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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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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2>와인의 역사를 바꾼 필록세라

<62>필록세라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도나무도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초토화시킨 해충에 시달린 적이 있다. 와인은 물론 주류 전체의 역사를 바꿔버린 필록세라다. 필록세라는 진드기의 일종이다. 원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발견되던 해충이다. 뿌리에 기생해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포도나무의 가지와 잎까지 말라비틀어 죽여버린다. 수백 개의 알을 낳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한 번 생겼다 하면 포도밭 전체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포도뿌리에서 시작에 결국에는 나무 전체를 죽이지만 미국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랜기간 필록세라와 싸워오면서 포도나무 자체적으로 이미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포도나무 묘목이 영국으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뿌리에 기생하던 필록세라도 같이 유럽으로 건너왔다. 필록세라에 대한 내성없이 무방비 상태였던 유럽의 포도나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필록세라는 1863년 영국을 시작으로 1869년 프랑스 보르도, 1875년 이탈리아, 1878년 스페인에서 창궐했다. 신이 내린 저주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시 유럽 포도밭의 3분의 1이 황폐화됐다. 해결책이 나온 것은 필록세라 피해가 생긴 지 무려 20여 년이나 지난 뒤였다. 필록세라에 저항력이 있는 미국 종 포도 뿌리에 유럽 종의 포도 가지를 접붙이는 방식이었다. 20여년에 걸친 필록세라 재앙은 많은 것을 바꿔놨다. 먼저 와인 이외 다른 주류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유럽의 와인 생산량이 뚝 떨어지면서 이전에는 하층민이나 먹던 맥주를 상류층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을 증류시켜 만드는 코냑도 구하기 힘들어지자 스코틀랜드 산 위스키가 대용으로 떠올랐다. 와인시장의 구도도 달라졌다. 필록세라 피해가 한 두해로 끝나지 않고 10년, 20년에 달하자 와인메이커들이 유럽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포도나무가 아직 건재한 호주나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프리카 등으로 이동하면서 신세계의 와인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칠레는 필록세라로부터 안전한 몇 안되는 나라다. 칠레가 프랑스로부터 포도나무를 들여온 것은 필록세라가 창궐하기 전인 1860년대 초로 지금도 접붙이기를 하지 않은 순수 품종을 유지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프랑스가 와인의 생산과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계기가 됐다. 필록세라로 포도밭이 죄다 망가지지면서 와인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자 가짜 와인이 판을 치게 된 탓이다. 건포도로 가짜 와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원산지 개념은 무시되고, 다른 나라에서 만든 와인을 프랑스 와인에 섞어팔기도 했다. 심지어 양을 늘리기 위해 와인에 물을 타거나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즙을 속여 팔기도 했다. 가짜 와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프랑스는 이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와인법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지금도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범 국가적 시스템 AOC(원산지 호칭 통제)다. 산지 명칭을 쓸 수 있는 경계선을 명확히 했고, 포도품종부터 재배법, 양조까지 세부적인 기준도 국가가 정했다. 필록세라로 인한 고통도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와인의 품질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된 셈이다.

2020-02-27 15:20: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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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1>커피 한 잔 값으로 와인 한 병

대형마트 저가와인 공세 4800원, 4900원, 5900원, 69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돌체 콜드 브루, 초코 크림 프라푸치노의 가격인가 했더니 아니다.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내놓은 저가와인들의 가격이다. 롯데마트의 '나투아 스페셜 셀렉션 카베르네소비뇽'과 '샤또 르 팽 프랑'이 각각 4800원, 5900원이며, 이마트의 '도스코파스'와 'G7'이 각각 4900원, 6900원이다. 커피 한 잔 가격이면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셈이다. 와인애호가들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저가와인의 선택범위가 넓어졌다. 와인애호가라도 비싼 와인만 먹는 것은 아니다. 자주, 그리고 그만큼 더 많이 먹기 때문에 가성비 좋은 와인에 대한 관심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와인 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는 통신판매가 금지돼 있다. 불편했던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와인을 사려면 꼭 오프라인 매장으로 나가야만 했고,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온라인 채널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싸고도 맛있는 와인은 꼭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됐다. 대형마트 저가와인의 원조는 사실 이마트다. 국민가격이라며 4900원에 내놓은 도스코파스 이전에 이미 10년 전부터 G7이 있었다. 지난 2009년 출시된 G7은 10년째 병당 6900원을 고수하고 있다. 데일리 와인이라고 해도 1만원 안팎이 최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G7은 지난 2017년부터 한 해 판매량이 100만병을 웃도는 '밀리언 셀러' 반열에 올랐다. 4900원의 도스코파스의 탄생을 가능케한 100만병 개런티도 G7의 경험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선공에 롯데마트는 도스코파스보다 100원 싼 4800원 와인과 와인 종주국 프랑스산으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이마트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체상표(PB) 와인을 연구했다면 롯데마트는 기존 와인을 현지가보다 싸게 가지고 왔다. 샤또 르 팽 프랑은 지난 2018년 현지 '길버트 앤가이야르' 평가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와인이다. 멀롯과 카베르네소비뇽, 그리고 소량의 카베르네프랑을 섞어 만들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6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에 팔리고 있는데 국내에서 최저가보다 더 산 5900원에 내놨다. 맛은 싼 와인이라 참을 만한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 아니다. 프랑스 와인 등급 AOC에 걸맞게 신선한 붉은 과실의 향과 함께 타닌과 산도는 부드러웠다. 도스코파스(Dos Copas)는 스페인어로 '두 잔'이라는 뜻이다. 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다른 두 병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칠레에서 생산된 '도스코파스 카버네소비뇽'은 카버네소비뇽 품종 100%로 만들었다. 품종 특유의 과실미와 탄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복합미나 무게감보다는 가볍게 먹기 좋은 정도였다. 스페인에서 생산된 '도스코파스 레드 블렌드'는 템프라니요와 가르나차(그르나슈)를 섞어 만들었다. 붉은 과실향이 풍부한 가운데 부드럽고 깨끗해 특별한 안주없이도 홀짝거리기 좋은 맛이다.

2020-02-20 17:38:5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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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0>달콤쌉싸름 발렌타인데이 와인

초콜릿과 와인의 마리아주 발렌타인데이의 시작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황제의 허락을 받아야 결혼할 수 있었던 시대. 발렌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다. 죽음을 당한 날이 바로 2월 14일이다. 사랑을 지켜주려다 순교한 날은 연인들의 축일이 됐고,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허락됐다. 초콜릿 만으론 고백의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다. 부족한 2%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초콜릿의 맛과 향, 분위기까지 배가시켜줄 와인이다. 초콜릿은 맛의 개성이 강하다. 와인을 자칫 잘못 골랐다가는 서로의 향을 죽이고, 쓴 맛만 남을 수도 있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이라면 포트와인이 정답이다. 포트와인은 와인을 발효하는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와인이다. 알콜함량이 높은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으면서 발효를 멈추고, 결과적으로는 잔류 당분이 높아진다. 단맛이 강하고, 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진 포트와인은 식후 디저트용으로 아주 좋다. 특히 '다우 너바나 리저브 포트'는 다크 초콜릿을 위해 태어났다. 다우의 와인양조 팀은 초콜릿과 가장 잘 맞는 포트와인을 만들기 위해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플랑드르 테이스트 파운데이션(The Flanders Taste Foundation)'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포트와인과 다크 초콜릿의 공통적인 풍미 요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꽃향기와 부드러운 탄닌감, 구조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와인을 만들었고, 이 와인이 바로 다우 너바나 리저브 포트다. 흑장미, 바이올렛 등의 향기와 함께 달콤하지만 우아한 맛이다. 모든 초콜릿과 잘 어울리지만 특히 카카오 함량 60% 이상의 다크 초콜릿과 가장 이상적이다. 주정강화와인이라 알콜도수는 20도로 높은 편이다. 대신 일반 와인과 달리 세워 보관해도 되며, 오픈한 후에도 최장 한달 까지 보관이 가능해 조금씩 디저트와 즐길 수 있다. 진한 포트와인이 부담스럽다면 프랑스의 '뱅 두 나뚜렐(Vin Doux Naturel·Natural Sweet Wine)이다. VDN은 당분 함량이 높은 포도 주스를 발효시키는 중간에 고순도의 중성 알코올을 넣어 만든다. 포트와인과 같이 발효가 멈추면서 당분함량이 많지만 알콜도수가 약 15도 안팎으로 낮고, 과실향이 신선하다. '폴 자불레 뮈스꺄 봄 드 브니즈'는 프랑스의 대표적 VDN으로 향이 좋은 품종인 뮈스카 100%로 만든다. 잘 익은 복숭아와 모과 향이 잘 어우러지고, 신선한 열대 과일 향이 은은하다. 처음에는 천연당분이 부드럽고도 풍부한 볼륨감을 주다가 깔끔한 산도로 마무리 되다. 초콜릿과 잘 어울리는 디저트 와인이다. 밀크초콜릿이나 화이트초콜릿이라면 과실향이 풍부한 와인이 제격이다. 독일 모젤 와인인 '프리츠 짐머 리슬링 아우스레제'는 리슬링 품종으로 만들었다. 잘 익은 과실만을 골라 만들어 다른 와인보다도 리슬링의 달콤함을 잘 간직하고 있다. 잘 익은 과일의 감미로운 당도와 자연산도를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향이 복합적이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로제'는 레드 와인 품종인 피노누아를 섞어 연한 분홍빛을 띠고, 섬세한 기포가 끊임없이 피어 오른다. 딸기 등 붉은 과실의 향과 신선한 자몽과 귤의 풍미도 어우러지는가 싶더니 설탕에 졸인 과일향으로 마무리된다.

