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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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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6>구대륙 vs 신대륙, 당신의 선택은

<86>와인스펙테이터·제임스서클링 1위 와인 와인을 신대륙과 구대륙으로 나눠보자. 그간 신대륙은 '가성비'였고, 구대륙은 '가심비'였다. 와인의 세계에서 구대륙(Old world)이란 와인 생산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다. 전통이 있고, 유명세를 탄 와인들이 많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마음의 만족은 커지는 가심비(價心比)가 좋다. 신대륙(New wolrd)은 비교적 와인 생산 역사가 짧은 나라들이다. 미국을 비롯해 칠레 등 남미와 호주 등을 말한다. 역사는 길어야 몇 백년이지만 신대륙 기후의 장점에 적극적인 신기술로 구대륙 와인에 버금가는, 때론 뛰어넘는 와인을 내놓고 있다. 가격 대비의 가성비로 보면 신대륙이 최고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와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최고로 평가한 와인도 각각 구대륙과 신대륙으로 갈렸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지난해 말 선정한 '2020년 100대 와인' 1위는 스페인의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카스틸로 이가이 그랑 리제르바 에스페시알(Bodegas Marques de Murrieta Rioja Castillo Ygay Gran Reserva Especial 2010)'이다. 스페인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리오하에서도 대표 와이너리 마르께스 드 무리에따가 만든다. 까스틸로 이가이는 포도 재배가 좋은 해에만 만들어지며, 10년 이상 숙성시켜 나온다. 2010년은 리오하에서 최고로 꼽히는 해다. 유명한 와이너리, 긴 숙성기간, 최고의 빈티지 답게 가격은 해외 현지에서도 140달러 안팎이다. 우리나라 국내 가격은 현지가의 최소 2배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전체 100대 와인의 생산지로 보면 구대륙과 신대륙의 비중이 비슷했다. 구대륙에서는 프랑스(20)와 이탈리아(19), 스페인(9) 와인이, 신대륙에서는 미국(29)과 아르헨티나(4), 뉴질랜드(4), 남아공(3), 호주(3), 칠레(2) 와인이 선택을 받았다. 제임스 서클링의 톱100 와인 가운데 1위는 신대륙 가운데서도 후발주자인 아르헨티나다. 보데가 차크라 와이너리가 피노누아로 만든 '파타고니아 트리엔타 이 도스(Chacra Pinot Noir Patagonia Treinta y Dos) 2018'이다. 이 와인은 아르헨티나에서도 사막지역인 파타고니아에서, 재배하기 어렵다는 피노누아를, 내추럴 와인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를 보면 의문이 풀린다. 보데가 차크라는 이탈리아 슈퍼투스칸의 원조라고 불리는 '사시까이아'의 일원이 세운 와이너리다. 와인 레이블 위쪽에는 해당 와인이 전체 생산된 와인 가운데 몇 번째 병인지 써져 있다. 제임스 서클링은 405번째 병을 시음했다. 2018 빈티지는 유난히 생산량이 작았다. 제임스 서클링은 2018 빈티지를 찾을 수 없다면 2016, 2017 빈티지를 대안으로 추천했다. 전체 100대 와인의 생산지로 보면 와인 스펙테이터와 마찬가지로 구대륙과 신대륙의 비중이 비슷했다. 신대륙에서는 호주(19)와 미국(11), 아르헨티나(9), 칠레(6) 와인이, 구대륙에서는 이탈리아(20)와 프랑스(12), 스페인(2) 와인이 선택을 받았다.

2021-01-14 16:30: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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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5>佛 보르도 2017빈티지는 화이트 도전

<85>UGCB 로낭 라보르드 회장 인터뷰 안상미 기자 올해 신축년 새해를 맞아 선택한 첫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2017 빈티지의 화이트 와인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지금까지 마시는 와인 10병 중 8~9병이 레드였으니 올해는 화이트를 좀 더 만나보자는 2021년 와인 계획의 실행. 다른 이유는 보르드 2017 빈티지의 경우 레드도 좋지만 화이트를 주목해볼 만 해서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의 로낭 라보르드 회장이 지난해 연말에 화상인터뷰를 통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소펙사 코리아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의 로낭 라보르드 회장(사진) 역시 2017 빈티지의 경우 화이트와인을 특별히 언급했다. 라보르드 회장은 지난해 연말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2017년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품종을 수확하는 8월에서 9월 초까지 여름이 길면서 너무 덥지도 않았다"며 "과하지 않은 스타일로 생산돼 향미가 우아하고 밸런스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위트 와인 역시 귀부균이 잘 자랄 수 있는 날씨 덕에 신선함과 달콤함 사이의 균형이 좋다"고 덧붙였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기후에 따라 포도재배 품질이 달라지니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사실 2017 빈티지는 괜찮을지 우려되는 해였다. 4월 극심한 서리로 많은 와이너리가 피해를 입었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탓에 일부 와이너리는 포도재배를 아예 하지 못했고, 고지대에 주로 위치한 그랑크뤼 포도밭도 생산량이 20% 가량 줄었다. 봄은 잔인했지만 여름은 온화했다. 우려와 달리 2017 빈티지 와인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다만 스타일은 '그레이트 빈티지'로 평가됐던 2015, 2016년과는 다르다. 2015, 2016 빈티지가 묵직하면서도 풍부한 과실향이 매력이라면 2017 빈티지는 섬세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타닌으로 승부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2017년 빈티지를 선보이는 전문인 시음회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원과 시간을 제한해 진행됐다. /소펙사 코리아 라보르드 회장은 "포도재배에 있어 여름이 중요한데 너무 덥지도, 건조하지도 않았다"며 "수확을 평년보다 좀 일찍 시작하면서 비가 내린 것이 레드와인의 타닌을 부드럽게 해줬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금 먹기도 좋다. 그는 "2017 빈티지는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마시면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향후 30년 간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숙성잠재력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와인 시장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생산보다는 소비 측면에서다. 레스토랑이나 바의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각 가정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판매 등의 매출이 많아졌다. 라보르드 회장은 "모임이 제한되는 락다운 체제가 지속되면서 배우자 등 가족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와 함께 위기를 겪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더 좋은 와인을 소비하자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진 점도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라고 전했다. 매년 한국에서는 보르도 그랑크뤼의 새 빈티지를 선보이는 시음회가 열린다. 지난해 말에도 UGCB이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가 주관해 2017 빈티지가 첫 선을 보이는 '2020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진행됐다. 다만 코로나19로 이전과 같이 보르도 현지 그랑 크뤼 샤또 관계자들이 방문하지는 못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1-07 15:35:3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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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4>미식의 향연 '베세라 드 벨퐁'

