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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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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 국내 최고층 모듈러 아파트 짓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말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사업인 '용인영덕 A2BL 경기행복주택'을 본격 착공한다. 26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용인영덕 A2BL 경기행복주택 사업은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현대엔지니어링·금강공업)이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수행하는 주택건설 사업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751-3 일원에 지상 13층, 전용면적 ▲17㎡ 102가구 ▲37㎡ 4가구 등 총 106가구 규모다. 오는 2023년 초 입주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 중인 중고층 모듈러 국가 R&D연구단(국토교통부 지원)의 실증사업이다. 기존 국내 모듈러 주택은 6층 이하의 저층 규모에 한정됐지만 중고층 모듈러 국가 R&D연구단과 협력해 국내 최고층(13층)에 특화된 설계, 제작, 운송 및 시공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이란 첨단 건축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구조물과 건축 마감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 조립해 건축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20~50%의 공기 단축은 물론 공사 과정에서 소음, 분진이 적고 폐기물도 덜 발생해 최근 차세대 친환경 건설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안전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모듈러 건축은 미래 핵심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라며 "모듈러 공법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국내 모듈러 건축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건설사로 발돋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22-01-26 10:15:3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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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베트남서 '전력·탄소배출권 확보'

SK에코플랜트가 베트남 태양광 사업을 통해 친환경 전력 생산과 탄소배출권 확보 등 두 토끼 잡기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베트남에서 현지 지붕태양광(Roof Top Solar) 전문 기업 나미솔라(Nami Solar)와 손잡고 4년간 총 2억달러를 투자해 250㎿ 규모의 지붕태양광 사업을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붕태양광은 건물 지붕에 패널을 설치하는 분산형 발전방식이다. 양사는 앞서 지난해 8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새턴솔라에너지(Saturn Solar Energy)'를 설립한 바 있다. 지분율은 SK에코플랜트가 49%, 나미솔라가 51%다. 이번 사업은 양사의 공동 투자로 진행하며, SK에코플랜트는 탄소배출권 등록·발급·전환·판매 등을, 나미솔라는 사업개발, 인허가, 직접전력구매계약(DPPA), EPC(설계·조달·시공) 운영 등을 담당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해 4월 민간 건설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프로그램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등록해 국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프로그램 CDM 사업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 사업 실적 만큼 유엔(UN)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게 되며, 이를 통해 기업 자체 배출량의 상쇄 또는 다른 기업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번 사업은 베트남 남부 및 중부 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 4곳과 연계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산업단지 내 대형 공장 및 창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친환경 전력을 생산하며, 생산된 전력은 주로 산업단지에서 자체 소비되고, 일부는 베트남전력공사(EVN)에 판매할 예정이다. 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을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은 국내로 들여와 탄소배출권 의무할당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다. 정규철 SK에코플랜트 리뉴어블(Renewable)사업 담당임원은 "이번 사업은 양국 정부의 탄소 감축이라는 동일한 공감대가 형성돼 시작됐다"며 "양사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해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한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2-01-25 10:17: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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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안전 소통 창구 '안전소통센터' 확대

