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히트상품탄생스토리]역경을 딛고 세계 최고에 오르다, 농심 신라면블랙
[메가히트상품탄생스토리]역경을 딛고 세계 최고에 오르다, 농심 신라면블랙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농심 신라면, 신라면 블랙 및 농심제품/농심 '세계 최고의 라면'이라고 평가받는 국내 라면이 있다. 농심 신라면 블랙이다. 이 라면은 지난 6월, '뉴욕타임즈'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에 실린 'The best instant noodles' 기사에서 기자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 세계 BEST 11 라면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즈는 신라면블랙을 '신라면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소개하며, 설렁탕 후첨양념이 들어간 진한 소고기 육수와 적절한 매콤함, 슬라이스 마늘과 큼지막한 버섯 조각, 쫄깃한 면발이 주는 훌륭한 식감의 조합을 매력으로 평가했다. 신라면블랙은 국내외에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농심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그간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정위 규제와 생산 중단 등 신라면블랙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 정상의 자리에 오른 제품이다. 신라면블랙/농심 ◆2년 여의 연구 끝에 탄생! '프리미엄 신라면' 2000년대에 접어들며 다양한 대체 먹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라면 시장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을 맞이하자 농심은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에 나섰다. 농심은 시장조사를 통해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즐겨 먹어온 '탕'을 라면에 접목하기로 하고, 해물탕, 삼계탕 등 다양한 요리를 연구한 끝에 설렁탕을 소재로 선정했다. 농심은 설렁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을 내면서도 소고기 잡내가 나지 않는 국물 개발에 힘을 쏟았다. 가마솥의 원리를 이용한 신규 설비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고온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공법을 개발했다. 또한, 우거지와 무 등 채소 원료도 본연의 시원한 맛을 살리기 위해 저온에서 농축하고 재료의 향까지 포집하는 공법을 활용했다. 2년 여의 연구과정을 거친 끝에 농심은 2011년 4월,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며 신라면블랙을 세상에 내놓았다. '신라면블랙'이라는 이름은 한국의 맛과 음식문화는 물론 영양까지 고려한 신제품으로서 명품 브랜드의 프리미엄급 제품에 붙이는 블랙라벨의 개념을 참고해 지었다. ◆화려한 출발, 하지만 4개월 만에 생산 중단 신라면블랙은 2개월 만에 16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출시 후 얼마되지 않아 뜻하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라면블랙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담겨있다는 광고가 과장된 내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2011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라면블랙에 대해 허위, 과장 표시와 광고를 하였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심 관계자는 "포장지에 적힌 신라면블랙의 영양성분과 통상 밥 한 공기까지 포함하는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가를 단순 비교한 것으로 기준의 모호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발표 이후 시장의 여론은 부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신라면블랙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농심은 가격을 150원(9.3%) 인하했지만 결국 8월 30일, 원가 구조상 손해를 이기지 못하고 출시 4개월여 만에 신라면블랙 생산을 중단했다. 농심 미국LA공장/농심 ◆해외에서 찾은 돌파구…그리고 국내 재출시 농심은 국내에서 신라면블랙 생산을 중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해외시장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았고, 신라면이 식품한류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라면블랙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호평을 얻으며 인기를 더해갔다. 2012년 초 미국 유명 라면 블로거 한스 리네쉬는 전 세계 600여 개의 라면을 먹어보고 세계 TOP10 라면을 선정했는데, 한국 라면으로는 유일하게 신라면블랙이 7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판매가 중단된 동안 농심은 미국과 중국의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블랙을 생산체계를 갖추고 여러 나라로 수출하며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2013년 6월에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의 매점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세계 방방곡곡으로 발을 넓혀갔다. 나라 안팎에서 인기를 더해가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라면블랙의 국내 재출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한 할인점에서는 미국에서 신라면블랙을 역수입해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소비자 요청에 힘입어 2012년 10월, 신라면블랙의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농심은 신라면블랙을 새롭게 선보이며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사골의 맛을 보강하는 등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부활한 신라면블랙은 보름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시장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2012년 10월, 당시 '강남스타일'이란 곡으로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던 가수 싸이가 농심으로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에서 싸이는 자신이 신라면 마니아라는 것을 어필했다. 농심은 신라면블랙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나가기 위해 싸이를 국내 및 미주지역 광고모델로 내세웠고,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신라면블랙의 해외 인지도도 높아졌다. 특히, 미국에서 신라면블랙은 '싸이라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교포와 중국계를 넘어 인종과 출신국을 가리지 않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LA 뮤직페스티벌 신라면 샘플링 행사/농심 ◆신라면블랙의 인기는 현재진행형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신라면블랙은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49% 성장한 1350만 달러를 기록했다. 농심이 그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에 코로나19로 인한 간편식 수요 증가가 맞물려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신라면블랙의 활약에 힘입어 농심은 상반기 미국의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 각각 전년 대비 35%, 51%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의 매출도 79%나 놀랐다. 뉴욕타임즈 선정 기사가 국내에 알려진 이후 약 보름간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서 신라면블랙의 일평균 판매량은 이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중국에서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신라면블랙의 전세계적 인기와 함께 농심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신라면블랙과 신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시장 확대에도 주력,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 2공장은 건면 생산설비를 갖춰 건강한 음식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시장 또한 신라면 등 파워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을 공고히 하고, 건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라면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효정기자 princes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