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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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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6>프랑크 볼레로 회장 "샴페인, 특별한 날만? 어느 순간에도 어울리게!"

<126>佛 볼레로 샴페인 하우스 프랑크 볼레로 회장 인터뷰 "자신만의 볼레로 순간을 만드세요." 샴페인은 왕들의 와인이자 와인의 왕이다. 그래서 축하나 파티같이 특별한 날에만 선택을 받았다. 생각을 뒤집어보자. 샴페인을 일상으로 들고 오면 삶의 순간순간이 특별해질 수 있다. 프랑스 볼레로(Vollereaux) 샴페인 하우스의 프랑크 볼레로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샴페인에 규칙같은 것은 없다. 자신만의 좋은 마리아주(와인과 음식과의 궁합)를 찾아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샴페인 순간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볼레로 샴페인 하우스는 1805년에 설립됐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가문의 이름을 건 샴페인 사업을 시작했다. 215년의 긴 역사 속에서 현재 6대째 가족 경영을 유지하며 정통 샴페인 양조 방법을 고수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프랑크 회장이 바로 6대 최고경영자(CEO)다. 200년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게 있다. 바로 볼레로 스타일, 어느 순간에나 잘 어울려 다가가기 쉬운 샴페인이다. 그는 "우리는 균형감이 좋으면서 접근성이 뛰어난 샴페인을 생산한다"며 "대부분의 다른 샴페인 생산자들이 복합미를 추구할 때 우리는 섬세함과 발랄함, 우아함을 추구한다. 포도밭의 50%를 샤르도네로 심은 덕분에 우리만의 볼레로 스타일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변한 것도 있다. 프랑크 회장 부모님이나 이전 세대들은 샴페인을 식사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와 함께 마셨다. 때문에 당도가 높은 달콤한 샴페인이 인기가 많았다. 요즘은 샴페인을 최대한 달지 않고 드라이하게 마시는 추세다. 볼레로 역시 당도가 낮은 샴페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프랑크 회장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전통 프랑스 샴페인 골든블랑의 생산자가 바로 볼레로다. 원하는 스타일의 샴페인을 제조할 파트너를 찾던 인터리커와 한국 내 유통을 원했던 볼레로의 마음이 통했다. 샴페인 협회의 규정상 15개월 이상만 숙성하면 되지만 골든블랑은 36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친다. 풍부하고 섬세한 버블이 오래도록 지속되며, 풍미는 진하고 깊다. '골든블랑 5스타'는 프랑스 샴페인협회에서 공식 라이선스(MA-4626-27-00329)를 발급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샴페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볼레로는 골든블랑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사주를 기존 샴페인들과 좀 다르게 했다. 도사주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한 이후에 와인과 당분의 혼합물을 추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와인을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당분을 통해 샴페인 특유의 높은 산도와 균형을 맞추는 등 하우스 스타일을 결정지을 수 있다. 골든블랑은 드라이함을 유지하는 선에서 당도를 최대한 높여 마시기 편하게 했다. 골든블랑 역시 볼레로 원칙을 고수한 셈이다. 프랑크 회장은 "대부분의 샴페인은 식전주로 소비되지만 여러 다양한 음식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볼레로 뀌베 마가렛'을 가리비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에선 한우구이를 맛봤다. 그는 "코리안 BBQ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며 "특히 양념갈비와 샴페인의 조화는 매우 훌륭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자신만의 마리아주, 샴페인 순간이 있다. 자신만의 볼레로 순간, 자신만의 골든블랑 순간을 만드는 것. 샴페인 하우스 오너가 전수하는 샴페인을 잘 즐기는 팁이다.