롯데건설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소통센터'를 확대 운영한다. '안전소통센터'는 사업장 주변의 위험요인 등 안전·보건에 관련된 사항을 제안받아 신속하게 개선하고 조치하기 위한 소통 창구다. 이 채널은 롯데건설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파트너사, 근로자 등 모든 종사자가 참여 가능하다. 제안 방법은 현장 속 위험요소 또는 안전 개선사항 발견 시 사진촬영 후 롯데건설 공식 홈페이지에 새롭게 신설된 '안전소통센터' 접속을 통해 제안할 수 있다. 또한, QR코드를 통한 홈페이지 접속, 유선전화를 통해 접수할 수도 있다. 제안된 내용의 결과는 7일 이내 확인 가능하다. 제안 내용은 익명으로 접수 가능하며, 내부 검토 후 시행 가능 여부를 확인해 전 사업장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 개선에 기여한 제안은 내부 심사를 거쳐 포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직속 안전 조직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해 3개팀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본부장 직속으로 안전팀을 별도 신설하는 등 안전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5일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통채널을 확대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2-01-25 10:07:0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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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5억 기부

포스코건설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일 윤덕일 경영기획본부장과 박철호 기업시민사무국장이 방문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상범 회장에게 성금을 전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전달한 기부금은 미래세대들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지역사회 배려계층의 생활환경개선에 도움을 주며 해양환경보전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전사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적극 전개해 낙후된 도시 인프라 재생과 배려계층 주거환경개선, 탄소 중립 및 지역사회 문제해결 지원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연안 정화활동 및 탄소흡수 염생식물 식재 등 블루카본 활동을 해양경찰청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임직원들로 구성된 30여개 재능봉사단은 인천지역과 전국 현장 인근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드론, 요리, 생활체육 등 재능기부를 통해 미래세대들이 잠재력을 찾아 꿈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고, 배려계층을 위해서는 불연성 소재 도배, 장판 교체, 문턱 제거 등 건설업의 전문성을 살린 주거환경개선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0년 인천 송도로 사옥을 옮긴 포스코건설은 지난해까지 12년간 40억3400만원의 성금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2022-01-24 15:33:47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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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업계 첫 'H-안전지갑제도' 시행…인센티브

현대건설이 업계 최초로 근로자에게 무재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인 안전 관리를 독려하는 'H-안전지갑제도'를 시행한다. 'H-안전지갑제도'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안전수칙 준수 ▲법정 안전교육 이수 ▲안전 신고 및 제안을 할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각 달성 항목에 대한 안전 포인트를 지급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이번 제도는 지난 2021년부터 운영방안을 확정해 플랫폼을 개발하고 올 1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1분기 내 전 현장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현장 근로자가 당일 출근해서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하면, 본인 무재해 근무일수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근로자는 현대건설에서 제공하는 H-안전지갑 플랫폼에 가입한 후, QR체크인 등 현장근무 확인을 통해 일별 최소 100포인트에서 최대 1600포인트를 지급받게 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1대 1 비율로 네이버 페이 포인트 전환이 가능하며, 네이버 쇼핑 및 네이버 페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 페이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다. 단, 작업 중 사고 발생 및 불안전한 행동 표출 시에는 기존 가중치 포인트는 초기화된다. 현대건설 현장에 신규 채용된 근로자들은 신규 및 정기적 안전 교육 이수하면 안전 교육 이수 인증을 통해 5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해당 근로자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법정 신규 채용자 교육 혹은 정기 안전교육을 이수받게 되는 경우 안전 교육장에 설치된 단말기 QR 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며, 앱을 통해 자신의 누적 포인트 및 신규 포인트 현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H-안전지갑 제도 시행을 통해 현장 근로자의 안전 의식 내재화와 안전 관리 솔선수범을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 강화로 안전하고 행복한 현장 근무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01-24 15:24:4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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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캘린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등 9곳 8002가구 청약

