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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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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5> 이탈로 칼비노의 '나무 위의 남작'(1957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5> 이탈로 칼비노의 '나무 위의 남작'(1957년)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1923~1985년)의 '나무 위의 남작'(1957년)은 '반쪼가리 자작'(1952년), '존재하지 않는 기사'(1959년)와 함께 '우리의 선조들' 3부작을 구성한다. 환상과 알레고리를 특징으로 한 칼비노의 3부작은 '현대인들의 족보'로 일컬어진다. '나무 위의 남작'은 18세기를 배경으로 하며, 루소, 디드로, 나폴레옹 등 역사의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나무 위의 남작'이 역사소설은 아니다. 역사의 유명 실존 인물과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남작이란 기이한 가상의 인물이, 실제 사건과 소설 속 사건을 가로세로로 직조하며 전혀 새로운 의미의 텍스트를 만들어간다. ◆나무 위에서 살며 땅을 사랑하다 작가 칼비노는 1923년 쿠바에서 태어났고 조국인 이탈리아에 돌아와서는 토리노 대학에서 농학을 공부했다. 레지스탕스로도 활동했다. 아버지가 농학자, 어머니가 식물학자이니까 '나무 위의 남작'은 말하자면 소설로 계승한 가업인 셈이다. '나무 위의 남작'의 주인공은 코지모 디 론도 남작이다. 남작은 귀족 작위에서 가장 낮은 작위에 해당한다. 예컨대 공작이 아니라 남작이라는 설정은 코지모 디 론도를 경계인으로서 더 예민하게 변화를 지각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봉건성을 대표하는 지배계급의 첨예한 상징으로 남작을 택했다. 시대 배경은 계몽주의에서 혁명을 거쳐 왕정복고의 시기까지를 포괄한다. 1879년에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고, 1804년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1815년 나폴레옹의 워털루전투 패배와 왕정복고라는 서양사의 중요한 현장이 소설의 무대이다. 유럽에서 1815년은 혁명의 시대에 이은 반동 시대의 시점이다. 1815년 체제를 메테르니히 체제라고 한다. 소설에서 코지모 디 론도 남작이 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 위의 삶을 시작한 게 1767년 6월 15일이다. 따라서 1815년 무렵에 남작의 나이가 60살이 된다. 노년에 돌입하는 시기를 메테르니히 체제가 등장하면서 프랑스 혁명이 일단락되는 시점에 맞춰 놓았다. 대략 5년 정도 더 지나서 남작은 죽는다. 봉건 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서양사의 격변기를 산 남작의 성향은 복합적이다. 공화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때로 보나파르트주의자 같다. 나폴레옹을 추종하고 옹호하고 찬미한다. 또한 남작에게는, 우리에게 별로 익숙지 않은 프리메이슨 성향이 목격된다. 종교성이 강한 비밀스러운 느낌의 조직인 프리메이슨은 기독교, 계몽주의, 자유주의 등의 키워드로 종합된다. 남작은 민중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민중주의자는 아니다. 민중과 교감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여전히 귀족 계급의 일원인 남작으로 산다. 남작은 나폴레옹과는 직접 만나고, 볼테르·루소와는 서신을 주고받는다. 볼테르에 우호적이어서 볼테르주의자로 불리기도 한다. 계몽주의자라는 뜻이다. "땅을 제대로 보고 싶은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라는 남작의 언급은 계몽주의적인 합리성과 냉철함을 보여준다. "나무 위에서 살았고 땅을 사랑했으며 하늘로 올라갔노라"라는 남작의 묘비명이 작가가 이 책에서 하려는 말의 요약이다. 12살에 달팽이 때문에 남작이 나무 위로 올라감으로써 소설에서 이분법적 세계가 펼쳐진다. 선과 악이 대립하고 구시대와 신시대가 대립하고 계급과 계급이 맞장을 뜬 시대다. 이분법적 세계에서 남작은 '나무 위'로 거처를 옮겼지만 그러나 절대 은둔하지는 않았다. 돌기둥 위에서 평생을 산 고대의 기독교 성자처럼 세상과 유리되지 않았다. 남작은 세상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살았다. 단지 나무 위에서 살 뿐이다. 사실 알려진 은둔은 은둔이 아니다. 누군가 은둔했다면 사람들이 누군가의 은둔을 몰라야 한다. 신비주의 계열의 은둔자들은 은둔한 게 아니라 은둔한 표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식별된 모든 은둔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현실 참여적이다. 나무 위의 남작이 은둔자라면 남작은 역설적으로 현실에 더 잘 참여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으로 은둔을 선택했다고 해야 한다. 땅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론이 나무 위로의 은둔이다. 소설은 얼핏 이분법적 세상을 그리지만, 남작을 통해 이분법적 세상을 통합하려고 노력한다. 통합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현실주의자이다. 소설의 말미에 남작의 사상은 포용으로 표현된다. 포용의 세계관을 가진 계몽주의 시대 현실주의자가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는 동시에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 이상주의 인간형을 표상한다. 나무 위의 남작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이 이분법의 문법으로 작동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상주의를 통해 하나의 세상을, 남작을 추구한다. 이분법적 세계의 일원론적인 통합과 승화를 묘비명이 말한다. ◆소화불량의 오바이트 사랑 비올라는 남작의 첫사랑이자 평생의 사랑이다. 그 사랑은 어긋나는 사랑이다. 두 사람이 근접한 성향의 인물로 보이긴 하지만 넘어설 수 없는 본원적 차이가 둘 사이에 있다.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비올라는 열정적이고 때로 자기 통제를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퇴폐적이면서 절제돼 있고, 위계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은 바로크적인 질서를 체화한 인물이다. 비올라의 성향이 낭만주의와 바로크를 결합한 것이라면, 남작에서는 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융합하여 나타난다. 두 사람이 사랑의 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남작에게 비올라는 저편에 있는 사람이다. 사실 문학에서 그리는 사랑은 대체로 저편의 사랑이다. 이편에서 소화되어 제대로 배변되는 사랑이 아니라 저편에서 소화불량에 걸려 고생하다가 토해내는 유형의 사랑이다. 막힌 것 같고 안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삼낀 악어? 현대 소설에서는 트림을 하고 설사도 하는 다양한 유형의 '소화'의 사랑을 자유롭게 그려내는 편이지만, '나무 위의 남작'은 조금 더 고전주의적인 사랑을 그린다. 남작이 죽는 방법을 두고 작가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하늘로 올라가는 확고한 종언이 나쁘지 않았다.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 주인공이 죽는 방법도 괜찮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서는 폐지공이 책 대신 압착기에 압착되어 죽는다. 보후밀 식 승화가 '나무 위의 남작'에서는 열기구 타고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얼핏 보후밀 소설의 선택이 더 깊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건 너무 직접적인 승화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했을 작가는 하늘로 올라가는 것까지만 그리고 실제로 죽는 모습을 생략한다. 상승의 죽음이 참신하진 않더라도 우아한 방식이었다. 사랑과 죽음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라면 남작의 삶은 치열하게 현실과 부대낀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알제리, 모로코가 나오고, 왕위계승 전쟁, 절대 왕정, 예수회, 이슬람, 그리고 지중해의 해적까지 등장한다. 