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휴직' 시작한 항공업계…이젠 '고금리'에 떤다?
유급휴직 시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마지막 생존책마저 다 써버린 항공업계가 결국 무급휴직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차선책으로 여겨졌던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사실상 '고금리'로 인해 항공사들이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LCC 업계, 11월 '무급휴직' 시작…FSC는 "아직"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대부분 항공사는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항공사에 정부가 그동안 유급 휴직 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왔지만, 그마저도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지원 기간이 종료되며 결국 무급휴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전 항공사가 이달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에어부산은 오는 11일까지 유급 휴직을 하고, 이후 무급휴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내달 15일, 이달 초까지 지원 기간이 남아 무급휴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비상장사로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이스타항공을 제외하고,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대한항공 외 전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했지만, 나머지 저비용항공사는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도 알 수 없어 올 3, 4분기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다만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항공사 직원들은 정부로부터 무급휴직 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게 된다. 무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도 감원 대신 무급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근로자 평균 임금의 50% 한도 내에서 최장 180일 동안 인건비를 지원한다. 항공사들은 일단 올해 말까지 무급휴직을 한 이후 내년 1월 다시 기산되는 유급 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또 한 번 6개월을 버티겠다는 전략이다. ◆논란의 기안기금 '고금리'…대한·제주 "협의 중" 일부 항공사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자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눈을 돌렸다. 자금을 지원받는 형태인 고용유지지원금과 달리, 추후 갚아야 하는 기안기금은 그간 항공사들에 차선책으로 여겨져왔다. 이에 지난 5월 28일 약 40조원 규모로 공식 출범해 7월 7일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신청을 받았지만, 4개월여가 된 현재까지 최종 자금 지원이 결정된 곳은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달 11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M&A(인수 합병)가 무산되고, 기안기금으로 2조 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기안기금은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300인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LCC는 신청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은 조만간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약 1조원, 제주항공은 약 1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사의 기안기금 신청은 당초 알려진 시점보다 점차 늦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중으로 신청하고, 제주항공은 이르면 지난달 15일 KDB산업은행 산하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 지원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여전히 양사는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안기금의 고금리로 인해 최종 기안기금 신청을 고심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유일하게 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아시아나항공도 대출 금리가 연 '7%+α(알파)' 수준으로 결정되며, 연이자만 16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청은 협의가 다 끝나고, 그 다음 단계다. 아직 (산업은행과) 협의 중이다. 세부 조건이나 지원 조건에 맞는지 여부 등을 협의 및 조사해야 한다. 그게 다 끝나면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신청은 어느 정도 협의가 된 내용을 갖고 신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 같다"라고 설명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기안기금 고금리 논란과 관련 "항공사에 당연히 부담스러운 것이다. 높은 고정영업비와 낮은 영업마진의 수익구조로 인해 세계 항공업계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4%대다. 높은 이자율 탓에 기안기금을 빌려다 쓰면 당장 위기는 넘기겠지만 또 다른 재무적 위험이 시작된다"며 "항공업계 파산을 많이 경험한 미국의 적용금리는 연 1% 안팎이고, 높아야 3%를 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생존 위협을 받지 않았을 항공사들까지 고금리로 대출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