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불안한 출발…일반가구 시청은 힘들 듯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시대가 5월 31일 열렸다. 2001년 디지털 방송 도입 이래 16년 만에 국내에 새로운 방송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시청자는 극소수기 때문에 '반쪽짜리' 출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가 5월 31일 오전 5시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UHD 방송은 기존 고화질(HD) 방송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지상파 3사는 UHD 방송을 통해 그간 케이블방송, 종합편성채널 등에 추월당한 치욕을 씻고 또 다시 '지상파 전성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2000년대만 해도 지상파 평균 시청 시간은 171분으로 비지상파 46분의 세 배가 넘었지만, 2015년 역전당한 바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UHD 방송이 보편적으로 전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 보급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6년 방송매체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구(전국 4388가구) 중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에 불과했다. UHD TV가 있어도 올해 3월부터 생산된 미국식 UHD TV를 구입해야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나온 UHD TV는 유럽식이어서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정가 6만9000원짜리 셋톱박스를 6월 한달 간 3만9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UHD 방송을 재전송 하지 않기로 결정해 UHD 방송을 접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지상파 TV만 보는 가구는 5.0%에 불과했다. 즉, 지상파 TV를 직수신하고 미국식 UHD TV를 구입한 가구만 UHD 방송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수가 1%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TV를 직수신 하는 시청자 비율은 5%가 맞지만, 유료방송 시청자도 안테나를 세워서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지상파를 뛰어넘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가 같이 발전하려면 지상파가 UHD TV 등의 경쟁력을 갖는 게 공동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3사는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UHD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할 계획이다. 방송사는 허가조건에 따라 보도·오락·교양 등 다양한 분야의 UHD 프로그램을 올해 5%부터 시작해 매년 5% 이상씩 확대(2018년 10%, 2019년 15%)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KBS는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 시사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 속으로', 'UHD 명품 역사관'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MBC는 수목드라마 '군주', 일일드라마 '별별 며느리', SBS는 월화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조만간 'SBS 인기가요' 등을 UHD로 방송할 계획이다. 콘텐츠 내용은 일반 HD 방송과 동일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UHD TV 콘텐츠 시청률의 경우 콘텐츠는 동일하기 때문에 따로 측정할 수 없다"며 "UHD TV가 앞으로 활성화 되면 별도의 시청률을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UHD 채널은 텔레비전에서 채널 검색 후 KBS1 UHD TV 9-1번, KBS2 UHD TV 7-1번, SBS UHD TV 6-1번, MBC UHD TV 11-1번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화면 오른쪽 상단 방송사명 우측에 'UHD' 표기로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유럽방식(DVB-T2) UHD TV를 보유하고 있는 시청자가 UHD 본방송을 직접수신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지상파 UHD 방송을 2021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는 지상파 UHD 2단계 허가가 나면, 12월부터는 광역시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지역(평창·강릉 일원)에서도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각 시·군 지역까지 확대된다. 이를 위한 주파수 공급과 재배치도 함께 진행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UHD TV 방송 서비스는 지상파가 플랫폼으로 하나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10년 간 장기계획이기 때문에 첫 단계부터 만족스럽게 모든 걸 갖추고 시작할 수는 없지만 UHD TV가 매력적이라면,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도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