남작 형제들의 이상은 18세기 계몽주의에 닿아 있기에 "이상과 빛과 18세기의 희망은 모두 재가됐다"는 끝부분의 표현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나는 이 19세기, 출발도 좋지 않았고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이 세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말은 1957년 시점에서 당대에 하는 평가이기도 하였을 텐데, 지금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평가 같기도 하다. ◆1인칭 관찰자 시점, 우화와 환상 소설의 시점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고, 거의 완벽하게 이 시점이 유지된다. 객관성과 모호성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1인칭 관찰자가 기술하는 형식이기에 나름의 객관성을 실현하지만, 전지적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모호성을 남긴다. '이렇게 전해진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등의 표현이 중의적으로 좀 재미있게 사용된다. 의미의 무게를 늘릴 수 있고, 강요하지 않는 서술이 가능해진다. 우화와 환상이 많이 나온다. 한데 이것이 리얼리즘에 입각한다. 나무를 세세하게 묘사하고, 나무 위에서 용변을 어떻게 해결하고 잠을 어떻게 자는지 등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환상적이고 더 비현실적이 된다. 텍스트마다 다르겠지만 소설에서 비현실적 현실의 과감한 생략은 생생한 현실을 지목한다. 어느 소설에서든 질질 끌지 않고 확확 넘어가는, 즉 생략하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는 생략하지 않고 아예 환상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쓴다. 현실에서 명백하게 불가능한 것을 생략과 비약을 통해 다른 현실과 이어버리면 웜홀을 통해 다른 세계로 직행하듯 독자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에 다른 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무 위의 남작'의 세계는 (소설 안의) 현실 세계다. 현실 세계에서 비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합리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함으로써 독자가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을 환상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의도는 우화이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그리지 않고, 문 앞을 서성이다 문 너머로 슬그머니 사라지는 카프카와는 다르다. 그렇더라도 전언의 핵심은 아마 동일할 것이다. 작가가 소설에서 남긴 다음 문장처럼.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세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세상 모든 것,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세대의 출현으로 세상은 변해버렸다. 이제 나무 위로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코지모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6-02 13:28:5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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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앤인사이트-인포인, 지역마트 메타버스 진출 돕는다

유통 플랫폼 전문기업 리테일앤인사이트와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기업 인포인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마트의 메타버스 진출을 돕는다고 30일 밝혔다. 리테일앤인사이트는 클라우드 내에서 '토마토솔루션'을 통해 지역마트의 e커머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토마토솔루션 도입 마트를 대상으로 한 B2B플랫폼인 '토마토 트레이드'를 오픈할 예정이다. 인포인은 IoT·AI·AR·VR 기술과 융·복합 실감 콘텐츠 구축을 위해 지형·공간·사물 등 보이는 모든 것을 실사 3D로 제작해서 제공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인 '3D.R 솔루션'을 보유 중이다. 양사는 전국 지역마트 메타버스 서비스를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메타버스 체험을 위해 타운버스에 입장한 사용자는 지역마트 채널을 통해 인근 지역마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토마토앱'으로 쇼핑하던 고객 역시 타운버스 채널로 유입되어 메타버스 내 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메타버스 내 지역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은 실제 매장과 동일하게 구현된 가상 매장에서 상품 정보를 확인 후 카트나 장바구니에 실제 물건을 담는 등의 쇼핑 경험을 하고, 토마토로 연동된 결제 및 배송 서비스로 실제 구매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양사는 파일럿 매장을 선정하여 구체적인 서비스 방향을 확정한 뒤, 전국 단위 서비스 확대, B2B 서비스 연계 및 해외 진출 공동 모색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2-05-30 09:16:3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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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창간 20주년] 뉴트로의 ESG,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

[뉴트로의 E(Environment)] ESG,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처음 접한 사람이 농담 삼아 내놓고 하던 "MSG 하고 다른 것이냐"는 질문이 요즘은 쑥 들어갔다. 용어 이해도가 높아졌는 지, ESG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는 정도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고등학생까지 포함해 다양한 집단의 사람을 ESG를 매개로 만나면서 자주 질문을 받고 거의 매번 말해야 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왜 갑자기 ESG가 부상했냐이고, 또 하나는 ESG가 언제까지 갈까이다. 두 질문의 공통점은 ESG가 혹시 일과성 유행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ESG가 결코 갑자기 부상한 것이 아니고, 앞으로 이 흐름은 쭉 간다. ◆ ESG는 '갑툭튀'가 아니다 ESG 하면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한다"에 이어 이것이 주로 기업의 비재무정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비재무정보를 어디에 쓸까. 여기서 '사회책임투자(SRI)' 또는 '지속가능투자'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다. SRI는, 수익률만을 고려한 기존 대부분의 투자와 달리 수익률과 함께 사회책임까지 살펴보겠다는 투자철학이다. 자본을 보유한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업이 투자대상 기업을 고를 때 재무성과와 더불어 비재무성과를 잣대로 채택한 것이 SRI이다. 이제 래리 핑크란 사람이 언급될 시점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가 2020년 초 연례서한에서 ESG투자를 천명하며 세계적으로 ESG 바람이 불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예컨대 얼핏 들리기로 ESG 바람의 원인을 BBC로 설명한다는데, 두 개 B 중 하나가 블랙록(BLACKROCK)이다. 나머지 B는 바이든(Biden)으로 미국 대통령이고, C는 코로나를 뜻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타당한 분석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BBC 같은 이러한 '용어 마케팅' 자체가 ESG 바람의 세기를 보여줄 뿐이다. 