2021-11-25 14:08:3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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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5>"보졸레가 도착했다"…'신선한 레드'의 매력

"보졸레가 도착했다(les Beaujolais Nouveau arrivent)."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1월 셋째주. 와인을 마시면서 일년 중 유일하게 달력을 보고 날짜를 따져보는 날. 바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맛보는 일이다. '보졸레'는 지역 이름, 누보는 '새롭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이다. 그 해 9월 초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 포도를 4~6주의 짧은 기간만 숙성시켜 내놓는다. 당초 1951년 프랑스 법령에 따르면 원산지명칭통제를 받는 AOC 와인은 12월 15일까지 판매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누보' 와인 명칭을 포함하는 몇 가지 예외가 만들어지며 보졸레 누보의 출시가 가능해졌다. 보졸레 누보가 원래부터 11월 셋째주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 15년 동안은 그해 그해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날이 바뀌었다. 1967년부터는 11월 15일로 못을 박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떤 해에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이 되면서 날짜에 맞춰 운송을 보장할 수 없었고, 와인샵이나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정해진 기준이 날짜가 아닌 셋째주 목요일이다. 여전에 보졸레에선 11월 15일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전세계 와인애호가들 입장에선 적어도 제때에 받아보고 맛볼 수 있는 지금이 좋은 셈이다. 보졸레 누보만큼 흥망성쇠를 다 거친 와인도 드물다. 대대적인 출시 행사와 함께 국내만 해도 2000년 전후로는 파티까지 열리기도 했다. 사겠다는 고객이 줄을 서는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와인은 '오래 묵은 것이 제 맛'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보졸레 누보는 어느새 덜 익은 저가 와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 세계적인 축제일로 성공했던 만큼 고정 관념에 따른 어려움 역시 컸다. 보졸레 누보의 매력은 무시당했던 신선함이다. 오랜 숙성을 거친 묵직한 레드 와인이 부담스러웠던 이라면 과실향이 풍부하고 뻑뻑한 타닌은 적은 보졸레 누보가 제격이다. 보졸레 누보는 가메 품종으로 탄산 침용해 만든다. 압착하지 않은 송이를 통째로 발효하는 방식이다. 으깨지 않은 포도알 안에서 세포 내 발효가 진행되고, 그 결과 탄닌과 알코올 도수는 일반 레드와인보다 낮지만 특유의 과일풍미를 지니고 부드러운 와인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매력은 '쉽다'는 것. 서빙 온도를 크게 따질 일도, 마실 시기를 논할 필요도 없다. 피자나 가벼운 소시지나 돼지고기 요리나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살짝 차게 해서 먹으면 굴같은 해산물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햇와인이라지만 보졸레 누보 역시 다른 와인들 처럼 8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맛있게 보관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를 예약했다. 2021년 빈티지의 첫 맛이 기대되는 저녁이다.

2021-11-18 13:09: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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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4>와인 더 비싸진다고?

-"전 세계 와인 생산량 역대 최저 수준"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3년 연속 평균 이하 "와인업계가 팬데믹보다 훨씬 더 큰 문제에 부딪혔다.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대한 백신은 없다.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와인 생산지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한 두해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이른 봄엔 주요 와인 산지의 기온이 최고 26도까지 오르면서 포도나무 개화를 앞당기더니 이내 이례적인 한파에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다 얼려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여름엔 폭우까지 겹쳤다. 서리와 우박, 곰팡이까지 날씨로 인해 가능한 문제란 문제는 모두 겪어야했고, 올해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을 역대 최대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파우 로카 국제와인기구(OIV) 사무총장은 이달 웹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세계 와인 생산량은 사상 최저였던 2017년과 비슷하게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후변화가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OIV는 올해 세계 와인 생산량을 247.1~253.5 밀리언헥토리터(mhl·1mhl=1억리터)로 추산했다. 2020년 세계 와인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28개국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 중간값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와인 생산량은 250.3mhl다. 2020년 대비 4% 감소한 것이며, 20년 평균보다 7% 낮은 수준이다. 3년 연속 평균 이하인 것은 물론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2017년의 248mhl에 근접했다. OIV는 유럽연합(EU)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3% 감소한 145mhl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의 올해 생산량 예상치는 44.5mhl로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경우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와인 생산량에서 스페인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생산량 예상치는 전년 대비 27% 감소한 34.2mhl로 스페인 예상치 35mhl를 밑돈다. 유럽에서 작년보다 수확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독일과 포르투갈, 헝가리 정도다. 유럽쪽 생산량 부진을 메운 것은 기후 조건이 비교적 양호한 미국과 호주, 칠레 등이다. 호주와 칠레의 올해 와인 생산량 예상치는 각각 14.2mhl, 13.4mhl로 전년 대비 30%씩 늘었다. 미국 역시 작년 대비 6% 증가한 24.1mhl로 예상됐다. 와인 생산은 줄었는데 소비는 늘었다. 로카 사무총장은 "지난해 대부분의 전문가가 팬데믹으로 와인 소비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문을 닫은 호텔과 레스토랑 대신 온라인 판매와 가정에서의 소비가 늘었다"며 "와인 소비는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에 따른 세계적인 물류 대란으로 와인 물류 비용 역시 급등했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 현황만 봐도 물량에 비해 금액이 증가폭이 훨씬 크다. 이미 물류비용이 와인 가격에 반영됐단 얘기다. 와인, 이래저래 더 비싸질 일만 남았다.