2020-02-13 15:24: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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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9>파 니엔테, 한 폭의 그림같은 와이너리

美 나파밸리 '파 니엔테(Far Niente)' 아름다운 동화 속 같은 와이너리에서 그림같은 와인을 마신다. 과장이 아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와이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화창한 햇살도 덤으로 느껴질 정도다.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와인이 아니라 와이너리다.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로 손 꼽히는 '파 니엔테'다. 파 니엔테는 지난 1885년 골드러시로 캘리포니아에 온 존 벤슨과 미국의 유명한 인상파 화가 윈슬로우 호머가 설립했다. 오크빌 서쪽 언덕에 지어진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와인을 양조할 때 중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1919년 금주령으로 황폐화됐던 와이너리를 재건한 것은 1979년, 지금의 주인인 길 니켈이다. 3년에 걸쳐 아름다움과 기능을 되살린 와이너리는 그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문화 유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름은 와이너리를 정비하던 중 건물 전면 돌에서 발견된 문구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에서 유래했다. 라틴어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라는 뜻이다.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감탄을 자아내는 정원으로 둘러쌓여 있다. 조경업을 했던 집안답게 길 니켈은 건물을 재건한 직후인 1982년부터 바로 정원 꾸미기 정성을 쏟았다. 매년 봄마다 피는 수천 송이의 철쭉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꽃이 피면 몇 키로미터 떨어진 고속도로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한다. 와인 동굴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약 2500개의 오크통이 동굴 안에 저장되어 있다. 일정한 온도에 자연습도는 와인 숙성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지만 여기에서도 여러 번의 테이스팅을 거쳐 품질이 좋은 것만 와인으로 내놓고 나머지는 벌크 와인으로 팔아버린다. 최고 중의 최고만 파 니엔테의 이름을 달고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파 니엔테는 와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인 '아무 근심, 걱정 없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와인 스타일로도 그대로 구현됐다. 과한 간섭보다는 아무것도 안하니 오히려 순수한 최고의 맛이 나오더란 얘기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 2018'은 잘 익어 즙이 풍부한 배를 비롯한 열대과일 느낌은 물론 입안에서는 풍만하면서도 둥글게 모아졌다. 단단하면서도 잘 짜여진 구조로 균형감도 뛰어나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 2017'은 프랑스 보르도풍 블렌드 와인이다. 카버네 소비뇽을 85~90%까지 주로 쓰지만 멀롯과 카버네프랑, 쁘띠베르도를 섞어 정교한 맛을 낸다. '파 니엔테 돌체 2012'는 디저트 와인이다. 귀부 곰팡이에 의해 건포도처럼 말라버린 포도로 만든다. 농축된 풍미와 광채 나는 황금색이 인상적이다. 달콤하게 말린 과일향과 꿀, 구수한 오크느낌이 어우러진다. 참고로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와이너리지만 유아나 어린이를 포함해 21세 미만은 아예 입장이 안된다.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들이 대부분 시음장 입장만 제한하는 것과 달리 파 니엔테는 주차장을 포함해 경내 어느 곳도 허락되지 않고 즉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이를 떼어놓는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가볼만한 곳이다. 주인장의 취미인 슈퍼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2-06 14:59:5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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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8>미국와인을 세계 정상으로…샤또 몬텔레나

美 샤또 몬텔레나 와이너리 "나쁘진 않네요. 새내기치곤(Not bad for kids from the sticks)." (타임지, 1976년 6월 7일 '파리의 심판' 기사 중)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샤또 몬텔레나 짐 배럿이 우승 소감을 묻는 타임지 기자에게 답한 말이다. 미국 와인의 위상을 단 한 번에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는 1976년 그 유명한 파리 테이스팅, 일명 '파리의 심판' 우승인데 말이다. 샤또 몬텔레나는 1972년 변호사였던 짐 배럿이 인수하면서 부활한 곳이다.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북쪽 끝인 칼리스토가(Calistoga)에 위치해 있었다. 유럽풍의 돌성으로 외관상으로도 멋지지만 기능적으로도 자연온도 조절이 가능한 건물이다. 1970년대만 해도 미국의 와인시장은 성숙되지 않았다. 달달한 스위트 와인이 주로 팔리던 때였지만 짐 배럿의 생각은 달랐다. 신대륙의 포도로 만든 구대륙 스타일의 와인, 즉 프랑스 부르고뉴 화이트와인과 같이 산도와 구조감, 밸런스를 중시했다. 블라인드로 진행된 파리 테이스팅에서 9명의 프랑스인 심사위원들이 자국의 부르고뉴 화이트와인과 샤또 몬텔레나의 나파밸리 샤도네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다. 샤또 몬텔레나 관계자는 "1970년대 당시엔 화이트와인에 있어서는 나파 스타일이라고 할 것이 없어 프랑스 부르고뉴 화이트의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었다"며 "산미가 살아있는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에 대한 철학은 50년 동안 계속 지켜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오크향이 진하고 무거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샤도네이와 달리 젖산발효를 하지 않아 적정한 산미와 과실의 풍미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시음한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기후가 선선했던 2011년 빈티지로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1973년 빈티지와 가장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산미가 살아있지만 부드러우며,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튼튼한 골격과 구조를 갖춰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나파 밸리 샤도네이 1973 빈티지 병은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 링컨의 모자, 루이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함께 전시돼 있다. 파리의 심판으로 샤또 몬텔레나라고 하면 화이트와인이 떠오르지만 레드와인 역시 뛰어나다. 1978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이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은 현재 와이너리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이 역시 오크향 두툼한 일반적인 캘리포니아 카버네 소비뇽과는 거리가 멀다. 특유의 토양냄새에 풍부한 과실향이 어우러지며, 탄닌은 힘차지만 매끄러운 산미가 잘 어우러진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빈티지 기복없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끊임 없이 좋은 점수를 받은 와인"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 2007은 골디락스 빈티지로 꼽힌다. 골디락스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말하는데 이때 기후가 완벽이라고 말할만큼 딱 좋았다. 카버네 소비농 99%에 딱 1%만 카버네 프랑을 섞었으며, 여전히 신선한 과실향과 향신료 등 다양한 풍미들이 세련됐다. '이스테이트 카버네 소비뇽' 1999는 무려 20년이 넘게 숙성됐지만 캘리포니아 최고의 장기숙성력을 자랑하듯 여전히 투명한 빛깔에 힘이 끝까지 길게 이어졌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1-30 14:57: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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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7>경자년, 승리의 브이(V) 한 잔