블랙록의 CEO 핑크의 선언은, 그 선언이 ESG 확산을 촉발했다기보다는 ESG 확산의 화룡점정이 그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조사 결과 블랙록 뿐 아니라 세계 10대 자산운용사 모두 ESG투자를 도입했다. 물론 그 ESG투자라는 것이 실제 내용은 그저 포장지 변경에 불과한 것일 수 있지만, 설령 포장지 변경이라 하여도 그 의의가 전혀 작지 않다. 블랙록의 ESG투자 선언은, 자본주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산운용업계라는 것이 어떤 곳인가.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더 높은 수익률이라면 영혼까지 파는 업종이다. 그곳까지 ESG를 표방한 상황(ESG는 '비재무'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 기대마저 품게 한다. 블랙록을 필두로 한 세계 자산운용업계의 ESG투자 고려는 비유로서 빙산의 일각에 해당한다. 빙산의 일각은 떠오르고 싶어서 떠오른 게 아니라 그 아래 거대한 빙하가 존재하기에 어쩔 수 없이 떠올랐다. 그 말은 ESG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뜻이다. 18세기 감리교 존 웨슬리까지 올라가는 SRI의 깊은 뿌리,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논의 등 지속불가능한 우리 문명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의 도도한 흐름이 축적돼 마침내 ESG로 분출했다고 봐야 한다. 즉, ESG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시작이다. 유의할 것은, ESG란 용어 자체는 자본시장, 그것도 투자와 관련된 것이지만 시대정신의 변화 과정에서 빙산의 일각으로 떠오른 ESG는 자본시장 범위를 넘어선다. 투자영역에서 시작된 ESG가 일종의 미러링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급속하게 반영된 뒤 시민생활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ESG투자(자본시장)→ESG경영(경제·산업계)→ESG사회(시장·공공·시민사회)로 빠르게 넘쳐흐르고 있다. 이 추세를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가치' 에너지가 CSR,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 ISO2600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파리기후협약 등으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축적된 가운데 기후위기가 본격화하였고,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고 4차산업혁명의 파고까지 덮치면서 ESG시대라는 불가피하고 불가역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 올바른 일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널리 인용되는 "사악해지지 말 것(Don't be evil)"은 구글 기업행동강령을 대표하는 문장이다. 행동강령의 서문에 포함돼 구글의 모토처럼 사용됐다. 대략 2000년 무렵 사용되기 시작한 "Don't be evil"은 기업의 행동강령 치고는 사실 파격적인 문장이었다. "Don't be evil"은 구글의 지배구조가 변하면서 모토로서 위상의 하락을 겪었다. 구글이 지주회사 격인 알파벳의 자회사가 되면서이다. 구글이 알파벳과 모토를 같이 쓰면서 2015년부터 "Don't be evil"은 "올바른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로 바뀐다. 형식상 구글이 자회사로 내려앉았듯 "Don't be evil" 또한 행동강령의 서문에서 삭제된다. 삭제를 두고 구글 기업 철학의 변경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견이 분분했다. 정확하게는 서문에서 자취를 감추고 강령의 마지막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삭제가 아니라 '격하'라고 해야겠다. 논자에 따라 "Do the right thing"이 더 진취적이라고 판단할 법하다. "Don't be evil"이 '네거티브'인 반면 "Do the right thing"은 '포지티브'이며 "Do the right thing"과 함께 사용되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Imagine the Unimaginable)"는 모토 또한 '포지티브'이다. '포지티브'가 긍정적이긴 하다. 내 판단으론 그렇다고 '네거티브'보다 꼭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모토의 이러한 변화에서 한때 CSR 대신 공유가치창출(CSV)을 주장하며 CSV가 CSR보다 한 단계 진전된 개념이라고 우기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CSR 없는 CSV는 사악해지는 것(Be evil)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Don't be evil" 없는 "Do the right thing"은 사악해지면서(Be evil) 돈 버는 걸 정당화하는 우회로를 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말이다. "Don't be evil"은 일종의 직원행동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직원은 회사의 핵심 이해관계자의 하나이다. 따라서 직원행동주의는 주주행동주의 혹은 주주주의에 맞선 이해관계자(행동)주의의 일종이다. 주주를 경영의 중심에 놓은 방법론이 얼마나 쉽게 탐욕에 휘둘렸는지 역사에서 자주 경험하였다. ESG전환이 주주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대체하는 역동성과 결합하면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관점에서 "Do the right thing"은 "Don't be evil"에 비해 퇴행이다. 그것만으로 훌륭한데, 너무 가혹하고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고? 더 엄격해져도 좋다. ESG, CSR, SDGs, 파리기후협약 등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진보로 평가하는 움직임이, 작금의 엄중한 상황에 비해 기실 너무 미진한 방법론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SG자본주의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는 발상은, 엄중한 상황인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놓은 현 체제는, 그 정도의 변화조차 간신히 받아들일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ESG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지속가능사회'가 아마 그나마 수용되어 실현될 수 있는 방법론일 것이다. 결론을 맺자. ESG는 '갑툭튀'가 아니고 근본적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끌 수 있다. 동시에 ESG가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엄중한 사태에 비추어 안이한 해법인 것이 사실이다. 다른 방법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아쉬운 대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 일이 ESG이다. 우리 사회가, 인류 문명이 지금 행해야 하는 정말 최소한의 일이다./안치용 ESG연구소 소장

2022-05-29 13:20:1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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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식재산 교양서 '스타트업 특허 바이블'

