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5G…"내 돈 내고 베타테스트?"
지난 3일 상용화된 5세대(5G) 이동통신이 개통된 지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요금제 손질, 서비스 이용 등 안정화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을 필두로 5G 스마트폰이 보급됐지만, 5G 네트워크가 잘 잡히지 않고 요금제를 수정하는 등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다만,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서비스이니만큼 5G가 안착하는 안정화 기간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G 안정화 2~3년 정도 걸려"…좌충우돌 초기 5G 10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11시 서비스를 시작한 5G는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 10만명을 돌파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주말 각각 3만명, 2만명 이상 가입자를 돌파했다고 밝히며 5G 서비스 출시 초기에 경쟁 우위를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창한 '세계 최초 상용화' 뒤에는 5G 신호가 불안정하다는 부정적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 많은 지역, 건물 내부, 지방에 거주하는 이용자는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도 5G폰을 구매하기 전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너무 느리다", "지방에서 5G가 안 터져 LTE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G 스마트폰 구매를 고민하는 댓글에는 "좀 더 기다렸다 사야죠", "내 돈 내고 베타 테스터 되는거죠"라는 냉소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4월 3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261개 기지국 장치 중 85.6%인 7만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5G 기지국 송수신 장치가 대부분 대도시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G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LTE로 전환해 이용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롱텀에볼루션(LTE) 초기 때와 같이 5G도 안정화되기까지는 2~3년 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제 5G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만큼, 5G 장비도 부족하고 5G 주파수 특성 상 더 촘촘하게 망을 깔아야 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5G 네트워크 장비는 하나의 기지국에서 360도를 커버하기 위해 기지국 당 3개의 장치가 필요해 더 많은 작업이 요구된다. 5G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3.5기가헤르츠(㎓)와 28㎓로 LTE보다 고주파다. 속도는 빠른 대신 곧게 뻗는 직진성이 강해 도달거리가 짧다. 장애물도 돌아가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 통신사마다 기술은 다르지만 이 때문에 LTE 보다 기지국을 약 30% 정도 더 구축해야 한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전문대학원 교수는 "LTE도 초기 때 잘 안 터지면 3G를 번갈아 가며 이용했듯이 상용화 초기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5G는 LTE나 3G 보다 주파수 범위가 넓고 5G 장비 공급이 원활치 않고 투자비용이 큰 만큼 2~3년 정도 망 구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망 준공을 아직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품질 이슈가 나올 것은 예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락가락 '5G 요금제'…저가 요금제로는 5G 이용에 '무리' 네트워크 문제 이외에 5G 요금제가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연이어 내보였지만, 총량 제한 등의 논란을 빚자 요금제 수정에 나서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이동통신사들은 3사 모두 5만원대 중저가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과 KT는 월 8기가바이트(GB), LG유플러스는 9GB를 제공한다. 그러나 진정한 5G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데이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1분 동안 이용하면, 데이터가 9.9GB 정도 소모된다. 1시간 가량 시청하면 데이터 소모량은 최대 25~30GB에 달한다. 월 8~9GB를 제공하는 요금제로는 하루 쓰기도 벅찬 용량이다. KT의 경우 전날 약관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데이터 공정사용정책(FUP) 조항에 데이터 일 53GB 초과 사용의 경우 속도 제어가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아 '꼼수' 지적을 받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약관에 이 같은 총량 제한 문구가 적혀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일일 사용량 제한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T 관계자는 "불법 사용이나 상업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최소 장치를 뒀던 것"이라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사용을 제한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5G 요금이 세계적으로 보면 비싼 편은 아니다"며 "망 투자 비용도 수조원에 달하니만큼 재무적인 상황도 고려한 적정 요금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