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드레일 최종안 발표, 중국 생산 기지 규제 본격화... 대안 있을까
미국이 '가드레일' 최종 규정안을 발표했다. 기업 의견을 일부 반영하긴 했지만,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했다. 중국에 적지 않은 규모로 투자를 이어왔던 국내 반도체 업계도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 조항인 가드레일 규정을 최종 확정했다. 가드레일 규정은 미국에 반도체 투자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 지켜야하는 조항이다.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확정된 최종안은 지난 3월 공개한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간 생산량을 전년 대비 18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는 5%, 이를 넘는 레거시 반도체도 10%이상 증산할 수 없다. 오히려 업계 의견을 반영해 완화한 부분도 있다. 웨이퍼 생산량 제한 기준을 당초 월에서 연으로 바꿔 장기작인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했다. '중대한 거래' 규제도 삭제, 장비 반입도따로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규제를 강화하지 않은데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이 7나노 반도체를 자체 생산한데다가 국내산 메모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규제 확대 우려가 있었지만, 일단은 업계 요구에 초점을 맞추고 규제를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 생산 기지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하는 목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생산량을 제한한다는 것은 선단 공정 도입을 막고 수익성도 낮추겠다는 의미이기 때문. 현지 메모리 업체가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탓에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인도와 베트남 등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유치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을 떠나는 산업을 자국으로 들여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인도는 이미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시작했다. 2021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1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에 나서면서 마이크론이 1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발표했고, 국내에서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와 디스플레이 업계가 인도에 투자와 진출을 진행 중이다. 전체 산업계에서도 인도는 이미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산업들이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투자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14억명에 달하는 인구와 저렴한 인건비가 최대 장점이다. 이미 스마트폰 공장 등 산업 인프라가 갖춰져있어 반도체 수요를 일부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베트남도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팜민찐 총리가 최근 미국에서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계를 만나 투자 유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응우옌 쑤억 푹 전 총리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서 반도체 투자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미 베트남은 인텔 패키징을 비롯한 반도체 공장을 여럿 두고 있다. 그 밖에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생산 기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 집적회로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0%이상 가파른 성장을 보이며 중국 대안 중 하나로 올라섰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대규모 반도체 단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 인도는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려면 세척 등 공정에 쓸 깨끗한 물을 필요로한다. 강력한 지방 분권 체제로 정부와 일관된 소통 창구를 기대하기 어렵고, 카스트제도로 사회 분위기가 혼란스럽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력난도 심각하다. 인도와 베트남 등 해외 공장들이 정전으로 여러번 가동을 멈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각국에서 인프라 확충을 약속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관계와 환경 등이 겹쳐있더 신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미 국내에 대규모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 캠퍼스를 여전히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SK하이닉스도 청주에 새로운 공장 투자를 유예한 상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삽도 뜨지 못했다. 미국에도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외 추가 투자에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일단은 용인클러스터 착공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