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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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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硏 "서울 중심지 체계, '다핵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 필요"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제시한 중심지 체계를 도시 활력과 기능적 다양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발간된 정책리포트 412호에서 "서울의 중심지 체계를 진단한 결과 기능과 규모가 편중됐으며, 계획과 현황의 미스매치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래 서울의 중심지 체계는 도시 활력과 다양성을 높이는 '다핵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1990년 이후 법정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 공간의 목표와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의해 '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 체계를 유지 중이다. '도심'은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견인하는 공간으로 서울도심과 여의도·영등포, 강남으로 구성됐다. '광역중심'은 광역 경제권의 일자리 거점이자 다기능 복합중심이며, '지역중심'은 권역 생활권의 자족 기능 근거지로 고차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고서는 특정 도심에 기능이 편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서울도심과 강남은 다른 중심지에 비해 건축물 규모, 업무 기능, 생활인구 등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여의도·영등포는 그 절반 수준이었다. 건축물 연면적의 경우 강남은 3604만㎡, 서울도심은 3130만㎡로, 여의도·영등포(1537만㎡)의 2배가 넘었다. 주간 생활인구는 강남이 76만명, 서울도심이 66만명인 데 비해 여의도·영등포는 22만명에 그쳤다. 연구진은 "3도심 간 규모의 차이로 인해 서울도심과 강남 위주로 기능과 활동이 집중됐다"면서 "장기간 육성 노력에도 일부 중심지에서는 계획과 현황의 미스매치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도심과 강남의 '2강(强)' 양상과 광역중심 중 일부 중심지에 일자리 기능이 편중된 게 문제점으로 꼽혔다. 당초 시는 중심지 체계를 통해 3개 도심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려 했으나 여의도·영등포의 중심성은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규모의 차이와 사업 지연으로 3도심 간 기능 분담에 차이가 발생했다. 또 보고서는 "광역중심은 가산·대림, 잠실, 마곡, 용산 위주로 일자리 기능이 집적됐다"며 "창동·상계, 청량리·왕십리 등은 광역중심으로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지만,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계획 내용의 잦은 변경으로 목표 실현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도시활동 거점으로서 중심지 개념과 역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서울의 중심지 체계는 고용 집적지를 중심으로 지정, 신규 일자리 거점을 육성하는 방식이었으나 앞으로는 일자리 및 쇼핑·여가·문화 등 도시 활동 전반이 집적된 '활동 중심지'로 개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기능과 역할을 분담하는 다핵 네트워크 구조의 중심지 체계로 전환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도심과 그 외 하위 중심지로 구분하는 위계는 유지하되, 권역별 중심지 간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며 "3도심에는 서울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광역중심 이하 중심지는 기능 고도화를 전제로 특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25-01-12 14:04:5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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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밸런타인데이에 미혼 남녀 만남 행사 '설렘, 아트나잇' 개최

서울시는 한화손해보험과 밸런타인데이인 오는 2월 14일 저녁 7시 미혼 남녀 만남 행사인 '설렘, 아트나잇'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아트'를 주요 콘셉트로, 한화손해보험 한남 사옥에서 열린다. 공간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아트 취향 기반 그룹핑, 눈 맞춤 콘셉트의 참여형 퍼포먼스, 디너, 일대일 대화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만남의 매개체로 명화를 자연스럽게 활용해 참가자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도 마련했다"면서 "전문 도슨트의 생동감 있는 해설을 통해 예술 분야에 친숙하지 않은 참가자들도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하며 대화의 장을 열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시는 '연애' 관련 키워드를 활용한 게임과 그룹별 대화, 커플 레크리에이션으로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참가자들은 행사 종료 전 마음에 드는 이성의 이름을 1~3순위까지 기재한 뒤 제출하면 된다. 최종 커플 성사 여부는 다음날 통지된다. 참여를 원하는 서울시 거주 25~45세 미혼 남녀(2000년생~1980년생)는 이달 13일 오전 9시부터 1월 31일 오후 6시까지 몽땅정보 만능키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시는 서류 심사 후 무작위 추첨을 거쳐 남녀 각 50명을 선정, 내달 7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행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설렘, 아트나잇' 운영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시는 분기별(연 4회)로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진행해 더 많은 시민에게 이벤트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2월 밸런타인데이를 시작으로 5월 가정의 달, 9월 청년의 날, 11월 빼빼로데이를 맞아 한화손해보험, 신한카드 등과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시는 전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예술을 즐기며 또래 이성과 교류할 수 있는 이번 '설렘, 아트나잇'에 많은 미혼 남녀의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5-01-12 13:07:0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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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공단, 설 연휴 성묘객 편의 제고...귀성길 안전 관리 총력