1월 넷째주에는 설 연휴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한산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모델하우스는 한 곳만 문을 열 예정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견본주택 오픈을 준비했던 건설사가 일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23일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월 넷째 주에는 전국 9곳에서 총 8002가구(공공지원 민간임대 포함, 행복주택 제외)가 청약 접수를 받는다. 이번주에는 전체 일반물량(8002가구) 중 절반 이상인 4227가구(52.8%)가 수도권에서 분양된다. 그 중에서도 서울 강북구에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경기 안양시에 '안양 어반포레 자연앤 e편한세상' 등 4011가구가 대단지로 공급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예상된다. 지방 주요 단지로는 충남 천안시에서 '호반써밋 포레센트',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 등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번주 당첨자 발표는 9곳, 계약은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 등 18곳에서 진행된다. GS건설은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791-364 일대에 공급하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를 받는다. 오는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 218-33 일원에 들어서는 '호반써밋 포레센트'도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 나선다. 한화건설은 오는 28일 충북 청주시 모충동 산 62-10 일원에 공급하는 '한화 포레나 청주매봉'의 모델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2022-01-23 10:36:4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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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2>프란츠 카프카의 '소송'(1925)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2>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1925) "개같이" 빛난 서른 살 남자의 죽음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소송'에서 주인공 요제프 K는 서른 살 생일 아침에 아무런 잘못 없이 체포당했다가 서른한 살 생일 전날 밤에 가슴에 칼이 찔려서 죽는다. 죽으면서 남긴 말은 "개같이"이다. 이 소설은 365일을 다룬다. 그 1년 동안 요제프 K라는 사람이 죄 없이 체포돼서 가슴에 칼이 박히고 그 칼이 두 번 비틀려 죽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작품 속 인물과 마찬가지로 경계인이었던 카프카 원제는 독일어로 'Der Prozess'이고, 영어 제목은 'The Trial'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판'이라는 제목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소송'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하는데, 많이 쓰는 '심판'은 좀 부적절한 제목이다. '심판'은 일본식 번역 오용의 답습 사례로 많이 거론된다. 원어 자체가 'Prozess'인 데다, 특정 시점을 잘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365일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원제가 의미를 훨씬 더 잘 드러낸다. '성' '변신'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카프카적인 독특한 소설기법을 목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걸 불편하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몽환과 냉정한 리얼리즘의 혼합이라고 하며 열광한다. 카프카적 서술에는 비(非)사실과 사실이 같이 등장하는데, 비사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사실을 더 뚜렷하게 보여주는 서술 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 소설은 미완성 소설로 알려졌지만, 읽어보면 이게 왜 미완성 소설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완성돼 있다. 카프카는 비사실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사실에 있는 비사실적인 요소들을 발라내고 사실의 정수만을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그렇게 완성된 미완성을 보여준다.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대체로 작가를 함께 읽는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특히 서구에서는 부친과의 관계가 작가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카프카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라는 절대 권위 앞에서 미약하고 흔들리는 아들로서 카프카는 끊임없이 주변인을 전전하였고 분열과 괴리, 양분(兩分)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카프카가 낮에는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일하다가 밤에는 작가의 일을 했고, 프라하에 사는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근본적 분열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프카는 '아슈케나즈 유대인'(아슈케나짐)으로 분류된다. '아슈케나즈'가 히브리어로 독일을 의미하니, '아슈케나즈 유대인'은 문자 그대로 독일(계) 유대인이다. 스페인 지역을 빼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거주한 유대인 전체를 일컫기도 한다. 카프카가 '어머니'라고 말한 '보헤미아의 고색창연한 수도' 프라하와 프라하를 안은 보헤미아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속령이었다. 평생 거의 프라하에서 살았지만 따라서 카프카의 국적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된다. 그를 둘러싼 언어와 민족이 복잡다단했고, 그는 독일어로 소설을 남긴 유대인이었다. 카프카가 나치가 득세하기 전에 유명을 달리해 알지 못했지만, 그의 여동생들이 나중에 나치의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까지 함께 떠올리면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우리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으로 살아간 것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의 생애의 중요한 시기는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의 직접적 영향 아래 있었다. 