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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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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6>디지테이스팅, 팬데믹 시대 와인을 만나는 법

<106>밀레짐 알자스 디지테이스팅 무려 100곳의 와이너리다. 각 와이너리마다 4개의 대표 와인을 내놨으니 400종의 와인이다. 먼저 와이너리의 설명을 꼼꼼히 살펴본다. 알자스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곳이다. 알자스에서도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지, 토양과 양조 특성은 어떤지 말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 만나보고 싶은 와이너리, 마시고 싶은 와인이 있다면 4곳 또는 8곳을 고른다. 와이너리마다 4가지 와인의 샘플을 시음상자에 넣어보낸다. 받을 와인의 샘플은 총 16개 또는 32개지만 참가자가 선택하지 않은 곳들 가운데 주최측이 선정한 와이너리 1, 2곳을 추가해 와인 샘플은 총 20개 또는 40개가 된다. 와인 샘플은 박람회 시작을 열흘 정도 앞두고 안전하게 도착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방식의 와인 박람회가 선을 보였다. 실제 와인 시음과 온라인상의 만남을 결합한 방식이다. 알자스 와인 협회(CIVA)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밀레짐 알자스 디지테이스팅(Millesimes Alsace DigiTasting)'을 열었다. 원래 '밀레짐 알자스'는 알자스 와인 협회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박람회다. 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가 아예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냈다. 바로 물리적 세계와 가상 공간이 만나는 피지털(physical+digital) 형태다. 참가자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살든 와인은 실제로 맛 볼 수 있도록 샘플을 보내고, 서로의 만남은 온라인 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시음상자에는 와이너리의 노하우와 개성을 잘 보여주는 4종의 스틸와인으로 구성됐다. 와인은 30ml의 작은 플루트 모양의 병에 담겨졌다. 30ml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 잔에 따르면 5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협회에 따르면 독점 기술 프로세스를 통해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고, 뉘앙스의 모든 절묘함까지 유지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공식적인 박람회는 3일이지만 와이너리는 말 할 것도 없이 참가자들까지 준비도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 이유는 알자스의 특성 때문이다. 지질학적인 복잡성은 그대로 와인 스타일의 다양성으로 이어졌고, 세부 지역은 물론 해당 포도밭이 어느 방향인지, 언덕인지 평지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같은 알자스 지역인데 굳이 여러 곳의 와이너리를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던 생각과 달리 결국엔 지도까지 펼쳐가며 선택해야 했다. 레드와인 역시 생산이 늘고 있다지만 그래도 알자스 하면 우아한 향에 푹 빠져들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가장 널리 재배되는 리슬링은 물론 달콤하면서도 풍부한 질감과 무게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게뷔르츠트라미너를 주로 공략했다. 화이트와인이 식전주로만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식생활 자체도 많이 달라지면서 알자스의 화이트 와인 역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 디디에 페테르만 알자스 와인 협회장은 "밀레짐 알자스 디지테이스팅은 참가한 모든 와이너리와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실제와 가상 세계를 효율적으로 조화해 설계한 박람회"라며 "이런 변화를 통해 알자스의 100여 년 노하우를 최신 기술과 결합하는 데 성공했고, 디지털을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가상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매력적으로 공존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21-06-10 16:55: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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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5>이탈리아 프로세코에도 그랑크뤼가?

프로세코는 원래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이름이자, 지금은 글레라로 불리는 포도품종의 이름이었다. 예전엔 프로세코 지역 인근에서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프로세코로 불리던게 당연했다. 그런 프로세코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의 명칭이 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프로세코 인기에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지도 모를 저급의 프로세코가 돌아다니기 시작한 탓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베네토 지역에서 글레라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스파클링 와인에만 '프로세코'라는 이름을 사용토록 했다. 마치 프랑스가 샹파뉴 지역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스파클링 와인은 2번의 발효를 통해 거품을 만들어낸다. 프로세코는 2차 발효가 샴페인과 같이 병 속이 아니라 대형 스테인리스 탱크 등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신선한 과일풍미를 잘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우러진다. 프로세코도 품질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프랑스 와인으로 치면 그랑 크뤼급이 바로 리베(Rive)와 카르티제(Cartizze)다. 리베는 프로세코 슈페리오레 지역 안에서 지정한 43개의 작은 구역들이다. 리베로 지정됐다면 수확량은 소량으로 줄여야 하며, 손으로만 수확해야 한다. 콜라브리고 와이너리는 2019년 8월에 리베로 지정된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 지역에서 프로세코를 생산한다.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유럽 최고의 선주 가문인 코슐리치 역시 처음에는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휴양지로 콜라브리고에 발을 디뎠다가 본격적으로 와인 양조에 뛰어들었다. 알베르토 코슐리치가 1970년대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Guide to Italian Wines)로부터 가장 먼저 인정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면 아들인 프란체스코는 대규모의 투자로 콜라브리고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지금은 4대손이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콜라브리고 프로세코는 토착효모를 사용해 첫 번째 발효가 끝나면 선별된 효모를 주입해 두 번째 발효를 진행한다. 이후 온도를 차갑게 낮추고 마이크로 필터링을 거친다. '콜라브리고 프로세코 DOCG 엑스트라 드라이'는 밝게 빛나며, 흰 꽃향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잘 익은 복숭아와 레몬과 생강 등 향이 어우러진다. 입에서는 생기있는 기포와 신선한 과실의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 치즈 플래터나 차가운 햄 등 가벼운 피크닉 음식은 물론 정찬의 애피타이저와도 두루 잘 어울린다. '콜라브리고 프로세코 DOCG 브뤼'는 야생 꽃과 흰 후추 향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활력있는 거품과 함께 당도가 낮은 브뤼 답게 날카로우면서 우아한 균형미가 뛰어나다. '콜라브리고 프로세코 DOC 브뤼'는 밝은 볏짚 색으로 미세한 버블을 이어진다. 흰꽃와 함께 감귤류, 열대과일, 허브 등의 햠이 어우러진다. 과하지 않은 기포와 좋은 산미, 과실미로 어느 자리에서든 편하게 마시기 좋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6-03 15:38: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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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4>와인스캔들…추방당한 '닥터 콩티'

40대 중반이라고 보기엔 훨씬 더 노쇠해 보이는 한 아시아계 남자가 공항에 들어섰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이 남자는 한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와인사기꾼 루디 커니아완(Rudy Kurniawan)이다. 한 병에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와인 로마네 콩티를 좋아해서 닥터 콩티(Dr. Conti)로 불리기도 했던 이다. 닥터 콩티는 미국 경매시장에서 수백억원대의 와인을 팔아치운 과거를 뒤로 하고 비행기에 올라타야 했다. 본국인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비행기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30여년만에 추방으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사실 루디는 훨씬 이전에 미국을 떠나야 했다. 1990년대 초에 회계를 공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왔던 그는 10년의 학생 비자가 끝났지만 그대로 눌러앉았다. 별다른 직업이 없었기에 이미 추방 명령이 내려져 있었고, 체포영장마저 발부된 상태였다. 불안한 신분과 달리 생활은 호화로웠다. 그 무렵 이미 와인 업계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홀연히 경매시장에 나타나 수억원 어치의 와인을 매집해갔다. 인심도 후했다. 경매로 사들인 고급와인으로 와인모임을 만들고 아낌없이 나눠마셨다. 와인업계 유명인사였지만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문제는 루디가 경매에서 고급 와인을 팔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한 번 경매를 할 때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해당 와인은 대부분 위조된 것들이었다. 와이너리들이 생산을 시작하기도 이전의 올드 빈티지가 나오는가 하면 와인 라벨이나 마개에서는 접착제가 나왔다. 루디는 미국에서 위조와인을 판매한 혐의로는 최초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9년여의 형을 복역하고, 루디는 지난해 11월 연방교도소에서 이민세관집행국으로 넘겨졌다. 추방이라지만 결국엔 자유의 몸이 됐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와인 위조로는 최초의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도, 한 푼도 내지 않은 거액의 합의금도 아니다. 가짜 와인을 만드는 그의 능력이 어디에 쓰일 지다. FBI가 루디를 급습했을 때 그의 주방에서는 가짜 와인 라벨과 스탬프, 병을 밀봉하는 데 쓰이는 왁스 등을 비롯해 와인별 제조 공식이 나왔다. 단순히 가짜 와인을 팔기만한게 아니라 직접 만들었단 얘기다. 와인에 대한 예리한 미각과 비상한 기억력은 여전히 남아있을터. 루디는 최고급 와인을 마셔보고는 맛을 기억해 저렴하지만 비슷한 맛을 내는 와인들을 사다가 조합해냈다. 와인 전문가라는 이들도 하나같이 속을만큼 천재적인 재능이었다. 루디는 재판과정에서 거액의 보상금 제시와 함께 어떻게 와인을 위조했는지, 공조한 이들은 누구인지 밝히기로 했다. 물론 파산을 주장하면서 보상금을 한 푼도 안냈던 것처럼 와인위조의 세부 사항도 그대로 묻어버렸다. 닥터 콩티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는 셈. 고가의 희귀 와인을 발견한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진품이 아니라 교묘하게 맛을 흉내낸 위조품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2021-05-27 11:31: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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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3>수백만원짜리 편의점 와인의 품절