서울시설공단은 설 연휴 안전 관리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공단은 8만여명의 성묘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미리 시립묘지에 무료 순환버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순환버스는 이달 25~30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용미리 1묘지는 '옥미교'에서 '왕릉식 추모의 집'까지, 용미리 2묘지는 '용미1교차로 CU편의점'부터 '용미리 2묘지 주차장'까지 운행한다. 용미리 1묘지와 벽제리 묘지에는 간이 화장실과 교통 안내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한다. 공단은 설 연휴 동안 안전한 귀성·귀경길 지원을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 특별 관리에 나선다. 연휴 전 포트홀을 비롯한 도로포장 상태, 시선 유도봉 등 부속 시설물의 안전 점검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점검 대상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국회대로 ▲언주로 ▲내부순환로 ▲양재대로 ▲북부간선도로 ▲우면산로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로 등 총 12개 노선과 터널, 지하차도다. 비상 대비 상황실과 긴급 복구반을 운영해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공단은 덧붙였다. 연휴 시작 2주 전인 14일부터는 서울 도시고속도로 누리집에서 '명절 정체 예보'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5년간 설 연휴 기간의 교통 상황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울 자동차 전용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 정체를 시간대별로 예측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공단은 오는 25~30일 종묘, 수서역, 청계천, 한강진역 등 공영주차장 56개소를 무료로 개방해 시민 편의를 제고할 예정이다. 수도권 내 장사시설로 사전 성묘를 희망하는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장애인버스를 지원하는 '설 명절 성묘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희망자는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2025-01-10 11:07:5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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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우이신설 도시철도 실시협약 체결...사업 정상화 마침표

서울 제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북한산 우이~신설동)'이 기존-신규 사업시행자 간 인계인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올 3월부터 새 사업자인 우이신설도시철도(주)가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이달 8일 서울시청에서 안정적인 우이신설선 운영을 위한 '우이신설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BTO-MCC) 실시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신규 사업자(우이신설도시철도(주))는 인계인수가 끝나는 시점부터 2047년까지 우이신설선 운영을 맡게 된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17년 9월 개통해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돼 온 우이신설선은 개통 초기부터 적자가 누적됐고, 서울시는 그동안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후 BTO-MCC로 사업 방식을 변경하고 새 사업시행자와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정상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실시협약의 주요 내용은 ▲BTO-MCC 방식에 따른 재정 지원 ▲총 민간투자비 2805억원 조달 및 관리 운영권 설정 ▲약 23년간 관리운영비 총액 연평균 201억원 설정 ▲부속 사업을 포함한 총 사업 시설 책임 운영 ▲주무관청의 관리·감독 권한 강화 ▲1년마다 성과 평가 후 관리운영비 조정 등이다. BTO-MCC(Minimum Cost Compensation·최소 비용 보전)는 주무관청이 총 민간투자비 원리금, 대체투자비를 지원하고 사업자의 실제 운영 수입으로 충당되지 않는 관리운영비 부족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서울 9호선·의정부경전철·용인경전철 등 대다수의 민자철도 재구조화에 적용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이번 실시협약 체결로 우이신설선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됐다"며 "시민이 우이신설선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시행자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01-09 16:07:3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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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여 비율 완화, 통합심의 대상 확대...서울시, 규제 철폐 3·4호 발표