비오니에·베르데호·베르멘티노 새해 다짐이 벌써 흐지부지 됐다면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매년 이맘때면 양력설과 음력설로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을 두 번 가질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경자년(庚子年) 하얀쥐의 해엔 원하는 바를 다 이룰 수 있도록 와인도 승리의 브이(V)다. 와인 포도품종 가운데 영문 철자가 브이로 시작하는 비오니에(Viognier), 베르데호(Verdejo), 베르멘티노(Vermentino) 등으로 만든 와인이다. 비오니에는 고급 화이트와인 품종으로 꼽힌다. 그만큼 재배하기도 까다로워 멸종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와인으로 만들어놔도 와인메이커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품종이 바로 비오니에다. 호주 얄룸바는 비오니에 품종에 있어서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있는 와이너리다. 재배하긴 어려웠지만 비오니에의 가능성에 30년 가까이 투자한 결과다. '얄룸바 에덴 밸리 비오니에'는 비오니에 품종 100%로 만들었다. 야생효모로 발효를 해 맑고 자연스러운 질감이 잘 살아있다. 품종 특유의 맑고 수수한 봄꽃향이 매력적이다. 산도 높은 화이트와인을 싫어했던 이들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음미할 만한 풍미가 길게 남겨진다. 비오니에 특유의 풍미를 느끼려면 일반 화이트와인보다는 높은 온도로 마시는게 좋다. 설 연휴를 맞아 전이나 고기 만두는 물론 다양한 샐러드와도 먹기 좋다. 베르데호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이트와인 토착품종이다. 스페인 보데가 메나데는 내츄럴와인 전문 와이너리로 숙성기간을 달리해 다양한 내츄럴 베르데호 와인을 만들고 있다. '보데가스 메나데 베르데호'는 베르데호 단일 품종으로 만들었다. 포도를 재배하면서 구리, 살충제 등을 쓰지 않았으며, 양조 과정에서도 동물성 성분과 이산화황을 배제한 내츄럴 와인이다. 레몬과 라임, 꽃향을 비롯해 내츄럴 와인의 특징인 송진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미네랄 풍미도 입안을 맴돈다. 달지 않으며, 산도와 풍미가 적절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 여운이 길다. 이번엔 이탈리아다. 베르멘티노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화이트와인 토착품종이다. 사르데냐 섬에서는 베르멘티노가 가장 중요한 품종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쏘레갈레 베르멘티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마렘마 지역에서 베르멘티노 품종 100%로 만든다. 마렘마는 토스카나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와인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자갈이 풍부한 토양과 서쪽에서 불어오는 해풍, 다양하게 변하는 기후가 만들어내는 마렘마만의 독특한 테루아가 와인에 그대로 담겨있다. 투명한 노란빛에 레몬과 감귤, 복숭아 향과 함께 약간의 지중해 허브의 향도 맡을 수 있다. 산도와 알코올이 잘 어우러져 입안에서 구조가 단단하며, 고소한 풍미도 느낄 수 있다. 랍스터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며, 야채 샐러드나 해산물 샐러드 등은 물론 강렬한 허브를 곁들인 메인 코스와도 먹기 좋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1-16 16:58:2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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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6>덕혼 멀롯, 미운 오리새끼서 백조로

덕혼 빈야드 "개성없는 와인을 분류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전형이지…난 절대로 싸구려 와인은 못 참아."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와인애호가 마일즈가 포도품종 멀롯(Melot)을 겨냥해 한 말이다. 우리말 자막으로는 '싸구려'로 쓰였지만 영화에서 실제 대사에서 쓰인 단어는 멀롯이었다. 사실 멀롯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주연이 아니라 조연의 역할을 더 많이 해왔다. 단단한 카버네 소비뇽에 부드러운 질감을 더하는 정도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일부 최상급 와인이 멀롯을 주로 썼지만 드문 경우고, 특히 미국 등 신세계에서는 마일즈의 말처럼 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멀롯의 위상을 바꿔놓은 곳이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덕혼 빈야드다. 덕혼 빈야드는 설립 초기인 1978년부터 멀롯을 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설립자 댄과 마가렛 부부가 와이너리를 세운 것도 프랑스 보르도를 여행하며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지만 특히 생떼밀리옹과 뽀므롤 지역의 주 품종인 멀롯 와인에 깊이 매료되면서다. 덕혼 빈야드의 멀롯은 뽀므롤 특유의 벨벳과 같은 질감과 함께 나파밸리 토양의 응집력이 더해지면서 신세계 멀롯 와인의 기준점이 됐다. '덕혼 쓰리 팜즈 빈야드 멀롯'은 미국 최초의 싱글 빈야드 멀롯이다. 세 그루의 야자수(Three Palms)가 있다는 포도밭 이름처럼 따듯한 경사지에 위치해 과실 풍미가 풍부하고, 복합미와 농축미, 미네랄리티까지 갖췄다. 시음했던 2016 빈티지는 멀롯의 비중이 93%에 달했다. 코에서는 검붉은 과실과 시나몬은 물론 코코아와 달콤한 오크향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입 안에서는 탄탄하고 매끄러운 탄닌, 오크 풍미가 복합적인 향과 어우러져 길게 이어졌다. 2014 빈티지는 지난 2017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100대 와인을 발표한 이후로 멀롯을 주 품종으로 한 와인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덕혼이 두 번째일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멀롯은 캘리포니아에서 카버네 소비뇽이나 피노누아와 같은 위상을 가지진 못했지만 제대로 만들면 환상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덕혼 나파 밸리 멀롯'은 쓰리 팜즈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를 20% 이상 사용해 탄탄한 구조와 깊이 있는 풍미가 특징이다. 멀롯의 비중이 80% 안팎이며, 카버네 소비뇽과 말벡, 쁘띠 베르도 등을 섞어 만든다. 와이너리를 방문한 날 시음할 수 있었던 '덕혼 아틀라스 피크 나파밸리 멀롯 2016'은 멀롯으로만 만든다. 나파밸리의 고지대인 아틀라스 피크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해 복합미와 구조감이 도드라지며, 장기숙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덕혼 빈야드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비뇽 블랑이다. 소비뇽 블랑 역시 우아하고 매혹적인 화이트 와인을 목표로 와이너리 설립 초창기인 1982년부터 생산됐다.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때 오찬 와인으로 '덕혼 나파밸리 소비뇽 블랑'이 선정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덕혼 나파밸리 소비뇽 블랑 2018'은 소비뇽 블랑에 세미용을 섞어 만들었다. 생동감 있게 톡톡 튀는 느낌의 감귤류와 열대과일의 향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첫 인상은 신선하지만 과실의 풍미에 단단한 미네랄이 더해져 깊이 있고 풍부한 맛이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1-09 15:11: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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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5>학구파 韓 와인애호가를 위한 와인자격증

"한국은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요. 이렇게 2~3시간이 지나서는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 할 것 없이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한국에서 열리는 와인 행사를 참석해보면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요. 모두들 뭔가 열심히 적고, 전문가나 수입사 관계자가 아니라도 와이너리 담당자에게 와서 적극적으로 묻죠. 질문 수준도 높아요. 특정 빈티지와 비교하거나 테루아에 대해 논해요. 일본은 유행에 민감하죠. 중국은 와이너리 명성이나 브랜드에 집착해요. 한국은 학구적인 애호가들이 많습니다." 한 와인 행사에 참석한 해외 와이너리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와서도 진지하게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의견을 나눈다. 현장에서 시음노트를 작성하는 이들도 많다. 하긴 동네 뒷산을 올라가더라도 에베레스트 등반 장비와 옷을 갖추는 우리다. 와인에 있어서도 전문가의 그것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기자도 남의 말을 할 처지는 안된다. 그저 술이 좋아 마시다 보니 소주와 맥주도 브랜드에 따라 유별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와인에 기웃거렸고, 바로 소믈리에 자격 코스를 등록했으니 말이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학구열 넘치는 와인애호가를 위해 와인자격증을 살펴볼까 한다. 먼저 국내에서 와인 소믈리에는 국가인증 자격은 아직 없다. 민간 협회로 한국 소믈리에협회와 한국 국제 소믈리에협회, 한국 와인교육협회 등이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발행하고 있다. 필기시험을 비롯해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 서비스 실습 등의 과정을 거친다. 같은 시험을 통과해도 와인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으면 소믈리에가 아니라 와인어드바이저로 불린다. 국제 자격증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많다. 가장 알려진 것이 WSET다. 와인과 스피릿 교육인증(Wine & Sprits Education Trust)의 약자로 영국에서 시작됐다. 자격 등급에 따라 와인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생업이 아니라 취미 수준으로 와인을 공부한다면 WSET 레벨 1, 2가 적당하다. 레벨 1은 와인 입문 과정으로 꼽히며, 레벨 2는 와인 포도 품종이나 양조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수준까지 들어간다. WSET 레벨 3부터는 어디가서 자격증을 내밀면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 와인을 시음하면 감별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합격률도 10% 안팎으로 낮다. 디플로마로 불리는 레벨 4는 아직 국내에서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며, 자격을 딸 수 있는 과정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절정은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다. 와인 마스터들은 와인 심사, 테이스팅 행사, 평론 등을 통해 와인업계에서 권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전 세계 30개국, 389명의 와인 마스터가 전부다. 지난 2008년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로 한국계인 지니 조 리가 이름을 날렸지만 한국인으로 와인 마스터 타이틀을 거머쥔 이는 아직 없다. 지난해에도 전 세계에서 단 14명만이 새로운 와인 마스터로 이름을 올렸다. 와인의 본거지인 프랑스에서도 한 명만 최종 관문을 통과했고, 아시아에서는 중국만이 새로 와인 마스터 타이틀을 가져갔다.