재고 수량 '제로(0)' 편의점에서 백만원이 넘는 와인을 판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판매 시작 이틀여 만에 품절이 됐다는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와인 소비가 급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병에 만원 안팎의 저가 와인 위주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품종과 지역이 다양화되고 가격대도 다소 올라갔다. 그렇다고 해도 한 병에 백만원이 넘는 와인은 많은 이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주인공은 이른바 '5대 샤또'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무통 로칠드 2002 빈티지. 정가 대비 할인이 많이 됐다고 해도 한 병에 132만원짜리가 내놓자마자 동이 났다. 와인은 한 편의점이 5월 가정의 달과 지난 17일 성년의 날을 맞이해 내놓은 상품이다. 올해 성년이 되는 2002년생 고객과 2002년 결혼·출산 등 특별한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도록 2002년 빈티지의 5대 샤또 와을 100병을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다. 와인애호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와인을 시작했다면 죽기 전엔 꼭 마셔보겠다는 '버킷 리스트'의 와인. 바로 프랑스의 5대 샤또 와인이다. 시작은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파리 세계 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 회의소는 메독 지역의 최고 레드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와인 목록을 요청받고 등급 분류에 나선다. 이 가운데 1등급을 받은 샤또 마고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이 5대 샤또다. 등급으로 못을 박아놨으니 최고의 와인임은 입증됐고, 여기에 성년이나 특별한 날이라는 의미를 더해 기념선물로는 더할 나위 없었던 셈. 5대 샤또의 숙성 잠재력을 감안하면 20년의 시간을 축하하기엔 딱 좋을 아이템이었다. 20일 오전 기준으로 샤또 무통 로칠드 2002는 모두 팔렸고, 161만원의 샤또 라뚜르 2002 역시 많이 팔려 4병밖에 남지 않았다. 129만원의 샤또 마고 2002와 193만원 자리 샤또 라피트 로칠드 2002가 각각 11병씩, 133만원 샤또 오브리옹 2002가 16병의 재고가 남아있었다. 특별한 해를 기념하고 싶다면 꼭 5대 샤또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5대 샤또 와인보다는 아이의 탄생을 기념해 빈티지 포트를 사두는 일이 더 많다. 아이가 성년이 되는 날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20년의 시간을 같이 지낸 빈티지 포트를 한 잔씩 하는 풍습이다. 특히 2002년처럼 보르도가 그닥 좋은 않은 해일 경우 빈티지 포트가 기념일에 더 어울릴 수 있다. 보르도의 2002 빈티지 점수는 80점대 후반으로 일생에 몇 번 못 만날 5대 샤또를 사기엔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물론 빈티지 포트 역시 때가 맞아야 한다. 빈티지 포트는 매년 만드는게 아니다. 특별히 최고의 포도가 재배되었을 때만 가능하며, 생산자가 숙성과정을 지켜보며 빈티지 포트로 선언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보통 10년에 서너번 정도의 빈티지 포트가 탄생한다. 기자의 아이는 2016년에 태어났다. 보르도의 2016년은 평균 점수가 무려 90점대 후반으로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데 포트와인 역시 2016년은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빈티지 포트를 선언했을 정도로 좋은 해였다.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2021-05-21 07:15: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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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2>우주와인의 귀환…한 병에 10억원?

차이가 미묘했다. 와인은 좀 더 부드러웠고, 향도 더 풍부해졌다. 그냥 몇 년 더 숙성하면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으면서도 뭔가 딱히 꼬집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들 했다. 우주로 떠났다가 14개월 만에 돌아온 와인에 대한 시음평이다. 프랑스의 한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Space Cargo Unlimited)는 지난 2019년 11월 우주 공간에서의 농업 잠재력을 알아보기 위해 포도 묘목과 함께 와인 열 두병을 우주로 보냈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온 것은 올해 1월이다. 물과 햇볕이 부족했지만 우주로 간 포도 나무들은 무중력 환경에서 더 빨리 자랐다. 와인 역시 지구에 있을 때보다 숙성이 빨리 진행됐다. 우주에 다녀온 페트뤼스와 지구에 남아있었던 같은 빈티지의 페트뤼스를 블라인드로 시음한 결과 맛과 향, 빛깔 모두 차이가 있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음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지구에 남아있던 와인은 타닌감이 더 강해 아직 숙성이 덜 된 것처럼 보였다"며 "반면 우주에 다녀온 와인은 타닌이 부드러웠고 꽃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병의 와인 가운데 비교 시음을 위해 3병이 쓰였다. 8병은 향후 연구를 위해 보관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병이 이달 경매에 나왔다.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단 한 병의 우주와인을 경매에 올리며 낙찰가를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 안팎)대로 예상했다. 페트뤼스는 사실 전설의 와인으로도 불릴 만큼 원래 비싼 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의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되며, 메를로가 주요 품종이다. 특유의 우아함을 지니면서도 수십년은 더 두고 볼 수 있는 힘이 매력인 와인이다. 빈티지를 불문하고 한 병에 천만원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경매 예상가를 감안하면 우주 숙성으로 몸값이 100배가 넘게 뛴 셈이다. 경매 낙찰자에게는 우주 와인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같은 빈티지의 와인과 함께 운석으로 만든 와인 오프너와 디캔터, 와인잔 등을 준다고 한다. 크리스티의 예상대로라면 경매 사상 가장 비싼 와인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기존 최고가 와인은 로마네꽁티 1945 빈티지다. 지난 2018년 소더비가 진행한 경매에서 55만8000달러에 팔렸다. 우주에서 귀환한 와인이 아니라 우주여행을 떠나 와인을 맛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사실 효능으로 보면 와인은 우주 탐사의 필수품이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3~4주 정도만 체류해도 사람의 근육은 30% 정도로 수축되어 버리고 만다.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하면 어린아이와 같이 다시 걸음마 연습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를 블루베리나 포도 같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과일에서 찾았다. 특히 근육 손실을 막아주는 항산화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은 레드 와인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원 짜리 우주숙성 페트뤼스는 구경도 못하겠지만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매일 진한 레드와인 한잔씩을 마시는 것은 어떨런지.