반유대주의, 게르만주의, 슬라브주의 같은 반문명적 괴물이 유럽을 활보하였고, 누구나 그걸 의식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유대인이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카프카는 결국 자신의 민족을 핍박하고 학살하게 되는 게르만주의의 언어로써 문학 작품을 남긴 사람인데, 그렇다고 그를 '게르만'적 사유의 인물이었다고 말할 수는 당연히 불가하고, 게르만주의의 대립항에 해당하는 시오니즘을 받아들인 사람 또한 아니었다. 세계사적 혼란과 분열의 상황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지만 예민하게 시대를 지각하며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살다가 40살을 갓 넘겨 죽었다. 합스부르크 왕가 지배의 체코에서 독일어를 구사하는 유대인으로 살았고, 아버지의 억압에 억눌리고 총괄적 분열 속에서 삶을 버텨낸 예민한 작가 카프카의 자양은 모든 것에서 주변인이자 경계인이었다는 숙명이 아니었을까. ◆실존주의 소설인 듯 아닌듯 카프카는 자신의 소설에서 실존을 그리는 데 역점을 두었을까. 장 폴 사르트르를 비롯하여 후대 실존주의 작가들이 실존주의의 문학적 형상화와 연관지어 카프카에 많이 열광했다. 사실 카프카의 소설에는 인간 실존 또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과 고뇌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기는 하다. 카프카의 소설을 실존주의 소설이라고 분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소설에 그런 성향이 강하게 배인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리스 비극과 관련지어서 생각해보자면, 고전 비극의 구조와 요제프 K가 자리한 '소송'의 구조는 닮았다. 이 소설에서 제일 유명한 문장이자 첫 문장은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 때문에"이고, 그렇게 요제프 K가 체포당한다. '체포당하는 것'과 '내 잘못 없이'가 결합한다. 무고한 희생이다. 얼핏 카프카의 실존주의와 그리스 고전 비극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엔 곧 차이점이 발견된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주인공인 영웅이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런데 실존주의에서는 비록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그리스 비극과 '소송'의 차이다. 희생은 동일하다. 그리스 비극에선 어떤 인물의 희생이냐가 중요한 반면 카프카 소설에서는 인물의 어떤 상황에서의 희생이냐가 핵심이다. 무결한 영웅적 인물의 장엄한 불행과 불가해한 상황 속에 던져진 어떤 인물의 무력한 분투가 대비된다. 체포당한다는 것은 판결을 받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심판'이 부적절한 제목일 텐데, 체포당한다는 것은 폭력에 포획당하지만, 향후 상황 전개는 불확정적이다. 그리스 비극 영웅들의 결말은 다르다. 결말이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실존주의에서는 인간을 '던져진 존재'(der Geworfene)로 규정한다. (수동태를 쓴) '던져진 존재'를 인간 존재의 본질로 파악한 실존주의자들은 '소송'의 첫 문장을 읽고 아마 손뼉을 쳤을 수 있겠다. 본인이 하지 않은 잘못 때문에 요제프 K가 체포된 것을 실존주의 전형으로 봤을 법하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에게 운명은 신탁을 통해 미리 확정돼 있고 어느 순간 자신도 그 신탁을 알게 되지만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포돼 법정을 들락거리거나, 성을 기웃거리거나, 벌레가 돼서 집안에서 빈둥거릴지라도 결말은 주인공에게 미확정이다.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올바른지 모른다. 그는 모르는 가운데 선택을 한다. 보기에 따라 이렇게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영웅적이다. 그리스 비극의 영웅은 타고난 숭고함과 우월함 때문에 영웅이고, 다시 말해 이미 영웅이란 숙명이 주어져 있지만,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은 주어짐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비자발적이긴 하지만) 선택하고 결행함으로 모종의 영웅이 된다. 이러한 주장은 실존주의에 기반한 영웅의 발굴이다. ◆불멸의 카프카, 불멸의 요제프 K 영웅 요제프 K에게 무죄로 판결받을 가능성은 그러나 전무하다. 이 소설이 비극의 결말을 피하려면 무죄를 받는 방법이 있고 그것이 어렵다면 판결을 끝없이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다. 미완성작으로 간주된 이 소설은 이 두 가지를 거부하고 가슴에 칼이 꽂혀서 칼이 두 번 돌려져 죽으면서, "개같이"라는 말을 남기는 결말을 택한다. "개같이"라는 이 말이 죽음에 관해서 얘기한 건지 인생에 관해서 얘기한 건지, 어느 쪽인지 둘 다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요제프 K는 자신의 죽음에 즈음하여 수치(羞恥)를 인식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진 이같은 인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주체적인 절박한 판단이며 따라서 최종적으로 결행한 주체의 선택이자 행동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 수치를 자각하는 이 사람은 그러한 인식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행동으로 비로소 상승한다. 이때 이것을 영웅적인 행위라고 불러도 무방하며, 평생 남루한 인생은 이 단말마의 짧디짧은 시간에 "개같이" 빛나게 된다. 이 사람은 카프카의 영웅이며, 또는 실존주의의 영웅이다. 그리하여 카프카 자신도 실존주의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된다. 비록 그 빛남은 "개같이" 짧았지만, 작품 속 주인공 요제프 K와 작가 카프카는 불멸한다. 게오르크 루카치 같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은 카프카가 가진 비활동성, 우유부단함, 경계에 서 있음, 그리고 그의 진공과 탈역사성을 불편해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탈시대적이고 진공에 부유하면서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카프카의 인물들이 그들에게 불편할밖에. 그래도 그 빛남은 그들도 어쩌지 못했다.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 소장)

