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몽니에 조선업 구조조정 멀어지나
현대중공업 노사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31일 물적분할이 결정되는 주주총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30일 제기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 노조의 주총장 불법 점거로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울산시장까지 삭발을 단행하며 사실상 노조에 힘을 실어줬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절차로 오는 31일 임시주총을 열어 회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을 계획 중이지만 노조와 지역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이룬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선 빅2(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1%가 넘는 '매머드 조선소'가 탄생해, 국내 업체들 간의 저가 수주로 인한 손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현대중공업 주총은 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리기로 계획돼 있지만 노조는 4일째 이곳을 점거하며 출입문을 봉쇄해 외부에서의 진입을 막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주주총회 개최의 중단을 선언할 때까지 점거 농성과 파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회관 내부에는 노조원 500명이 포진한 상태로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 진입에 대비하고 있으며 외부에서도 1500명 이상이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한마음회관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갖고 다음 날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밤샘 점거농성에 합류하기로 했다. 경찰은 집회에 현대중공업 노조원 2000여명과 현대자동차·대우조선해양 노조 등 영남권 지역 노조원 2000여명 등 4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추산했다. 울산시도 현대중공업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하는 노조 주장에 힘이 실렸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노동자도 울산시민"이라며 사측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한국조선해양이 서울에 설립될 경우 울산은 전문인력 등 인구 순유출로 이어지고, 조선산업 생산기지화로 도시 성장 잠재력을 상실하는 등 지역 경제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울산시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본사를 서울로 옮기며 사업회사인 신생 현대중공업을 만들며 본사를 울산에 두게 된다. 이번 임시 주주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승인되면 현재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게 된다. 이때 부채는 한국조선해양에 1639억원(2.3%), 신설 현대중공업에는 7조576억원(97.7%)으로 각각 승계된다. 노조는 이렇게 되면 부채가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우려가 있고, 조합원 소속이 자회사로 바뀌면 단체협약 승계 과정에서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사측은 농성장을 찾아 주주총회를 강행한다며 수 차레 자진 해산을 요구했지만 노조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현재로선 주총이 열리려면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거나 회사측 보안직원들이 노조원들을 한명씩 끌어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는 한마음회관 시설물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경찰에 3차례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지난 27일 이후 하루 평균 1000~1300여명을 회관 주변에 배치해왔으며 극단적 충돌 우려로 기동대 배치 병력을 40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주총장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상법상 주주총회를 소집할 때는 2주 전에 사전 통지를 보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법원이 인정하면 공고된 주총 시간이나 장소를 바꿀 수 있다. 물적분할을 위한 주총은 본사 소재지가 위치한 지자체,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지역 이내 지역이면 어디든 열수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는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장소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