<85>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안상미 기자 반짝거리는 보석이 있다. 감탄을 자아내지만 어울림 없이 홀로 빛난다면 무용지물. 손이든 목이든 올려졌을때 스스로는 물론 피사체를 더 돋보이고 빛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명품일 터. 샴페인의 고민 역시 이 지점이다. 쨍한 산미와 화려한 버블(기포)로 사람들을 유혹하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같이 즐기는 음식과의 어울림이다. 샴페인의 버블은 자칫 잘못하면 입안을 장악해 음식을 압도할 수 있다. 샴페인 하우스 베세라 드 벨퐁. /나라셀라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 하우스 '베세라 드 벨퐁(Besserat de Bellefon·이하 샴페인 BB)'은 그 해법을 기압에서 찾았다. 샴페인 특유의 쨍한 산미는 살리되 버블을 작고 섬세하게 만든다. 보통 샴페인이 6~6.5기압이라면 베세라 드 벨퐁은 4.5기압이다. 30% 작아진 기포는 완벽한 몸넘김과 함께 음식을 거스르지 않게 한다. 미슐랭 레스토랑이 앞다퉈 샴페인 BB를 와인 리스트에 올린 것도 그래서다. 샴페인 BB는 프랑스 내에서만 170곳의 미슐랭 레스토랑, 해외에선 40곳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스트로노미(미식) 샴페인이다. 샴페인 BB는 베세라 드 벨퐁(Besserat de Bellefon)의 약자이며, 동시에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인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otte Bardot)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나라셀라 1834년에 설립된 샴페인 BB는 오직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밭의 포도로만 생산한다. 샴페인 BB는 베세라 드 벨퐁의 약자인 동시에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 배우인 브리짓 바르도(Brigotte Bardot)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샴페인 BB와 배우 BB는 '심플함이 진정한 우아함'이라는 스타일에서 서로가 서로의 뮤즈가 됐다. (왼쪽부터)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엑스트라 브뤼,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BB 1843,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브리지트 바르도. /안상미 기자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엑스트라 브뤼(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Extra Brut)는 피노누아 75%, 샤도네이 25%로 만든다. 피노누아의 비중이 높아 구조감과 힘이 느껴지고, 빵이나 버터와 잘 어울린다. 견과류를 비롯해 식빵 굽는 향과 훈연의 아로마가 풍부하고, 입에서는 하늘하늘한 질감과 긴 여운이 매력적이다.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브리지트 바르도(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Cuvee Brigitte Bardot)는 피노누아 60%와 샤도네이 40%로 만든다. 브리지트 바르도란 이름을 붙인 것처럼 아로마부터 화사하며 관능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입안에서는 잘 숙성된 와인의 특징인 미묘하게 밀고 당기는 복합미를 보여주며, 매우 조밀한 버블이 크림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뀌베 BB 1843(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Cuvee BB 1843)은 피노누아 45%, 샤도네이 45%, 피노 뫼니에 10%로 만든다. 1843은 하우스 설립 연도다.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나무 계열의 향과 미네랄 느낌이 선명하고, 고소한 토스트향과 감귤류의 조합은 이 와인의 별칭이 왜 '미드나잇 뀌베(Midnight Cuvee)'인지 알게 해준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12-10 09:30:3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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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1>와인으로 세계일酒

<81>佛 부샤 뻬레 에 피스·伊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美 파 니엔테 안상미 기자 딱 지난해 이맘 때였다. 네 살 배기를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로 와이너리 여행을 떠난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상황을 예감해서 주변 모두가 만류하는 4살과의 여행을 강행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무리하길 잘 하고 또 잘했다. 한 폭의 그림같은 와이너리를 걷고, 최고 상태인 와인을 맛봤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좋지만 지금보니 미루는 행복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도 큰 소득인 셈이다. 도돌이표 같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잠잠해질 터.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 수첩에 빼곡하게 메모해야 할 곳들이 많다.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부샤 뻬레 에 피스 와이너리 전경. /나라셀라 먼저 프랑스 브루고뉴로 떠나보자. 본 지역에 위치한 '부샤 뻬레 에 피스' 와이너리는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다. 설립했던 1731년 당시 부르봉 공국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프랑스 시골 마을을 연상케하는 본 마을에 위치해 여러 와이너리 양조장들을 한 번에 둘러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부샤 뻬레 에 피스는 포도밭을 계속 사들이면서 오늘날 부르고뉴의 핵심으로 꼽히는 꼬뜨 도르(Cote d'Or) 지역에만 무려 130ha의 밭을 소유한 부르고뉴의 최대 지주다. 이 중 그랑 크뤼(특등급) 밭이 12ha, 프리미에 크뤼(1등급) 밭이 74ha에 달한다. 간판급 와인인 '부샤 부르고뉴 본 뒤 샤또 1등급'은 본에 위치한 약 10군데의 1등급 포도밭에서 기른 과실을 각각 양조한 후 섞어 만든다. 1등급과 그랑 크뤼 밭의 최대 소유주로서의 역량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위치한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와이너리 전경. /나라셀라 다음은 이탈리아 토스카나다. 끼안티 지역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숲 속의 오래된 고성이 나온다. 바로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와이너리다. 1400년대에 지은 고성을 1897년부터 와이너리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름(카스텔로 디 퀘르체토·참나무 숲속의 성) 처럼 참나무에 둘러싸여 신비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중세풍의 망루에서 하룻밤 머물 수도 있어 최적의 여행지로 꼽힌다.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치냘레'는 퀘르체토가 생산하는 수퍼 투스칸급의 와인이다. 국제 품종인 카버네소비뇽과 멀롯을 섞어 만든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한 파 니엔테 와이너리 전경. /나라셀라 미국 나파밸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오크빌에 위치한 '파 니엔테' 와이너리는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로 손 꼽힌다. 1919년 금주령으로 황폐화됐던 와이너리를 재건한 것은 1979년, 지금의 주인인 길 니켈이다. 3년에 걸쳐 아름다움과 기능을 되살린 와이너리는 그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문화 유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름은 와이너리를 정비하던 중 건물 전면 돌에서 발견된 문구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에서 유래했다. 라틴어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라는 뜻이다. 와인 역시 복합적이고 고급스런 풍미를 지녔지만 무겁지 않아 팬들이 많다. '파니엔테 샤도네이'는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화이트 와인이지만 장기숙성하면 더 기대될 와인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8-20 14:37: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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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0>캠핑과 와인의 마리아주

②와인과 여름나기-캠핑 안상미 기자 긴 장마를 뒤로 하고 이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호캉스(호텔+바캉스)'나 '홈캉스(홈+바캉스)'가 몸은 편하겠지만 휴가기분을 제대로 내기엔 역시 캠핑만한 것이 없다. 산이든 바다든 탁 트인 곳에 자리만 잘 잡으면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도 떨칠 수 있다. 캠핑과 함께할 와인은 선택지가 많다. 여러가지 양념이 기본인 한식과 달리 캠핑의 기본인 바비큐는 기본적인 와인과 원재료와의 궁합만 고려해도 충분하다. (왼쪽부터)킴 크로포드 샤도네이,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 /나라셀라 먼저 레드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은 바비큐에서 구울 수 있는 대부분의 붉은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그 '몬테스'다. 블랙 라벨은 칠레의 프리미엄 레드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콜차구아 밸리 내에서도 가장 좋다는 포도밭에서만 포도를 선별해 만든다. 여기에 기존 알파 라인보다 수확시기를 더 늦춰 과실향은 응축되고, 타닌은 실크처럼 부드럽다. 몬테스 알파보다 4개월 더 긴 16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 토스트 같은 풍미와 크림같은 질감이 배가됐다. 잔에 따르면 블랙베리, 자두 등의 완숙된 검붉은 과실향이 뚜렷하다. 입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이 훌륭하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다. 바비큐 고기는 물론 볼로네제 파스타 등 진한 소스에도 밀리지 않는다. 곁들여 구울 해산물이나 치즈 등 디저트와는 역시 화이트 와인이다.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는 카망베르 치즈, 연어회는 물론 돼지고기와도 먹기 좋다. 샤도네이만으로 만들지만 북섬의 혹스베이와 남섬의 말보로 지역의 샤도네이를 섞는다. 때문에 북섬이 간직한 단단한 복숭아의 향과 남섬이 간직한 시트러스한 풍미를 모두 느낄 수 있다. 포도를 으깬 뒤 껍질을 제거하고 순수한 주스만으로 젖산발효를 진행하며, 8개월 동안 스테인리스스틸탱크에서 숙성을 한다. 인위적인 느낌 없이 열대과일의 향과 레몬파이 같은 여운이 매력적이다. 캠핑에서 와인을 위한 즐기기 위한 용품도 진화했다. 와인 보냉팩은 물론 와인잔도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로 나오거나 와인 볼 부분과 다리를 분리해 수납에 최적화한 상품도 나왔다. 와인의 상태를 완벽히 챙기고 싶은 마니아를 위해선 캠핑 차량용 와인 냉장고도 있다. 좀 더 손쉽게 캠핑 와인을 즐길 방법도 많다. 더운 휴가지에서의 보관문제를 고민하고 싶지 않다면 미니와인이 답이다. 보통 와인 한 병의 용량은 750㎖지만 미니와인은 그 절반인 375㎖부터 최근에는 더 적은 200㎖도 나온다. 매 끼니 마다 다 해치울 수 있는 양이다. 대부분 돌려 여는 스크류 캡이라 와인오프너도 필요없다. 아예 와인잔과 같은 모양의 강화 플라스틱 용기에 와인을 한 잔 가득 채운 스택 와인도 있으며, 파우치에 빨대만 꽂아 먹을 수 있는 파우치 와인도 출시됐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7-30 15:18:4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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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9>'호캉스' vs '홈캉스' 와인

