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애인은 한 협회장의 돈줄?…서울 광진구, 장애인단체 비리 '복마전'
-본지 첫 보도후 金 회장·해당 단체 관련한 제보 주변서 잇따라 -단체로 들어온 공짜 물건, 인근 음식점과 짜고 기부 물품 '둔갑' -음식점, 기부영수증받아 세금 감면…기부받은 카니발車 처분 왜? -구청서 준 장애인임금, '밥값' 명목으로 매달 10만~20만원 걷어 -소문나자 단체 부회장, 휴대폰 문자로 '구청전화 받지마라' 회유도 -金 회장 "사단법인 운영 어려워 후원금 받은 것, 착복 안했다" 해명 -채무자 사무실 찾아 농성·유치권 행사 등에 장애인들 조직적 동원 -區, 사실관계 확인 중요하다 판단…"자문변호사 통해 법률자문중" ②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 金 회장의 백태 장애인들은 한 장애인 단체장의 '돈줄'이었다. 서울 광진구가 장애인 관련 비리의 복마전이 되고 있다. 구내 장애인단체와 이를 이끌고 있는 단체장의 의심스러운 손길이 곳곳에 뻗어있는 가운데, 이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구청의 행정력이 오랜기간 미치지 못하면서 상처가 곪아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의 기부금 영수증 발급 남발·악용 및 탈세 의혹, 장애인 일자리 사업 동원 후 임금 착복 의혹, 기업체 기부 물품 전용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다. 광진구청은 메트로신문의 보도와 관련자들의 제보가 이어지자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선 모양새다. 29일 서울 광진구 지역 사회에 따르면 본지가 지난 16일 '[단독]광진구청-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상한 거래있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추가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기사가 나간 이틀후인 지난 18일에는 광진구청 홈페이지에 '광진장애인총연합회 고발'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구청에 따르면 비공개 민원이라 자세한 것은 공개할 수 없지만 고발건은 구청 청소과가 주소관업무로 장애인 청소용역 관련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사)광진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모 회장은 또다른 사단법인인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 대표를 겸임하는 동안 이를 활용해 각종 이권과 '검은돈'을 챙겼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서울시가 인가해준 곳이다. 사단법인이 발행하는 기부금 영수증을 악용한 탈세 의혹이 대표적이다. 기업 또는 개인으로부터 물품, 현금 등을 기부받고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지정기부금단체는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2018년~2019년 상반기 기부금 영수증 발급 명세서'에 따르면 광진구에 있는 ○○숯불갈비는 2018년 7월 △△장지갑 500개, 총 1000만원 어치를 협회에 기부했다. 하지만 이는 김 회장의 지인이 땡처리하고 남은 물건을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에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물건이 갑자기 ○○숯불갈비의 기부물품으로 둔갑했다. ○○숯불갈비 김모 사장은 "다른 분이 (공짜로)협회에 준 것이 맞다. 김 회장과는 내가 평소에 알고 있었고, 이후 (내가)연합회 후원회장도 맡아서 김 회장 단체에 우리 가게가 기부한 것으로 (약속)했다. (사업자면)누구나 종합소득세를 아끼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개당 2만원씩 계산해 총 1000만원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받았다. (이를 이용해)세금도 감면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같은해 12월과 2019년 6월엔 현금 470만원, 300만원을 각각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현금이 순수한 기부였는지, 장지갑 1000만원어치를 기부물품으로 바꿔치기해 기부영수증을 받고, 이를 활용해 세금을 절약(?)한 대가로 낸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김 회장은 또 '카드깡'을 하기위해 평소 김 사장이 운영하는 숯불갈비집을 자주 이용했다는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카드깡)그런 것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기업이 단체에 기부한 카니발 차량, 1년도 안돼 매각 왜?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2018년 9월엔 경기 용인에 있는 한 축산물가공업체로부터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기부받았다. 그러면서 이 회사엔 6713만4550원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그런데 주변에 따르면 협회는 1년도 안돼 이 차량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장애인을 위해 쓰라고 기부한 차를 되팔기 전까진 김 회장이 평소에 타고다녔다는 게 다수의 증언이다. 카니발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 관계자는 "협회에서 운송수단이 필요하다고 해 차량을 기부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기부한 것인 만큼 우리에게 (매각 여부를)사전에 허락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부받은 차량을 1년도 안돼 매각한 이유와 그 대금의 용처도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연합회와 협회, 그리고 김 회장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여기에 장애인들을 대거 동원해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임금을 착복했다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는 홈페이지에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텔레마케팅(TM)을 활용한 제품 판매, 청소용역 등 일자리 사업을 주로 수행한다고 적시해놨다. 대표적인 것이 구청에서 인건비가 나오는 장애인 일자리 지원사업이다. 그런데 김 회장과 단체가 장애인 개인통장으로 들어오는 인건비 가운데 매달 10만~20만원씩을 떼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단법인은 회원들로부터 회비 등을 걷어 운영한다. 하지만 회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사무실 등을 운영하기 위해)돈이 모자라 내가 사비로 보태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어차피 밥을 사먹어야하는데 사무실에 식당이 있어 수입에서 (밥값 명목으로)후원금을 조금씩 낸 것이다. 