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옥석' 드러나는 LCC업계] ①제주항공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 사이에도 변화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항공시장의 성장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난 저비용항공사가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것. 이에 메트로신문은 그간 기반을 닦아왔던 항공사와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 가려지고 있는 상황을 연속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제주항공 김이배 신임대표(앞줄 왼쪽 네번째)가 제주항공 스마트오피스에서 경영본부장 김재천 부사장(앞줄 왼쪽 다섯번째) 등 임직원과 함께 비타민 음료를 나누며 취임 인사를 했다. 제주항공이 LCC업계 1위 자리를 명실상부 지켜왔지만, 지난해부터 연이은 M&A(인수합병) 시도의 실패로 뒷말만 무성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05년 창립한 제주항공은 올해 15주년을 맞아 지난 1월 올해 사업전략의 3대 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진행된 기념식에서 이석주 전 사장은 ▲안전운항체계 고도화 ▲고객지향 마인드 제고 ▲핵심가치 재조명 등을 LCC산업의 선도를 위한 3가지 도전 과제로 꼽았다. 승객의 눈높이에서 만족할 정도를 목표로 안전의 기준을 높이고, 최고경영자가 CCO(최고고객책임자)로서 직접 고객서비스를 관리하며 그간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안전, 저비용, 도전, 신뢰, 팀워크를 재조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재도약 선언에도 제주항공은 올해 코로나19는 물론,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이스타항공 인수 실패까지 겹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이 수송한 전체 여객 수는 1335만2537명으로 전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공급 좌석도 1516만68석으로 타 LCC 대비 압도적인 규모를 나타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 이슈 등으로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외려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기까지 정부의 지원 등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2분기 -274억원에 이어 ▲3분기 -174억원 ▲4분기 -32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657억원과 2분기 -854억원으로 연달아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5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은 경영난 심화와 더불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의 인수를 통해 재도약하려던 전략에도 실패하며 도덕성 논란까지 겪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국내 2, 3위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 등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인수합병 시도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 같은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리스로 운영하는 항공기에 대한 계약서 전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기밀자료만 빼가고 실질적인 인수 의지는 없다는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또, 지난달 23일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던 이스타항공과의 인수전도 '노딜'로 끝나며, 아직까지 그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코로나19 등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전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셧다운'을 유지해 온 이스타항공은 남아있는 직원 1300명 중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제주항공이 의도치 않았다고 해도, 결국 제주항공의 인수 무산으로 대량 실직 사태가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한편 제주항공은 신임 대표의 선임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지난 6월 김이배 부사장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7C 정신'으로 위기를 넘어 새롭게 도전하자고 포부를 밝혔다. 7C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부여한 고유 코드명으로, 제주항공의 실천적 모토다. 또한 제주항공은 지난 2월과 5월 있었던 국토부의 운수권 정기·수시배분에서 중국과 싱가포르, 베트남 등 총 12개의 운수권을 배분받으며 운영 노선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에도 나섰다. 김이배 부사장은 취임사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하면서 과거와는 다를 포스트코로나 시장을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상황"이라며 "제주항공은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모든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회복탄력성' 제고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지기자 sjkim293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