2021-05-13 07:27:3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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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1>외교전쟁에 새우등 터진 와인

'로트(Lot).518'이라는 와인이 있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는 아마 와인 애호가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바로 호주의 국보급 와이너리 펜폴즈다. '펜폴즈 그랜지'는 호주 국가문화재로 등재돼 있을 정도다. 로트518은 호주의 이름난 와이너리가 중국 고객들을 위해 내놓은 주정강화 와인이다. 와인병에도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 주정강화 와인이란 와인에 주정(증류주)을 섞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와인이다. 보통은 포도를 증류한 브랜디를 사용하는데 로트518은 중국술인 바이주(白酒)를 섞었다. 와인 전문가가 아닌 와인 초보자가 봐도 와인과 바이주의 조합은 미스매치다. 바이주는 수수 등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증류주다. 주정강화 와인의 주정으로 쓰기엔 특유의 독특한 향이 너무 강하다. 펜폴즈는 로트518을 내놓으면서 공식적으로는 '전통적인 와인 제조의 관습을 깨뜨린 혁신'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누가 봐도 중국에 보내는 격한 애정표시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 와인시장의 가장 큰 고객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은 매년 호주 와인 총생산량의 40% 가까이를 수입했다. 허니문 관계가 깨진 것은 지난해 중국과 호주가 외교적 마찰을 빚으면서다.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한 기원설을 조사해야 한다고 표명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중국은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호주산 농산물과 소고기 등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제한 조치를 취했다. 와인 역시 조사 대상에 올랐고 최고 200%가 넘는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와인 같은 주류는 세금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와인 가격이 경쟁력이 없는 것도, 홍콩의 와인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다 세금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초 프랑스 와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25%의 징벌적 관세로 작년 미국의 프랑스 와인 수입은 18%나 줄었다. 관세 수준도 그렇지만 이번과 같이 경제 보복의 희생양이 됐다면 단순히 관세부과로 높아진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 실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호주산 와인 수입 제한으로 지난달 선전항에만 8000리터가 넘는 호주산 와인이 압류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호주의 대중 와인 수출규모는 이전 대비 96%나 급감했다. 누군가의 위기는 다른 이에겐 기회가 될 수 있는 법. 호주의 와인 산업은 위기를 맞으면서 세계 최대 소비처인 중국시장을 노리는 곳이 많아졌다. 첫번째 수혜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공 와인은 중국과 호주의 외교 전쟁 이후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졌다. SCMP에 따르면 중국으로의 남아공 와인 수출은 지난 석 달 동안 50%나 급증했다.

2021-05-06 15:34: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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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0>화이트와인에 '윤'며들다

<100>'오스카 퀸' 윤여정의 와인 거의 끝 부분이다. 외손주들을 돌봐주기 위해 미국의 아칸소주까지 날아간 할머니 순자(윤여정 역). 순자는 자신의 실수로 난 불을 끄느라 지쳐 쓰러져 자는 딸 내외와 손주들을 바라본다. 도저히 그 감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눈빛. 배우 윤여정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 '미나리'에서 가장 인상에 깊이 남은 장면이었다.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다시 한 번 적셔준 것은 그녀의 와인이었다.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나고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그녀가 답변을 하는 사이사이 목을 축였던 화이트와인. 한 쪽에 놓여진 트로피와 함께 와인도 옅은 레몬색 혹은 금빛으로 빛났다. 저기 저 자리에 시뻘건, 혹은 검붉은 레드와인이 있었더도 저만치 어울렸을까 싶을 만큼 완벽한 컷이 됐다. 배우 윤여정의 화이트와인 사랑은 오래된 얘기다. 언론 인터뷰를 할 때도 커피가 아니라 화이트와인 한 잔을 함께 했다.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과 '윤스테이'에서도 힘들때면 화이트와인 한 잔으로 피로를 덜었고, 장사가 끝나고 직원들과 한 잔 할때의 술도 화이트와인 이었다. 동료 배우들이 지친 그녀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준비한 것도 얼기 직전처럼 시원한 화이트와인 이었다. 수상 소식을 접한 소속사 대표 역시 배우 윤여정이 귀국하면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차가운 화이트 와인 한 잔 축하주로 마시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는 배우 윤여정의 취향을 파악한 총영사관이 화이트와인을 준비했다. 여러 병을 준비해 어떤 와인을 선택했을 지는 모르지만 관저에 도착해 마시던 와인을 기자회견장으로도 가져다 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엔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녀와 가장 많이 등장했던 화이트와인 품종은 소비뇽블랑. '클라우디베이 소비뇽블랑'은 일명 윤여정 와인으로도 불린다. 소비뇽블랑은 화이트와인 품종 가운데서도 활기있는 산도와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다. 클라우디베이는 소비뇽블랑 품종으로는 일단 믿고 마신다는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생산됐다. 윤식당처럼 기본 서빙온도보다 차갑게 해서 먹는다면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산도를 느껴볼 수도 있다. 윤스테이에 있던 와인셀러에는 '타피 소비뇽블랑 말보로'가 있었다. 역시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소비뇽블랑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같이 와인셀러에 있던 화이트와인은 '알라모스 토론테스'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 까떼나 자파타가 만들 것으로 토착품종인 토론테스로 만들었다. 토론테스는 비오니에나 게뷔르츠트라미너와 함께 향이 좋은 품종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잘 만든 와인은 꽃향기가 아찔하기까지 하다. 살얼음이 낀 슬러시 소주처럼 이번엔 이가 시릴 듯 살짝 얼린 화이트와인에 도전해봐야겠다.

2021-04-29 16:37:1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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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99>최악의 봄서리…2021빈티지의 운명은

밤이 됐지만 온 포도밭이 환하다. 포도밭 고랑마다 설치된 수백, 수천개의 난로가 열기를 내며 불을 밝혔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포도나무의 싹이 얼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예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날씨가 이어진 곳에서는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뿌려진 물은 금새 얼어붙어 새싹에도 얼음 주머니를 씌우고, 가지가지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잔인한 4월을 맞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의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번주 들어서는 여름인가 싶게 기온이 높아졌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례적인 꽃샘 추위가 이어졌다. 강원도 산지와 내륙은 최저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뚝 떨어지며 때 늦은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봄 추위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달 초 한랭전선이 프랑스를 먼저 강타했고, 중순 이후로는 이탈리아로 이동해 타격을 줬다. 서리는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지표면에 모여 땅이나 포도나무에 있는 증기를 얼려 생긴다. 봄에 새로 돋은 싹이나 어린 순은 서리를 맞으면 죽는다. 아예 싹을 죽여버리니 서리 중에서도 봄 서리는 그 피해와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기상 이변으로 지난 2019, 2020년도 봄 서리가 발생하긴 했지만 이번은 25년 만의 최악이라는 지난 2017년 수준이다. 서리를 막을 순 없어도 피해를 줄일 방법은 있다. 먼저 불을 피우는 방법이다. 난로나 대형초가 내는 열기는 공기를 순환시켜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서리가 되는 것을 일부 방지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기풍기도 있다. 큰 선풍기라고 보면 된다. 기풍기가 따뜻한 공기를 끌어들여 지표면 온도를 어는 점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일부 기풍기에는 난로도 같이 탑재한다. 다음은 스프링클러다. 포도나무에 물을 뿌려 바로 얼게 한다. 냉해를 막겠다면서 무슨 얼음인가 싶겠지만 오히려 얼음막을 씌워 싹과 순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이 얼때 발생하는 잠열은 얼음주머니 안의 온도를 영하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이번에 서리 피해가 더 큰 것은 지난달 따뜻했던 날씨 때문이다. 예년보다 따뜻해 포도나무마다 더 많은 싹이 일찍 텄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는 눈과 비가 내리면서 서리로 인한 피해가 악화됐다. 습하다 보니 새싹은 더 쉽게 얼어죽었다. 우리가 겨울에 머리를 제대로 안말리고 나가면 더 쉽게 감기에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와이너리 관계자는 "피해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일부 지역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들 역시 아직 피해규모를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해 포도의 성장은 멈춰있고, 전체 생산량에 대한 정확한 영향을 평가하기까지는 1~ 2 주는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2021년 빈티지는 소위 '망빈(망한 빈티지)'이 될 것인가. 생산량은 줄겠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25년 만에 최악의 봄 서리를 맞았던 2017 빈티지는 우려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와이너리는 포도재배를 아예 하지 못했고, 고지대에 주로 위치한 그랑크뤼 포도밭도 생산량이 20% 가량 줄었던 해였다. 잔인한 봄과 달리 온화한 여름만 와준다면 다시 한 번 섬세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타닌의 와인을 기대해 볼 수도.