2020-01-02 13:52: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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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4>연말 송년 모임을 빛내줄 와인은

2019년도 이제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와인애호가로서 꼽은 올해의 이슈 1위는 바로 와인의 부활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주류 매출을 결산한 결과, 와인의 비중이 23.3%로 국산맥주(22.2%)와 수입맥주(21.6%)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대량 매입 등으로 현지보다도 낮은 초·중저가 와인이 선을 보이며 소비자들이 다시 와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가 와인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와인 르네상스까진 아니지만 어쨋든 부활의 신호탄은 확실히 쏜 셈이다. 내년엔 와인 르네상스가 열리길 기대하며 올해의 마지막 송년 와인상을 차려본다. 먼저 식전 애피타이저다. 샐러드는 물론 감자요리, 훈제연어에도 잘 어울리는 '에멀로 소비뇽 블랑(Emmolo Sauvignon Blanc by CAYMUS)'은 미국 나파밸리에서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들었다. 에멀로의 와인메이커는 케이머스 오너 척 와그너의 딸인 제니 와그너로 품종 특유의 개성을 감각적으로 잘 살려냈다. 소비뇽 블랑 고유의 신선하고 사각사각한 느낌을 잘 끌어냈지만 덜 익은 풀내음이 아니다. 덜 익거나 과숙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의 포도를 사용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향을 이끌어냈다. 시트러스는 물론 과일과 꽃향이 복합적인 가운데 미네랄 느낌이 세련됐다. 연말을 장식하는 메인메뉴로는 역시 고기가 빠질 수 없다. 지공다스 '삐에르 애기'(Gigondas Pierre Aiguille)는 등심 구이는 물론 양념갈비와 양대창 구이와도 잘 어울린다. 품종은 그르나슈 80%에 시라와 무흐베드르를 각각 10%씩 섞었다. 초기에는 탄닌이 뚜렷하고 잘 익은 붉은 과일의 느낌이 뚜렷하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견과류나 건 자두, 흙냄새로 발전한다. 매우 풍부하지만 미묘하고 섬세해 몇 년간 숙성된 이후 진가가 발휘된다. '덕혼 캔버스백 카버네 소비뇽(Duckhorn Canvasback Cabernet Sauvignon)'은 스테이크를 비롯해 숯불갈비, 훈제 오리와 먹기 좋다. 캔버스백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름을 떨친 덕혼이 워싱턴으로 가서 만든 라인이다. 카버네 소비뇽 88%에 멀롯(9%)과 말백(3%)을 섞어 만들었다. 마시는 순간 과실의 풍부함과 부드러움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탄탄하게 농익은 탄닌과 신선한 과실, 토양의 미네랄 아로마가 특징이다. 허브와 이국적 향신료의 풍미로 마무리되며, 구조감이 특히 뛰어나다. 마지막 달달한 디저트엔 달콤한 와인이다. 특히 오랜 시간 숙성된 달콤함은 어쩌면 메인 와인보다 더 기억에 남을만한 맛을 선사한다.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DOW 10 Year Old Tawny Port)'는 말린 과일과 무화과, 커피, 견과류의 향과 함께 꽃의 향이 매력적이다. 입 안에서는 크림과 같은 질감이 돋보인다. 달콤함과 산미가 조화를 잘 이룬다. 블루 치즈나 푸아 그라, 말린 과일, 견과류, 쵸콜렛 등과 어울린다. '몬테스 레이트 하비스트(Montes Late Harvest)'는 정상적 수확시기를 넘겨 매우 늦게 수확한 게뷔르츠트라미너 100%로 만든다. 살구와 꿀, 열대 과일의 향이 물씬 풍기며,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깔끔한 인상을 준다. 크림과 같다는 인상을 줄만큼 진하고 풍부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블루치즈나 과일 디저트, 말린 무화과, 말린 살구 등과 먹으면 좋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2-26 14:55:0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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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3>머릿고기, 순대에 와인?…韓 음식엔 韓 와인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① 소믈리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도대체 매콤한 코다리찜, 제육볶음은 물론 감칠맛 나게 버무린 육회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비빔밥에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음식과 와인,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지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진정한 마리아주는 아니었다. 정답은 오히려 눈 앞에 있었다. 프랑스 음식엔 프랑스 와인이, 이탈리아 음식엔 이탈리아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리듯이 간장과 고추장 양념이 많은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이었다. 최정욱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전통주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와인 주담회'에서 "아시아 음식은 굳이 외국 와인을 어렵게 매칭하지 말고 아시아 와인을 마시면 된다"며 "접하기 쉬운 순대나 돼지머릿고기는 한국 레드와인이 어울리고, 콩고물 떡이나 산채비빕밥, 육회 등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과도 한국 와인이 찰떡궁합"이라고 말했다.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소비자들은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한국 와인이라는 것이 있었나에 대해 말이다. 한국 와인에도 황금기가 있었다. 1970~80년대다.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쌀 대신 외국처럼 포도로 술을 만들라는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와인생산에 뛰어 들었다. 파라다이스의 애플 와인을 시작으로 해태의 노블와인, OB의 마주앙 등이 줄줄이 선을 보였다. 대기업이 해외 주류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품질도 좋은 수준이었다. 마주앙의 경우 한때 600만병을 생산해도 물량이 없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와인 수입이 자유화되면서다. 앞으로 돈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한 대기업들은 생산을 아예 접거나 수입상으로 전환했다. 그럼 지금은 누가 와인을 생산하고 있을까. 바로 농민이다. 해외 와이너리 처럼 포도나 오미자, 머루를 키우는 농민이 와인을 만드는 진정한 한국 와인의 시대가 시작됐다. 정제민 한국와인생산협회장(예산 애플 와이너리 양조책임자)은 "1970~80년대 와인산업은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다가 돈이 안될 것 같아 끝난 형태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과실 재배 농가들이 와인생산에 뛰어들었다"며 "지금의 한국 와인은 공산품으로서의 술이 아니라 지역의 농업과 관광이 결합한 문화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한국 와인의 테루아부터 살펴보자. 동남아성 기후에 연중 강우량이 많은 반면 일조량은 부족하다. 지질은 적토, 황토, 모래지질이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양조 대표 품종으로 꼽히는 것들은 우리 나라에서 잘 자라기 쉽지 않아 캠벨이나 거봉, MBA포도, 비티스 라브라스카(Vitis Labrusca) 등을 주로 재배한다. 여인성 여포와인농장 대표는 "다양한 과일 생산 지역에서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며 "식용 포도로는 좋을 와인을 만들수 없다는 기존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식용포도로 양조한 영동와인은 탄닌 성분이 적어 맛이 부드럽고, 한국음식과 조화를 잘 이룬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는 278개 과실주 제조장이 있다. 특히 무주나 영동, 영천 등은 와인으로 특화된 곳이다. 정 회장은 "한국 와이너리는 아직 전문인력이나 기술, 유통채널 모두 부족한 상황이지만 좋은 원료를 생산하겠다는 고민이 시작된 것은 물론 2세들이 와이너리를 이어가겠다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며 "유럽이나 미국처럼 한국 와이너리도 백년 이상을 이어갈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19-12-19 13:56:0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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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2>또 한 번의 그레이트 빈티지…佛 보르도 2016

