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의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확전 양상에 따른 하방 요인이 교역과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깊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망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단기 기습과 국지적 보복에 그치지 않고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은 자본시장 및 실물경제에 당장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미국·이스라엘이 지난 주말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이후 첫 거래일인 2일 미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북해산브렌트유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7.9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7% 넘게 뛰었다. 같은 시각 WTI 선물 역시 6.68% 오르며 배럴당 71.50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16일 이후 45일 만에 처음으로 리터(ℓ)당 1700원을 넘어섰다. 휘발유 값은 국제유가와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오름세는 향후 확대될 수 있다. 원유는 미 달러화로 거래된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지속 중인 한국 경제에 유가 폭등은 치명적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수입물가가 치솟을 시 국내 가계·기업이 받는 타격은 매우 크다. 정부는 지난 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유관기관 합동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회의에서 "향후 중동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며 "호르무즈 해협 불안 가능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중동 인근을 운항 중인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우리 선박의 운항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당분간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한다. 중동 현지동향과 국내외 금융시장을 비롯해 에너지·수출·해운·항공·공급망 등 실물경제 영향을 24시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비상대응반은 외교부 동향반과 재경부 중심의 경제상황·공급망반, 산업통상부 중심의 국제에너지반, 금융위원회 중심의 금융시장반으로 꾸려졌다. 그간 산업 부문에서 최근까지 수출 신기록 행진이 지속됐는데 이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서아시아 지역에서의 무력 분쟁은 국내 에너지 불안을 야기한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와 LNG의 30%가량을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크게 뛰면 기업은 원가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 수출 호조를 주도해 온 반도체뿐 아니라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의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 무역수지의 악화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0억 배럴 내외의 원유를 수입한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른다는 가정하에 연간 100억 달러의 수입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거나 적자로 돌아서게 만드는 요인일 수 있다. 앞서 1일 산업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9% 증가한 67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9개월째 증가 추세를 보인 데다 역대 2월 실적으로는 최대에 달한 상태다. 이날 국내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아시아 주요 증시는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등이 장중 마이너스 1~2%의 약세를 보였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관계자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항로가 사실상 멈춰 서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IRGC 사령관 보좌관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에서 "해협은 폐쇄됐다"며 "통과하려는 선박이 있다면 IRGC 해군과 정규군이 불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지역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우리가 궁지에 몰렸다는 압박을 느끼기 전까지는 이 지역에서 석유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RGC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직후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남부와 오만 사이에 위치한 좁은 수로로, 페르시아만을 오만만과 아라비아해로 연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 수출선이 대부분 이곳을 지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미 이 지역 유조선들이 공격을 받으면서 통항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해운사 크롤리는 미국 국기를 단 유조선 한 척이 바레인 항구에 정박 중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공격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선박 내 화재는 진화됐고 미국 선원들의 추가 부상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는 중동 해상 안전에 대한 우려를 다시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의 무대가 아니다. 이곳이 막히면 원유 공급 차질은 곧 국제 유가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다시 중동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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