그러나 이를 착복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 단체가 장애인들로부터 돈을 떼간다는 소문이 밖으로 흘러나오자 연합회 김모 부회장은 장애인들에게 휴대폰으로 '혹시 구청에서 전화와서 사무실에 돈내는 거 있나구 물어보면 그런거 없다하구요 될 수 있으면 전활 받지마세요'라는 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제보자는 "장애인을 위한 밥값도 구청에서 보조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푼이 아쉬운 장애인들에게 밥값 명목으로, 그것도 (동의없이)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가져가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며 "그러면서도 이에 대해 외부엔 '걷는 돈이 1만원밖에 안된다'고 말을 흘리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귀뜸했다. 구청이 임금을 주는 일자리 사업에 동원된 장애인들이 수시로 '밭일'을 나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보자들은 "장애인들이 철마다 밭일을 해 기른 채소는 김 회장이 구청 공무원들에게도 자주 가져다 주곤 했다"면서 "밭일을 하기위해 나가는 (경기)구리의 땅이 명의만 다를 뿐 실제론 김 회장 소유라는 것은 주변 사람이면 다 아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광진구청이 임금을 주고, 김 회장이 장애인들을 동원해 자신의 땅에서 밭일을 시키고 키운 채소를 구청 공무원들이 받아먹은 '이상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김 회장 등은 또 채무자를 찾아가 돈을 받거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일에도 장애인들을 자주 동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일을 했던 복수의 관계자는 "일감이 적은 장애인들 입장에선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아침에 연합회 사무실로 나가면 차를 이용해 (돈을 받아야하는)현장으로 가 일단 농성부터 하는 것이 기본이다. (돈을 받기 위해)하루 종일 농성을 하기도 한다"면서 "우리끼린 이런 일을 '인부다시'라고 부른다. 일당은 사람마다 달랐다. 김 회장이 일감을 준 곳으로부터 얼마를 받는지도 알길이 없다. 한번은 김 회장이 한 건을 끝내고 납골당을 10여개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채무자를 찾아가 농성을 하거나, 유치권 행사에 동원되는 일은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 관계자는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9일 사무실을 찾아간 메트로신문 기자에게 "(김 회장)개인적인 문제다. (김)회장은 사퇴했다"고 잘라 말했다. 김 회장 자신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체에)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 대표자 명의를 자신에서 제3자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광진구가 주활동무대였던 金 회장, 구청은 무관? 김 회장과 그가 이끌던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잇따른 증언과 제보를 종합하면 김 회장과 광진구청간의 관계도 매우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광진구에서만 20년 가깝게 장애인 관련 단체를 이끌어왔다. 김선갑 현 광진구청장은 제2·3대 광진구의회 의원과 제8·9대 서울시의회 의원을 역임한 후 민선7기 구청장으로 당선, 2018년 7월부터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광진구에 맞는 장애인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광진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던 김 회장은 비슷한 시기에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장애인 함께가는 길'이란 이름의 사업단을 꾸려 서울시와 광진구가 5대5 비율로 예산을 대는 집중케어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사업단장은 김 회장이 맡았다. 2017년 11월 말 열린 광진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 회의에선 김 회장이 당시 운영했던 이 사업을 놓고 한 구의원이 구청의 인건비 지원과 사무실 임대보증금 지급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김 구청장은 구청장이 된 이후 매년 열린 '광진 장애인 한마당 대축제'에 함께 했다. 이 축제는 김 회장이 주도한 것이다.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에 깊숙히 개입된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김 구청장과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서로의 친분을 자주 과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구청장과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김 회장이 광진구에 손소독제 1만개를 전달할 때도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 손소독제는 수원에 있는 한 기업이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에 기부해 1억원이 훌쩍 넘는 액수의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실제 물품은 구청으로 전달됐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한 만큼 수집한 자료 등을 중심으로 법규에 따라 자문변호사를 통해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다"면서 "자문 결과에 따라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청은 또 김 회장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서로 주장하는 것이 달라 이 역시 법률적인 검토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광진구의회에서 복지건설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경숙 의원(국민의힘)은 "김 회장과 단체에 대한 소문은 주변을 통해 들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좀더 파악해봐야할 것 같다. 내가 맡고 있는 위원회 소관인 만큼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광진구 #광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복지일자리지원협회 #국세청 #기부금영수증 #광진구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