2022-01-20 08:31:42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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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산 회장, 사퇴…"전국 현장 안전진단"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사퇴했다. 1999년 현산 회장직에 오른 이후 23년 만이다. 그룹 회장직과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정 회장은 사고 아파트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작년 6월9일 광주 학동참사 등 )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우선 지난해 6월9일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잇단 사고로 회사 신뢰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수습과 관련해 "광주시, 정부기관과 힘을 합쳐 사고 현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구조작업 중인데 앞으로도 신속하게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HDC현산 회장직 사퇴의 뜻을 밝히며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외부 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지구 아파트는 안전에 대한 염려가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외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과 품질 상태를 충분히 확인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HDC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다시 한 번 광주 사태 피해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2022-01-17 13:54:3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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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이해욱 회장의 매직…글로벌 M&A 새 역사

DL그룹 이해욱 회장이 한국기업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역사를 새로 썼다. DL그룹 계열사인 DL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차입매수(이하 LBO·Leverage Buyout) 방식으로 인수한다. DL케미칼은 크레이튼(Kraton) 사의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 5000만달러(약 1조 1200억원)를 확보한 데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인수 발표 후 2개월 만에 자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3조원의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는데 성공한 것. 이번 인수작업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LBO를 활용한 이해욱 회장의 M&A전략이다. 국내 회사가 미국 상장회사 인수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다. 또, 글로벌 자금과 국내 금융시장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초단기에 금융조달을 마무리한 새 방식은 향후 국내기업의 M&A 지도를 미국 등 해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란 평가다. LBO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국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확보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춰 양사의 재무건전성균형을 유지하는 선진 금융기법을 글로벌 M&A시장에서 선보였다. M&A업계 관계자는 13일 "이해욱 회장이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 상장사 LBO 성공이란 쾌거를 출범 첫해에 이뤄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M&A 역량을 증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편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의 생산공장과 5개의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2-01-13 10:11:0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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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1>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1977)

디지털 시대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문학은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문이다. 사람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와 사상, 문화 등을 연구하는 인문학. 인간의 가치와 제반 문제를 되돌아 본다는 측면에서 소중하다.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은 인문학자이자 영화평론가인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글을 연재한다.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라는 제목이다. 부제는 '100권의 고전, 100개의 세계'다. <편집자주>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00권의 고전, 100개의 세계' <1>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1977) -폐지를 35년 압축한 남자는 어떻게 승천했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몽상가의 긴 명상'이라고 소개되는데, 좋은 소개인 것 같다. 작가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 관련하여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짧은 책이고, 주인공인 한탸라는 폐지 압축공이 평생을 그 일을 하다가 인생을 마무리하며 스스로 폐지 압축기에 들어가서 자신마저 압축되는 과정을 그렸다. 한탸는 이 일에 35년을 종사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작가가 60대 초반 나이에 출간했다. 1977년 체코 프라하에서 지하 출판으로 유통되었다가 1980년 독일에서 출판되었고, 정작 체코에서는 12년이 지난 1989년에야 공식 출판될 수 있었다. 