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유 보다 높아진 휘발유, 모두 2000원대 돌파 "걷는 게 편하다…휴가는 '방콕'"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동시에 2000원을 돌파한 것은 2008년 전국 판매가격 집계 이후 최초다.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 경유를 주유하고 있는 17톤 운송트럭/허정윤 기자 전국 휘발유·경유 판매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도 유가 상승 기조가 3주 연속 이어지며 두 제품 모두 전국 평균 2000원을 넘겨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L)당 2009.53원을, 경유 판매가격은 2006.37원을 기록했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동시에 2000원을 돌파하고 유지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2008년 전국 판매가격 집계 이후 최초다.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은 유류세 추가 인하 효과를 보는 듯 했지만 '반짝 효과'였을 뿐 다시 상승했다. 유류세 추가 인하 직전인 4월30일 L당 1974.77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일 1931.69원까지 43.08원 떨어졌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현재는 유류세 추가 인하 직전 가격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면서 역전 현상이 일부 해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통상 경유보다 200원 가량 높은 휘발유 가격이 역전된 기간이 17일 가량 이어지면서 경유 차량을 운행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미쳤다. 중장비운영이나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정부가 유가연동보조금 기준금액을 L당 1750원으로 낮췄음에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서울 휘발유 가격은 L당 2084.30로 전날 2083.07원보다 0.93원 오르며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집계됐다 . 그밖에 제주(2072원), 강원(2019원), 경기(2016원), 충북(2013원), 인천(2013원), 충남(2009원), 전남(2004원), 세종(2003원) 등이 2000원을 넘었다. 모두 전날보다 0.2~1% 가량 상승세를 보였다. 전국에서 휘발유·경유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의 한 SK에너지 주유소로 휘발유는 리터당 2989원, 경유는 2869원을 기록했다. 고유가 시대는 엔데믹으로 불어오는 리오프닝 분위기를 한풀 꺾는 모양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H씨는 "올해는 오랜만에 해외에서 휴가를 즐겨보고 싶었는데 4인 가정 항공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겠다"며 "국내여행으로 다시 일정을 조절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유가가 비싸면 먼 곳으로 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유류할증료 인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각 항공사가 운임에 부과하는 금액으로 통상 항공권 가격의 10~20%를 차지해 항공료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대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의 유류할증료는 17단계(3만3800원~25만6100원)가 적용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더 오른다. 6월 유류할증료는 19단계로 구간에 따라 4만400원~29만3800원 선으로 책정돼 있다. 19단계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구간제를 시행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다. 국내 휘발유·경유 수요는 고유가로 인해 줄고 있지만, 중국 봉쇄 완화 등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어 고유가 기조가 잡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전주보다 0.1달러 소폭 올라 배럴당 108.9달러를 기록했고, 국제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6.1달러 내린 배럴당 140.3달러를 기록하며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이번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중국 베이징 코로나 방역조치 강화와 헝가리의 러시아산 석유금수조치 반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높은 국제 유가는 물론 최근 환율까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이동량이 많아지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진입으로 휘발유, 경유 등 운송유에 대한 수요가 더 커져 고유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