2021-04-22 17:26: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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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98>천서진의 혹독한 와인 '쉐이퍼'

<98>드라마 펜트하우스 와인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인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 헤라팰리스에서 헤라클럽 사람들만의 저녁 자리가 열렸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이다. 헤라클럽의 '여왕벌' 천서진이 선택한 와인은 바로 '쉐이퍼 릴렌트리스(Shafer Relentless)'. 릴렌트리스(Relentless)는 가차없는 또는 혹독하다는 뜻이다. 20년 이상 '가차없이 때로는 혹독하게' 품질 하나에만 매달려온 쉐이퍼의 와인메이커 엘리아스 페르난데즈 (Elias Fernandez)에게 존경을 표하고자 지어진 이름이다. 원하는 것은 '가차없이 때로는 혹독하게' 손에 넣고야 마는 천서진은 와인셀러를 오직 이 와인만으로 가득 채워놨다. 나파밸리의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존 쉐이퍼(John Shafer)는 원래 출판업자였다. 평생 농사라고는 앞마당에 화초를 길러본 것이 전부였던 쉐이퍼는 50세 나이에 와인 생산자라는 꿈을 꾸며 시카고에서 나파밸리의 황무지로 이사를 결심한다. 1973년 봄이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첫 와인은 '힐사이드 셀렉트 카버네 소비뇽' 1978년 빈티지였다. 첫 작품이었지만 시음회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10대 컬트 와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무려 6번이나 100점의 점수를 받았을 정도다. 힐사이드 셀렉트는 최고의 포도만 골라 제한적으로 생산하며, 과일 풍미는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며 풍부하고 집약적이다. 매끄러운 탄닌에도 숙성잠재력은 길어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쉐이퍼 릴렌트리스 시라'는 1999년 첫 빈티지로 데뷔했다. 시라와 쁘띠 시라로 만들며 2008년 빈티지는 지난 2012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펜트하우스에 릴렌트리스가 나왔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드라마 장면 속의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서진이 와인을 꺼내는 장면을 보면 라벨에 쉐이퍼 릴렌트레스라고 되어 있지만 하단에는 카버네 소비뇽이 보인다. 쉐이퍼 릴렌트레스는 카버네 소비뇽이 아닌 시라 품종으로 만들었고, 실제 와인라벨에는 품종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병 모양 역시 드라마속 어깨 부분이 각진 보르도 스타일의 병이 아니며, 캡 실 역시 실제로는 검은 색이 아니라 금색이다. '쉐이퍼 TD-9'은 쉐이퍼가 '매년 가능한 한 가장 맛있게(as delicious as possible)'라는 원칙으로 선보인 와인이다. TD-9은 다름아닌 트렉터다. 쉐이퍼가 처음 나파밸리로 이주해 왔을때 오두막에 있던 낡은 1950년대형 수확용 트렉터를 와인이름으로 붙이고, 자기 포도밭에서 나온 카버네 소비뇽과 멀롯, 말벡 가운데 매년 최상의 포도로 매년 가장 흥미 진진한 와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쉐이퍼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버네 소비뇽'은 존 쉐이퍼의 아들 더그 쉐이퍼를 상징한다. 원 포인트 파이브, 즉 1.5세대란 말이다. 아들 더그 쉐이퍼는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와이너리를 가꾸었고, 이후 양조학을 전공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와인 메이커로서 활약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4-15 16:17: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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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97>지역상품권에, 재래시장에…와인, 판이 바뀌다

"와인 성지순례 다녀왔습니다. 다양한 와인을 아름다운 가격에 업어왔습니다." 한 와인 관련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주말이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이들이 와인을 사기 위해 다녀온 곳은 백화점에 고급스럽게 진열된 와인숍이 아니다. 대형 마트의 와인코너 역시 아니다. 요즘 와인마니아들에게 '성지(종교의 성지처럼 꼭 순례해야 장소)'로 떠오른 곳은 재래시장의 식자재 마트나 동네슈퍼다. 와인 시장의 판이 바뀌었다. 와인을 사러 가는 곳도, 사는 방법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어쩌다 누가 주문하면 먹고 아니면 말던 것에서 직접 좋은 와인을 싸게 사는데 발품을 파는 소위 와인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면서다. 먼저 와인 구매처. '갓성비(신이 내린 가성비)'로 치면 와인 성지로 유명한 곳들이다. 자양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새마을구판장은 와인 성지의 원조로 꼽히는 곳이다. 새마을구판장에서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문을 연 조양마트 역시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전국 지역별로도 싼 가격으로 와인 성지로 인정을 받는 곳이 많아졌다. 일단 제시된 가격 자체가 싸다. 기존 대형 마트에서도 1년에 한 두번 와인장터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할인가격으로 상시 판매한다. 여기에다가 제로페이나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10% 할인을 받는다. 전통시장 이용금액으로 잡혀 40%에 달하는 소득공제 혜택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게 목표라면 와인 성지순례는 같은 와인이라도 더 싼 가격에 사는게 목적이다. 이유는 한국 와인시장 특유의 문제점 때문이다. 바로 현지가의 2~3배를 웃도는 비싼 와인 가격.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와인 소비량이 급증했지만 사실 소주나 막걸리 등과 비교하면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접근성에서는 편의점이 최고다. 이전까진 와인이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편의점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킬러 아이템'이다. 우리나라는 주류의 경우 온라인으로 살 수 없다. 와인을 사려면 꼭 매장에 가야하는 만큼 집근처 골목마다 볼 수 있는 편의점은 와인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공간이 됐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와인 판매 수량은 80만병을 웃돌았다. 석 달만에 작년 연간 와인 판매량의 절반을 채웠다. 매일 8880여병, 시간당 370여병, 1분에 6병꼴로 팔린 셈이다. 동네마트와 편의점이 초보 와린이(와인+어린디)를 위한 '초급편'이라면 제주도 왕복과 해외 직구는 고수들을 위한 '고급편'이다. 국내에서 한 병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와인이 대상이다. 와인 고수들에게 제주도 특산품은 한라봉도 해산물도 아니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고급 샴페인을 말한다. 면세가격에다가 예약 등을 통해 할인 행사가 진행되면서다. 열심히 싼 곳을 찾아 산다고 해도 30만원 중반 안팎인 이 샴페인을 제주 면세점에서는 20만원이 안되게 살 수 있으니 부러 제주행을 택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와인 역시 직구족들의 리스트에 올랐다. 유럽이나 미국 현지 와이너리에 직접 주문을 넣는 것부터 상대적으로 와인이 싼 홍콩 등의 와인샵이 대상이다. 구매하는 와인 자체도 다양해졌다. 레드와인 일색에서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으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몇몇 국가에 집중되지 않고 넓어졌다. 작년 와인 수입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지만 와인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2021-04-08 15:20:2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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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6>5대 샤또에 대한 환상과 진실