와인애호가들에게 즐거운 해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선수인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2015년에 이어 2016년도 역대급이라는 '그레이트 빈티지'로 평가되면서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프랑스 보르도는 매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등과 달리 해마다 포도재배 품질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고,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올해도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이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하는 '2019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열렸다. 보르도 72개 샤또의 2016 빈티지가 한국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으로 지난 1855년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가 파리만국박람회를 개최할 때 출품할 와인을 선정하면서 처음 정해졌다. 1973년 설립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은 134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돼 있다. 매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음행사를 열고 와인 애호가들과 회원 샤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16회를 맞았다. 국내 와인애호가들에게는 연말에 절대 놓칠 수 없는 와인행사 중 하나다. 2016년은 초반에는 비가 쏟아졌고, 후반기엔 건조했다. 우기에서 건기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론 균형잡힌 빈티지가 만들어졌다. 무더위 없이 건조하고 따뜻한 낮과 선선한 밤으로 2016 빈티지 와인은 묵직하면서도 풍부한 과실향을 그득히 품게 됐다. 특히 보르도 특급 샤또들의 경우 21세기 들어 최고라는 2015 빈티지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시음회에는 로낭 라보르드 UGCB 신임 회장을 비롯해 보르도 현지 그랑 크뤼 샤또의 대표들과 양조 책임자들이 대거 방한했다. 쌩떼밀리옹 그랑크뤼와 뽀르롤, 마르고, 뽀이약, 쏘테른까지 주요 13개 원산지에 속하는 최고 와인들이 한 공간에 펼쳐졌다. 올해 와인스펙테이터(WS)의 선택도 보르도 2016 빈티지였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꼽은 최고의 와인 1위는 '샤또 레오빌 바르똥(Chateau Leoville Barton) 2016'이다. 샤또 레오빌 바르똥은 보르도를 대표하는 곳 중 하나로 그랑 크뤼 2등급이다. 포도밭은 생줄리앙 북쪽에 위치해 있다. 남쪽 언덕을 마주하고 고도가 좀 더 높아서 전통적으로 검은 과실의 느낌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었다. 2016 빈티지는 카버네 소비뇽 86%에 나머지는 메를로를 섞었다. 샤또 레오빌 바르똥의 1위가 더 반가운 것은 그랑 크뤼 와인치고는 많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그랑 크뤼 대표 와인들이 몇 십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샤또 레오빌 바르똥 2016은 87달러에 시장에 풀렸다. 보르도 2016 빈티지 가운데서는 '샤또 삐숑 바롱 2016'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샤또 삐숑 바롱 역시 보르도 그랑 크뤼 2등급이다. AXA 밀레짐이 인수한 뒤 모든 양조시설을 현대화하고, 양조기법도 현대적으로 도입했다. 2016 빈티지는 카버네 소비뇽 85%에 메를로 15%를 섞어 만들었다.

2019-12-12 14:05:1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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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1>호주 최초의 비오니에…얄룸바

맑고 수수한 봄꽃이 가득 피어났다. 부드러운 질감이 풍족하지만 과하지는 않다. 산도 높은 화이트와인을 싫어했던 이들도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음미할 만한 풍미를 길게 남긴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얄룸바의 비오니에 와인이다. 호주 와인은 잘 익은 진득한 레드와인이 전부라는 편견이 깨졌다. 얄룸바는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에게 호주 화이트 와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얄룸바 팀 헤르만 세일즈 매니저는 서울 서초구 '오늘, 와인 한잔 예당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얄룸바는 프랑스 남부의 포도품종으로만 생각되던 비오니에를 호주에 처음 들여온 것은 물론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40년 가까이 쌓인 경험과 노력으로 최고의 비오니에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오니에는 고급 화이트와인 품종이지만 키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품종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와인메이커의 실력이 모두 갖춰져야 제대로 된 비오니에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얄룸바는 비오니에 품종에 있어서는 프랑스를 제외하고 가장 영향력있는 생산자다. 다양한 실험 재배가 가능했던 자체 종묘장과 170년간 쌓인 테루아에 대한 지식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얄룸바 에덴 밸리 비오니에 2017'은 비오니에 품종 100%로 만들었다. 야생효모로 발효를 해 맑고 자연스러운 질감이 잘 살아있다. 비오니에 특유의 풍미를 느끼려면 일반 화이트와인보다는 높은 온도로 마시는게 좋다. '얄룸바 에덴 밸리 비오니에'가 레드와인 같은 화이트와인이라면 '얄룸바 바로사 GSM'은 향도 맛도 예쁘게 느껴지는 화이트와인 같은 레드와인이다. '얄룸바 바로사 GSM 2017'은 그르나슈와 쉬라즈, 마타로 품종으로 만든다. 3가지 품종은 각각 오크통과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양조과정을 거치며, 와인의 질감과 복잡미를 위해서 다양한 사이즈의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한다. 친근한 풍미에 밝은 과일 느낌으로 한식의 매운 육류와 먹기도 좋다. 얄룸바 와인이 맑고 깨끗한 맛을 내는 또 다른 비결은 바로 오크통이다. 얄룸바는 오크통을 제작하는 쿠퍼리지(Cooperage)를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와인이나 품종의 특성에 따른 미묘한 차이를 오크통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은 와인양조에 있어 큰 강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오크통 제작소를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는 7개 밖에 없다. 얄룸바의 '옥타비우스 올드 바인 쉬라즈'의 경우 일반적인 사이즈의 오크통(약 200L)이 아닌 90L의 작은 사이즈의 오크통에서 정밀하게 숙성하해 오크의 풍미를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얄룸바 옥타비우스 2015'는 100년 가까이 된 올드 바인 쉬라즈로 만든다. 바로사에 있는 매우 오래된 포도밭에서 건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만으로 양조된다. 각 빈티지별 최고의 포도로 만들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오크통에서 정밀하게 숙성되는 레드와인이다. 검붉은 먹자두 같은 짙은 붉은 색이며, 진하며 매우 복합적인 자두와 길게 남는 감초의 풍미가 강렬한 탄닌의 여운으로 뒷받침된다. 지난달로 170주년을 맞은 얄룸바는 호주 토착어로 '이 모든 땅'을 뜻한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올해는 6세대가 합류하면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2-05 10:55: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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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50>나파밸리의 고전…하이츠셀라

