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세대교체] CJ제일제당,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성장동력 챙겼다
<전문> K-푸드가 세대 교체의 물결을 타고 있다. 김치·라면·김 등 기존 제품들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떡볶이·불닭·디저트 같은 신흥 인기 품목이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SNS 바이럴과 '먹방' 콘텐츠를 즐기는 MZ세대 소비자가 중심축이 되면서 K-푸드의 판이 더욱 넓어졌고,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해외 K-푸드 시장에서는 매운맛 강도를 조절한 제품, 채식·할랄 인증을 갖춘 제품 등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소비층을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주요 기업은 떡볶이·튀김 같은 분식을 '차세대 K-푸드'로 낙점해 스트리트 푸드 이미지를 알리고 있고, 약과와 호빵, 떡 등 디저트류를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공통된 전략은 '현지의 취향을 존중하되 한국적 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류 콘텐츠와 맞물려 세계 곳곳에서 한국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기업들은 단순히 수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식문화 속에서 '일상적 선택지'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품목과 전략으로 진화한 K-푸드가 세계 식탁 위에서 '차세대 주류'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앞세워 K-푸드 세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비비고 만두'였다.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정한 CJ제일제당은 캘리포니아 만두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입점에 주력했지만, 현지 인지도가 낮아 바이어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만두 시장 판도를 바꾼 '비비고 왕교자'와 미국 시장에서 출시 이후 줄곧 판매 1위를 지켜온 '치킨&실란트로 만두'가 등장하며 한국식 만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9년에는 북미 시장에서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당시 식품사업부문장이던 강신호 대표 지휘 아래 미국 2위 냉동식품기업 슈완스( Schwan's Company)를 약 2조 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 인수를 계기로 비비고는 슈완스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2020년부터 양사의 B2C 유통망을 통합해 미국 전역 6만여 점포에서 만두와 아시안푸드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성과를 거둔 뒤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8~2021년 연평균 38% 이상 성장했으며, 2018년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 인수와 2022년 영국 법인 설립을 통해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이 전초기지다. 2016년 현지 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2022년 롱안성에 3만4800㎡ 규모의 키즈나 공장을 완공했다. 4층 규모의 이 공장은 할랄 전용 생산동을 갖추고 김치, 가공밥, K-소스 등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동남아·중동 시장은 물론 일본, 중국, 유럽, 오세아니아로 이어지는 글로벌 수출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만두를 넘어 차세대 K-푸드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략제품(GSP)으로 가공밥, K-소스, 치킨, 김치, 김, 롤 등을 지정해 해외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 전략을 기반으로 지난해 해외 식품 매출은 5조 원을 넘어섰다. 또한 'K-스트리트 푸드' 카테고리를 신설해 떡볶이·핫도그·김밥·김말이·붕어빵·호떡 등 6대 품목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첫 주자인 떡볶이는 2023년 6월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베트남 등 주요 국가에 컵·파우치형으로 수출되며 현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오세아니아는 새로운 성장 거점이다. 호주는 전체 인구의 17%가 아시아계로 K-푸드 확산 잠재력이 크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5월 호주 최대 대형마트 울워스에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며 사업을 본격화했고, 이어 콜스·IGA 등 주요 대형마트까지 판매처를 넓혔다. 현재 울워스 1000여 매장에서 만두와 냉동김밥을 판매 중인데, 불고기 김밥은 고기를 대신해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 편의점 체인 이지마트에도 입점했으며, 이 같은 공격적인 확대에 힘입어 2023년 1~9월 오세아니아 매출은 전년 대비 43% 성장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법인 설립과 헝가리 '유럽 K-푸드 신공장' 부지 확정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유럽 식품사업 매출은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한국 음식문화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에서 운영된 '비비고 시장' 부스는 이를 잘 보여준다. 떡볶이, 만두, 김치, 주먹밥 등을 하루 500인분 한정 판매했는데, 매일 4시간 만에 완판됐다. 외국인 소비자들이 매운 떡볶이와 담백한 만두를 즐기는 모습은 SNS를 통해 확산됐고, K-푸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삼아 비비고 브랜드를 더욱 친숙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K-푸드는 이제 세계인의 식탁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며 "비비고 만두에서 떡볶이, 치킨, 소스까지 확장된 제품군을 앞세워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