①와인과 여름나기-호캉스 vs 홈캉스 안상미 기자 긴 장마가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선택지는 많지 않다. 캠핑처럼 부지런히 준비할 자신이 없다면 '호캉스(호텔+바캉스)' 아니면 '홈캉스(홈+바캉스)'다. (왼쪽부터)샴페인 로칠드 바론 드 로칠드 브뤼,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 /나라셀라 먼저 '호캉스'. 가까운 호텔에서 보내지만 해외 여느 휴양지 못지 않게 호사롭고 프라이빗하다. 역시 샴페인이 어울린다. 맛있는 호텔 음식과 즐기는 샴페인 한 잔이면 상반기 내 달려온 심신이 위로된다. '샴페인 로칠드 바론 드 로칠드 브뤼'는 와이너리 명문가인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클락이 손을 잡아 만들었다.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섞었다. 섬세한 버블과 함께 금빛색을 띠고 있으며, 배 같은 흰 과일향과 아몬드향이 어우러졌다. 닭 등 흰육류와 먹기 좋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은 샤도네이, 피노 누아에 피노뫼니에를 소량 섞어 만든다. 상큼함이 지배적인 가운데 꽃향, 구운 아몬드의 향이 이어진다. 바닐라, 흰 복숭아의 풍미가 생동감 있고 신선하다. (왼쪽부터)몬테스 스파클링 앤젤, 케이머스 메르솔레이 샤도네이,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나라셀라 다음은 '홈캉스'다. 코로나19에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와인이다. 시원하게 칠링해서 맥주 대신 꿀꺽꿀꺽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부터 시작해 캘리포니아 해안가를 느끼게 해주는 샤도네이, 상큼하고 발랄해 기분까지 좋아지는 소비뇽 블랑까지 해외여행이 부럽지 않다. 집에서 시켜먹기 좋게 치킨같은 배달음식부터 냉장고에서 바로 꺼낼 수 있는 가벼운 음식들과도 즐기기 좋다. '몬테스 스파클링 앤젤'은 태평양에서 약 7km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만든다. 덕분에 많이 생산되진 않지만 품종 고유의 특성이 집중도 있게 표현된다. 전통적인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며, 숙성 기간도 길다. 섬세하고 힘있는 버블과 입 안에서의 복합적이고 화사한 느낌, 그리고 프리미엄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호두, 비스킷 등의 풍미를 가진다. 가볍게 핑거푸드나 치즈, 파스타와 먹기 좋다. '케이머스 메르솔레이 샤도네이'의 포도밭은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가에 있다. 풍족한 햇살이 내리쬐고, 시원한 해풍이 늘 스친다. 감귤류와 열대과일의 향이 풍무하며, 산도는 활력이 넘친다. 다양한 조미료를 사용하는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대표주자다. 이미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구스베리와 자른 풀 향기가 정갈하고, 잘 익은 과일의 느낌과 적정한 조화를 이룬 산도가 돋보인다. 입안을 편안하지만 은근히 채워주는 스타일의 와인이라 식전주로 특히 훌륭하다. 샐러드는 물론 모든 종류의 해산물과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7-23 16:07:0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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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8>여름 보양식 대신 알자스 와인

<78>佛 알자스 그랑크뤼 안상미 기자 예로부터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에너지를 북돋워주는 와인으로 여겨졌다. 이를테면 우리가 여름에 챙겨먹는 보양식 같은 존재다. 이 와인이 만들어진 곳은 분지 지형이다. 여름이 길고, 기온 올라가기 시작하면 38도는 기본이다. 우리나라 대구 지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더운 곳에서 포도알이 서서히 익는다. 가을은 건조하다. 충분히 익어도 당도는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는데 산도가 유지된다. 단단하게 구조감이 있으면서 생기있는 보양와인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어떤 와인인지 말하기 전에 일단 눈을 감고 맛보자. 레드 와인일지, 화이트 와인일지 가늠이 안된다. 탄닌 때문이다. 신선한 과일향이 화이트 와인인가 싶더니 와인을 삼켜도 혀가 천장에 붙어 멈춰있는 듯 입안을 조이니 분명 레드 와인인가 싶다. 다음 잔으로 옮겨봐도 마찬가지다. 스모키한 향이 묵직하게 들어오더니 짭쪼름하다. 분명 매력적이다. 이승훈 와이너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WSA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X와이너 알자스 마스터클래스'에서 알자스 그랑크뤼 와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펙사 이승훈 와이너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WSA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X와이너 알자스 마스터클래스'에서 "알자스의 떼루아는 많은 격변을 겪은 지질적인 역사로 다양하고 멋진 복합적인 매력을 갖게 됐다"며 "단지 리슬링이라는 품종에 머물기보다는 토양의 특성을 이해하면 그랑크뤼 와인의 경우 20년 이상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 10, 11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거머쥔 최고의 소믈리에다. 지금은 와인수입사 와이너를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비벨스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 라 담, 리슬링 그랑크뤼 묀쉬베르그, 카스텔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 리슬링 글로스베르그./소펙사 현재 알자스 그랑크뤼 포도밭은 51개다. 그냥 휘발유성 향이 특색인 일반 리슬링 와인과 비교하면 안된다. 골격과 아로마에서 각각의 토양의 특색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와인이 바로 알자스 크랑크뤼다. '비벨스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 라 담'은 사암, '리슬링 그랑크뤼 묀쉬베르그'는 화산퇴적암류, '카스텔베르그 그랑크뤼 리슬링'은 편암, '리슬링 슬로스베르그'는 화강암 토양에서 만들어졌다. 이 대표는 "편암 토양의 알자스 그랑크뤼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복합적인 매력이 그대로 표현된다"며 "구조감이나 정밀함, 단단한 산도 등이 잘 숙성시키면 엄청난 와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다. 와인병이 길쭉하고 어깨 부분이 날씬한 경사를 이루면서 내려온다. 독일 와인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늘고 긴 그 와인병과 같다. 와인병이 이렇게 생겼다면 알자스 아니면 독일 와인이라는 얘기. 우리가 일본의 잔재를 싫어하듯 알자스 역시 와인병 속에 담긴 독일을 털어버리려 한 적도 있다. 알자스 와인 생산자들이 모여 와인병을 와인 특색에 좀 더 가까운 프랑스 부르고뉴 병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긴 세월이 흐르면서 아픔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과거는 과거일뿐 와인병의 모양새는 멀리서 봐도 알자스 와인임을 알수 있는 하나의 특색이 됐다. 알자스 와인은 아시아 음식이랑 잘 맞다. 오크향이 두드러지지 않고, 무게감은 있어 한식은 물론 태국이나 베트남 등 향 강한 음식과도 잘 어우러진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7-09 16:14: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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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7>美 스포츠 재벌 스탠크론기의 와인용병술