2021-11-11 15:17:2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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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3>와인에 대한 진심…WSET 레벨3 합격기

시험을 모두 치르고 나오니 길거리를 지나며 나는 음식 냄새, 담배 냄새마저 어느 품종의 와인에서 나는 아로마는 아닐까 싶었다. 공부할수록 부족한 점만 보여 시험 직전 거의 일주일은 한 두시간도 제대로 못자고 밤을 새웠나보다. 5월에 시험을 봤는데 결과가 다섯 달이 지난 10월에야 나왔다. WSET 레벨3에 도전한 후기다. WSET는 와인과 스피릿 교육인증(Wine & Sprits Education Trust)의 약자로 국제 와인 자격이라고 보면된다.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생업이 아니라 취미 수준으로 와인을 공부한다면 WSET 레벨 1, 2가 적당하다. 레벨 1은 와인 입문 과정이다. 주요 와인 스타일에 대한 기본 상식만 갖춘다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필기시험만 있고, 합격률은 100%다. 레벨 2는 와인 포도 품종이나 양조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수준까지 들어간다. 주요 품종의 특징은 물론 산지별 차이점도 알아야 한다. 테이스팅도 향의 강도나 당도, 산도, 무게감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 기자가 도전한 자격은 레벨 3다. 전 세계 주요 와인의 스타일과, 품질, 가격과 관련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레벨 1, 2가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면 레벨 3는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왜'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다. 쉽게 예를 들면 레벨 2까지는 한국에서 귤은 제주도에서 많이 나고, 포도는 경상북도 영천이 주요 산지라는 것을 알면 된다. 레벨 3는 왜 귤이 제주도에서 잘 자라는지 기후와 지리적 요소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객관식 시험이라면 '해양에 의한 냉각 효과에 노출되는 지역'이 컬럼비아 밸리와 로스 카네로스, 야키마 밸리, 오카나간 밸리 중에 어느 곳인지 바로 짚어내야 한다. 논술 문제에서는 제시된 와인 레이블만 보고 기대되는 향의 특징과 당도 및 산도 수준을 써낼 수 있어야 하며, 특정 토양이 포도 재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데 설득력있게 풀어내야 한다. 시음 시험에서는 시각적인 부분부터 후각, 미각 등을 종합해 이 와인의 품질이 어느 수준인지, 지금 마시기 적합한 시기인지 아니면 더 숙성하면 될 지 등을 판단한다. 꽃향이나 과일류의 1차적인 향은 물론 양조와 숙성 과정에서 발현되는 바닐라나 삼나무향, 가죽 등 2, 3차 향까지 짧은 시간 내에 잡아내야 한다. 이론과 시음 시험에서 각각 55% 이상 득점해야 합격(Pass)이다. 65~79% 득점은 우수 합격(Pass with merit), 80% 이상 득점은 최우수 합격(Pass with distinction)이다. WSET 레벨 3부터는 어디가서 자격증을 내밀면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 명함 등에도 공식적으로 'WSET Certified' 로고를 기재할 수 있다. 와인을 시음하면 감별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합격률도 10% 안팎으로 낮다. 지금은 한국어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영어로만 응시할 수 있었던 시절엔 합격률이 더 낮았다고 한다. 다섯 달이나 애태우며 기다린 결과는 합격. 그것도 '우수 합격'이다. 이론 필기시험이 불안하더니 역시 그냥 '합격'에 그쳤다. 시음에서 '최우수 합격'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 응시자들이 시음에 유독 약하다는데 다행히도 시음 와인잔을 받자마자 안도했다. 화이트와 레드와인 모두 준비했던 예상 와인 가운데 나왔다. 레벨 3 다음은 디플로마로 불리는 레벨 4다. 디플로마는 아직 국내에서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며, 자격을 딸 수 있는 과정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내 체류자라면 홍콩 등 해외에 위치한 교육기관에 등록해 일정 부분 온라인 수업을 듣는 방법이 있긴 하다. 테이스팅이나 시험 응시 등 몇 번은 직접 가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하는데 팬데믹으로 이마저도 지금은 불가능하다. 절정은 레벨5, 와인 마스터(Master of Wine)다. 와인 마스터들은 와인 심사, 테이스팅 행사, 평론 등을 통해 와인업계에서 권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전 세계 31개국, 419명의 와인 마스터가 전부다. 지난 2008년 동양인 최초의 와인 마스터로 한국계인 지니 조 리가 이름을 날렸지만 한국인으로 와인 마스터 타이틀을 거머쥔 이는 아직 없다. 한국 와인어드바이저 자격(KWAL). WSET 레벨3. 기자가 도전했고, 최종으로 합격한 자격증이다. 이 정도면 와인에 대해 진심인 편일까. 이제 또 고민에 빠질 시간이다. WSET 디플로마. 도전해볼까, 말까.