비오기 전 낮게 깔리는 먼지향이 나더니 복합적인 과일향이 어우러졌다. 타닌은 탄탄했지만 인위적으로 산미를 누르지 않아 생동감이 살아 있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인데 참 미인이다 싶은 사람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1세대 와이너리 하이츠 셀라(Heitz Cellar)의 카버네 쇼비뇽 와인이다. 하이츠 셀라 다니엘 뷰(Daniel Vu) 세일즈 매니저는 이달 한국을 방문해 "하이츠 셀라는 카버네 소비뇽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 때 젖산발효를 하지 않는다"며 "와이너리 설립 초기부터 젖산발효를 하지 않아 신선미는 오래 보존하고, 숙성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양조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은 양조과정에서 젖산발효 혹은 유산발효를 한다. 강한 신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다. 하이츠 셀라는 다른 품종을 섞지 않고 카버네 소비뇽 100%로 와인을 만들면서 이런 젖산발효 대신 대형 오크통으로 와인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준다. 그리고 기다린다. 긴 시간 동안 와인이 알아서 부드러워지라고 말이다. 카버네 소비뇽 고유의 민낯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화장을 하지 않는 셈이다. 화장을 하지 않으려니 기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 농법이 트렌드가 되기 한참 전인 1960년대 설립 초기부터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키워놨다. 나파밸리의 하이츠 셀라 포도밭은 모두 유기농 인증을 비롯해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뷰 매니저는 "발효 과정과 함께 오크 숙성 프로그램도 다른 나파밸리 와인과 다르다"며 "최대 4년까지 오크 숙성을 시킨 후, 병입해 또 다시 1년간 셀러에서 숙성시킨다. 최장 5년의 시간을 거쳐 와인을 내놓기 때문에 출시 시점부터 다른 와인들과 확연히 구분될 만큼 깊고 균형있는 풍미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하이츠 셀라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1997'은 탁월한 장기 숙성력이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20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복합적인 과실향과 함께 자연스러운 산미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1997년이 나파밸리에 정점을 찍었던 빈티지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 이상을 더 묵혀도 될 만한 와인이다. '하이츠 셀라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은 미국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1966 빈티지를 시작으로 1974년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세기의 와인 12선'에 꼽히기도 했다. 싱글 빈야드 와인은 특정 밭에서 재배된 포도로만 만들어 개성이 뚜렷하다. '하이츠 셀라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 2013' 역시 마르타스 빈야드 고유의 고상한 민트향에 코코아와 베리향 등이 더해졌고, 숙성 잠재력만큼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하이츠 셀라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6'도 오크 풍미가 진한 전형적인 나파밸리 샤도네이가 아니다. 역시 고유의 민낯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젖산 발효를 하지 않았다. 막 구워낸 애플파이의 향으로 시작되며 과실 아로마는 구운 헤이즐넛과 꽃향도 담고 있다. 신선하고 밝은 산도가 잘 살아있지만 부드러운 질감이 우아하게 마무리된다. 샐러드는 물론 초밥이나 파스타 등과도 궁합이 좋다. 그간 수입되지 않았던 하이츠 셀라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하이츠 셀라는 지난해 주인이 바뀌었다. 미국 농업 기업으로 유명한 로렌스 패밀리(Lawrence Family)가 작년 4월 하이츠 셀라를 인수했다. 와인메이커는 브리터니 셔우드(Brittany Sharwood)다. 브리트니는 하이츠 셀라에서 인턴으로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가 세계 각지에서 경험을 쌓고 메인 와인메이커로 다시 돌아왔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1-28 16:14: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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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9>'보졸레누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

햇와인, 겉절이 와인, 떡국 와인. 모두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칭하는 말들이다. '보졸레'는 지역 이름을, 누보는 '새롭다'를 뜻한다. 말 그대로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이다. 그 해 9월 초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 포도를 4~6주의 짧은 기간만 숙성시켜 11월 셋째 주에 내놓는다. 당초 1951년 프랑스 법령에 따르면 원산지명칭통제를 받는 AOC 와인은 12월 15일까지 판매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누보' 와인 명칭을 포함하는 몇 가지 예외가 만들어지며 보졸레 누보의 출시가 가능해졌다. 한국에서 보졸레 누보 만큼 흥망성쇠를 다 거친 와인도 드물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보졸레 누보 출시일에 맞춰 대대적인 파티가 줄줄이 열렸다. 사겠다는 고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그러나 와인은 '오래 묵은 것이 제 맛'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졸레 누보는 어느새 덜 익은 저가 와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보졸레 와인협회는 "보졸레 누보 출시가 전 세계적인 축제일로 성공한 것과 함께 많은 소문과 고정 관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입견은 잊어 버리고 보졸레 누보의 오해와 진실을 봐달라"고 당부한다. 먼저 보졸레 누보는 대량 산업 와인이다? 이는 '거짓'이다.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확하는 날짜는 포도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졸레 누보의 공식 출시일은 정해져 있다. 모든 보졸레 누보가 다른 변수를 모두 무시하고 같은 날에 출시된다는 이유로 대량 산업 와인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평균 10헥타르의 작은 와이너리들에서 대부분 수작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보졸레 누보는 식전주다? '진실' 또는 '거짓'이다. 숙성기간이 짧아 신선하고 가벼운 맛을 내다보니 보졸레 누보는 주로 식전주로 제공된다. 그러나 피자는 물론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보졸레 누보는 모두 바나나 맛(인공적인 효모맛)이다? '거짓'이다. 정확히는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졸레 와인협회는 "과거에는 일부 와인 메이커들이 모든 누보 와인을 동일한 맛으로 만드는 기술을 사용하고, 독특한 맛을 내도록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보졸레 누보는 다른 와인들과 같이 특정 해의 토양과 다른 특성을 완벽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졸레 누보는 즉시 다 마셔버려야 한다? '거짓'이다. 햇와인이라 짧게는 출시된 일주일 내로, 길게 봐도 3~4개월 내로 다 마셔 없애버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버리는 것이 좋다. 보졸레 누보 역시 다른 와인들 처럼 8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맛있게 보관할 수 있다. 보졸레 누보를 보관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온도의 경우 12도에서 14도 사이다. 이와 함께 다른 와인과 마찬가지로 직사광선은 피하고, 진동이 없는 곳에 눕혀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셋째 목요일이 왔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보졸레가 도착했다(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며 2019년 빈티지를 레이블에 새긴 와인들이 줄줄이 선보였다. 어떤가. 올해는 과찬도 폄훼도 아닌 보졸레 누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곱씹으며 햇와인을 맛보는 것이.

2019-11-21 13:54:0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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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8>이탈리아 와인을 고르는 법…트레 비키에리

터프하지만 짙은 과일의 풍미가 균형감을 맞춰줬다. 이탈리아 중부의 움브리아주를 대표하는 포도품종으로 타닌의 함량이 높은 사그란티노지만 산도가 적절히 어우러졌다. '몬테팔코 사그란티노 2015'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감베로 로쏘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에서는 사그란티노 품종 뿐만 아니라 말바시아와 베르멘티노, 람브르스코 등 이탈리아 토착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이 선을 보였다. 토착 포도품종만 1000여 종에 달한다는 이탈리아다. 왠만한 와인애호가라고 해도 이탈리아 와인에 쓰이는 포도품종을 꿰뚫고 있기는 힘들다. 이탈리아 와인은 지역별로 개성있고, 다양한 토착품종이 매력이지만 그만큼 와인을 고르기는 어려워진다. 고민이 깊어질 때 참고할 수 있는 게 바로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의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다. 이탈리아 와인업계에서 미슐랭 가이드의 별과 같은 존재다. 이탈리아 와인·음식 전문 미디어인 감베로 로쏘는 매년 이탈리아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해서 평가를 내린다. 평점은 알기 쉽게 와인 글라스 한 개에서 3개로 매겨진다. 트레 비키에리는 글라스 3잔이란 뜻이다. 최고 등급으로 그 해 가장 뛰어난 이탈리아 와인이란 얘기다. 감베로 로쏘는 매년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선정하고, 이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감베로 로쏘 톱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를 연다. 지난 2007년 첫 개최 이후 13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 월드 투어의 첫 도시는 서울이었다. 서울에서 이 행사가 열린 것은 올해로 8번째다. 이번 행사에는 60여 개의 와이너리에서 총 300여 종의 우수한 와인들을 선보였다. 로드쇼에 참석한 빈첸쪼 깔리(Vincenzo Cali) 주한 이탈리아 무역관장은 "한국 시장에서 이탈리아 와인의 소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며, 올해 1분기 에도 이탈리아 와인 소비량이 15% 가량 성장했다"며 "와인은 산업이자 곧 문화이므로 이탈리아 와인을 통해 문화를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베로 로쏘는 미슐랭 가이드와 같이 '트레 포르케테(Tre Forchette)'라는 책자를 내고, 매년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발표한다. '3개의 포크'란 의미의 트레 포르케테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의 수준을 포크, 새우, 피자조각 기호로 평가한다. 이 날 감베로 로쏘가 선정한 한국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발표됐다. 올해는 모두 7곳의 레스토랑과 와인바가 선정됐다. 파인다이닝 부문에서는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파올로 데 마리아와 청담동 리스토란테 에오가 포크 2개를 받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문에서 서울 상수동 츄리츄리가 새우 3개를 받았다. 특히 츄리츄리는 4년 연속 감베로 로쏘로부터 한국 최고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뽑혔고, 한국에서 새우 3개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알 척과 볼피노가 각각 새우 2개, 새우 1개를 기록했다. 피자 부문에서는 스파카 나폴리가 피자 2조각을, 와인바 부문에서는 와인북카페가 와인병 2개를 받았다.

