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향해 다시 뛰는 증시, 3월 외국인 2조 샀다
2조37억원. 3월 들어 외국인이 사들인 코스피시장 순매수 규모다. 이는 지난해 4월 외국인 순매수(4조6493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외국인의 한국 주식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인 순매수는 한국 증시가 탄탄한 펀더멘털을 앞세워 신흥시장과 차별화에 성공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중국의 경기 부양,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코스피도 2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 '2000' 회복 신호 14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0.86포인트(0.04%) 상승한 1972.27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 등 신흥국 증시의 하방 위험이 낮아진 결과다. 지난 11일(뉴욕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6센트(1.7%) 오른 38.50달러에 마쳐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금속가격지수도 구리·알루미늄 가격이 오르자 1월 12일~3월 10일 14%나 상승했다. G2(미국·중국) 위험도 완화됐다. 중국은 정책당국의 적극적 대응으로 경제·금융위험에 대한 시장 우려가 수그러 들었다.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인 미국 금리인상 전망도 연내 3~4회에서 2회로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2000선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본격적인 상승은 3월 FOMC 이후가 될 것"이라며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유예하고 4월 인상 가능성도 낮춰진다면 3월 이후 1~2개월은 편한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3월 정책 이슈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고, 유가 안정, 중국의 경기 사이클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증시가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 상단(11배)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기초체력 회복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자리를 잡자면 전제 조건이 붙는다. 기업실적과 수급( 외국인 매수)의 뒷받침이다. 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50곳의 1·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9조2335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1.33% 감소했다. 매출은 398조3506억원에서 397조6275억원으로 0.18%만 줄었다. 수출증가율(1 월 -18.8% → 2 월 -12.2%), 제조업업황BSI(2 월 추가하락, 3 월 진정), 경제심리지수(1 월 91 → 2 월 89 재하락), 산업생산(12 월 +0.5% → 1 월 -1.8%) 등 주요 경제지표 회복 신호도 약하다. 그나마 수급이 안정을 되찾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9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조3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6509억 원어치를 사들여 시장 참여자를 놀라게 했다. 작년 4월22일(7445억원) 이후 근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사들였다. 현대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과거 유럽중앙은행(ECB) 경기 부양 이후의 패턴과 유사하게 최소 3개월간 유럽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과거 5차례의 ECB 정책 패키지가 발표됐을 때 유럽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평균 3개월간 4조7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도 3~11.6%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2010년 이후에는 짧게는 1~2 개월마다 바뀌는 등 방향전환이 빈번하다"면서 "외국인 매매가 경제나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및 정치갈등, 중국 등 신흥국 불안,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기대의 잦은 변화 등 돌발적인 이벤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