<77>美 컬트 와인 스트리밍이글·호나타·더힐트 안상미 기자 콧대 높은 와이너리가 있다. 스웨덴 왕가가 방문한다고 해도, 팝스타 비욘세가 한 번 와보고 싶다고 해도 거절한다. 유명인이 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와인메이커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에서 최고의 컬트와인으로 손꼽히는 스크리밍 이글. 그저 고급진 미국 레드나 화이트 와인에 머물지 않고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맛을 선사하는 호나타와 더 힐트가 그렇게 탄생했다. 소유주는 모두 동일인인 스탠 크론키(Stan Kroenke)다. 스탠 크론키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재벌 중 한 명으로 억 만 장자다.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간판 구단 중 하나인 아스날 FC와 미국 NFL의 로스 앤젤레스 램즈, 미국 NBA의 덴버 너기츠, 미국 MLS의 콜로라도 래피즈 등을 소유했거나 최대지분을 보유했다. (왼쪽부터)스크리밍 이글 와인메이커 닉 기스레이슨(Nick Gislason), 호나타·더힐트 와인메이커 맷 디즈(Matt Dees). /나라셀라 좋은 선수가 시작이자 끝인 스포츠구단의 소유주답게 스탠 크론키는 와인업계에 뛰어들면서도 사람에 집중했다. 그의 진가는 이미 기량이 증명되고 유명한 선수를 어떻게든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믿고 투자하는 데서 빛을 발했다. 스크리밍 이글의 1대 와인메이커는 하이디 배럿, 2대 와인메이커는 앤디 에릭슨. 스크리밍 이글의 명성과 스타일을 구축한 이들이 나간 이후 3대 와인메이커는 바로 당시 스크리밍 이글 양조팀에서 합류한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당시 29살의 신예 닉 기스레이슨이었다. 특급 와이너리에서 경력이 있거나 이미 이름이 높은 세계 최고의 와인메이커들이 추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스탠 크론키는 닉 기스레이슨을 선택했다. 2대 와인메이커 앤디 에릭슨과 와이너리 운영책임자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 파격적 인사였다. 닉 기스레이슨은 포도밭에서 일하던 중에 잠시 사무실로 들어와 보라는 호출을 받았다가 얼떨결에 와인메이커가 됐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 했지만 포도밭 관리와 와인양조에서는 천재적이라는 점을 알아본 셈이다. 모험적인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호나타는 이미 나파밸리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스크리밍 이글과 달리 와인을 만든 적이 없던 곳을 사서 포도를 심었다. 당시 이 곳에 어떤 품종을 심으면 될 지 프랑스 보르도 5대 샤또의 양조진을 포함한 세계적 인물들을 데려와 컨설팅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혹평이었다. 모래가 많고 너무 서늘해 와인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 아스파라거스나 심으라는 대답도 나왔다. 반면 호나타의 와인메이커로 채용된 젊은 와인메이커 맷 디즈의 의견은 달랐다. 토양과학자 출신의 맷 디즈는 누구보다 테루아를 잘 이해했고, 호나타에 맞는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찾는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산타 바바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스타가 탄생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신생 와이너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맷 디즈는 호나타에 이어 2008년에 설립된 더 힐트의 와인메이커이기도 하다. 더 힐트 역시 와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척박한 땅을 사서 포도밭을 조성했다. 샤도네이와 피노누아, 단 두 품종만을 재배하고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7-02 16:02:3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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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6>佛 보르도 특급 와인을 반값에?

<76>프랑스 보르도 2019 빈티지 안상미 기자 품질은 최고인데 가격도 낮아졌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와인(혼자+Wine) 또는 홈와인(Home+Wine)에 지쳐가는 와인애호가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조금만 기다리면 최고의 와인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 2019년 빈티지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프랑스 보르도는 매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등과 달리 해마다 포도재배 품질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고,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써클링(가운데)이 프랑스 보르도 와인 2019년 빈티지를 맛보고 있다. /제임스 써클링 닷컴 보르도의 2019년은 날씨 등 환경으로 보자면 전년인 2018년과 달리 좋은 해는 아니었다. 우박과 곰팡이 등으로 수확이 늦어지면서 와인메이커들은 기적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와인으로 만들고 보니 평점이 대부분 90점을 넘어가고 있는 2018년에 뒤지지 않았다. 과실미는 세련됐고, 타닌은 과하지 않으면서 산도도 균형감이 좋았다. 오히려 2018년보다 좋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컨설팅 전문가 인 토마스 듀 클로스는 "(21세기 들어 최고 빈티지로 꼽히는)2015년과 같은 관능미와 함께 (역시 가장 좋은 빈티지 중 하나로 꼽히는)2010년의 깊이와 밀도를 가지고 있어 2018년보다 2019년 빈티지를 더 선호한다"며 "2019년이 최근 몇 년간 보르도의 위대한 진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은 "매끄러운 타닌과 순수한 과실미는 (와인애호가들이) 보르도에서 기대했던 것이며, 일부 와인의 품질은 환상적"이라며 "오랜 와인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볼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비슷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2019년은 소위 '그레이트 빈티지'로 이미 낙점됐지만 가격은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모든 소비재의 수요가 위축됐고, 와인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UGCB 2019 엉 프리뫼르 디지털 프리젠테이션 화면 캡쳐 이미 보르도 와인만의 선물 거래 시스템인 엉프리뫼르(En Primeur)에는 2019 빈티지의 와인 가격이 최소 10% 안팎, 최대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 보르도 특급 5대 샤또 중 하나인 샤또 오브리옹은 이달 2019년 빈티지를 선물매매로 282유로(원화 약 38만원)에 내놨다. 2018년 빈티지 대비 3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미국 주요 와인 소매업체들은 지난해 2018년 빈티지를 병당 50만원 안팎에 거래했다. 현재 비슷한 수준으로 꼽히는 2015, 2016년 빈티지의 소매가 대비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샤또 무똥 로칠드 역시 선물시장에 2019년 빈티지를 병당 282유로에 내놨다. 2018년 408유로 대비 4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최고의 품질에도 134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은 코로나19 탓에 엉프리뫼르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세계 시음회를 대폭 줄이고 디지털 프리젠테이션으로 2019 빈티지를 소개해야 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6-18 15:52:2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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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5>슬기로운 '온택트' 와인생활

<75>온라인 와인테이스팅 안상미 기자 "딴따라단(영어발음도 같음)~ 기다려봐, 기다려봐(Hold on, Hold on). 지금 다운로드 중이야(It's downloading)." 전 세계 와인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로버트파커(RP)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이 이탈리아 안티노리 와이너리의 '티냐넬로' 2017 빈티지 점수를 발표하는 현장. 안티노리의 최고경영자(CEO)인 렌조 코타렐라가 점수가 안보인다는 듯 안경을 집어 쓰자 모니카 라너(Monica Larner)가 잠깐 기다려야 한다며 깔깔깔 웃는다. 모니카 라너는 와인 애드버킷의 이탈리아 담당 평론가다. 와인 애드버킷의 이탈리아 담당 평론가 모니카 라너(Monica Larner)(화면 상단)가 지난 4일(미국 현지 시각) 스마트폰을 통해 '티냐넬로' 2017 빈티지에 대한 평가점수를 공개하자 안티노리의 최고경영자(CEO)인 렌조 코타렐라(화면 하단)가 확인을 위해 안경을 쓰고 있다. /와인 애드버킷 인스타 라이브방송 캡처. 지난 4일(미국 현지 시간)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은 티냐넬로 2017 빈티지의 RP 점수를 공개하는 현장에 초대됐다. 이와 함께 평론가와 와인메이커의 의견도 직접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라이브방송 플랫폼을 활용한 '온택트(Untact+On)' 테이스팅 행사가 열리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로 만나 와인잔을 부딪히는 대신 와이너리들이 온라인 공간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안티노리는 이탈리아의 와인 명가로 티냐넬로는 '슈퍼 투스칸'의 원조로 꼽힌다. 슈퍼투스칸은 말 그대로 이태리 중서부의 토스카나(Toscana)에서 만들어진 품질이 탁월한(super) 와인을 일컫는다. 티냐넬로 2017의 RP 점수는 96점. "흠(Hm), 나쁘지 않군요(Not bad)." 렌조 코타렐라는 96점에 대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화면 속 그의 얼굴에선 활짝 웃으며 어떤 심정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그도 그렇것이 이탈리아에서 2017년은 와인을 만들기 그닥 좋은 해가 아니었다. RP 빈티지 차트를 보면 토스카나 지역의 2017년 점수는 87점으로 2016년 96~98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티냐넬로는 와인품질을 잘 유지한 것. 모니카 라너는 "2017년이 날이 더워 포도가 과숙하고, 잼과 같을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티냐넬로 2017는) 매끄럽고, 좋은 질감의 타닌으로 깜짝 놀랐다"고 평가했다. 2017도 선방했지만 역시 렌조 코타렐라가 꼽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빈티지는 2016이었다. 다음은 2015와 2010이었다. 렌조 코타렐라는 "2017년은 말한대로 날이 더웠고, 극심하게 가물었다"면서도 "포도가 잘 익었지만 과하지 않았고, 산도와 생동감도 있었다. 2016과 다른 느낌으로 티냐넬로는 2017도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며, 마시기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온택트 와인행사로 전통주 온라인 시음회가 기획됐다. 전통주갤러리의 온라인 시음회 '녀우주담(여자 벗들의 음주 이야기)'이다. 신혜영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가 '구름을 벗삼아', '서울의 밤', '애피소드 애플' 등을 중심으로 '혼술'하기 좋은 전통주를 소개하고, 이와 어울리는 한식 마리아주로 유현수 셰프가 가사리 황태해장국과 능이버섯 궁중떡볶이를 요리하며 술과 시음한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6-11 16:04: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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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4>슈램스버그가 쏘아올린 스파클링