<96>프랑스 5대 샤또 와인 안상미 기자 "막 들이대며 쳐들어 오는 신세계 와인의 과일향이 없어. 절제하고 강건하고 기다릴 줄 아는 그런 진지한 와인이야." 와인애호가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와인을 시작했다면 죽기 전엔 꼭 마셔보겠다는 '버킷 리스트'의 와인. 바로 프랑스의 5대 샤또 와인이다. 때는 185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세계 박람회 당시 보르도 상공 회의소는 메독 지역의 최고 레드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와인 목록을 요청받고 등급 분류에 나선다. 이 가운데 1등급을 받은 샤또 마고와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라뚜르,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이 5대 샤또다. 유튜버 와인킹(왼쪽)과 스승 피터 코프가 5대 샤또의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와인킹 유투브 화면 캡쳐. 요즘 와인 유튜브 가운데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와인킹'이 5대 샤또의 와인을 시음하는 영상을 올리며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이 술렁였다. 와인킹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거주하며 와인 관련 유럽석사학위를 가진 와인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에 몇 백명 되지 않는다는 최고의 와인전문가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들과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고가의 와인도 마시지만 저가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내놓으며 종종 스승인 마스터들을 골탕먹이기도 하는 것이 재미 요소다. 이번 5대 샤또 시음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다. 피터 코프는 마스터 오브 와인답게 "조화미가 있고, 복합적이고 섬세해 구대륙 와인의 정수"라며 바로 보르도 최고의 와인임을 알아챘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4년 빈티지였다. 2014년은 보르도 날씨가 좀 서늘했다. 과일향이 섬세하다 보니 와인을 만들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피터는 오히려 이 점을 좋게 봤다. 그는 "라피트 로칠드는 빈티지가 좋으면 힘이 지나치지만 빈티지가 좀 안 좋으면 다른 와인들보다 좋다"고 평했다. 그가 베스트로 꼽은 와인은 샤또 오브리옹이었다. 샤또 라투르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마고는 2012년 빈티지였다. (왼쪽부터)샤또 라피트 로칠드 1964년, 샤또 무똥 로칠드 1978, 샤또 라투르 1983년, 샤또 마고 2015년, 샤또 오브리옹 2015년. /안상미 기자 5대 샤또가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에게 꿈으로만 남아있는 것은 명성만큼이나 비싼 가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각각 100만원을 웃도니 5병이면 최소 500만원이다. 등급 분류가 1855년이었으니 160년이 넘게 지났다. 게다가 이 등급은 부르고뉴와 달리 포도밭이 아니라 개별 샤또에 주어진 것이다. 특정 포도밭에 매겨졌다면 품질이 어느정도 보장되겠지만 소위 브랜드 같은 샤또에 매겨졌으니 해당 샤또가 마음먹기에 따라 포도밭을 넓혀 생산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도 있단 얘기다. 현재의 와인 품질을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와인 시장에서의 이 등급 분류는 여전히 건재한 셈이다. 그래서 마셔봤냐고? 마셔봤다. 연말 성과급처럼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8명이 돈을 모아 만든 자리다 보니 딱 한잔씩이었지만 말이다. 샤또 마고와 샤또 오브리옹은 2015년 빈티지. 평론가들이 보르도 최고라고 평한 빈티지다. 샤또 라뚜르는 1983년, 샤또 라피트는 1964년, 샤또 무똥은 1978년이었다. 감상평은 파티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파티장을 빠져 나온 느낌이랄까. 2015년은 그레이트 빈티지다 보니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다음 5대 샤또는 와인킹처럼 병째 마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5대샤또 #와인킹 #샤또라피트로칠드 #샤또무똥로칠드 #샤또라투드 #샤또마고 #샤또오브리옹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4-01 15:06: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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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5>美 덕혼, 와인 한 병 vs 주식 10주

<95>와인으로 미국 주식 투자하기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코카콜라는 버핏의 초장기 투자 종목으로 유명하고, 질레트(면도기)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신용 카드) 등도 그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종목이다. 매일같이 와인을 마시는 우리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바로 와이너리다.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덕혼 포트폴리오(Duckhorn Portpolio)가 지난 18일(미국 현지 기준)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국내에서도 브랜드 덕혼과 디코이(Decoy), 패러덕스(Paraduxx)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도 메이저급의 와이너리가 증시에 상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덕혼이 처음이다. 공모가는 15달러. 국내 증시로 치면 종목코드를 말하는 티커는 바로 '나파(NAPA)'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되어 덕혼 주식을 사려면 'NAPA'로 검색하면 된다. 상장 첫 날은 15% 가까이 오르며 17.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주가는 18달러 안팎, 시가총액 21억4000만 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2조4000억원이다. 시총 규모를 국내 상장사와 비교하면 시가총액 120~130위 정도로 한샘이나 제일기획 등과 비슷하다. 오늘은 덕혼을 와인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자. 먼저 사업모델. 덕혼은 와인을 만들어 판다. 일단 버핏 기준에서는 합격점이다. 버핏은 열살 짜리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주식을 사라고 했다. 덕혼 와인은 미국 전역은 물론 50개 이상의 국가로 팔린다. 미국 와인회사들 가운데 판매액 기준으로는 열 한 번째다. 다음은 실적. 덕혼은 22곳에 걸쳐 843에이커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작년 매출은 2억7000만 달러, 순이익은 3240만 달러다. 2015년 매출은 1억1750만 달러, 순이익은 960만 달러였다. 연평균 증가율은 18%. 성장성도 있다. 다른 와이너리들과 차별되는 포인트는 고급화다. 덕혼은 첫 출발부터 미국 고급와인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덕혼이 집중했던 멀롯품종 와인은 특유의 벨벳과 같은 질감과 함께 나파밸리 토양의 응집력이 더해지면서 신세계 멀롯 와인의 기준점이 됐다. '덕혼 쓰리 팜즈 빈야드 멀롯'의 2014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디코이 브랜드가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이지만 대량 저가 와인은 아니다. 앞으로도 질을 낮춰 성장을 추구하는 다른 와인 대기업들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와인 가격은 현지의 경우 프리미엄 라인은 한 병에 100~200달러, 이외에는 25~55달러선이다. 분석은 여기까지.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15만원으로 '덕혼 나파 밸리 멀롯' 한 병을 살 것인가, 덕혼 주식 10주를 살 것인가. #덕혼포트폴리오 #덕혼빈야드 #NAPA #서학개미 #와이너리투자

2021-03-25 15:57: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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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4>우아한 화이트와인 맛집, 슬로베니아

<94>제3세계 와인 ①슬로베니아 '마로셀라' 끊어낼 수 없는 와인의 마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성이다. 와인 산지든,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이든 말이다. 와인을 좀 알았나 싶으면 여지없이 말문을 막히게 하는 와인이 튀어나온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구세계를 거쳐 미국과 칠레, 호주 등 신세계까지 섭렵을 끝냈더니 제3세계 와인이 유혹한다. 이번엔 슬로베니아다. 먼저 지도를 펼쳐보자. 유럽의 중간 지점, 서유럽과 동유럽의 경계에 위치한 나라가 바로 슬로베니아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면 어디쯤인지 대강 감이 올 터.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서연하(조인성)가 박완(고현정)에게 와인 키스를 했던 바로 그 배경이다. 슬로베니아에서 와인을 만든 것은 로마 시대부터다. 우리 입장에서만 제3세계일 뿐 많은 토착 품종과 고유한 와인 양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유서깊은 와인산지다. 와이너리만 2000여개에 연간 생산량이 100만리터가 넘는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와인의 제3세계로 인식되는건 만든 대부분의 와인을 자기네가 먹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체 물량의 10%에 불과하다. 와이너리 '마로 셀라(MARO Cellar)'는 슬로베니아에서도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한 스타예르스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연중 200일 이상의 일조와 추운 밤, 고대 바다였던 덕분에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까지 균형감 있는 와인을 만들기 천혜의 조건이 갖춰진 곳이다. 마로 셀라는 무르사 패밀리의 마샤 샤메츠(MAsa Samec)와 오즈메츠 패밀리의 로버트 오즈메츠(RObert Ozmec)가 합작한 곳이다. 마로(MARO)는 각각의 이름 앞 두 글자를 땄다. 각각 17세기와 18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가문인만큼 마로 셀라 역시 수백 년을 거친 고유의 양조 기법과 전통을 계승했다. '마로 셀라 오즈메츠 소비뇽 블랑'은 소비뇽블랑 품종 100%로 만들었다. 와인 라벨 아래쪽에는 1744년이라고 오즈메츠 패밀리의 역사를 기록해놨다. 소비뇽블랑 품종답게 다양한 풀잎의 향기를 뿜어내지만 서걱거리기보다 매끄럽게 시원하다. 산도는 생동감있게 짜릿하지만 모나지 않았고, 여운은 길다. '마로 셀라 무르사 옐로우 무스캇'은 살짝 달달한 화이트 와인이다. 옐로우 무스캇 품종으로만 만들었다.역시 와인 라벨 아래쪽에 1609년이라고 무르사 패밀리의 기록이 있다. 맑은 황금빛의 이 와인은 달콤한 꽃 향기와 함께 감귤류, 레몬 등의 상큼한 아로마가 돋보인다. 달달함은 풍부한 바디와 부드러운 감미로 표현되고, 우아하고 세련된 산도가 잘 살아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3-18 15:54: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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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3>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포도의 눈물'

