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고심 깊은 이유
-ESS부터 전기차 배터리까지…'화재'에 발목잡힌 LG -코나EV 이어 볼트EV도 '리콜'?…집단 소송 움직임도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셀(파우치 타입). LG화학이 ESS(에너지저장장치)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번 3분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 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대 규모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8%, 158.7%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최근 시장 전망치인 7328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깜짝 실적에도 LG화학은 연일 악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2017년 8월부터 이어져 온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에 대해 지난 2월 ESS화재 2차 조사위원회가 그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하며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배터리 안전성 논란에 또다시 직면하게 된 것이다. 최근까지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자동차의 코나EV(전기차)는 2018년 출시된 이후 국내 9건, 해외 4건 등 총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고,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결함조사 결과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내부 합선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으로 이뤄진다. 이번 코나EV 화재의 원인이 LG화학의 배터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8일 코나 EV(전기차)에 대해 자발적 리콜(시정조치)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6일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점검 후 배터리 교체 시정조치에 들어간다. 먼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한 후 과도한 셀 간 전압 편차나 급격한 온도 변화 등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즉시 교체하게 된다. 이번 리콜 대상 차량은 7만 7000대로, 향후 LG화학이 최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리콜 비용을 일부 분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리콜 비용 분담 관련 "아직까지 그 단계는 아니라 논의가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전기차에는 배터리뿐 아니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냉각시스템 등 여러 장치와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배터리를 화재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코나EV 화재 관련 원인이 다양할 수 있으나, LG화학이 그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원인은 다양해 특정해서 말하기 힘들다. 분리막이 아니고, 복합적일 확률이 높다"면서도 "자명한 사실은 전기차에서 열이 나는 곳은 배터리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배터리 부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BMS나 냉각 시스템 등을 다른 원인으로 언급하지만, 그것은 거드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나EV에 이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데 있다. 볼트EV 역시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해당 화재 사건 3건을 조사 중이다. 도로교통안전국은 화재 피해가 전기차 배터리가 있는 부분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근본적인 화재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공단에서 조사를 착수한 것은 맞지만,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LG화학은 오는 30일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을 앞두고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코나EV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집단 소송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자사가 소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의 회사분할안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1일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김수지기자 sjkim293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