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달러당 1440원까지 하락(원화값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재상승하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지속적인 개입에도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환율이 1500원 선을 목전에 두면서 고환율이 '뉴노멀'이 됐다. 원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일관된 개입 정책과 원화 경쟁력을 위한 중·장기적 방안이 함께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례적 원화 약세…국내외 요인 다수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73.6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를 마쳤다. 이는 올해 초 가격인 1441.8원에서 31.8원(2.21%)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환율이 연 평균 1422.16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새해 들어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지난 2022년 이후 역대 최장 기간동안 지속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와의 동조율이 높은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가 하락하자 원화 가치는 빠르게 하락했다. 수출기업들이 지속되는 강달러와 관세 대응·현지 투자 등을 이유로 달러 보유를 늘리는 것도 원화 약세의 재료가 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국내로 이전하지 않은 해외보유금은 1144억달러(약 170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도 원화 가치를 끌어 내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0~11월 두 달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123억3700만 달러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해 역대 최대 규모를 사들였다. 한은은 올해 들어 해외 투자액이 이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에는 악재다. 반정부 시위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이란을 겨냥해 미국이 항모 전단을 재배치 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고, 그린란드 영유권을 놓고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갈등이 고조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거론하며 불확실성을 확대했다. ◆ 당국개입 지속…'중장기 대책' 필요 달러당 1470~1480원 수준의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를 잡는 가운데, 한국 외환당국은 물론 해외 외환당국도 원화가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가치가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중인데도, 원화가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과도하게 저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개최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환율이 재상승한 것은 4분의 1 정도가 국내 요인이고, 4분의 3 정도는 해외에 기인했다"면서 "경제학적으로 어떤 모델을 적용해도 148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14일(현지시간) "최근 원화 약세는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과는 맞지 않는다"라며 이례적으로 해외 통화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냈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억제를 위한 개입을 지속 중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12월부터 해외 자산의 선물환(미래 환율을 현재 시점에 확정하는 계약) 매도를 통해 달러 공급을 늘리고 있고, 정부는 수출기업의 달러 판매와 해외 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자 대규모 감세 혜택을 제공하는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현재의 1470~1480원에서 더 높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는 한편, 향후 환율 안정을 위해선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영도 지속경영연구원 원장(전 상명대 경영경제학교수)은 "환율 불안은 단순히 1500원 선을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재의 고환율 국면은) 미국의 고금리로 인한 달러 강세와 국가 부채 확대에 따른 원화 약세, 해외 투자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환율 급등이나 달러 쏠림을 억제하는 형태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기적으로는 24시간 외환시장 개방과 환헤지 상품 육성을 통해 달러 없이도 해외 투자가 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통화 운용의 신뢰 회복과 수출경쟁력 및 산업 다변화 정책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승진기자 asj1231@metroseoul.co.kr
정부·여당이 법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5년 늦추는 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계와 경제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겨, 해법 마련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정부·여당과 노동계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숙련 일자리 안정화,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일치를 위한 법적 정년 연장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경제계는 정년 연장이 대기업·공공기관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간 2차 노동시장 간 임금·복지 등에서 크게 격차가 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정년 도달자의 고용 연장으로 청년층의 신규채용 일자리가 줄어 미래세대의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적 정년 연장 반대론자들은 '퇴직 후 재고용' 등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를 선호한다. 정년연장을 두고 찬반론이 엇갈리는 와중에 정년연장을 논의하기 앞서 연공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공급제는 근속연수·연령 등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로, 장기근속을 유도하지만 경직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 취업에만 성공하면 연공급제 하에서 안정적인 고임금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0%대인 가운데, 법적 정년연장이 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공급제를 다수 채택하고 해고가 어려운 '폐쇄적 노동시장'인 한국에서, 기업이 고임금인 고령층 노동자의 고용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은 부담을 5년 동안 떠안아야 한다. 이용석 공인노무사는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사실상 복지고용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고용은 기업이 고령 인력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정년연장 등) 때문에 인력 고용을 강제로 떠맡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노무사는 "정년연장 여부를 둘러싼 프레임에서 벗어나, 임금체계 개편 특히 연공이 아닌 직무나 직무수행능력이 기준이 돼 동일 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는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 확립을 주문하기도 했다. 송서율 국민의힘 쓴소리위원회 위원은 "법정 정년 연장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그토록 해결하려 노력했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또한,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곳이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현재 경력과 소득이 단절된 청년에게는 법정 정년 연장이 더 가혹한 현실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반드시 기존 연공급 체계에서 벗어나서 인사평가체계가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발전해야 하고, 그에 따른 임금구조의 합리적 개편을 비롯해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보완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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