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신흥 빅3] <1>미래에셋대우증권:박현주 "투자금융의 토양 만들겠다"
'삼성-애플, 한국-일본(축구), 김연아-아사다마오….' 스포츠나 기업 세계에서 실력이 막상막하인 '맞수'들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를 끈다. 여기에 양쪽의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경우라면 관전의 묘미는 '치명적인 유혹' 그 자체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증권가 신흥강자의 미래는 어떨까. 증권업계 '신흥 3강'으로 떠오른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증권(KDB대우증권 인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KB투자증권(현대증권 인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순수 증권자본의 DNA라면, KB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은행계 DNA가 태생이다. 신흥 빅3는 서로 다른 투자 철학과 경영전략으로 증권가의 지각변동을 선도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증권 "삼성 같은 금융회사를 만들려면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 이병철, 정주영 회장 등 선대들은 불가능한 꿈을 꾸고 도전했기에 지금의 삼성, 현대를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8년 만에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이다. 박 회장은 이날 '투자 확대'와 '발상의 전환'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우증권 인수는 한국경제에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라며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대우증권 회장을 맡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그가 그려 나갈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미래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 합병 속도 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변경 승인을 받은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연내 합병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은 지난달 초부터 김대환 전략기획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통합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15일 미래에셋·대우증권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강원도 홍천군 소재 블루마운틴CC에서 양사 임원진이 참여하는 합동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박 회장이 그리는 미래에셋의 미래는 이미 나왔다. 그는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강한 대우증권은 '케미'(화학적 성질)가 굉장히 잘 맞는다"며 "두 회사의 시너지가 '1+1'이 3, 4, 5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것. 덩치 키우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과 KDB대우증권을 합친 자기자본은 7조7511억원 규모로 자기자본금 91조원인 미국 골드만삭스나 일본 노무라증권(25조원), 중국 중신증권(18조원)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박 회장의 욕심은 국내외 금융회사를 가리지 않고 있다. 당초 현대증권 인수까지 검토하는 등 그의 행보에서 속내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증권사는 자본금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를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도 잘 할 수 있다. 통합 법인의 자기자본이 약 8조원이 됐지만 여전히 갈증이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박 회장은 2007년 출간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의 금융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글로벌 IB 그 이상을 꿈 꾼다 합병 계획대로 된다면 오는 10월께 한국판 IB가 탄생한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출범 이후 단연 국내 1위 증권사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단순 합산 기준 미래에셋대우증권 자기자본은 7조7511억원, 임직원은 4856명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증권업계의 지도가 적잖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또 자산 운용이 강점인 미래에셋과 위탁매매 및 IB 부문 강자인 KDB대우증권이 합치면 그 파괴력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한다.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빠른 합병을 통해 각 영역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아시아 대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하는데 기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또 다른 강점은 오너 체제의 지배구조에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인 체제로 움직이는 곳은 박 회장 처럼 추진력 있게 사업을 집행하기 어렵다"면서 "M&A에서 보여준 것 처럼 향후 펼쳐나갈 새로운 경영전략과 그림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도 보다 큰 꿈은 한국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박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사례 등 혁신 성장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모험 자본에 의해 발전해 왔다"며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 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IB(투자은행) 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이 성장하는 투자금융의 토양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합병은 장기적 관점에 위탁매매 및 자산관리의 상품 균형을 통한 다변화된 수익 시현과,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은행 업무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무엇보다 자기자본 기준 아시아 최대 증권사가 되는 만큼, 향후 기업 신용공여 와 개인 대상 신용융자, 예탁증권담보대출, 그리고 직접투자(PI) 등에서 자본 활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