2021-11-04 10:11: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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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2>버킨백보다 와인?…팬데믹 최고 투자처는

안상미 기자 팬데믹이 세계 럭셔리 시장의 투자 지형도를 바꿔놨다. 사치품이란게 누가 봐주고, 알아줘야 의미가 있는 법. 그저 같은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전염되는 질병은 사람들에게 에르메스 버킨백도, 수천 만원짜리 명품시계도 필요없도록 만들었다. 그보단 안전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좋은 와인 한 잔이 더 소중해졌다. 사람들은 와인셀러를 들여놓고, 내년 혹은 5년, 10년 뒤 마실 의미있는(다른 말로는 '비싼') 와인을 사기 시작했다. 영국 자산 컨설팅 업체인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투자 등급 와인의 평균 가격은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13% 상승했다. 에르메스 핸드백은 물론 슈퍼카(4%)와 롤렉스 등 고급 시계(5%)를 모두 앞질렀다. 몇 년간 연간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에르메스 버킨백은 3% 하락하고 말았다. 나이트 프랭크의 앤드류 셜리 편집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나이트 프랭크 럭셔리 투자지수(KFLII)에서 주도권을 잡았던 에르메스 핸드백과 스카치 위스키가 1위 자리에서 물러나고 12개월 상승률 기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저장고. /안상미 기자 와인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119%나 올랐다. 특히 이번 와인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프랑스 보르도 뿐만이 아니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 루퍼트 밀라르는 "여전히 프랑스의 대표 산지인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와인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탈리아와 미국 와인 역시 호황을 누리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에 음식점과 술집은 문을 닫았고, 시중 유동성이 풀리며 사치품 가운데서도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고급 와인을 찾기 시작했다"며 "고급 와인 가격은 팬데믹이 확산된 2020년 크게 상승하고, 이런 기조는 2021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월드 엘스플로어 마리아나 람은 "투자 와인은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높고 유동성도 많아졌다"며 "늘고 있는 수요와 달리 공급은 제한되어 있어 당분간 가격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1 제라르 바셋 글로벌 파인 와인 리포트. '2021 제라르 바셋 글로벌 파인 와인 리포트'에 따르면 고급 와인 시장은 내년도 전망이 밝다. 전세계 고급 와인 시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90%에 달했으며, '굉장히 긍정적'이라는 응답도 27%를 차지했다. 고급 와인의 소비 장소가 집으로 이동하면서 소비층이 확대된 덕분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와인을 배우는 이들이 늘어났고, 투자수요도 가세했다. 와인 시장 전망이 좋다면 이제 관건은 어떤 와인의 가격이 더 오를지다. 전문가들은 내년 가격이 상승할 와인으로 역시 와인 종주국 프랑스(46%)를 꼽았다. 이탈리아(31%)와 미국(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세부 지역별로는 고급 와인 산지인 프랑스 샹파뉴(19%)와 이탈리아 피에몬테(18%), 프랑스 부르고뉴(16%), 이탈리아 토스카나(13%), 프랑스 보르도(10%)가 상위에 올랐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프랑스(46%)가 꼽혔다. 수요가 많긴 하지만 오를대로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하락 예상 지역 2위는 호주(24%) 였다. 이번 리포트 설문에는 55개국, 442명의 와인 전문가가 참여했다. 마스터 오브 와인 57명을 비롯해 마스터 소믈리에 31명, WSET 디플로마, 어드밴스드 소믈리에 등이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1-10-28 09:58: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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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1>오징어게임 파이널리스트의 와인