<74>美 슈램스버그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것과 200년이 넘게 노하우가 쌓인 프랑스 전통 샴페인의 맛을 따라잡는 것. 둘 중에 무엇이 더 어려울까.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의회 연설에서 1960년대가 지나가기 전 달에 인간을 착륙시킨 뒤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키겠다고 말한다. 달 탐사 연구가 한창이라 미국 사회 전반에 도전정신이 넘쳐나던 그 때. LA에서 로켓 부품 회사를 운영했던 잭과 제이미 데이비스 부부도 도전에 나선다. 샴페인 애호가였던 그들답게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전통 샴페인 방식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로 한 것. 케네디가 그랬던 것처럼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도전이었다. 커다란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을 모두 끝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샴페인 방식은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일일이 병에 담아 2차 발효를 시킨다. 병 안에서 효모가 복합적인 향과 풍미를 만들어내고, 거품의 크기와 지속성도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되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전까지 미국에선 샴페인 제조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곳은 없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서의 첫 걸음을 내딛은 것과 같이 잭과 제이미 데이비스 부부의 와이너리 슈램스버그도 '블랑 드 블랑'을 내놓으며 전통 샴페인 방식으로 만든 미국 스파클링 와인의 시작을 알렸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 1965'는 미국에서 전통 샴페인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와인이다. 와인을 단순히 제조방법으로만 높이 평가할 순 없을 터. 슈램스버그가 미국을 넘어 프랑스 샴페인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었던 것은 최초를 넘어 최고를 지향했던 데 있다. 슈램스버그는 70개가 넘는 포도밭들을 통해 포도를 조달하며, 그로부터 만드는 베이스 와인이 250개 이상에 달한다. 그 베이스 와인들을 다양하게 섞어 미국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교과서가 됐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한 것은 1972년 건배주로 쓰이면서다. 미국 닉슨 대통령과 중국 주은래 총리는 베이징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축배(Toast to Peace)'로 슈램스버그 와인을 사용됐다. 평화를 위한 와인이란 별명을 얻은 것은 물론 백악관 만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블랑 드 블랑'은 청포도로만 만들었단 뜻이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 100%로 만드며, 병 속에서 효모와 함께 3년간 숙성해 출시한다. 매우 우아하고도 은은한 감귤과 복숭아, 효모, 구운 아몬드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누아'는 1967년 첫 선을 보였다. '블랑 드 누아'는 적포도의 껍질을 벗기고 과육만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말한다. 붉은빛이 배지 않는 섬세한 압착과 적정 산도의 보전, 탄닌 유입의 최소화 등 역시 세심한 정성을 필요로 한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누아'는 피노누아에 샤도네이를 섞어 햇살을 담은 과실미가 그득하다.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 딸기 등의 향이 풍부하며, 구조감이 여운으로 잘 이어진다.,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6-04 09:36:3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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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3>와인잔의 세계

<73>와인잔 안상미 기자 영화 '더킹'에서 한강식 검사장이 복수에 나선 박태수에게 이 세상의 논리와 정치엔지니어링의 철학을 거들먹거릴 때 내 시선을 빼았은 것은 배우의 연기도, 그렇다고 배우의 얼굴도 아니었다. 와인이 담긴 깊은 글라스를 고고하고 당당하게 받치고 있는 길고 까만 다리를 가진 그것. 와인잔이 와인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줌과 동시에 다양한 기능과 모양으로 사도사도 끝이 없는 와인잔의 세계에 빠지게 됐다. 영화 '더킹' 캡쳐 화면. 와인애호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만들어진지 몇 년 안된 보르도 와인잔과 10년, 20년 숙성된 보르도 와인잔이 따로 있을 정도로 와인잔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일단 먼저 와인은 와인잔에 먹어야 할까. 답은 '예스(yes)'. 와인은 그저 꿀꺽꿀꺽 목으로만 넘겨 먹는 음료와는 다르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그리고 마신다. 색상과 향은 와인의 성격은 물론 품질까지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물잔이나 플라스틱잔에 따라 놓쳐버리긴 아깝다. 투명한 와인잔의 유리야말로 와인 본연의 색을 잘 나타낼 수 있고, 깊고 둥근 볼은 향을 잘 맡을 수 있게 해준다. 가느다란 와인잔의 다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 와인이 산소와 만나 떫을 맛은 부드럽고 깊게 바뀐다. /와인스펙테이터 그렇다면 지역이나 품종에 따른 다양한 와인잔이 모두 필요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노(no)'.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잔, 화이트 와인잔, 스파클링 와인잔 하나씩만 있다면 와인의 맛을 잘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먼저 레드 와인을 마시기 위한 보르도 잔이다. 가장 많이 봤을 보편적인 잔으로 둥그런 형태로 입구와 볼 부분이 넓다. 와인의 향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고,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이 커 탄닌이 많은 레드와인에 딱이다. 만약 여유가 된다면 레드 와인잔으로 부르고뉴 잔이 하나 더 있으면 좋다. 입구 부분은 좁고 볼 부분은 넓다. 향을 최대한 오래 잡아두기 위해서다. 다음은 화이트 와인을 위한 잔이다. 모양 자체는 보르도 잔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다.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온도로 즐겨야 하는데 잔이 크면 와인이 금방 미지근해진다. 화이트 와인 전용의 작은 잔에 자주 따라서 먹고,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볼 부분이 아니라 다리부분을 잡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잔이다. 입구와 볼이 좁지만 길쭉하다. 스파클링 와인의 생명인 기포가 잘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와인을 따르면 잔 바닥에서 여러 줄기의 거품이 올라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와인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 영화 '더킹'의 와인잔은 리델이 소믈리에 시리즈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소믈리에 블랙 타이 시리즈였다. 기존 대비 다리인 스템의 높이를 길게하고, 검정색으로 만들었다. 마치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블랙 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와인도 아닌 잔 하나의 가격이 10만원대를 넘어 아직도 위시리스트(Wish list)로만 남아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5-21 15:54:4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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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2>하이츠셀라, 미국 최초의 싱글빈야드 와인

<72>와인브랜드 스토리 ④하이츠셀라 안상미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도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오크빌(Oakville) 지역에서 집이 매물로 나왔다. 포도밭 인근에 딸린 집이었는데 탐과 와이프 마르따는 포도밭은 그대로 둔 채 집만 내놨고, 이를 와이너리 하이츠셀라를 설립한 조 하이츠가 사들여 살게 됐다. 오크빌은 최고의 포도밭이 몰려있기로 유명한 곳. 하지만 탐과 마르따는 포도밭이 있어도 직접 와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미국 나파밸리에 위치한 마르따스 빈야드 전경. /나라셀라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친해진 조 하이츠는 그들의 포도밭에서 나오는 포도를 모두 하이츠셀라에 달라고 한다. 탐과 마르따 부부는 조 하이츠에게만 포도를 주기로 약속하는 대신 전제조건을 붙였다. 그들의 밭에서 나온 포도로 와인 1배럴을 만들어 달라는 것. 1배럴(158.L)은 와인 300병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 하이츠는 처음에는 탐과 마르따 부부를 위한 와인 1배럴를 제외하고는 다른 밭에서 나온 포도들과 섞어 기본급 와인인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을 만들 생각이었다. 근데 이 1배럴을 만들고 보니 와인의 맛과 향이 너무나 뛰어났다. 단일 포도밭의 포도만으로 만들어진다는 미국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바로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 1966 빈티지다. 하이츠셀라 로고. /나라셀라 싱글 빈야드 와인은 단일 밭의 포도로 만들다보니 개성이 뚜렷하다.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 역시 고유의 고상한 민트향으로 유명하다. 1974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세기의 와인' 12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와인으로 '20세기의 와인'에 든 것은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을 포함해 단 두 개뿐이었다. (왼쪽부터)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 /나라셀라 '마르타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은 물론 기본급인 '나파 밸리 카버네 소비뇽'도 다른 품종을 단 항방울도 섞지 않고 순수하게 100% 카버네 소비뇽으로만 만든다. 나파 밸리의 거의 모든 와이너리들이 카버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지만 하이츠셀라 처럼 100%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품종을 섞지 않고는 카버네 소비뇽이 갖는 강한 탄닌을 콘트롤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 하이츠는 해결책으로 다른 품종이 아니라 시간의 힘을 빌렸다. 다른 와이너리들이 카버네 소비뇽을 오크통에서 길어야 2년 가량 숙성 후 병입하는 것에 비해 하이츠는 4년간 오크통 숙성을 한다. 병입한 후에도 다시 1년간 셀러에서 숙성시켜 최장 5년의 시간을 거쳐 내놓기 때문에 처음부터 깊고 밸런스 있는 풍미를 보여준다. 장기 숙성력도 탁월하다. 여기에 레드와인 양조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젖산발효 혹은 유산발효도 하지 않는다. 대신 대형 오크통으로 와인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줘 부드럽지만 생생한 산미를 살리도록 했다. 독일계 이주민의 후손답게 조 하이츠의 마이스터 다운 성품은 와인 라벨에서도 드러난다. 라벨에는 장식적인 요소는 일체 없고, 와인별로 별 차이 없이 와인을 살펴보는 장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라벨은 첫 빈티지부터 현재 빈티지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5-14 15:42: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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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1>피터마이클, 테루아를 마신다