2019-11-07 15:48:3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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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7>'제임스 본드'를 마신다…다우 토니 포트

향긋한 과일 풍미에 구조감은 뚜렷하다. 단 맛이 강한 포트 와인이지만 마무리에서 느껴지는 드라이한 뒷맛으로 홀짝홀짝 계속 마셔도 질리지 않게 깔끔하다. 깊은 색감과 같이 농축미가 있지만 들이대지는 않는다. 다우의 숙성 토니 포트다. 까맣고 딱 맞아 떨어지지만 기품있는 수트. 거친 액션에 어우러지는 젠틀한 매너, 미션 완수를 위한 집중력. 그렇다.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닮았다. 다우를 소유한 시밍턴 패밀리가 전 세계 프리미엄급 포트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제임스 본드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까지도 비슷하다. 포트 와인 '다우'의 아시아 수출 담당 조지 누네스(Jorge Nunes)은 지난 30일 한국을 방문해 "얼마 전 숙성 토니 포트를 놓고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연상이 바로 '제임스 본드'였다"며 "와인 메이커가 5세대로 넘어오면서 숙성 포트 와인의 스타일부터 포도 재배 환경이나 소통 방식까지 다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트는 포르투갈의 주정강화 와인을 말한다. 발효 중간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첨가해 잔류 당분 높고, 알콜 함량이 17~21%로 높다. 포트의 탄생은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당시였다. 영국은 프랑스 와인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포르투갈 와인을 들여오지만 와인이 변질되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 보존성을 높였던 것이 바로 포트다. 리즈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미항 오포트(Oporto)에서 주로 와인을 실어 나르면서 포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브랜디 첨가로 보관성은 물론 맛과 향이 배가 되면서 지금의 포트 와인을 생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숙성 토니 포트는 긴 시간 배럴에서 공기, 나무와의 접촉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다우 10년 숙성 토니 포트'는 다우의 5세대 등장에 따른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과거 10년 숙성 토니 포트와 비교하면 더 진해진 색감에 과일 풍미가 뚜렷하다. 타닌의 구조감도 강화됐다. 다우 숙성 포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길고 드라이한 뒷맛은 그대로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은 새롭게 바뀐 다우의 10년 숙성 토니 포트를 맛보고는 "프리미엄 포트로서 다우에 기대하고 있던 긍정적인 변화"라며 호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우 2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숙성 토니 포트의 완벽한 예로 꼽힌다. 10년과 비교하면 맛과 향이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조지는 "10년 숙성 토니 포트를 10년 더 보관한다고 20년 숙성 토니 포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포도 자체부터 더 좋은 것을 쓴다"며 "복합적인 과일 풍미에 집중도와 구조감은 물론 우아한 균형감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단 맛에 말린 과일이나 과일 케이크,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와인으로 많이 마시지만 살짝 차가운 온도면 식전주로도 훌륭하다. 알콜 도수가 높다보니 오픈 후 한 달까지도 보관하며 먹을 수 있다. '다우 3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잘 그을린 오크통에서 30년간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부드러운 과일의 맛이 더해졌다. 장기간의 오크 숙성을 통해서만 발현되는 복잡한 아로마의 층이 그대로 전해진다. 뒷맛이 길게 지속되며 거의 코냑에 가까운 풍미다. 다크 초콜릿, 호두 혹은 말린 과일과 잘 어울리며,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이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0-31 15:04: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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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6>카버네쇼비뇽의 전설…케이머스 빈야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케이머스 빈야드 잘 익은 과실미는 응축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탄탄한 근육이다. 직설적인 힘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듯 하지만 실크와 같은 타닌이 세상 유연하다. 목넘김 후에도 여운이 한참을 간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남자 백조 무용수의 느낌이랄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용된 백조 무용수의 힘차고 아름다운 점프가 떠올랐다.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이다. 카버네 소비뇽으로 이름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와인이다. 수확기에 찾은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날씨는 눈부신 화창함 속에서 낮에는 33도까지 올라갔고, 아침엔 5도까지 뚝 떨어졌다. 수확이 거의 끝날 시기까지 카버네 소비뇽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가 유지된다.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물론 부드러운 탄닌이 얻어진다. 프랑스 보르도에선 수확기에도 시큼 털털했던 포도들이 나파밸리에선 따먹는 것마다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나파밸리 천혜의 자연조건과 재능있는 와인메이커가 만나 카버네 소비뇽의 전설로 불릴 와인이 만들어졌다. '케이머스 스페셜 셀렉션 카버네 소비뇽'은 카버네 소비뇽 오크 배럴 중 가장 뛰어난 맛을 내는 것을 선택해 내놓는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올해의 와인 1위로 두 번이나 뽑혔다. 1984년과 1990년 빈티지다. 1위로 같은 와인이 선정된 것은 처음이었고, 그 뒤로도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다음 1985년과 1991년 빈티지가 올해의 와인 2위, 1987년 빈티지가 올해의 와인 3위로 올랐다. 단순히 상위에 많이 랭크됐다는 말이 아니라 이른바 '케이머스 스타일'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단 뜻이다. 자넷 토마스 아시아 세일즈&마케팅 디렉터는 "나파밸리에서도 산악지대부터 평지까지 다양한 테루아의 포도밭 여덟 곳에서 카버네 소비뇽을 경작해 섞는다"며 "양조과정에서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스타일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케이머스가 카버네 소비뇽의 제왕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매해 기복 없이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케이머스와 비견할 수 있는 와이너리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히 드물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5년 빈티지도 기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진한 농도와 빛깔에 오크향과 함께 검은 체리, 자두 등의 과실향이 풍부하게 펼쳐졌다. 와인이 지니고 있는 힘이 워낙 탄탄해 진한 풍미의 한식 육류 요리는 물론 난자완스 등 중식까지 어울릴 맛이다. 케이머스 빈야드는 찰리 와그너가 지난 1972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지금은 아들인 척 와그너가 오너이자 와인메이커로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으며, 자녀들이 모두 양조에 참여해 패밀리 와이너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척 와그너의 딸인 제니 와그너가 운영하고 있는 와이너리 에멀로는 개성있는 스타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에멀로 멀롯'은 멀롯 품종 100%로 만들었다. 가지치기로 응축력을 높이면서 케이머스 카버네 소비뇽을 떠올릴만한 풍부한 과실과 부드러운 탄닌에 균형감이 좋다. '에멀로 소비뇽 블랑'은 소비뇽 블랑 특유의 신선하고 사각사각한 느낌을 잘 끌어냈지만 덜 익은 풀내음이 아니다. 시트러스는 물론 과일과 꽃향이 복합적인 가운데 미네랄 느낌이 세련됐다.,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0-24 15:05: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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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5>카르메네르의 진수…몬테스 퍼플앤젤