흐라발에게는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잘 어울린다. 그의 삶과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슬픔이 편재(遍在)하지만 너무 흥건하지 않게 바닥을 적신다. 흐라발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려다가 5층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돼 있지만,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려다가 자살했다고 할 수는 없을까. 흐라발은 체코의 공산 체제에서, 브레히트의 소설 '예라고 말하는 사람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Der Jasager und der Neinsager)'의 주인공처럼 적극적인 저항이 아니라 수동적인 저항을 택했다. '아니야'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압제하는 폭력이 스스로 쓰러질 때까지 폭력보다 오래 살아남는 쪽을 선택한다.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라는 1장의 문장에서 이 돈키호테 캐릭터가 외형상 '예라고 말하는 사람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과 대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맥락을 같이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암울한 시대에서 흐라발은 조국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사 공산주의의 폭력과 관료 체제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조용한 돈키호테 처럼 버텼다. 소설의 주인공 한탸처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진실과 자기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겪는 돈키호테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간주되기 쉽지만, 전지적 시점에서 그려낸 텍스트를 본 독자에게만 그럴 뿐, 돈키호테 자신의 1인칭 시점에서 보면 그는 그 괴리 속에서 항상 힘들어하고 슬퍼하고 고통받는 인물이다. 그 사람은 투쟁해야 하는데, 풍차가 괴물이 되기도 하는 기이한 세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그 이미지가 변형된다. 돈키호테는 돈키호테이되, 그를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여 등장시킨다. 바로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는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라는 문장에 궁극적 실체를 드러낸다. 마지막에 압축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압축돼 승천하면서 도달하는 경지를 지목한 문장이다. 영원과 무한을 보고, 이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예수와 노자를 염두에 뒀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예수가 얘기한 게 영원이라면 노자가 얘기한 것이 무한인데, 이 책의 두 축에 해당한다. 압축기에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노자의 업에 해당한다면, 35년 동안 폐지를 압축하는 일 자체는 예수 같다. 작가 흐라발이 하층민의 삶을 전전했고 하층민의 삶을 그려내는 데 열의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 한탸가 쓰레기 더미에서 스스로 다양한 교양을 가져왔다는 점이 하층민과 함께 구원을 얘기한 예수를 닮았다. 노자는 대중의 구원 사업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므로 폐지를 압축하는 일에 가장 어울리는 학위가 필요하다면 아마 신학일 것이라는 표현이 저절로 도출된다. 신학은 당연히 예수와 관련된다. 신학과 폐지를 줍는 35년, 나중에 압축의 형태로 맞는 죽음, 그리고 예수와 노자가 나온다. 예수는 미래로의 전진과 연관되고 노자는 근원으로의 후퇴를 뜻한다. 미래로의 전진은 나선이 되고, 근원으로의 후퇴는 원이 되는데, 마지막에 두 가지가 융합하며 자신이 승천하는 구조를 이룬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라고 말한 작가가 60세가 넘어서 많은 교양과 지식을 쌓고 스스로 현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쓴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소환되는 건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예수의 십자가형과 함께 인류사의 가장 유명한 죽음으로 기록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하여,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 소크라테스에게 다른 선택지가 가능했지만, 스스로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서 그런 죽음을 맞았다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흐라발도 마찬가지로, 젊고 패기 넘치는 감성과 재능으로 소설을 쓰는 단계가 아니라 많은 것이 완성된 단계에서 소설을 쓴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적인 성숙 단계를 소크라테스에 빗대 설명했을 수 있다. 슬프고 잔잔하지만 보기에 따라 교만한 소설이기도 하다. 사회주의권이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는데, 종교에 대한 신성시가 덜하고, 예수와 노자를 동일하게 비교하면서 예수와 노자를 아울러서 자신이 소크라테스가 된다고 한다. 중요한 비유로써 형상화한 압축기. 35년 동안 구동한 그 압축기 속에 한탸 자신이 들어가 압축됨으로써, 압축해온 그 속에 자신이 다시 압축되어 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성취에 도달하는 것을 독자는 볼 수 있다. 이 모습은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이자, 소크라테스적인 죽음이며 승천이기도 하다. 예수와 노자를 아우르는 현자의 궁극의 삶이다. 많은 소설에서 소녀나 여신을 구원의 매개체로 생각하듯, 여기서도 일론카라는 집시 여인을 구원의 매개자로 설정한다. 처음에 '진공 상의 소통'을 통해 일론카와 주인공 한탸가 맺어지고, 일론카가 어느 날 국가의 폭력에 의해서 아우슈비츠의 소각로에서 불타버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 나중에 한탸가 압축기에 들어가 승천하는 순간 일론카와 재회한다. '일론카'라는 이름은 끝에 가서야 한탸가 알게 된다. 