모든 콘텐츠가 지식재산(IP)으로 탄생하는 세상이다. 4차산업의 파도 속에서 지식재산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콘텐츠를 활용해 창업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아마존은 20년 전 창업 초기에 '원클릭 결제 시스템'을 특허로 등록해 자신의 지식재산을 보호받으며 기술 독점을 통해 시장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이제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해 지식재산권 획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손인호 변리사의 신간 '스타트업 특허 바이블'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특허 활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특허와 인문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지식재산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가우디의 건축에서부터 2021년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오징어 게임'을 특허라는 소재로 풀어나가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IP투자', '특허 괴물의 이야기'까지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지식재산 이슈들은 흥미를 이끌어 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이 지식재산의 다양한 속성을 이해하고 특허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보호하며 기업의 자산가치까지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은 "지식에 투자하는 것은 항상 최고의 이자를 지불한다"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4차산업 시대에 스타트업이 투자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지식재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가진 지식재산이 축적돼 혁신과 성장이라는 이자를 지불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지식이 재산이 되는 시대에 기업은 지식재산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 미래의 성공에 한 발 앞서게 된다. 손 변리사는 특허청 심사관을 대상으로 특허법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창업리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을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무형자산인 지식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저자가 경험하고 연구한 지식재산의 다양한 속성과 활용법은 27일 출간되는 '스타트업 특허 바이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2-05-26 15:44:25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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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4> 밀란 쿤데라의 '농담'(1967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4> 밀란 쿤데라의 '농담'(1967년) '농담'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소설가 중 한 명인 밀란 쿤데라(1929년~)의 첫 소설이다. 어린 날의 객기로 농담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리고 급기야 예정한 삶의 경로에서 떨려나 15년을 우회한 루드빅을 중심으로 체코 현대사의 한 장면을 솜씨 있게 포착한 진지한 만화경 같은 작품. 전체 7부로 구성된 소설의 홀수 4개 부를 루드빅의 관점에서 끌어가며 서술의 중심 축을 잡고 헬레나와 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와 메시지를 완성하는 구조를 취했다. 7부에서 루드빅을 포함한 주요 인물의 관점이 교차하며 결론이자 각성, 혹은 화해 비슷한 것에 도달한다. ◆똥 싸는 여인 쿤데라의 대표작이라 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마찬가지로 '농담'에서 똥 싸는 장면은 중요한 사건이다. 또는 그저 장식일 수도 있으나 분명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농담'은 15년에 걸친 사건이 마무리되는 사흘을 그린다. 물론 그 사흘엔 통조림에 과일이 담기듯 15년이 충실하게 담기고 헬레나가 똥을 싸는 수치스러운 장면으로 일종의 화룡점정을 맞는다. 루비딕은 제마넥을 포함한 어린 시절 자신의 '동지'들이 자신의 청춘을 앗아간 것에 대한 복수로 제마넥의 아내 헬레나를 유혹한다. 유혹은 성공한다. 하지만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유혹의 성공이 복수의 일격이 되지 못하고 역으로 제마넥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제마넥은 헬레나에게서 벗어나 다른 젊은 여자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루드빅이 과거로부터 날아온 돌에 맞고 다시 그 돌을 (제마넥이 아닌, 제마넥을 위해?) 헬레나에게 집어 던지는 형국으로 묘사된다. 그 돌을 맞은 헬레나는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비장하게 죽음을 결행한다. 그러나 주어진 것은, 운명의 장난인지 농담처럼 변비약을 먹고 똥을 싸대는 상황. 삶과 사랑의 실패 앞에서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싸늘한 종말을 기획했으나, 시골의 냄새 나는 변기 위에 살아서 앉아 있는 헬레나는 하염 없이 똥을 싼다. 이때 누군가 헬레나가 죽은 줄 알고 억지로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면서 헬레나를 수치와 농담의 정점으로 몰아붙인다. 유머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진지한 메시지를 가볍고 황당하게 전한 셈인데, 죽음은 똥통 위의 부활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개에 독자는 깜짝 놀랄까. 그저 웃음을 터뜨리려나. 반전은 해프닝 차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캐릭터 또한 이쪽에서 저쪽으로 휙 넘어가 버린다. 성숙과 성찰의 결과물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소설엔 불확정성을 드리우게 된다. 가장 극적인 반전의 인물은 루드빅이 복수의 대상으로 삼은 제마넥이다. 제마넥은 악의 화신으로 남아야 하고, 루드빅이 증오하는 인물로 화석화해야 하는데, 어느 사이에 루드빅과 같은 생각을 하는 비슷한 캐릭터로 바뀌어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사건 때문에 루드빅은 제마넥을 증오해야 한다. 증오는 남지만 증오의 이유는 없다. ◆체제 비판 또는 사랑 이야기 소설의 초점은 체제 비판인가, 아니면 사랑 이야기인가. 둘 다 다루지만 애매하다.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면, 누가 누구를 사랑한 이야기일까. 생각해보면 루치에 밖에 대안이 없어 루치에가 루드빅의 불멸의 여인이 돼야 한다. 한데 마지막에 나타나야 할 것 같은 독자의 기대와 달리 루치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소설의 문을 닫아버린다. 맥락이 해명되는 방식이 간접적인 데다 루드빅의 입장에서는 신비스럽고 갑작스럽다. 루드빅이 가장 사랑한 존재고 그의 영혼의 바닥을 긁은 이가 루치에이지만 독자나 루드빅이나 루치에에 대해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텐데 루치에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추측하고 오해하지만, 오해를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소통의 단절과 오해 앞에서 그냥 머물러 있는 게 루드빅의 이른바 사랑이다. 루치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의 패배를 알리는 전보가 15년 동안이나 나를 쫓아다닌 끝에 내게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체제 비판도 그렇게 뚜렷하진 않다. 악의 화신이 없고, 절대 악도 없고, 전부 다 부유한다. 작동하는 체제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의도치 않게 악을 행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 의도한 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절대 악이 없기에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구조다. 통렬한 체제 비판이 없다. 파스텔 색조로 끌고 가는 방식이 쿤데라의 장점 같기는 하다. 뚜렷한 원색의 장면은 예의 똥 싸는 장면. 거의 끝부분에서 똥 싸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하면서, 화해가 모색된다. 파스텔 색조에다 농담 같고 기괴한 것을 선명한 천연색으로 던져 넣어서 비대칭과 부조리 같은 것을 드러낸다. 