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업황 내리막길까지'… 정유업계, 본격 '생존 경쟁' 나선다
-코로나 이전 하락 곡선 그리던 정유업계…新 사업 확대 중 -국내 정유 4사, 탄소 중립부터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까지 에쓰오일의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인 파주 운정 드림 주유소·충전소.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각자만의 생존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유업계는 사상 최악의 업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내는 물론 국가 간 이동 제한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시장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연일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정유사가 흑자를 낼 수 있는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본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상황에 놓였다. 정제마진이 흑자는 차치하고, 몇 달째 마이너스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3월 둘째 주 배럴당 3.7달러를 기록한 이후 9월 셋째 주까지 1달러를 넘어선 적이 없다. 약 반년 동안 정유사들이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주간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9월 1주 -0.8달러 ▲9월 2주 -0.1달러 ▲9월 3주 0.6달러 등이다. 이 같은 적자 지속의 원인으로 코로나19의 여파가 주요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정유 업황 자체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정유업계는 이미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심화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의 배출이 더 많은 석유제품보다는 전기나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4사도 이 같은 업황 변화에 따라 각종 생존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맞춰 '탄소 중립 그린 성장'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탄소 중립 그린 성장은 사업 성장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와 동등한 수준의 감축 활동을 펼쳐, 탄소배출 순 증가율을 '제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50년에는 지난해 대비 약 70%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전기차 관련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앞서 지난해 1월 LG전자와 함께 전기차 모바일 플랫폼(소프트베리), 충전기 제작(시그넷이브이), 전기차 공유(그린카)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70개 주유소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7월에는 LG화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배터리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으며, 최근 롯데렌탈과도 전기차 충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배터리 3사'로 분류되는 SK이노베이션도 이미 2차 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일 현대·기아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모빌리티-배터리 사 간 협력 체계를 맺었다. 전기차 배터리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재활용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 및 소재 공급 안정성 강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전기차와 배터리 재사용을 연계한 최적 설계 및 이를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복합화·대형화 추세에 맞춰 기존 4개의 주유소와 충전소를 통해 3000평 부지를 가진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구축했다. 해당 주유소·충전소는 셀프 주유기 10대와 LPG 충전기 4대를 갖춰, 30여 대의 차량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넓은 부지를 활용해 미래 지향적이고 차별화된 부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이 제일 크다. 금융위기 때 수요가 1%씩 빠졌는데, 지금은 올해 수요가 10% 넘게 빠졌으니 코로나19 영향이 아무래도 다른 산업 대비 훨씬 크다고 보면 된다"며 "결국 중장기적으로도 수요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현재 단기 시황도 굉장히 안 좋다 보니 두 가지가 중첩돼서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에쓰오일은 모회사 사우디 아람코처럼 화학에 대한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2차 전지, 즉 배터리 쪽으로 소재나 셀 부문 비즈니스를 확대해서 기존 본업의 비중을 줄이고 그린 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지기자 sjkim293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