서울시는 규제 철폐 3·4호로 '공공기여 비율 완화'와 '통합심의 대상 확대'를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5일 규제 철폐 1호 '용도비율 완화', 2호 '환경 영향 평가 면제 확대'를 발표한 데 이어 나흘 만에 즉시 개선이 가능한 규제 2건을 추가로 발굴한 것이라고 시는 강조했다. 규제 철폐안 3호는 도시 규제 지역에 대한 정비사업 공공기여 비율 추가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4호는 통합심의 대상에 소방 성능·재해 분야를 포함해 사업 인·허가 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규제 철폐 3호와 관련해 시는 고도·경관지구에 저촉되거나 문화재·학교 주변 지역, 구릉지에 해당돼 높이 제약을 받는 지역(도시 규제 지역)에 대한 의무 공공기여 비율을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도시 규제 지역 종상향에 따른 의무 공공기여 비율을 일률적인 10%로 설정하지 않고, 실제 추가 확보된 용적률에 비례해 적용키로 했다. 규제 철폐 4호 과제는 기존 통합심의 대상에 소방 성능 위주 설계 평가와 재해 영향 평가 심의를 포함하는 안이다. 통합심의 대상에 소방과 재해 분야가 포함되면 정비사업 추진 기간이 2개월 이상 단축될 것이라고 시는 부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 상황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발전할 수 없으며 시민이 불편을 느낀다면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주체가 돼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말했다.

2025-01-09 15:47:1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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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자본을 읽자 外

◆자본을 읽자 에티엔 발리바르 외 4명 지음/진태원·배세진·김은주·안준범 옮김/그린비 오늘날 노동의 문제가 더욱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진단에 동의한다면, 이를 가지고 마르크스가 씨름해 써낸 저작 '자본'을 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알튀세르가 지적하듯 '자본'을 그 자체로 읽는 것은 부족하다. 마르크스주의 철학 없이 '자본'을 본다면, 과거의 독자들처럼 교조화라는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다. 저자들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철학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자본' 또한 올바른 방식으로 독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자연 과학이 과학 철학의 도움을 통해 이해되듯, 마르크스의 '자본' 또한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통해 더욱 적합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1152쪽. 7만2000원. ◆쓰기의 미래 나오미 배런 지음/배동근 옮김/북트리거 2022년 12월, 오픈 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첨단 IT 기술은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 맞춤법 검사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도구가 돼 편리함을 제공한다. 명실상부 인류의 진보라고 할 만한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기능들이다. 우리는 이런 도구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 이득을 취하고, 금전적·시간적 재화를 더욱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빛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기만적일 정도로 편리한' 이 도구들을 계속 사용한다면, 인간 고유의 언어 능력은 어떻게 될까. 책은 기술 발전에 따른 언어와 글쓰기의 진화, 그리고 AI가 제시하는 복잡한 과제와 기회를 조명한다. 628쪽. 2만7800원. ◆새로고침 서양 미술사 세트 이진숙 지음/돌베개 저자는 예술가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흐름을 '시대와 인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한다. '새로고침'이라는 제목은 기존 서양미술사를 나름의 관점에서 새롭게 써본다는 뜻과, 미술사를 뒤흔든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예술가들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미학 속에서 드러낸 풍부한 인간의 모습이 곧 미술의 역사다. 미술사의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예술의 역사를 써 내려간 101인의 창조적인 예술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 시대적 과제, 창의적인 대응, 개인적인 삶의 궤적,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탐구한다. 1534쪽. 9만9000원.