거기서 직면하는 인간의 소통 불능과 삶의 불가해성을 사랑과 사상의 측면에서 그려내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 관점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과 다르다. '라쇼몽'은 원통을 주변의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보면서 자기 자리를 벗어날 수 없고, 코끼리 다리 만지기처럼 각각 그 원통을 바라보는 다양한 인식을 보여준다. '라쇼몽' 모델에서는 영화와 달리 끝까지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다양한 진술이 있고 그 진술들을 통해 제삼자가 진실을 구성해야 한다. 그것들 중에서 가장 있음 직한 것이 진실로 선택된다. 쿤데라가 추구한 진실 또는 서사는 다르다. 가운데 일직선의 높은 벽이 쭉 늘어서 있고 벽의 이쪽과 저쪽에 속한, 반대편을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양쪽에 존재한다. 서로 자기 쪽 벽에 그려진 그림을 얘기해준다고 하자. '라쇼몽' 모델과 달리 고정된 자리에 구속된 게 아니기에 벽을 타고 따라가며 이야기가 쭉 전개된다. 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양쪽의 사람들은 만나서 지난 이야기를 복기한다. 벽 이쪽과 저쪽 각자의 상황을 읊어주며 이야기가 흘러가고 역사가 이어진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 통일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오해와 소통 불능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구조상 완벽한 서사가 불가능하다. 불완전하여 주석이 필요하고 뭔가 채워져야 하고 조금 더 탐구가 있어야 하는 모호한 결말의 서사이다.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 '농담'은 세대 문제를 명확하게 다룬다. 루드빅은 끊임없이 청춘과 지금을 대비한다. 37살인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엔 '늙었다'가 가능한 판단이다. 그리고 15년 전 청춘기의 저주를 얘기한다. 그 시절과 지금을 대비하고 그 시절의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지금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어떻게 갈등했고, 어떻게 화해했고, 어떻게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루드빅은 꼰대인 게 확실하다. 청년 시기에 대한 저평가가 뚜렷하다.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한 그런 바보 같은 서정적 나이에 대한 분노였다"라는 말에서 '서정적 나이'는 청춘기를 의미한다. 원숙하지 못해서 저질렀던 청춘기의 (농담을 포함한) 실수가 37살이 돼서도, 그 농담이 연장되고 마지막 농담을 통해서 반복되는 상황에서, 소설의 종결부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루드빅은 친구와 화해하고 같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자기가 빠져 있던 증오와 자기폐쇄의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과거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부정적이다. 현재가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과거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 떠나온 곳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러한 대비가 다른 것보다 뚜렷하니, 그렇게 보면 사랑 이야기나 사회 비판 소설보다는 성장 소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통시적인 구성을 취하면서 그 시대 개인들의 변화를 예민하고 흥미롭게 또 위트를 잃지 않고 잡아낸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고 해두자. 축제가 중요하다. 오해의 확인과 화해의 현장이자, 세대 간의 명확한 단절이 드러나는 곳이다. 소설의 전체적인 서술 분위기와 달리 결말은 '자연스럽다'. 억지로 사람들을 막 불러 모아서 화해시키지 않는다. 화해할 사람은 하고 그 화해도 부분적으로 행하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제마넥은 자신을 존경하는 젊은 제자를 데리고 멋지게 프라하로 떠난다. 축제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지지고 볶는다. 똥 싸는 헬레나는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고, 헬레나에게 곤경을 선사한 미욱한 헬레나의 숭배자도 남는다. 루드빅도 남아서 옛 친구와 화해한다. 4부의 화자이자 7부의 공동 화자인 야로슬로브는 옛 친구와 화해하며 한때는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의미를 잃어버린 음악 공연의 의무를 다하고, 갑자기 심장마비에 걸려 숨진다. 훈훈한 결말은 어떻게든 회피된다. 전체적으로 파스텔 색조로 흘러가다가 가끔 '농담'의 장치를 가동해 참을 수 없는 설사인 양 천연색으로 쿡쿡 찍어서 반전을 꾀하지만, 결정적으로 메시지 자체는 자제된다. '농담' 프랑스어 판 서문에서 루이 아라공은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 주는 소설가"라고 쿤데라를 치켜세웠다.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5-26 09:30:3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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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경제 원팀'에 거는 기대

스포츠는 물론 경영과 정치에도 '원팀'이 강조되는 시대다. 하나의 팀, 어떤 조건에서든 끈끈하게 뭉칠 수 있는 팀이다. 스포츠와 정치에선 상대를 이기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 경영에선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성장을 위해 구성원 간 원팀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내각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금융가에선 금융당국 수장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5년 간 수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진행 중인 소송도 많다. 보기 드문 광경이다. 윤석열정부는 '경제 원팀'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를 통해 물가와 금리 상승 등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선수', '전문가'가 등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미국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 예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물가 상승 등으로 우리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경고도 잇따른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대 후반, 경제연구기관은 2%대 중반으로 내려잡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하향해 2.8%로 수정했다. 나라든 기업이든 성장률이 둔화되면 활력을 잃는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나라 경제도 흑자를 내고 성장해야 한다. 다행히 정권 초기 경제 원팀의 진용은 '역대급'이다.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병래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은 행정고시 29회다. 주변에선 그를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라고 평한다.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될 만큼 후배들이 따랐다고.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보는 추진력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을 맡았던 2006년께 통화한 기억이 있다. 자본시장법 입안을 주도했던 주인공이다.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답했다. 