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에 더 무서운 지역난방비까지…유통가 방한용품 매출 고공행진
한파와 지역난방비 고공행진으로 겨울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례적인 강추위로 예년보다 추운 12월을 지나는 데다 지역난방비까지 올라 방한용품 매출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22일 주요 유통업체들이 강추위에 겨울 상품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11월까지 예년보다 온난한 날씨가 이어지던 중 12월 초 갑작스러운 북극한파가 시작되고, 셋째주에 이르러 폭설과 서울 기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폭한이 계속돼 12월 말에 이르러 구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12월까지는 온난한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은 한겨울 상품은 12월 말부터야 시작되는 편이지만 올해는 체감 상 일주일 이상 빨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폭한에 온열·난방가전 가동에 따른 전력수요는 계속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이 94.5GW(기가와트)로 역대 최고치를 돌파를 예상했다. 앞서 최대전력 수요는 최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지난달 30일(82GW) 80GW대로 올라섰으며, 이달 14일 90GW대, 전날 올겨울 최대치인 92GW를 돌파했다. 이와 동시에 지역난방비도 계속 상승세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올해 1M㎈당 열 사용요금은 지난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 10월에는 89.88원으로 4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요금이 오른 것은 지난 2019년 8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동향 기준으로는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6%, 34%씩 증가했다. 전자랜드가 12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난방가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기장판, 전열기기, 온풍기, 전기난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 30%, 29%,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는 난방가전 판매량의 급등을 갑작스러운 한파와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상승을 요인으로 꼽있다. 가전의 힘을 빌려 난방을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12월 한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난방가전의 수요 역시 12월 한 달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난방가전은 전기장판, 온풍기 등 종류에 따라 사용 상황과 장소가 다르기에 '방방난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e커머스 업체들도 난방텐트, 단열시트, 방풍비닐 등 단열·보온용품 거래가 급증 중이다. 11번가가 12월 고객들의 구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난방텐트, 단열시트, 방풍비닐, 내의 등 단열·보온용품의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내에서 바닥이나 침대 위에 설치해 사용하는 '난방텐트' 거래액은 12월 첫째 주 대비 4.5배(350%) 가량 상승했고, 바람이 들어오는 문틈에 부착하는 '문풍지'는 141%, 외풍을 차단하는 '방풍비닐'은 154%,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단열시트'도 2배(96%) 가까이 증가했다.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용품 판매도 오름세다. 같은 기간 '남성내의' 거래액은 179%, '여성 발열/기능성 내의'는 95% 증가했고 '수면양말'(129%), '실내화'(141%), '핫팩'(196%), '손난로'(183%) 등도 고루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SSG닷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SSG닷컴의 단열시트 매출은 지난달 대비 107%가 늘었으며 전기온풍기는 125%, 온수매트는 115% 상승했다. 컬리에서는 히터 판매량이 381%, 전기요가 125%가 오르며 난방용품 매출이 올랐다. 외출 후 추위를 이겨내려는 움직임에 편의점에서도 동절기 상품이 지난해 대비 매출이 부쩍 올랐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타이즈는 54.0%, 핫팩 114.8%, 찐빵 50.6%, 국물류 간편식 26.1%, 온장음료(쌍화탕) 38.5% 매출이 뛰었다. 지난해보다 훌쩍 뛴 매출에 관련 상품도 계속 추가 중이다. 패션업계에도 날씨는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발열내의, 퍼 슈즈, 패딩 등 겨울 아우터 등이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브랜드 자주의 이달(1일~21일) 발열내의 '자주 히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4.7% 증가했다. 경량패딩도 12월 매출이 55% 신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관계자는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발열내의를 비롯한 겨울 용품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동안 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상품 재고 확보와 고객 프로모션으로 매출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ABC마트에서는 '퍼 슈즈'가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ABC마트가 현재까지 4분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퍼 슈즈의 인기로 FW시즌 슈즈 판매량이 전년대비 9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선 12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했다. ABC마트는 퍼 슈즈의 인기 요인으로 '디자인의 역주행'과 뛰어난 보온성을 꼽았다. 2000년대 한차례 퍼 슈즈 열풍을 겪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젠지(Gen-Z)세대의 경우, 복고 트렌드에 따라 퍼 슈즈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새롭고 신선함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신발 내부에 양털 등 발을 따뜻하게 하는 퍼 안감이 채워져있어 추운 날씨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