟁 이후 현재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당장의 생산 차질은 막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로 헬륨 소요량이 급증한 점이 최대 변수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산업용 가스다. 웨이퍼 공정이 진행되는 장비 내부 '챔버'에서 공정이 끝난 뒤 잔여 가스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의 반도체 회로를 만들어내는 반도체 과정 특성 상, 이 과정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헬륨이 사용된다. 최대 99.9999%(6N) 순도의 헬륨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재고는 확보했지만 전쟁 장기화 시 대체 공급처 확보를 위한 비용 상승과 물류 대란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가 지난 13일 한국 등 60개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강제노동 관련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조사를 예고해 보호무역의 파고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조사가 실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현재 15% 수준인 자동차 관세가 과거 논의됐던 2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과잉 생산'을 문제 삼고 있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타깃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광호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유가가 급등하며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이란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내 핵심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는 양상으로 확산하면서 대중동 경제협력 대부분을 GCC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동 경제협력은 대부분 GCC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GCC 산유국으로의 전선 확대가 중동과의 경제협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동안 다방면에서 협력이 이루어졌던 만큼 에너지 수급, 교역, 건설 수주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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