일론카가 신비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보내주고 하나의 이름은 하나의 실체로 받아들여진다. 이름을 알면서 한탸와 일론카는 다시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됨으로써 지적인 방황 속에서 현자가 되고, 구원의 도달과 함께 구원의 명확한 형태를 얻게 된다. 소설에서는 두 개의 고독이 발견된다. 첫 번째는 1장에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라고 명기된 '러브스토리'이고, 두 번째는 일론카다. '러브스토리'를 일론카와 연결 짓는 건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동시에 중의적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 사랑과, 구원이라고도 하는 삶을 사랑하는 최종적인 사랑 앞에서 한탸는 고독하다. 구원이라는 것이 예수와 노자를 섭렵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 마침내 구원은 현실의 생생한 장(場)에서 구체적인 사랑과 구체적인 인간을 통해서 대면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통해서 구원을 대면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만차라는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지긴 하지만, 어찌 됐든 구원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이는 일론카다. 35년 동안 폐지를 처리하는 일을 했고, 폐지를 처리하는 중년의 러브스토리는 일론카를 통해서 완성된다. 그럼으로써 '나'는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말했을까. 만차 이야기는 일론카의 구원과 다른 의미를 드러낸다. 구원이 아니라, 삶에 대한 통달과 지혜를 흥미롭게 시전한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적인 욕망과는 다르다. 만차의 러브스토리가 탐욕스러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일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견뎌야 할 치욕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족쇄나 짐 그리고 불명예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 삶 속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미래로의 후퇴이든 근원으로의 전진이든, 미래로의 전진이든 근원으로의 후퇴이든, 그것들이 뒤죽박죽된 상황에서, 상승을 향한 염원과 성취 또는 일종의 득도나 득음의 과정을 통해서, 또 자기를 기꺼이 내어놓고 자기를 풀어버리는 과정을 통해서 지식을 통하지 않는 경로로 현인이 되는 길이 있다. 그 경로에 a에서 z가 있다면, 만차는 z에 해당할 것이고, 그러므로 만차도 승천한다. 만차는 치욕을 떨구고 날개를 펄럭여서 하늘로 올라가고, 한탸는 자신이 35년 동안 형성한 압축기 속에서 자신이 압축됨으로써 모종의 하강을 통해 승천한다. 두 사람이 승천해서 만날 것 같지만, 만나지는 않는다. 두 러브스토리는 쪼개져 있다. 구원과 관련된 러브스토리는, 비천하고 본능적인 집시여인이지만, 영원과 소통할 줄 알며 세속적이지 않은 일론카를 통해 한탸가 추구한 지의 영역을 보완하는 영적인 힘과 결부함으로써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고 설정한다. 그렇게 두 러브스토리는 하나가 된다. 만차와 일론카를 통해서 현인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보여준 이 소설이 2000년이 지난 후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동급의 작품으로 인정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 소장)

2022-01-13 09:21:2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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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대통령과 부동산 정책

#.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내놓은 아파트 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과 광역시를 뺀 지방 8개 도의 매매수급지수가 99.9를 기록하며 100 이하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주 수급지수가 92.8까지 내려와 92.6을 찍었던 2019년 9월 9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까지로 지수화한 것.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우위를 뜻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주까지 8주째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공급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 호가를 올리던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집을 살 시기를 늦추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집값 상승 불길이 잡힌 것은 지난해 8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다. 최초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연임한 그는 5년 이상 거시경제를 경험했다. 고 장관은 가계부채가 너무 늘었다는 화두를 꺼냈다. 그리고 비중이 컸던 은행의 가계대출을 조였다. 그 이후 전국으로 번지던 집값 상승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 집을 사려던 수요가 꺾인 것.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위주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했다. 다행인 것은 세번째 금융위원장이 등판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것이다. #. 최근 부동산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돌아선 또다른 이유는 오는 3월 대선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시장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토지배당금제)'를 부동산 공약으로 제시했다. 모든 토지 보유자로부터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겠다는 것. 분양가상한제, 분양 원가 공개, 후분양제 실시도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이다.