1850년대 한 부유한 칠레인이 프랑스를 여행하다 메를로 품종의 포도가지를 가져와 심었다. 칠레 메를로 와인으로 시장에 선을 보였지만 품질은 신통치 않았다. 특유의 풋내가 나는가 하면 일부 예외가 있다해도 테이블 와인 이상은 되지 못했다. 이유는 150년 가까이 지난 1994년에야 밝혀졌다. 메를로가 아니라 카르메네르 품종이었기 때문. 일찍 싹이 트는 것은 같지만 메를로는 초가을에 익는 반면 카르메네르는 포도잎이 빨갛게 물들 때쯤은 되어야 익는다. 메를로가 잘 자랄 토양에서 메를로 방식으로 재배했으니 카르메네르가 제 맛이 날리가 없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가 카르메네르 품종의 프리미엄 와인 '몬테스 퍼플앤젤'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03년이다. 카르메네르가 제 이름을 찾고도 10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 회장은 서울 중구 서울다이닝에서 미디어 런치를 갖고 "카르메네르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히 파악할 때까지 기다렸다"며 "암석 등의 토양에서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게 재배해 응축미와 풍미를 지닌 카르메네르의 진짜 모습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몬테스 회장이 말하는 카르메네르의 매력은 부드러운 타닌이다. 몬테스 회장은 "몬테스 퍼플앤젤은 카르메네르의 매력이 최대치가 되도록 수확 후 즙을 짤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며 "자칫하면 타닌이 과도해질 수 있어 부족한 듯 부드럽게 압착한다"고 강조했다. 몬테스 퍼플앤젤은 카르메네르 92%에 쁘띠 베르도 8%를 더해 만든다. 최고의 카르메네르로 농밀하면서 촉촉한 타닌과 균형잡인 산미를, 쁘띠 베르도로 골격을 좀 더 탄탄히 다졌다. 몬테스 퍼플앤젤은 네이밍에서 알 수 있듯 깊은 보라빛이다. 2004 빈티지는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성기의 느낌이다. 말린 무화과와 시가, 박하 향 등 풍미가 복합적이고, 타닌은 부드럽지만 풍부해 입안을 가득 채웠다. 2016 빈티지는 검은 과실향에 매끄러운 타닌과 농축미가 두드러졌다. 아직 어리지만 지금 마셔도 지금 마셔도 잘 익은 과실미와 생생한 산미로 전혀 부담이 없었다. 저명한 와인평론가 휴 존슨은 "몬테스의 이야기가 꿈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정말 꿈처럼 시작되어 점차적으로 쭉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꿈을 향한 몬테스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산티아고에서 1200Km 남쪽으로 떨어진 파타고니아에 포도밭을 일군 이른바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다. 몬테스는 서늘한 기후의 파타고니아에 소비뇽 블랑을 비롯해 리슬링, 샤도네이, 피노 그리, 피노 누아, 게뷔르츠트라미너 등 주로 화이트 품종을 심어 올해 첫 수확을 거뒀다. 파타고니아의 테루아는 어떤 향과 맛을 담고 있을까. 몬테스 회장은 "전체 수확량이 포도 열 송이라 모두 손으로 수확했다(웃음). 귀부현상도 없고, 섬이지만 수인성 질병도 없는 건강한 환경"이라며 "스파클링와인을 만들기 딱 좋을 포도"라고 전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10-17 15:03: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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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4>와인, 해외서 사올까 말까

몇 년 전 프랑스 보르도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였다. 수화물을 찾으러 갔더니 가방엔 노란 자물쇠가 걸려져 있었고, 요란한 벨소리가 세관담당자한테 갈 때까지 울렸다. 문제는 트렁크 안에 있던 와인 때문이었다. 같이 갔던 동반자의 몫까지 2개의 트렁크에 각각 두 병씩의 와인, 총 네 병의 와인이 들어 있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해외에 나갈 때마다 한 번씩은 했을 고민이다. 현지에서 와인을 사올 것인가 말 것인가. 특히 해외 목적지가 프랑스나 이탈리아, 또는 미국 등 와인으로 유명한 산지라면 사올 지 여부가 아니라 몇 병을 사올 것인가를 고민할 수도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현지와 국내에서의 와인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다. 주세만 해도 30%에 교육세, 부가세 등 세금 만해도 벌써 50%가 넘는다. 여러 유통구조를 거치다보면 국내 소비자가는 해외 현지가의 서너배가 되어 버린다. 또 국내에서 와인은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가제가 적용된다. 고가의 와인일수록 현지가격과 격차는 더 벌어진다. 두번째는 국내에서 만나볼 수 없는 와인을 현지서 발견했을 때다. 수요층이 넓지 않다 보니 선호도가 높은 진득한 레드와인 스타일이나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와인은 제한적이다. 해외에서 사들고 올 와인이 한 병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현재 여행자 1인당 1리터, 미화 400달러 이하의 주류 한 병은 들어올 때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들고오는 여행자 휴대품이 아닌 직구, 또는 해외에서 국내로 물품을 보냈다면 한 병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15만원 이하이고, 한 병이라면 주세 30%와 교육세 10%를 포함해 총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한 병을 초과하는 와인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주세 30%와 교육세 10%, 관세15%, 부가가치세 10% 등 약 68%의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먼저 자진신고를 할 때는 15만원 한도로 관세의 30%가 감면된다. 신고를 안 하고 들고가다 걸렸다면 원래 내야할 세액에 40%의 가산세가 더 부과된다. 만약 우리 돈으로 10만원 짜리 와인이라면 원래 6만824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자진신고로 감면까지 감안한 최종 세금은 6만1660원이다. 50만원 상당의 비싼 와인이라면 원래 세금은 34만1220원, 자진신고 감면이 반영된 세금은 30만8300원이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와인이 아니라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다시 몇 년 전의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보자. 관련 규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한 사람당 두 병의 와인을 신고없이 들어오려던 이유는 한 병만 구매했던 와인이어서다. 다른 한 병은 당시 휴가의 목적이기도 했던 메독마라톤의 완주 기념품이었다. 구매한 것이 아니니 세금도 낼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구매가 아닌 기념품이나 선물이라면 국내로 반입할 때 세금은 어떻게 될까. 정답은 '세금부과'다. 국세청의 공식적인 답변에 따르면 관세는 본인이 물품에 대한 가치를 지불했는지 여부가 취득했는지 여부에 따라 부과한다. 다음 궁금증은 기념품을 얼마로 보고 세금을 내느냐다. 먼저 본인이 가격을 적어낸다. 신고한 가격이 타당하다고 보여지면 세액을 적용하고,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면 관련 법령규정에 따라 세관이 가격을 정한다. 당시 완주 기념 와인은 마라톤 포스터가 레이블에 인쇄되어 진짜 기념품으로 들고 왔을 뿐 등급이 낮은 테이블와인이라 1만원을 적어냈고, 받아들여져서 한 병이 7000원 안팎의 세금을 내고는 공항을 빠져나왔다.

2019-09-26 15:33:4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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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3>슬픔이여 안녕…샤또 샤스스플린

"오, 시간이여, 비상을 멈추어라. 너희들 행복한 순간이여, 흐름을 멈추어라!"(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호수' 중에서)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레이블에 새겨진 이 싯구와 같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 생기넘치는 과실향과 단단한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샤또 샤스스플린' 2005년 빈티지다. 15년 가까이 숙성되면서 마실 때가 지났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샤또 샤스스플린은 프랑스 보르도의 물리스 지역에 위치한다. 그랑 크뤼(Grand Crul) 등급의 샤또가 아님에도 유명세를 탄 것은 그랑 크뤼에 못지 않은 품질과 이름에 담겨진 사연 덕분이다. 샤또 샤스스플린은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사랑한 와인이다. 보들레르는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달고 살았다. 그런 그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게 바로 와인 샤또 샤스스플린이다. 프랑스어로 샤스(Chasse)는 '내쫓다'는 의미를, 스플린(Spleen)은 '우울'이라는 의미다. 와인을 마시고 우울증을 이겨낸 보들레르는 '슬픔이여 안녕'이란 뜻의 샤스스플린을 와이너리에 헌사하면서 그대로 와인의 이름이 됐다. 보들레르를 위로해준 샤또 샤스스플린의 매력은 외유내강이다.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며 우아함이 넘치지만 생기있는 단단함은 그 어떤 슬픔이라도 버틸 내면의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해준다. 최고 빈티지 중 하나인 2005년은 날씨가 좋았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고, 봄과 여름은 덥고 햇빛이 내리쬐었지만 삼복더위 같은 무더위는 없었다. 8월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알콜 도수를 올리지 않고도 숙성이 이뤄지면서 당분과 산도의 균형이 잘 잡혔다. 샤또 샤스스플린 2005는 카버네 소비뇽 55%에 메를로 40%, 쁘티 베르도 5%를 섞어 만들었다. 짙으면서도 투명한 루비색에 과실향이 가득했다. 신선한 박하향과 나무향도 슬쩍 끼어든다. 탄닌은 부담없이 유려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다. 샤또 샤스스플린 2015는 카버네 소비뇽 50%에 메를로 42%, 쁘띠 베르도 5%, 카버네 프랑 3%로 블렌딩을 했다. 2005년 빈티지와 비교하고 싶어 2015 빈티지도 오픈했지만 역시나 너무 빨랐다. 최소 2020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와이너리의 조언처럼 아직은 숙성이 더 필요한 상태였다. 검은 과실 향이 단단히 숨겨진 가운데 입안을 조여주는 탄닌도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2045년까지도 숙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샤토 샤스스플린은 이름을 헌사한 보들레르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레이블에 새로운 싯구를 넣는다. 2015년 빈티지에는 "예술과 와인은 자유인의 가장 큰 기쁨이다(L'art et le vin sont les joies superieures de l'homme libr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2019-09-19 16:48:50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