-영화로 맛보는 와인 ⑦해피해피 와이너리(원제: 포도의 눈물) 안상미 기자 "포도나무는 겨우내 눈 밑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봄이 되면 눈 녹은 물을 듬뿍 빨아 올리고는 작은 가지 끝에서 한 방울의 물을 떨어트리지. 그 물방울을 포도의 눈물이라고 불러. 그걸 보면 아…포도나무가 깨어났구나 생각하곤 하지." 일본 영화 '해피해피 와이너리'의 배경은 홋카이도의 작은 시골 마을 소라치다. 와인 영화가 일본이 배경이라고?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들지만 일본의 와인 양조 역사는 오래됐다. 일본 토착 품종을 국제와인기구(OIV)에 등재했고,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홋카이도는 일본의 주요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그 중에서도 소라치 지역은 한때 탄광 개발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질 좋은 포도를 바탕으로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은 곳이다. 아오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포도나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영화 '해피해피 와이너리' 화면 캡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띠 동갑인 형 아오와 동생 로쿠는 각자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오는 와인을 만들 포도를 재배하고, 로쿠는 밀을 키운다. 매년 최고의 밀을 내놓는 로쿠와 달리 아오의 와인은 신통찮다. 아오가 와인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아버지의 만류도 뿌리치고 떠나 지휘자로서 모든 열정을 바쳤지만 돌발성 난청은 그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했다. 아오는 자신이 기르는 피노누아와 닮았다. 피노누아는 키우기 힘든 품종이다. 카버네 소비뇽과 달리 아무 환경에서나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한다. 껍질은 얇지만 성장이 빠르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잘 영글 수 있는 것처럼 아오 역시 그랬다. "여기 흙으론 안되는건가." 아오가 만든 와인의 문제는 흙이였다. 흙의 맛이, 흙의 냄새가 모든 걸 압도했다. 흙이 문제였던 와인은 흙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흙냄새가 무척 강하지만 이런 와인일수록 세월이 흐르면 좋은 와인이 된다. 사실 맛을 보지 않고 표면적인 사실만 봐도 이곳은 와인용 포도를 기르기 좋은 곳이다. 탄광 개발로 유명했던 곳이며, 에리카가 찾는 암모나이트가 잔뜩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미네랄을 담뿍 머금은 떼루아란 얘기다. "흙은 차곡차곡 쌓여온 생명이라고 생각해. 포도나무는 거기에 뿌리를 뻗어 모든 걸 흡수해 하늘을 향해 자라지. 흙과 거기에 사는 식물의 힘을 믿고 지켜봐줘. 몇 억 년이라도. 그러면 틀림없이 그 나무는 최고의 열매를 맺어줄거야." 형 아오(오른쪽)와 동생 로쿠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포도나무 아래서 와인을 맛보고 있다. /영화 '해피해피 와이너리' 화면 캡쳐 소라치에서 아버지 세대에게 검은 다이아몬드는 석탄이었다. "그건 피노누아에 할 말이죠. 피노누아가 햇빛을 받아 빛날땐 정말로 다이아몬드처럼 보여요." 아오의 검은 다이아몬드는 바로 피노누아다. 어찌보면 석탄이나 피노누아나 켜켜이 쌓인 흙과 눈물 속에서 만들어지니 둘이 다르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건배 장면을 견디려면 와인 한 잔이 아니라 퇴근 후 와인 한 병은 놓고 봐야 할 영화다. 경찰관 아사히의 말이 맞았다. "하루의 마무리로는 역시 건배가 최고야." #해피해피 와이너리 #포도의눈물 #피노누아 #검은다이아몬드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3-11 15:36: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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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2>와인 각 1병 시대…트리플 넘버 원

<92>숫자로 보는 와인 시장 안상미 기자 작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와인 소비량 추정치 0.95리터(L). 보통 와인 한 병이 750ml임을 감안하면 혼자서 작년 한 해 동안 마신 와인이 한 병하고도 절반이 채 안되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사실 집에서 하루에 와인 한 병은 거뜬히 마실 때가 많았는데. 도대체 몇 명의 일 년치를 대신 마셔준건지. 와인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1인당 한 병 안팎이면 향후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준이 안될 수도 있겠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소주 소비량은 80병(1병=360ml)이 넘는다. /한국주류수입협회 지난해를 기점으로 와인의 트리플 원(1) 시대가 열렸다. 와인을 1인당 1병을 넘게 마시고, 시장 규모 1조원이 된 시대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 규모는 3억3007만 달러다. 전년 대비 27.3%나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섰다. 와인업계에서는 작년 와인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 규모 약 3700억원에 각종 세금과 마진 등을 고려한 수치다. 와인 수입 규모는 지난 2008년 1억6651만 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다가 2015년 전후로 다시 살아났으며, 지난해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와인이 가정에서나 모임에서 자주 찾는 술이 된데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려준 팬데믹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 실제 손쉽게 와인 스타일을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과 레드, 화이트 와인으로 구분하면 스파클링 와인은 감소한 반면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수입량이 같이 늘었다. 특별한 날이나 축하할 상황보다는 일상적으로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셨단 얘기다. 가장 선택을 많이 받은 것은 칠레 와인이다. 작년 수입량 기준으로 국가별 비중은 칠레가 27.2%로 가장 높았고 ▲스페인 18.8% ▲이탈리아 13.8% ▲프랑스 13% ▲미국 10.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순위가 다소 뒤바뀐다. 고가의 와인이 많은 프랑스가 전체 수입 규모 가운데 28.3%를 차지해 1위로 올라선다. 칠레와 미국이 각각 17.7%, 17% 등이다. 기존 대비 증가율로 보면 또 달라진다. 전체 와인 시장이 성장한 가운데서도 미국 와인의 수입량이 전년 대비 무려 60%가 넘게 급증했다. 칠레 와인이 28.3%, 이탈리아 와인이 16.7% 늘었다. 상대적으로 미국 와인이 한국 음식과 같이 마시기 좋다보니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와인에 대한 애정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와인 수입 규모는 4479만2000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74.7%나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와인 수입 규모는 5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자,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자. 올해는 어디서, 누구와, 무슨 술을, 어떻게 마실지. 아니 누구의 몇 년치 와인을 마셔줄 건인지.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3-04 16:09: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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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1>비트코인 0.0234 한 병 주세요