행시 25회인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 옛 재정경제부에서 함께 일한 선후배 사이다.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행시 25회다. 재무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2012~2015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로 일했고 지난 2019년부터 여신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다. 온화하고, 합리적이다. 업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다. 책을 가까이 한다. 식사 시간에도 책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윤 정부의 첫 금감원장으로는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행시 32회로 재무부 경제정책국을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보험과장, 금융정책과장, 몽골 중앙은행총재 자문관, 대변인을 지냈다. 금융정책 전문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강점이다. 듣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비주류'지만 술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지냈다. 사적인 약속이 있을 때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정도로 공사(公私)가 뚜렷하다. 부디 '경제 원팀'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길 기대한다. 금융회사와 CEO를 옥죄지 말고 미래 먹거리를 함께 고민하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되 사모펀드 투자 손실까지 물어 주라는 '반 자본시장 압박'도 사라져야 한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05-26 07:34:48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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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플재단-농협중앙회 ESG 선플 실천

선플재단은 지난 23일 '악플 없는 날'을 맞아 농협중앙회와 'ESG 선플실천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 농협중앙회 이재식 전무이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서정숙 국회의원과 선플재단 민병철 이사장, 농협 대학생 봉사단 'N돌핀' 등이 참석했다. 선플재단과 농협은 소통과 화합의 선플운동을 통해 정서적 온기나눔 문화를 확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또 농협 대학생 봉사단인 N돌핀 단원들은 선플 선언문을 낭독하며 인터넷상에서 서로 응원하고 배려하는 데 앞장서고 혐오표현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은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해 국민과 지역사회의 기대에 부응한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온라인 영역에서도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은 "농협에서 ESG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선플운동에 동참해줘 감사드린다"며 "농협과 함께 '인권과 인성교육', '자원봉사 활동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전반에 갈등비용을 줄이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을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선플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온라인 상에서 악플과 혐오 표현 추방과 인터넷 평화 운동을 펼쳐 왔다. 지난 4월에는 선플운동이 처음시작된 5월 23일을 '악플 없는 날'로 선포해 사회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2022-05-24 10:30: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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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캘린더] 이번주 3318가구 청약 접수

5월 넷째주에는 전국에서 3318가구의 청약 접수가 예정돼 있다. 주로 광역시에서 아파트가 나온다. 22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번주에는 전국 12곳에서 총 3318가구(오피스텔 포함, 행복주택 제외)의 청약 접수를 받는다. 전체 물량 중 약 76%(2526가구)가 광역시에 집중돼 있다. 주요 단지로는 인천 중구에 건립되는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 광주광역시 원도심 금남로에 들어서는 '금남로 한신더휴 펜트하우스' 등이 있다. 경기에서는 평택시에 짓는 '더샵 지제역 센트럴파크 1BL'이 조합분양 취소분 9가구에 대해 청약을 진행한다. 서울에서는 '창동 다우아트리체'가 유일하게 접수를 받는다. 모델하우스는 4곳이 오픈할 예정이며, 당첨자 발표는 8곳, 계약은 10곳에서 진행된다. DL이앤씨는 오느 24일 인천 중구 항동 일원에 짓는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의 청약 접수를 받는다. 지하 3층~지상 39층, 4개동, 전용면적 82㎡, 총 592실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한신공영은 오는 25일 광주광역시 궁동 일원에 짓는 '금남로 한신더휴 펜트하우스'의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를 받는다. 지하 4층~지상 25층, 2개동, 전용면적 84~230㎡, 총 99가구 규모다.

2022-05-22 09:43:04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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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3>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년)

[안치용의 세계문학 파노라마] <13>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년) 플라톤도 울고 갈 '이상국가'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의 의미를 묻다 과학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해 출생과 직업 등 인간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미래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 올더스 헉슬리(1894~1963년)가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의 막간인 1932년에 발표했고, 당시로는 약 700년 뒤, 지금으론 약 600년 뒤 세상을 무대로 한다. ◆플라톤의 이상국가? 소설 속의 사회는 매우 안정돼 있다. 어떤 측면에선 인간이 유사 이래 꿈꾼 세상의 모습이다. '국가' 등에서 플라톤이 구상한 세상과 흡사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플라톤은 사회 구성원이 각자에게 맞는, 혹은 맡은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얘기했고, 특히 '국가'에서 그 소임 중 통치는 철인(哲人)들에게 맡겨야 하며 통치자 집단은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개별적으로 아내와 자식을 갖지 않고 공동 생활과 공동 육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헉슬리가 '국가'를 염두에 두고 '멋진 신세계'를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작권은 '국가'에 어느 정도 귀속되는 셈이다. 철학사에서 플라톤은 심심찮게 전체주의자라고 공격을 받는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플라톤이 전체주의의 수괴가 몰리곤 한다. 플라톤의 구상은 이상주의에 기반한다. 이상주의는 종종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을 자체적으로 포함한다. 