<71>와인브랜드 스토리 ③피터 마이클 와이너리 이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성공한 영국인 사업가였다. 충분한 재산도 있었고, 나이도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당시였다. 사업상 영국에서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자주 왔다갔다 해야 했지만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실리콘밸리에 대한 애정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니 미국에서 와인너리를 만들겠다거나 포도농사를 지으려고 생각해본 적은 더 없었다. 그런 피터 마이클 경(Sir Peter Michael)의 운명을 바꾼 것은 한 잔의 와인이었다. 19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참석한 저녁행사에서 피터 마이클은 소믈리에에게 식사와 함께 할 수 있는 현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가져온 와인은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의 첫 빈티지. 이른바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와인의 위상을 바꾼 바로 그 와인이다. 피터 마이클은 당시 와인의 맛 자체도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발견이었지만 파리의 심판에서의 우승 소식을 듣자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를 알게 됐다. 마치 그가 사업 초창기 실리콘밸리가 첨단 IT의 중심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처럼 말이다. "와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포도밭의 테루아(Terroir)다." 피터 마이클이 와이너리를 처음 세울 때는 물론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철학이다. 프랑스 보르도에 뒤지지 않는 최고급 미국 와인을 만들기 위해 6년이나 캘리포니아 전역을 샅샅이 돌아본 것도 테루아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피터 마이클은 1982년 소노마 카운티 북동부에 위치한 나이츠 밸리(Knights Valley)의 가파른 경사면에 포도를 심을 땅을 산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몽 플래지르 샤도네이(Mon Plaisir)'를 출시했고, 좀 더 고도가 낮고 온화한 기후에서는 보르도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노마 코스트에서 피노 누아 품종의 와인을, 나파 밸리 오크빌 지역에서 카버네 소비뇽 와인 '오 파라디(Au Paradis)'를 내놓는다. 다른 와이너리와 비슷한 포트폴리오지만 평가는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 와이너리가 한두개 품종이나 카테고리에서 최고 수준의 와인을 만든다면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내놓는 와인마다 모두 각각에서 최고 수준의 품질력, 인지도, 팬덤을 구축했다. 만드는 14종의 와인 중 12종이 단일 포도밭에서 만들어지는 '싱글 빈야드'일 정도로 테루아가 와인을 통해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한 덕분이다. 특히 카버네 소비뇽으로 만든 '오 파라디'는 두 번째 빈티지(2012)가 와인스펙테이터에서 2015년 올해의 100대 와인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국 백악관 국빈 방문시 공식 만찬에서는 2003 빈티지 '피터 마이클 레 빠보'가, 2012년 영국의 데이빗 카메론 총리가 미국 국빈방문 당시 '피터 마이클 마 벨 피으 샤도네이'가 사용됐다.,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5-07 15:53: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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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70>덕혼, 우연을 행운으로 살린 오리

<70>와인브랜드 스토리 ②덕혼 안상미 기자 헝가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한 이민자가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작성했다. 이름을 기입해야 하는데 헝가리에서 쓰던 성은 발음하기가 영 어려워 망설이고 있던 이민자. 고민하던 그에게 관공서 직원이 대뜸 취미를 물었다. 오리 사냥(Hunting Ducks)이라고 답하자 관공서 직원은 그 발음을 따서 덕혼(Duckhorn)이라 기재했고, 집안의 성이 됐다. 수십 년 전엔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했나보다. 우리나라 60, 70년대 시골에서 주민등록 신고하러 갔더니 "오리 좋아하면 아예 이름을 오리라고 하면 되것네" 같은 분위기다. 덕혼 빈야드 로고. /나라셀라 2대를 지나 후손인 댄 덕혼은 우연을 행운의 기회로 살렸다. 댄은 와이프인 마가렛 덕혼과 와이너리를 세우며 와이너리명을 성인 덕혼(Duckhorn)으로 하고, 모든 브랜드에 일관되게 오리를 상징으로 사용했다. 먼저 오리라고 하니 쉽다. 그리고 친근하다. 어떤 와인은 라벨에 오리 한 마리, 다른 와인은 오리 두 마리나 여러 종의 다른 오리들, 오리떼까지. 라벨만 보면 덕혼의 와인임을 알 수 있다. 와인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라벨의 오리들은 모두 와이너리 근처에 서식하는 오리에게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덕혼 나파밸리 멀롯 라벨. /나라셀라 먼저 덕혼 빈야드(Duckhorn Vineyards)다. 1976년 덕혼이 설립한 첫 번째 와이너리다. 가장 전통적인 오리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덕혼 빈야드는 설립 초기부터 당시 미국에서는 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던 멀롯을 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덕혼 빈야드의 멀롯 와인은 댄과 마가렛 부부가 깊게 매료된 뽀므롤 멀롯 특유의 벨벳과 같은 질감과 함께 나파밸리 토양의 응집력이 더해지면서 신세계 멀롯 와인의 기준점이 됐다. '덕혼 쓰리 팜즈 빈야드 멀롯'은 2014 빈티지가 지난 2017년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코이 카버네 소비뇽 라벨. /나라셀라 디코이(Decoy) 브랜드는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로 와인애호가들의 데일리 와인으로 꼽힌다. 디코이는 오리 사냥에서 수컷 오리를 유혹하기 위해 사용되는 암컷 오리 모형에서 유래된 단어다. 그에 맞게 라벨에는 목각 오리가 그려져 있다. 유명 조각가 리처드 잰슨의의 조각 작품을 짐바브웨의 화가인 마이클 얼라드가 그림으로 옮겼다. 패러덕스 라벨. /나라셀라 패러덕스(Paraduxx)는 화목을 상징하는 오리 한 쌍(A pair of Ducks)을 발음나는 대로 작명했다. 라벨은 매년 다른 화가가 한 쌍의 오리를 테마로 그린다. '패러덕스'는 슈퍼 토스카나 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가장 미국적인 품종인 진판델에 카버네 소비뇽을 섞었다. 두 품종의 정교한 블렌딩처럼 커플이나 결혼, 가정의 날 등 화목과 화합을 상징하고 축하하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골든아이 피노누아 라벨. /나라셀라 골든아이(Goldeneye)는 와이너리가 있는 앤더슨 밸리에 자주 나타나는 물오리를 라벨에 표현했다. 이 오리들은 밸리 전역의 저수지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골든아이 피노 누아'는 지난 2009년 미국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오찬에 사용됐으며, 국내에서도 고급 피노 누아로 조명을 받았다. 캔버스백 카버내 소비뇽 라벨. /나라셀라 캔버스백은 오리의 일종인 큰흰죽지(Canvasback)를 그대로 와이너리 이름으로 붙였다. 캔버스백이 위치한 워싱턴 주의 레드 마운틴 지역은 이 큰흰죽지들의 서식지다. 겨울과 여름에 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강인한 오리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아 힘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4-23 15:04: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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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9>윤희재 vs 케빈정, 당신의 와인은