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세금 완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재산세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50% 일시적 감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이 핵심이다. 두 후보 모두 공급확대 의지는 같다. 250만가구를 새로 공급하겠다는 것. 이 후보는 250만가구 가운데 100만가구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원가주택 30만가구, 역세권 첫 집 20만가구 공급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공급확대 속 규제, 윤 후보는 공급확대 속 완화로 읽힌다. #. 역대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어땠을까. 노태우 정권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해 200만가구 공급으로 시장 안정을 꾀했다. 분양가 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증여세 강화 등 규제정책이 시작되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 때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준농림지역' 개발 제한 완화 외에는 눈에 띄는 대책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이 극과 극이었다. 국민의정부는 '무조건 완화'였다.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분양가도 자율화했다. 내집마련을 장려한 셈이다. 그러자 참여정부 때 집값이 급등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LTV·DTI 적용 확대, 종합부동산세 도입, 분양가상한제, 조정지역 확대 등 '무조건 규제'를 외쳤다. 당시 정부는 일주일에 한 번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만큼 급박했다. 이명박정부는 DTI 규제 은행 자율화, 강남 3구 외 투기지역 해제 등 완화정책이었다. 박근혜정부도 '돈을 빌려 집을 사라'는 듯 완화정책을 내놨다. DTI 60%, LTV를 70%까지 상향하고 건축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10년 가까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문재인정부 때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차기 대통령 후보 가운데 누구의 정책이 집값 안정을 가져올 지 궁금해진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1-13 06:00:1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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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 대표 "깊이 사죄…피해 회복 노력"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이사가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광주 화정동 사고현장 소방청 사고대책본부 인근에서 유병규 대표이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유 대표이사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희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급선무다. 소방본부, 국토교통부, 광주광역시 및 서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발생 즉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들과 구조 안전 전문가 등 50여 명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유 대표이사는 "현재 유관기관의 협의 하에 실종자 수색, 구조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 확보 대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확보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의 조사와 국토교통부 등의 사고원인 규명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다시 한 번 이번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전사의 역량을 다해 사고수습과 피해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2-01-12 13:58:2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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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 브랜드 통합…프리미엄 가치 담아

DL케미칼이 자사 제품 라인업을 D브랜드로 통합하고 프리미엄 가치를 시장에 선보인다. DL케미칼은 지난해 출시한 차세대 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신제품 브랜드 '디 파인(D.FINE 좋은, 정제된이란 의미)'에 이어 자사 폴리에틸렌, 폴리부텐, EPO(합성오일)제품의 브랜드명을 각각 디엑스폴리(D.XPOLY), 디폴리부텐(D.POLYBUTENE), 디시놀(D.SYNOL)로 확정하고 정식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D.XPOLY는 DL케미칼이 1989년부터 생산해온 HDPE 및 LLDPE 폴리에틸렌 제품들의 브랜드명으로 '탁월함(excellence)과 극한의 성능(extreme performance)을 제공하는 폴리에틸렌'이란 뜻으로 지어졌다. DL케미칼 폴리부텐의 새로운 브랜드명인 D.POLYBUTENE은 PB 생산능력(오픈마켓 기준) 세계 1위의 자부심을 이름에 그대로 담았다. D.POLYBUTENE은 1995년, 2015년 2회에 걸쳐 장영실상을 받았으며 2010년도에는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에, 그리고 2015년도에는 '광복 70주년 기념 대한민국 과학기술 70선'에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D.SYNOL은 DL케미칼의 고품질 윤활유 첨가제 브랜드로 우수한 점도 조절 기능과 탁월한 산화안정성을 제공하는 고급 첨가제로서 자동차 및 산업용 기어오일과 유압유용으로 주요 사용되며 엔진오일용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D브랜드는 제품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려는 DL케미칼의 의지를 표현한다"며 "DL케미칼은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사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2022-01-11 09:22:49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