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제 맥주의 반란…코스닥 상장까지 노린다
롯데칠성 충주1공장 내부모습/롯데칠성음료 수제 맥주의 반란이 시작됐다.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규모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02년 소규모맥주면허 제도가 도입된 이후 19년 만이다. 금년까지 이어진 수제맥주 열풍의 여파로 수제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대기업 주류공장까지 가동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인기에 밀려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도 생겼다. 한국 맥주를 밀어내고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외국산 맥주들도 국내 수제 맥주에 밀려나고 있다. 2014년 편의점을 중심으로 시작한 '4캔 1만원' 행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수입맥주의 기세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꺾였다. 맥주 수입액은 2018년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2억2686만달러를 기록, 2019년 2억8089만달러 대비 19.2% 줄었다. 맥주 수입액 감소는 일본 수입 맥주의 부진이 큰 원인이 됐다. 일본 맥주는 2018년 수입액 7830만달러를 기록하며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지난해 수입액은 2019년 대비 무려 85.7% 하락한 566만8000달러를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지분을 절반씩 들고 있는 합작 법인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달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2019년 시작된 '노재팬' 열풍에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수제 맥주는 빠르게 수입 맥주의 자리를 꿰찼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5% 늘었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정 채널을 중심으로 수입 맥주와 경쟁 구도를 세우며 꾸준히 규모를 키우고 있다. 업게에서는 오는 2023년에는 37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제맥주 면허를 발급받은 업체도 지난해 154개로 최대치 기록했다. 2002년 첫 면허 발급 이후 2005년까지 112개 업체가 면허를 획득했지만, 이후 2014년에는 54개까지 줄어들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첫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호프미팅에서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 등이 만찬주로 오른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활기를 찾았다. 그 이후 다시 성장세가 완화되다가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제맥주 업계가 다시 성장 동력을 얻게 됐다. 새로운 맛과 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홈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등 가정시장을 중심으로 개성이 강한 수제맥주의 열풍이 불게 된 것. (왼쪽부터)곰표 맥주, 말표 맥주/CU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치킨업계, 편의점 등 다양한 식품·유통기업에서는 수제맥주와 협업을 시도 중이다. 중소기업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수제맥주 시장에 대기업도 관심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산 수제 맥주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는 수제맥주 제주맥주와 손잡고 '수제맥주 클러스터 조성'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약 8개월간 제주맥주와 업무 협조를 통해 충주 제 1공장에 수제맥주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제주맥주는 에일 생산 경험이 없는 롯데칠성음료에 에일 장비 도입과 대랭 생산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 수매맥주 열풍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수제맥주사는 원재료 수급, 설비투자 등의 한계로 가정시장의 주 판매제품인 캔 제품을 생산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주세법 개정으로 2021년부터 수제맥주 OEM 생산이 가능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선제적으로 공장 시설 일부를 공유하고 수제맥주사들의 생산을 돕는 방안을 검토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준비중인 일명 '수제맥주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는 수제맥주사들이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 캔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수제맥주사들은 더욱 다양한 레시피 개발 및 품질 향상에 집중할 수 있고, 롯데칠성음료는 그간의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상생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충주 맥주1공장의 기본 시설을 재검토하고 보완했으며, 수제맥주 특성에 맞춰 소량생산도 가능하도록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수제맥주의 원조격인 세븐브로이도 지난해 히트 상품인 '곰표 맥주'를 통해 부활을 알렸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5월 말 대한제분의 캐릭터 '곰표'를 인용한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곰표 맥주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협업한 맥주다. 곰표 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초도물량 10만개를 완판했고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곰표 맥주는 이달 중순 기준 누적 판매랑 150만개를 돌파했다. 곰표 맥주로 시작된 수제맥주 협업 릴레이는 맥주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구두약의 대명사 말표산업의 말표맥주로 이어졌고, 말표 밀맥주도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유동골뱅이 맥주/세븐일레븐 지난해 11월 국내 골뱅이 가공캔 1등 브랜드인 유동골뱅이와 수제맥주업체 더쎄를라잇브루잉콜라보한 프리미엄 수제 맥주 '유동골뱅이맥주500㎖'을 선보였다. 유동골뱅이맥주는 지난달 세븐일레븐 수제맥주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상품 종류도 지난 2019년 5종에서 현재 11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제맥주의 인기에 수제맥주 제조업체의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제주맥주다. 국내 수제맥주 매출 1위 기업인 제주맥주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 코스닥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붐을 타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가정 채널 매출은 약 3배 증가했고 유흥 채널 매출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약 1.3배 증가하며 모든 채널에서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성장세를 몰아 올해 1분기 내로 제주 양조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3개뿐인 상품 라인업도 10여 종으로 제품 다각화하고 제너시스 비비큐와 손을 잡고 'BBQ-제주맥주' 협업 수제맥주를 출시하기로 하는 등 주문자제조방식(OEM) B2B 사업도 확대키로 했다. 제주맥주 라인업/제주맥주 국내 수제맥주 업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온라인 채널확대도 노리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수제맥주업체 41개사는 최근 공동으로 수제맥주의 온라인판매허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지난 2017년 7월 국민 편의와 전통주 진흥차원에서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제맥주업계는 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소규모맥주면허를 가진 업체에 한해 온라인판매를 허용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업계에 살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3000kℓ 미만 규모의 양조장들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맥주제조업체들을 위해 긴급하게 온라인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에게 온라인판매를 허용한다면, 생맥주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입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업체들이 판로를 얻고, 소비자는 다양한 수제맥주를 보다 쉽게 마실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영세한 소규모맥주제조자들이 비대면 시대에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대형업체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조효정기자 princes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