헉슬리의 플라톤적인 '멋진 신세계'는 안정성이 매우 높은, 또는 궁극의 안정성 단계에 도달해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에서, 더는 다른 체제로 대체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역사의 최종적인 단계, 즉 역사의 종언으로 설명했듯이, '멋진 신세계' 또한 플라톤주의 실체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또한 더 이상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역사인 종착점이다. 안정성이 고도로 구현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이상 사회이다. 비유로써 말하면 안정성이 높으면 방향성이 소실된다. 역사의 종점에서는 방향성이 없다. 반면 소설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야만인 세계에서는 안정성이 없지만 역동적이기에 역설적으로 방향성이 존재한다. 방향성이 있지만, 안정성은 떨어진다. 안정성과 방향성은 상쇄 관계로 볼 수 있어 하나가 커지면 하나가 줄어든다. 여기서 안정성이 높은 말하자면 유토피아적인 세상이 아름다우냐,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행복하고 자존하느냐를 묻는다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소설을 읽을 현재의 독자라면 작가가 제시한 소설의 무대를 일변하는 것만으로 쉽게 동의할 법하다. 그것은 현대인이 미래인이 아니어서, 또는 미래인의 관점에서 현대인이 미개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점은 전제하도록 하자. 소설 속 시점은 소설 발표연도(1932년)를 연상시키는 A.F. 632년이다. A.F.는 '애프터 포드(After Ford)'의 줄임말로 '포드 기원'을 뜻한다. '아노 도미니(Anno Domini)'의 줄임말인 A.D.가 주후, 즉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한 역사 산정이듯 '멋진 신세계'는 포드사가 모델T 자동차를 만든 시점을 새로운 역사의 시점으로 본다. 헨리 포드가 모델T를 처음 생산한 게 1908년이니 A.F. 632년은 소설 발표 시점으로부터 딱 떨어지는 700년 뒤는 아니다. 정치체제는 지금의 국민국가를 넘어서 세계정부가 들어섰고, 모든 인간은 인공 수정으로 태어난다. 인공수정이 보편적이니 산아제한을 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인구폭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에서 세계인구는 20억명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인공 수정과 출생, 육아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맡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태어나기 전에 미래 인간은 지능을 기준으로 어떤 삶을 살지 미리 결정된다. 즉 계급사회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뉘는데, 순서대로 더 낮은 계급을 의미한다. 임신과 출산을 목적으로 한 배타적인 가족 공동체가 없기에 자유성애가 기본이다. 특정한 파트너하고만 섹스하는 것은 덜떨어진 태도로 간주되며 섹스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군다나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종종 '소마'라고 일종의 마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한다. 소설에서 야만인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주인공의 하나인 존은 인간 사이의 섹스에서 태어났다.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문명인인 어머니가 낙오되는 바람에 태어났다. 어머니 린다가 아들 존에게 글을 가르치려고 셰익스피어 전집을 외우게 해 실제로 외우는 인물이다. 문명사회에 온 야만인 존이 소동을 일으키다가 마지막에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줄거리 자체에 문명비판이 줄어 있다. ◆포드기원 포드기원을 쓰는 소설 속 세상은 분명 모종의 유토피아이다. 경험한 적이 없는 세상이지만, 유토피아는 악몽일 수 있어 보인다. 생산력이 낮은 단계에서는 굶주림과 빈곤 등을 해결하는 것이 유토피아이겠지만, 생산력이 고도화한 이후엔 그 생산력을 기반으로 더 높은 수준의 인간 존엄을 기대하게 되기에 고도 생산성을 가능하게 한 통합적인 대량 생산 체제가 인간에게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단적으로 나타났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서는 더 직접적인 풍자로 제시된다. 전체적으로 안정성과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개인이 획일화하고 부품화한 세상이 지금 우리가 보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에 오래된 이 소설이 아직도 자주 인용되는 듯하다. 사회 차원에서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과 인간 실존은 소설에서 반비례한다. 신세계에서는 인간 혹은 인간의 실존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이런 진단 또한 미래인의 교화를 받지 못한 20~21세기 인간 인식의 한계일 가능성을 무시하지는 말자. 사회가 안정되면서 개인의 실존이 보장되는 적정한 조합이 어떤 수준일까. 유토피아는 둘 중 어느 한쪽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그 적정 수준을 찾아내는 것에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말 자체의 정의대로 유토피아라는 게 도달할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유토피아 논의가 현실에서 전체주의나 파시즘을 소환하기에 십상인데, 신세계에서는 사회가 놀라울 정도의 안정성에 도달했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적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주의나 파시즘과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목격한 전체주의나 파시즘은 적대적인 에너지를 최대한 긁어내고 모아서 그것을 사회 전체로 확산하고 획일화하는 과정이다. 그때는 방향성이 존재한다. 전체주의나 파시즘에서는 방향성이 확고하고 강력하게 존재한다. 신세계는 적들이 소멸한 세계정부 통치하의 전체주의 세상이라는 측면에서 이상향이다. 불편한 이상향. 신세계와 대립하는 야만인 세계 또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야만인 세계는 존엄하지 않은 실존을 드러냄으로써 사회와 개인 간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한다. 야만인 세계는 신세계의 안티테제라기보다는(혹은 신세계가 야만인 세계의 안티테제라기보다는) 사회에 맞선 개인의 표상으로 보아야 한다. ◆사랑에서 야만의 극복과 원시의 회귀 사랑의 유토피아, 정확하게는 유토피아적인 사랑이란 것이 있을까. 야만인 세계가 가지는 사랑의 고유한 논리가 신세계에 와서는 깨진 상황이 어쩌면 역으로 사랑의 유토피아에 관한 시사를 줄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곤경이란 것에서 만일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다면 욕망과 욕정, 혹은 사랑이란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다음에는 다양한 의미의 인정투쟁이 있겠고, 자본주의가 본격화한 뒤로는 돈이 인간사의 모든 것을 대표하게 된다. 포드기원이 상징하듯 600년 뒤가 아니라 지금도 자본주의에 삼켜지지 않은 곳은 지구상에 없다. 누구나 자신과 자신의 삶을 상품으로 내어놓는다. 더불어 자본에 따른 계급질서를 수용한다. 소설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내용 면에서 신세계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세계정부이다. 더는 저항하는 세력이 없다. 모두가 시장을 얘기하고, 돈의 신을 숭배하고, 스스로 상품으로 자임하면서 어떤 문제이든 거래로 해결하려고 하고, 보편적으로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받아들인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혹은 미래에도 논란거리이다. 사랑에도 시대마다 사회적 얼개라는 것이 작용하였지만 쉽게 개인에 의해 돌파되곤 했기 때문이다. 소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만인 대 만인이 연인으로 존재한 시기가 인간 역사에서 있었을까. 난교 난혼 상태가 존재했다고 추정하지만 역사의 범위 안에선 목격되지 않는다. 난점인 게 섹스 또는 성교와 관련해서 인간은 이러한 물리적인 행동에 사랑이라고 부르든 무엇으로 부르든 정신 작용 비스름한 무엇인가를 탑재하길 원했다. 신세계는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만들어낸 사랑의 신화라는 걸 말살한다. 이 신세계에선 특정한 파트너에 구속됨 없이 번식 없는 섹스를 하며 그것도 왕성하게 한다. 이러한 섹스의 미래는 원시의 복원이다. 소설의 용어로는 야만의 극복과 원시의 회귀가 이뤄진다. 만인 대 만인이 연인이 되는 그 상황은 사랑이라고 하는, 즉 번식을 넘어서 인간적인 유대에 기반한 비(非)포유류적 인간성이 잔멸(殘滅)하는 장치가 돼 버리고 만다. 고도의 인간화가 인간을 파괴한 소설 속의 역설이다. 존재와 사랑을 극단으로 고도화한다는 사회적 구상이 이상사회를 초대할 개연성을 열지만 인간 개인에게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고 더러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얘기는 너무 뻔한가. /안치용·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ESG연구소장)