<69>드라마 '하이에나' 속 와인 안상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술(혼자 마시는 술)' 또는 '홈술(Home+술)'이 최선인 와인애호가들에게 최근 몇 주간 눈을 즐겁게 해준 드라마가 있었다. 변호사들의 생존기를 그린 '하이에나'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와인의 선택 역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과 맞춤형이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먼저 송&김의 파트너 변호사 윤희재의 와인이다. 윤희재는 할아버지는 전 대법원장, 아버지는 현직 부장판사인 일명 법조계의 '금수저'다. 그럼 와인병이 클로즈업 되기 전부터 감이 온다. 와인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여야 하고, 그 중에서도 유서깊은 와이너리가 나오겠지. /드라마 '하이에나' 화면 캡쳐. 정금자와 처음 제대로 마주했던 자리도, 혼자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순간에도 윤희재의 와인은 '도멘 프랑소와 라마르슈 부르고뉴 오뜨 꼬뜨 드 뉘(Domaine Francois Lamarche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였다. 역시나 프랑스, 그것도 온실에서 자란 화초답게 고상하고 우아한 부르고뉴 피노누아다. 생산자인 도멘 프랑소와 라마르슈는 1740년에 설립돼 5세대가 넘게 가문이 대대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윤희재와 딱 어울린다. 정금자의 와인, 아니 정금자가 윤희재 앞에서 좋아하는 척 마셨던 와인은 스페인 와인이다. 스페인에서 와인산지로 유명한 리오하에서 만들어진 '루이스 까나스 리제르바 셀렉시온 데 라 파밀리아(Louis Canas, Reserva Seleccion de le familia)'다. 사실 정금자에게 가장 어울렸던 술은 어려운 발음의 스페인 와인도, 그렇다고 법무법인 대표가 홀짝거렸던 싱글몰트 위스키도 아니었다. 늦은 밤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던 정금자가 책상 서랍에서 꺼냈던 소주. 송&김 로고가 금박으로 새겨진 큰 머그컵에 반 병은 족히 콸콸 따르던 소주가 가장 어울렸다. 송&김의 고객이자 글로벌 사모펀드 AP이언의 한국 지사장인 케빈 정이 고른 와인은 미국으로 넘어간다. '100만원 이쪽저쪽' 하는 셔츠를 일상적으로 입고 다니는 그답게 인수합병(M&A)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의 와인으로 '오퍼스 원(Opus one)'을 주문해놨다. 오퍼스 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다. 현지 와이너리에서도 한 병에 400달러(한화 약 49만원)를 호가하니 국내에서는 1.5~2배는 줘야 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드라마 '하이에나' 화면 캡쳐. 와인애호가라면 케빈 정이 정금자에게 와인을 따를때 레이블에 보인 파란 상징만으로 단번에 오퍼스 원이라고 알아차렸을 게다. 케빈 정이 한국계 미국인인 것처럼 오퍼스 원은 미국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 바론 필립 로칠드가 합작해 만든 와인이다. 일에서의 자신감은 물론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케빈 정처럼 오퍼스 원 역시 미국에서 보르도 스타일로 최상품을 지향해 만든다. 윤희재의 고상한 부르고뉴 와인, 아니면 정금자인척 했던 스페인 와인이나 케빈 정의 최고급 미국 와인. 당신의 와인 취향은 무엇인가.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4-16 15:11:5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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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8>돈나푸가타에서 시칠리아 한 잔

<68>시칠리아 돈나푸가타 안상미 기자 여인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 지긋이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시칠리아 해풍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리고 한 쪽 빰을 스치며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우수에 젖은 여인은 우아하지만 인생의 질곡이 그대로 느껴진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의 라벨 . /나라셀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와인 '돈나푸가타 안띨리아'의 라벨에 그려진 주인공은 바로 마리아 카롤리나다. 19세기 나폴리 왕국의 왕이었던 페르디난도 4세의 아내이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친언니다. 나폴레옹의 군대를 피해 시칠리아섬으로 피난을 오면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처럼 그녀 역시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피난처에 정착하고 만다. 돈나푸가타 와이너리 로고. /나라셀라 시칠리아에 정착한 마리아 카롤리나를 그 곳 사람들이 '피난처의 여인'이란 뜻의 돈나푸가타(Donnafugata)로 부르면서 그녀가 살던 성과 그 인근 지역까지 돈나푸가타로 불리게 됐고, 그 지역에 포도밭을 둔 돈나푸가타 와이너리의 이름이 되었다. 돈나푸가타 라 푸가의 라벨. /나라셀라 '돈나푸가타 라 푸가' 라벨에서도 바람에 날리는 여성의 머리카락은 도망치는 여인, 즉 돈나푸가타다. 돈나푸가타 와이너리는 160년 이상 전통을 가진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돈나푸가타의 포도밭은 기원전 4세기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돈나푸가타는 슬픈 사연을 담고 있지만 시칠리아 화이트 와인의 표준이라고 불릴 만큼 최고로 꼽힌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는 지역의 토착품종인 안소니카와 카타라토를 반씩 섞어 만든다. 한때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통칭해 일컫던 말인 안띨리아라는 이름답게 지역색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시칠리아 해풍과 같은 신선한 느낌이 꽉 들어차 있으며, 달콤함 속에 기품있는 과일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돈나푸가타 라 푸가는 샤도네이 품종 100%로 만든다. 푸른 사과와 빵 껍질처럼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부드럽고 신선함이 조화를 이룬다. 돈나푸가타 밀레 에 우나 노떼 라벨. /나라셀라 이제 왕비의 궁전으로 들어갈 차례다. '돈나푸가타 밀레 에 우나 노떼'의 라벨에는 피난온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궁전이 그려져 있다. 밀레 에 우나 노떼(Mille e una Notte)는 천일야화란 뜻으로 시칠리아에 녹아있는 아랍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지역의 전통적인 품종인 네로 다볼라와 함께 같은 포도밭에 수 백년 이상 자라온 토착 포도들을 섞어 개성이 강하고 깊이 있는 지중해를 표현한다. 레드 체리와 감초를 연상하게 하는 풍미와 오크통에서 완벽하게 숙성시킨 덕에 매력적이며 복합적인 맛이다. 굽거나 훈제된 소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돈나푸가타 벤리에'에는 시칠리아를 넘어 이탈리아 최고의 디저트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벤리에(Ben Rye)'는 아랍어로 '바람의 아들'이란 뜻이며, 끊임없이 부는 바람으로 유명한 판텔레리아 섬 기후를 따서 지어졌다. 포도를 섬 햇빛과 바람 등 자연에 의해 건조시켜 만들며, 달콤하면서도 독특하며 긴 여운을 가지고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4-09 15:44: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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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7>와인을 딸 시간…아버지와 아들