<91>비트코인으로 와인 구입 프랑스 보르도의 1등급 와인 샤또 라뚜르 2005 빈티지는 0.0234비트코인이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과 로버트 파커가 각각 100점 만점과 99점으로 평가한 그 와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워낙 널뛰기를 하다보니 정확한 원화 환산은 힘들지만 대략 1비트코인을 5700만원이라고 하면 샤또 라뚜르 2005 빈티지의 가격은 133만원이 되는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과 함께 표시된 977.60 유로(원화 약 132만원)와 비슷하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한 번 광풍이 불면서 와인업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와인 판매업체들이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속속 추가하면서다. 시작은 프랑스 보르도에 본사를 둔 BTC 와인이다. 와인 무역업체인 라세르&파피용(Lasserre&Papillon)이 비트코인으로 와인을 살 수 있는 온라인 마켓으로 만든 곳이다. 6병에서 12병 단위로 와인을 주문하면 원목 상자에 안전하게 포장돼 전 세계 어디에서도 15일 안팎이면 받아볼 수 있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해 , 비트코인캐시(BCH ),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 CDC코인(CRO), 리플(XRP)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BTC 와인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샤또 르팽 2009 빈티지와 페트뤼스 2015 빈티지다. 둘 다 제임스 서클링과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의 평가를 받았다. 가격은 샤또 르팽 0.1284 비트코인, 0.1194 비트코인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1 비트코인 5700만원 기준 각각 약 732만원, 681만원이다. 초고가의 와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BTC 와인에서 가장 저렴한 와인은 보르도 그랑크뤼 2등급 와인인 사르제 드 그리오 라로즈 2017 빈티지다. 한 병에 0.0047 비트코인으로 한화 약 27만원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강세를 기념하기 위해 '비트코인 라 퀴베'라는 이름을 붙인 와인도 내놨다.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와 마고 와인 2병으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각각 0.0058 비트코인이다. BTC 와인이 가상화폐 결제를 시작한 것은 뉴 테크로 부를 쌓은 '신흥 부호'을 잡기 위해서다. 유럽 주류 전문지 드링크인터내셔널에 따르면 BTC 와인 관계자는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쓰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대상"이라며 "그들은 쌓은 부로 자동차와 부동산을 구입한 다음 고급 와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고급 와인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미국의 관세 인상과 브렉시트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BTC 와인은 비트코인 강세로 판매가 오히려 늘었다. 온라인 소매업체인 르밀레짐 파리(Le Millesime Paris) 역시 비트코인으로 와인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르밀레짐 파리는 USDC나 USDT 등 스테이블코인까지 결제가 가능해 쓸 수 있는 가상화폐 범위가 더 넓다. BTC 와인이 처음 문을 연 것은 비트코인 1차 광풍이 불던 지난 2017년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100만원 안팎에서 연말께는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BTC 와인이 당시 와인 판매대금을 그대로 들고 있다면 2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당신이 지금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샤또 라뚜르를 사기 위해 비트코인과 유로, 둘 중 무엇으로 결제할 지 말이다.

2021-02-25 14:00: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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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90>마승철 韓주류수입협회장 "술이 아닌 문화를 판다"

<90>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5대 주류수입협회장 취임 -"중소 주류 수입업체 목소리 대변할 것" -종량제 전환·주류 온라인 판매 등 과제 산적 안상미 기자 "졸업하고 술 파는 회사에 들어가니 첫 해 내내 술만 먹이는기라. 얼마나 회의감이 들었겠노. 대학교 동기들은 냉장고도 만들고, 수출도 한다카는데 우리는 지하에서 술만 퍼마시니. 그만 두려고 오른 북한산 정상에서 딱 마주친 기 막걸리 마시는 사람들이었는데, 너무 아름답더라. 막걸리로 땀을 식히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술이 높은 산을 오르다가도 쉬었다 다음 단계를 가게끔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사표를 접었다 아이가." 제5대 한국주류수입협회장으로 취임한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손진영 기자 한국주류수입협회 5대 회장으로 취임한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62·사진)에게 술은 문화다. 대화의 소재가 되고, 음식의 파트너가 되는 좋은 술을 선보이는 것. 평생을 술판에 머물게 하고, 이번에 주류수입협회까지 이끌게 한 원동력이다. ◆수입주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주류수입협회는 2002년에 만들어졌다.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실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생산 기반을 가지고 있는 주류사와 달리 수입사들은 규모 자체가 작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다. 이젠 상황이 좀 달라졌다. 와인과 맥주 할 것 없이 수입주류의 규모가 가파르게 늘었다.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등판을 노릴 수 있을만큼 판이 커졌단 얘기다. 소위 '개취(개인의 취향)'를 중요시하는 2030들이 주(酒)류 시장의 주(主)류로 떠오른 것도 한 몫을 했다. 마 회장은 먼저 많은 수입사들이 협회에 들어오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회원사는 60여개다. 등록된 주류 수입사 900여개의 10%도 안된다. 그는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 200~300곳이라고 해도 현재 회원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기업 계열 수입사를 비롯해 많은 곳이 협회 참여를 고민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회원사를 대변해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을 담당할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와인 페스티벌 개최 등 협회 스스로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 목표다. ◆OECD 국가 중 한국, 폴란드만 금지된 것은? OECD 가입국들 가운데 한국과 폴란드에서만 금지된 것이 있다. 바로 주류 온라인 판매다. 술과 관련해 규제가 엄격한 인도마저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류 온라인 판매를 풀어줬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술을 주문할 수 있는 주류 스마트오더가 시행됐다. 여전히 수령은 직접 가서 받아와야 하지만 일단 첫 단계는 밟았다는 생각이다. 마 회장은 "장기적으로 시장과 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첫 발을 디디지 않고는 목표에 달성할 수 없듯이 주류 스마트오더 역시 아직은 다소 번거롭지만 주류 온라인 판매로 진화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뀐 시장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규제로만 대응하다보면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사실 SNS나 인터넷 등에서는 와인을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는 곳도 많다. 온라인 판매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잘못된 형태의 시스템이 생기면 정상 판매자 등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도 편리하게 술을 살 수 있게 하되 청소년 보호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수입주류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도 해묵은 과제다. 지난해부터 술에 매겨지는 세금이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용량·알코올 함량 기준)로 바뀌었지만 맥주와 막걸리에만 적용됐다. 와인 등에 대해선 종가세가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향후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단계적인 절차나 일정 등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마 회장은 "와인을 예로 들면 종가세로 세금이 많이 붙다보니 상대적으로 싼 일본이나 홍콩에서 사오고, 한 병씩 더 들여오는 것을 적발하는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잘못된 주류 과세체계가 낳은 최고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와인판매 사상 최대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수입 규모는 3억3007만 달러다. 3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수입가에 세금 등을 고려한 작년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와인수입 규모는 지난 2008년 1억6651만 달러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다가 2015년 전후로 다시 살아났으며, 지난해 와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마 회장은 "2008년은 와인이 부유층 등 특정 계층에 한정된 술이었던 반면 지금은 가정에서나 모임에서나 기본적으로 찾은 술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팬데믹이 가속화 요인은 됐겠지만 이전부터 수요층이 탄탄하게 커지면서 와인시장이 성장할 기반은 마련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 회장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인생 와인이었다. 주류 시장에 인생을 바쳐온 그가 선택한 와인은 몬테스 알파다. 나라셀라를 인수한 이후 통과해야 할 가장 어려운 관문이었으니 사실 선택이라긴 보단 운명의 와인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마 회장이 나라셀라를 인수하자 와인을 공급하던 많은 와이너리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제대로 해낼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공급을 그만해얄거 같다고 한 곳도 있었고, 끝내 거래 관계를 끊은 곳도 있다. 그러나 몬테스는 놓칠 수 없는, 놓쳐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마 회장이 와이너리 가운데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몬테스다. 마 회장은 "몬테스 당시 회장이 했던 질문이 일주일에 회사에 몇 번 가냐는 것이었다"며 "매일 간다고 하자 한 번 믿어보겠다고 했지만 신뢰를 쌓기까진 2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와이너리들과의 관계를 탄탄히 다져놨으니 이제 풀어야 할 숙제는 와인을 친근한 문화로 만드는 일이다. 나라셀라가 와인바를 유흥가가 아닌 아파트 상가 '슬세권(슬리퍼+세권)'에 오픈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삼겹살에 소주를 먹던 동네 골목에 호프집이 들어선 것처럼 앞으로는 가족들과 가볍게 와인 한 잔 하러 와인바에 갈 것"이라며 "와인과 함께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2-18 15:12: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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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9>와인, 오해와 편견 사이