2022-05-19 10:54:4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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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문화 동시에…'수변라이프' 꿈꾼다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변공간 활성화를 꾀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천 내항 일원과 서울의 한강, 중랑천 일대 수변공간이 새로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 나오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한 수변공간의 의미를 넘어 문화, 여가 등의 공간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인천 내항, 항만재개발 속도 인천항을 구성하는 항(港) 가운데 인천 내항 일원은 새 정부의 균형발전 지역공약(17개 시도 7대 당선인 공약 15대 정책과제)에 이어 기획재정부(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올해 첫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며, 항만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이곳은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IPA를 통해 일본 요코하마의 친수 미항(美港)인 미나토미라이21에 버금가는 5대 특화지구(해양문화지구, 복합업무지구, 열린주거지구, 혁신산업지구, 관광여가지구)로 개발이 추진 중이다. 작년 9월 1부두에 있는 옛 세관창고 건물을 활용한 인천세관 역사공원을 조성해 일부 개방을 완료했다. 8부두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상상플랫폼도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선 DL이앤씨가 인천시 중구 항동 일원(항동1-1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짓는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 오피스텔을 내놓는다. 지하 3층~지상 39층, 4개동, 전용면적 82㎡, 총 592실 규모의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수인분당선 숭의역과 1호선 인천역, 동인천역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한강 일원도 재편 서울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한강은 서울시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강변 공간구상 용역에 따라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 처럼 수변 중심의 공간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한강을 중심으로 여의도~용산, 성수~잠실, 마곡~상암 등지 한강과 맞닿은 주요 중심지 간 상호 연계를 강화하고, 수변공간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수상택시에 이어 한강에 에어택시와 같은 도심항공교통(UAM)을 도입해 미래 교통수단을 적용하는 한편 녹지 공간도 확보해 시민들의 여가·문화공간 활성화를 위한 생태거점 조성 등 녹지생태도심 연계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월송홀딩스(시행)는 한강과 맞닿은 광진구 구의동 일원에 짓는 '아끌레르 광진'을 분양하고 있다. 지하 5층~지상 16층, 1개동 규모다. 전용면적 45㎡ 총 154실의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2호선 구의역과 인접해 있으며 잠실대교,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수변감성거점' 중랑천 일원 한강에 이어 중랑천 일원도 문화·휴식·예술이 흐르는 '수변감성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로 대대적인 변화가 예정된 중랑천 일대에 대해 미래 공간구상에 나서는 것. 서울시는 '간선도로 입체화 연계 중랑천 일대 공간구성' 용역의 입찰을 시작하고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중랑천 수변을 여가·문화가 복합된 공간인 '수변감성거점'으로 만들고 인접지부터 한강까지 연계해 경제·문화·여가 거점을 발굴·정비하는 방안도 마련될 계획이다. 이 일대에서는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분양 단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 하반기 동대문구 이문1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이문1구역 래미안(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27층, 39개동 총 3069세대 규모다. 905세대가 일반 분양된다. 1호선 외대앞역과 신이문역을 이용할 수 있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을 통해 아름다운 수변과 매력적인 콘텐츠, 즐거움과 문화가 가득한 명품공간으로 탈바꿈 되는 만큼 실거주와 투자가치를 고려해 이들 지역의 신규 분양 단지를 노려 볼 만 하다"고 말했다.

2022-05-18 09:22:3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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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앤인사이트, '모바일 마감세일' 서비스

지역마트 디지털 솔루션 기업 리테일앤인사이트는 '마감세일'을 위한 모바일 연동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지역마트의 '마감세일'은 유통 기한이 짧은 신선상품을 매장 현장의 고객에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번 서비스 오픈은 리테일앤인사이트가 지역마트 시장에 선보인 클라우드 기반의 '토마토솔루션'이 '매장 POS(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와 모바일 앱이 일체화'된 구조로 설계했다. 그동안 지역마트의 마감세일은 POP(구매시점광고)나 확성기를 통해 매장 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토마토앱'을 활용해 마트 인근 거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홍보, 고객방문 유도 및 마감세일 상품의 퀵커머스 배송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지역마트의 평균 3~7% 수준인 신선식품 폐기율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소비자의 편의성도 예상되고 있다. 토마토앱 고객이 인근 마트의 '마감세일' 품목과 가격, 진행 상황을 매일 앱으로 안내받아 온라인 주문과 1시간 내 배송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리테일앤인사이트 차현승 커머스운영팀장은 "로컬 기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본질은 '오프라인의 경험을 그대로 온라인에 녹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토마토앱은 지역마트 오프라인 현장의 여러 서비스를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05-17 09:31:13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