-영화로 맛보는 와인⑥와인을 딸 시간(Uncoked) 안상미 기자 "힙합 좋아해요?" 와인을 잘 몰라 그저 좋은 와인을 찾는다는 타냐에게 엘라이자는 대뜸 힙합을 좋아하는지 묻는다. 타냐 또래가 한창 열광할 만한 힙합 가수에 비유해 원하는 와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먼저 샤도네이다. 화이트 와인의 큰 형님 샤도네이는 여러 용도로 쓰이고, 부드러워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계의 제이지다. 다음은 피노 그리지오다. 향이 비교적 센 화이트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이라고 우습게 봤지. 취하게 만들어줄게." 이런 투다. 카니예 웨스트다. 리슬링은 청량감이 있고 깔끔하며, 단맛이 특징이다. 힙합 스타로 꼽자면 드레이크다. 타냐의 선택은 드레이크 와인이었다. '와인을 딸 시간(Uncoked)'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소믈리에를 꿈꾸는 엘라이자와 가업인 바비큐 식당을 물려 받길 원하는 아버지 루이스의 대립과 화해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엘라이자의 와인에 대한 시선은 처음부터 가업의 주메뉴인 바비큐와는 동떨어진 화이트 와인을 향해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샤도네이로 만든 '알베르비쇼 샤블리'나 미국 오레곤주에서 생산된 '안티카 테라' 등에 마음을 뺏긴다. 밤새 땐 장작불에 오래 굽고, 걸쭉한 양념을 얹은 루이스의 립 바비큐에는 아무래도 진한 레드 와인 쪽이 맞다. 어긋난 마리아주는 딱 엘라이자와 루이스의 관계다. 루이스는 바비큐 식당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고 싶어하지만 정작 엘라이자의 눈은 다른 곳에서 빛난다. 와인 시음회에서 다른 빈티지들을 비교하고, 맛을 평가하면서다. 엘라이자의 최종 목표는 마스터 소믈리에. 전 세계에서 230명 밖에 없을 정도로 쉽지 않은 길이다. 먼저 손길을 내미는 쪽은 아버지다. 바비큐 식당 2호점을 준비하면서 엘라이자를 위한 와인바도 설계에 넣는다. 아버지의 꿈 대신 자신의 꿈인 마스터 소믈리에에 도전하기로 하지만 엘라이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화해를 시도한다. 파리로 와인 공부를 하러 떠나기 전에 '라 브리꼴리나 바롤로 2012' 한 병을 건낸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을 이뤄 함께 양조할 수 있는 빈티지만 내놨다는 그 와인이다. 바비큐를 외면했던 아들과 와인은 안먹겠다던 아버지는 엄마이자 아내의 죽음을 겪어내며 달라진다. 아들은 립 바비큐와 어울릴 와인을,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엘라이자는 잠시 쉬어가기 위한 스포츠바에서도 립 바비큐를 위한 와인을 고민한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마다하고 후추, 훈연의 향을 머금을 와인을 주문한다. 호주 펜폴즈의 '빈 389'다. 최고의 레드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펜폴즈 그랜지'와 같은 오크통에서 숙성했다고 해서 '베이지 그랜지'라고 불린다. 쉬라즈의 풍성함과 까버네 소비뇽의 구조감이 훌륭한 조화를 이뤄 루이스의 훈제 바비큐와 딱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엘라이자는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에는 떨어졌지만 괜찮다. 수 십년간 와인을 마시지 않았던 아버지는 엘라이자가 건낸 바롤로 와인을 늘 마셔왔던 것처럼 마시기 시작했고, 시험이야 다시 도전하면 된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0-04-02 15:11: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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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6>대통령의 와인?…억만장자의 식초

<66>억만장자의 식초 "10만5000파운드. 더 없으십니까?" 1985년 12월 5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을 가득 메운 입찰자들의 관심은 단 하나의 와인에 집중됐다. 파리의 지하 저장고에서 발견됐다는 이 와인은 1787년산 샤토 라피트. 지금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다. 프랑스 보르도의 그랑 크뤼 1등급 와인 중 하나다. 오래된 특급 와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와인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와인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은 병에 새겨진 'Th. J.'라는 글자였다. 이를 근거로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것으로 간주됐고, 낙찰가는 10만5000파운드(15만6450달러·한화 약 2억원)로 와인 경매 사상 최고가를 쓰게 됐다. 그것도 이전 와인 경매 최고가인 3만1000달러의 5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낙찰받은 사람은 미국 포브스지의 사주로 거부인 맬컴 포브스였다. 와인 자체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제퍼슨이 소장했던 와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최고가 기록은 20년이 넘게 지난 2007년이 되어서야 깨졌다. 이 거래가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당시 경매를 진행했던 마이클 브로드벤트가 지난 17일 92세의 나이로 타계하면서다. 저명한 와인 평론가로 이름을 날렸고, 와인업계에서 귀한 와인을 가장 많이 마셔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고급 와인에 대한 경매 시장을 구축했지만 1787년산 샤토 라피트 경매는 그가 눈을 감을 때까지 오점으로 남았다. 1787년산 샤토 라피트는 지난 수 십년간 진짜인지를 의심받았고, 브로드벤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 와인애호가로 유명한 제퍼슨은 샤토 라피트 등 프랑스 특급 와이너리에 직접 수 백병의 와인을 주문했고, 이니셜을 새겨넣었다. 그러나 1787년산을 주문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이니셜 역시 전문가들마다 진위여부가 갈렸다. 무려 200년이나 된 와인에서는 어떤 맛이 났을까. 2억원에 상응하는 천상의 맛이였을까. 1986년 포브스의 갤러리에 1878년산 샤토 라피트가 전시됐다. 오랜 시간 뜨거운 조명을 받으면서 와인은 끓어 넘쳤고, 코르크는 병 속으로 빠져버렸다. 다 시어져버려 2억원 짜리 식초가 된 셈이다. 애초에 마실 생각이 없었던 포브스 가문 사람들은 와인이 아니라 일종의 골동품으로 여기고 여전히 보관 중이다. 와인이 아니니 와인 저장고가 아니라 대통령 기념품 전시관에 말이다. 제퍼슨은 와이너리에 직접 다녀올 정도로 프랑스 와인을 사랑했고, 특히 보르도 5대 특급 와인을 좋아했다. 그런 그가 말년에는 싼 와인들을 마셨다고 한다. 와이너리에 직접 주문하던 습관을 버리고, 대행인을 통해 프랑스 지역의 소박한 와인들을 부탁했다. 심지어 보르도 스타일을 모방한 와인까지도 괜찮다고 했다. 제퍼슨은 싸구려 테이블 와인을 마셨지만 아주 행복해 했다고 한다. 와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특급 와인을 수 백병씩 주문할 때가 아닌 말년에 싹튼 것이 아닐까.

2020-03-26 15:53: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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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65>집밥, 배달음식과 홈술와인

미<65>와인과 집밥·배달음식의 마리아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와인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북적거리는 사교적인 술이 아닌 재택근무나 '집콕'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홈술(Home+술)로의 변신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스테이크가 아니어도 괜찮다. 쉽게 배달시켜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물론 집밥에 가볍게 곁들이거나 안주없이 홀짝거리기도 좋은게 바로 와인이다. 먼저 배달의 대표주자 중국음식이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곁들일 탕수육에는 산도가 균형잡힌 '프리츠 짐머 리슬링 카비넷'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산도는 돼지고기 튀김의 기름기를 깔끔히 씻어주고, 소스의 달콤함에도 밀리지 않는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다른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배달음식에서 빠지면 서운할 치킨과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카스텔블랑 까바 엑스트라 브룻'은 스페인에서 샴페인 전통방식으로 만든 까바(Cava)다. 잘 익은 과일의 단맛이 가볍게 느껴지며, 바삭하게 구운 빵을 연상시킨다. 섬세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기포는 치킨을 먹은 입 안을 상쾌하게 해준다. 치킨 뿐만 아니라 식전주로 먹거나 리조또와 같은 쌀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5~6도 안팎으로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 집밥 식탁에 자주 오르는 삼겹살 구이에는 역시 화이트와인보다는 레드와인이다. '레 까산느 드 라 네르뜨 꼬뜨 뒤 론 빌라쥬 루즈'는 삼겹살의 기름기를 짱짱한 산도로 잘 받쳐준다. 그르나쉬를 주 품종으로 하며, 시라와 까리냥, 생소 등을 섞어만든다. 풍성한 과실느낌과 함께 타닌은 실크처럼 부드럽다. 삼겹살 구이는 물론 같이 차려질 한식 반찬과도 잘 어울린다. 배달 피자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이탈리아 레드와인이다.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산지오베제를 주 품종으로 멀롯과 카버네 소비뇽을 섞었다. 산지오베제 품종은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한 모든 피자에 어울리지만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띠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마르게리따나 바질 소스 피자와도 먹기 좋다. 입안에서 부드러운 탄닌과 산도가 균형을 이루며, 로즈마리의 향으로 마무리를 해준다. 홈술로 와인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관련 매출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달 11∼29일 동안 다른 부분 매출은 줄었지만 와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늘었다. 집에서 접근성이 더 좋은 편의점의 와인 매출폭은 더 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와인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30% 가까이 늘었다. 해외도 와인을 홈술로 즐겨야 하는 상황은 비슷하다. 와인의 주요 산지인 유럽과 미국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은 식당이나 바를 포함한 모든 시설을 폐쇄시켰고, 레스토랑은 배달이나 테이크 아웃만 제공할 수 있다. 와이너리들 역시 여기에 포함돼 테이스팅룸은 일제히 문을 닫았고, 일부 와이너리들은 차를 타고 가서 주문한 와인을 찾아오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료도움=나라셀라

2020-03-19 15:48:38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