/안상미 기자 "오늘은 좋은거 먹자니까 왜 싼 거를 골라. 코르크도 없이 그냥 돌려 따는 와인이잖아. 다른 와인 좀 골라봐." 스크류 캡이라는 이유로 괜찮은 와인이 졸지에 싸구려로 전락해 버렸다. 와인만큼 다양한 오해와 편견으로 둘러쌓인 대상이 있을까. 이뿐 만이 아니다. 화이트 와인은 숙취가 더 심하다는 불평. 타닌감이 많은 레드와인보다 목넘김이 수월해 본인이 더 마신 것을 화이트 와인만 잡는다. 그 해 수확해 바로 선보인 보졸레 누보에 대해 숙성이 안됐으니 와인도 아니라는 평가절하. 보졸레 누보 파티까지 해가며 과대평가했던 것보다 더 꼴불견이다. winefolly.com 먼저 스크류캡에 대한 오해부터 벗겨보자. 와인바이블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전체 와인 가운데 스크류캡을 사용하는 비율은 각각 70%, 90%에 달한다. 확실히 자체 단가로 보면 스크류캡보다 코르크가 2~3배 가량 비싸다. 저가와인에 주로 쓰인다고 여겨진 이유다. 반면 스크류캡은 소위 부쇼네나 콜키라고 불리는 코르크 오염에 따른 와인의 변질로부터 자유롭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와인병 마개의 70%가 코르크지만 스크류캡 역시 저가와인을 넘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한번 코르크 오염으로 상한 와인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 다음 오해의 근원지는 숙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은 무조건 오래 묵힐수록 맛이 좋아질거라 생각하지만 답은 노(NO). 전 세계 모든 와인 중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셔야 하는 것들이다. 5년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 와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와인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처음 만들 때부터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둔 와인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맛이 나빠질 일만 남았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이 화이트와인보다 더 오래 묵혀둘 수 있다. 타닌 성분 때문이다. 다음은 소위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불리는 포도 재배가 잘 된 해의 와인이다. 이것도 셀러 뒤쪽으로 빼놓자. 와인바이블은 장기숙성용 와인으로 레드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프랑스 론밸리의 시라나 그르나슈, 이탈리아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와인 등을 꼽았다. 화이트와인은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슈냉블랑, 프랑스 보르도 화이트 와인, 소테른 와인, 브루고뉴 와인,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등이다. 다음 편견깨기는 평점이다. 우리가 와인을 살때 보면 RP(로버트 파커) OO점, WS(와인스펙테이터)OO점, JS(제임스 서클링) OO점 등이 와인병에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높으면 다 좋은가, 높다는 기준은 90점 이상인가, 100점이면 무조건 맛있는 와인인가. 답은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 참고할 여러 사항 중 하나일 뿐 맹신은 금물. 최근 평점을 후하게 주는 인플레이션 문제나 자체의 신뢰성 등은 차치하더라도 와인은 '개취(개인의 취향)'가 중요한 술이니까. 예를 들어 이런거다. 나에게는 평점 100점의 평양냉면집이 누군가에게는 돈 주고 먹기 아까운 맹맹한 국수가 되는 것.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2-04 16:20: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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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8>신축년 설은 가족들과 와인 한 잔

안상미 기자 신축년(辛丑年) 민족 대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떠들썩하게 온 가족이 모이진 못하더라도 소소하게 기름 냄새 풍길 전과 와인 한 잔이면 명절 연휴 분위기를 내기 충분하다. (왼쪽부터)카이켄 울트라 말벡, 몬테스 알파 시라,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나라셀라 먼저 설날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들이다. 동그랑땡이나 명태전 등 전 요리에는 뭐니뭐니 해도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의 상쾌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전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대표주자다. 잘 익은 과일의 느낌과 적정한 조화를 이룬 산도가 돋보이며, 입안을 편안하지만 은근히 채워준다. 전과 함께 식전주로 내놓기 좋다. 명절 상차림에 고기가 빠질 리 없다. 갈비찜이나 산적 등 양념이 강한 육류 요리에는 앙념 맛에 밀리지 않을 묵직한 탄닌의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와인의 풍부한 과일 향과 달고 짭조름한 양념의 맛이 조화를 이루며 풍미를 잘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고기를 씹을수록 부드러운 탄닌이 고깃결에 스며들어 하나로 배어든다. '몬테스 알파 시라'는 짙은 루비색에 커피와 검은 체리의 향이 매력적이다. 기분 좋을 정도의 그을린 향과 약간의 가죽 향도 느낄 수 있다. 완숙한 검은 자두의 진한 맛과 석쇠로 구운 육류와 같은 맛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부드러운 탄닌과 균형감으로 여운이 길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인 말벡으로 만들었다. 꽉 차 있으나 무겁지 않고, 반짝이는 듯한 과실미에 입안을 조여주는 탄닌이 어우러진다. 모든 구운 고기는 물론 진한 양념의 요리와도 어울린다. (왼쪽부터)얄룸바 Y시리즈 비오니에, 카스텔블랑 까바 세미-세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와인도 좋다. '얄룸바 Y시리즈 비오니에'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경영 와이너리 얄룸바가 내놓은 와인이다. 얄룸바는 170년에 달하는 시간을 6세대에 걸쳐 전통을 지켜오면서 그들의 지역을 가장 잘 반영하는 와인을 만들냈다. 이 와인은 비오니에를 100% 사용해 만들었으며, 오크숙성을 하지 않아 더욱 신선한 과실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카스텔블랑 와이너리 역시 1908년에 작은 규모의 가족 사업으로 설립해 최고의 까바를 만드는 곳으로 성장했다. '카스텔블랑 까바 세미-세코'는 토착 품종인 마카베오, 빠레야다, 사렐로를 섞어 만든다. 신선한 아로마와 감귤류, 잘 익은 메론과 복숭아의 상쾌함에 빵 굽는 풍미 또한 더해진다. 식전주로 훌륭하며, 명절 상에 오르는 쌀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명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온 가족이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들면서 '카스텔블랑 까바 세미-세코' 같은 유쾌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1-28 15:41: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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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87>팬데믹이 와인가격 높였다

<87>2020년 와인가격 상승률 안상미 기자 작년 연말 와인냉장고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따버리고 말았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1등급을 받은 5대 샤또 중 한 곳의 와인이다. 해외 판매 평균가격이 원화로 60만원 안팎이니 국내에서는 백만원 가까이 할 터. 몇 년전 와인 라벨이라도 상할까 랩으로 과도하게 둘둘 말아 셀러에 넣을 때만해도 이렇게 빨리 맛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주 특별한 날 멋지게 마시리라 했었다. 못해도 결혼 10주년 기념일이라고 생각했지 저거 '아끼다 똥된다'라는 심정으로 딸 줄이야. /www.liv-ex.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이 들썩였다지만 소리없이 강한 흐름을 보인 곳은 사실 와인시장이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작년 모든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와인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고급 와인 50종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리벡스 파인 와인 50 인덱스(Liv-ex Fine Wine 50 Index)는 작년 3.26 % 상승했다.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전세계 최고의 와인 100종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리벡스 100은 4.65 % 올랐다. 가격이 올랐을 뿐 아니라 거래량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중적인 와인까지 포함한 리벡스 1000 역시 고급 와인보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지만 1.31% 상승으로 지난해를 마감했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전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S&P 500만 리벡스 100을 웃돌았다. 리벡스는 "고급와인 지수는 전세계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상반기에도 비교적 평온하게 움직였다"며 "와인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작년 6월 이후로는 매달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와인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특히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히려더 올랐다. 각 국의 봉쇄정책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한 작년 3월에도 와인가격 지수는 1% 안팎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유는 이번 위기가 전염병의 대유행인 팬데믹에서 왔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팬데믹에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하거나 희생하지 않기로 했다. 너그럽게 자신에게 최고의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허락했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의 로낭 라보르드 회장 역시 "코로나19는 와인 생산보다는 소비 측면에서 영향을 미쳤다"며 "모임이 제한되는 락다운 체제가 지속되면서 배우자 등 가족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며, 위기를 겪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더 좋은 와인을 소비하자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리벡스가 발표한 '파워 100' 와인 가운데 가격이 하락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이탈리아 슈퍼 토스칸 와인 '안티노리 솔라이아'는 작년 한 해만 15%나 가격이 올랐고, 미국 와인 가운데서는 케이머스의 가격이 10% 상승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01-21 15:50:31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