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글로벌화가 불러온 '보험규제 현대화'
'자연재해 증가·도시화' 피해규모 확대…보험 피해구제 미미 아시아 감독당국, 자국 보험사 재무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아시아 보험시장이 경제발전과 글로벌화 등 여러 가지 환경 변화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보험규제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28일 보험연구원은 '아시아 보험환경 변화와 보험감독당국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아시아 보험시장에 인터넷, 모바일 등 기술도입이 빨라지고 있다"며 "다양한 혜택과 함께 사이버공격에 대한 취약성과 운영리스크가 커져 보안기술 개발비용까지 증대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자연재해의 발생이 빈번하고, 인구팽창과 도시화에 따른 피해규모 또한 늘고 있다. 다만 피해구제를 위한 보험은 미비한 실정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아시아의 지난 2000년에서 2009년까지 재해로 인한 손실은 글로벌 총액의 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1년엔 재해리스크가 81%를 차지할 정도로 손실은 크게 증가했으나 지난 30년간 전 세계 재해보험금 중 아시아의 보험금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재무건전성 규제의 현대화 보험감독당국은 보험시장의 글로벌화에 맞춰 국제적 자본요건, 기업지배구조, 소비자보호와 같은 글로벌 표준 등 보험규제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선 국제보험감독자협회(IAIS)는 지난 2011년 보험핵심원칙(ICPS)을 개정하고 다각화된 대형 보험그룹(IAIGs) 감독체계 구축에 나섰다. 아시아 감독당국도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규제체계를 개편하고 위험기준자본(RBC)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적 RBC제도는 기존의 단순 재무상태 측정을 넘어 사이버보안, 운영·재해 리스크 등 새롭게 부각되는 리스크를 측정하도록 개선되고 있다. 홍콩은 지난해 RBC제도 로드맵을 발간했고, 인도는 이에 앞선 2013년 RBC제도 도입에 관한 공개초안을 발간하고 제도도입을 주도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올해부터 리스크중심 지급여력 체제(C-ROSS)로 알려진 '2세대 지급여력 규제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보험회사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김진억 수석담당역은 "싱가포르는 2004년 선도적으로 RBC제도를 도입,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보험회사들은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현대적 RBC제도가 추구하는 보안·운영·재해 리스크는 비록 계량화가 쉽지는 않으나 리스크 조기발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 리스크관리 능력 배양 보험감독당국은 자국 보험사의 기업지배구조와 리스크관리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효과적인 감독능력 배양에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국은 생명보험사에 대한 ERM 요건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ERM은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제도(ORSA)를 포함하는 전사적 위험관리 제도를 말한다. 일본은 올해 내 ORSA 도입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도 올해 ORSA를 시험 운영하기로 했다. ORSA를 호주는 2013년, 미국은 2015년 도입했고 유럽에선 다음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는 회원국들 사이에 보험감독실무와 표준에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각국 감독당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보험 훈련 및 연구협회, 재무안정성협회, 아시아개발은행 등 관련기구와 공조해 실무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김 수석담당역은 "아시아 각국이 자국 보험시장의 리스크속성을 반영해 건전성감독체계를 개발하고 자국 보험회사의 리스크관리 수준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를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 RBC모델개발 과정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