2025-01-09 15:33:5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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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이창실 옮김/문학동네 인간은 시간의 힘에 짓눌려 소멸하지만, 고전은 세월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시간의 압력을 견뎌내며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설령 책이 불에 탄다 하더라도 고전은 불사조처럼 재 속에서 부활한다. 검은 잿더미는 거름이 돼 나무에 흡수되고, 이는 다시 고전의 뼈와 살이 될 재료로 쓰인다. 체코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보후밀 흐라발이 쓴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고전의 저력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폐지 압축공인 주인공 한탸는 소설의 제목처럼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속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의 동료는 말 없는 기계 한 대. 한탸는 압축기와 함께 매일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폐지와 씨름한다. 한탸가 압축기로 사형 선고를 내리는 종이 중에는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책들이 껴 있다. 겉으론 잔잔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그 누구보다도 시끄럽기에 그의 인생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폐지 압축공으로 일하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한탸는 자신의 업에 대한 죄의식을 갖게 된다. 그가 숭배하는 대상인 책('파우스트', '돈 카를로스', '히페리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파괴하는 일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한탸는 고기 싼 종이에 말라붙은 피를 빠는 파리처럼, 책에 얼굴을 파묻고 괴테, 실러, 횔덜린, 니체의 사상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인다. 그는 자신의 직업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책에 푹 빠져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여행하는 황홀한 경험을 낙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손에 책만 쥐여주면 행복해하는 단순한 인간, 한탸에게도 존재의 위기가 찾아온다. 그의 압축기 20대 분량의 일을 해내는 거대 기계가 등장한 것. 수압 압축기가 있는 작업장을 찾은 한탸는 기계를 보고 금세 겁에 질린다. 그는 저 거대한 압축기가 자신과 같은 늙은 압축공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작업장을 둘러보던 한탸는 노동자들이 손에 낀 장갑을 보고 모욕감을 느낀다. 그는 종이의 감촉을 더 잘 느끼고 두 손 가득 음미하기 위해 절대로 장갑을 끼지 않았는데, 이곳에선 그런 기쁨에, 폐지가 지닌 비길 데 없이 감각적인 매력에 아무도 마음을 두지 않았다. 책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찾겠다는 열망으로 그가 종이 더미에서 구해낸 장서들과 함께 한탸는 자신의 생이 끝장났음을 깨닫는다. 결국 그는 폐지가 가득한 압축통에 자신의 몸을 넣고 녹색 버튼을 누른다. 압축통 벽에 눌려 다리와 턱이 들러붙고, 책의 단면이 한탸의 늑골을 뚫고 들어온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이 감탄했던 탈무드의 구절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144쪽. 1만2000원.

2025-01-09 15:33:27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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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헌책방 외면하는 서울시

소싯적 세운 인생 목표는 '입신양명'이었다. 벼락 출세한 성공 신화로 이름을 떨치면 행복할 줄 알고 정한 것이었는데, 나이 들고 영 틀린 생각이란 걸 깨닫게 됐다. 저 혼자 잘났다고 떵떵거리며 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만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고등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 홀로 살아갈 수 없어서다. 고로 만약 당신이 온전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가 만족스럽고 충만한 삶을 만끽하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핏 보면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명제지만, 쉽게 성립시킬 방법이 하나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이 밥 먹고 똥 싸듯이 매일 책을 읽으면 된다. 독서를 습관화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힘이 길러져 갈등이 발생했을 때 숙의와 합의를 거쳐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21세기 현재, 법과 제도가 국민의 의사 협의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면서 민주주의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책과 사이가 소원해진 사람들이 다시 텍스트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작년 10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출판계에 전례 없는 문학 신드롬이 일어난 것이다. 한강 작가가 상을 받은 직후 일주일간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 뛰었고, 서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행에 밝은 MZ세대가 텍스트힙(text-hip)을 이끌며 문학계에 불기 시작한 훈풍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서울시가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에서의 헌책 판매를 중단하고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 시의 이 같은 결정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시가 위탁 판매 계약 서점이라고 부르는) 입점 서점의 의견을 묻지 않고 곧바로 내용 증명을 보내 위탁 판매 계약 종료 통보와 함께 책을 거둬가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매출이 떨어지고 방문객 수가 줄었으면 서점 주인장들과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는 게 먼저였어야 했는데, 시는 그러지 않았다. 헌책방 주인들은 잘못은 서울도서관이 했는데 자기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원통해했다. 시가 홍보도, 책 입고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 일방적 판단으로 헌책방만 손해를 입은 게 아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다. 그간 헌책방은 독서라는 취미에 입문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해왔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시대'에 2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책을 수십권씩 사서 볼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2025-01-08 16:27:32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