<121>로마네콩티 "5개의 게임을 모두 무사히 끝내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파이널리스트가 되신 여러분을 위해서 저희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오징어게임' 파이널리스트인 기훈과 상우, 새벽이 운동복이 아닌 연미복까지 입고 마주한 선물은 근사한 만찬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식사는 형편없어지면서 감자 한 알로 버텼던 그들에게 갓구운 빵과 스테이크가 차려졌다. 누군가 죽어야 끝이 날테니 죽음을 앞둔 최후의 만찬인 셈이다. 오징어게임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경주마가 됐다. 현실도, 게임도 그저 지옥일 뿐인 경주마에게 호스트는 은혜를 베풀듯 와인까지 내어준다. 바로 지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다. 오징어게임 감독은 인터뷰에서 빈티지까지 신경썼다고 하는데 456번 기훈과 함께 비춰진 장면에서는 로마네콩티라는 것 외에 빈티지는 알아보기 힘들다. 로마네 콩티의 평균 가격은 2만1953달러. 한화 약 2600만원이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는 와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기자 역시 마셔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셔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심장으로 불리는 코트 도르에서도 최상급 레드와인의 생산지 코트 드 뉘에 위치해 있다. 코트 도르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가을철이면 언덕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이 지역 와인이 와인 메이커들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에 빗대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본 로마네는 물론 플라지 에셰조, 주브레 샹베르탱, 모레 생 드니 마을이 모두 모여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는 로마네콩티에 대해 "이보다 훌륭한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피노누아 품종 특유의 투명한 루비컬러에 풍부한 향, 실크와 같이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로마네 콩티의 가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희소성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곳 중 하나다. 면적이 1.63에이커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은 평균 450상자, 대략 6000병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그냥 살 수가 없다. 단독이 아닌 라 타쉬와 리쉬부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 에셰죠 등과 합쳐 12병 한 세트 단위로 판다고 하니 실제 로마네콩티 한 병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상상 이상이다. 벼랑끝 경주를 달리고 있는 말에게 로마네 콩티가 수 천 만원짜리인들 무슨 소용. 경주마 456번, 218번 067번은 로마네 콩티 따위엔 관심도 없이 스테이크를 썰어 그간 허기진 뱃속을 채우기 바쁘다. 차라리 오징어게임의 호스트 일남 영감님이 편의점 간이 테이블에 앉아 스프를 뿌린 생라면에 한 번에 들이킨 소주가 더 달았을 수도.

2021-10-14 14:09:5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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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0>묵혀야 맛있다?…리제르바 혹은 리저브

"이 와인은 리제르바급이에요." 와인을 고르러 가면 유독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와인병의 레이블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표시가 있다. 바로 리제르바·레제르바(Reserva), 혹은 리저브(Reserve)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리는 칠레, 스페인 와인은 물론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와인에서도 볼 수 있다. 근데 문맥상으론 이해가능, 사전적으론 이해불가다. 문맥상으로 보면 다른 와인보다 좋은 와인이란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제법 가격이 나가는 리제르바도 있다. 문제는 정확히 뭘 어째서 더 좋다는 건지 잘 모른다는 거다. 더 오래 묵힌 와인에 리제르바를 붙인다는데 와인을 고르다보면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2020년 빈티지 와인에도 리제르바가 보일 때도 있다. 리제르바는 와인 숙성에 관한 말이다. 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오크통이나 와인병 속에서, 아니면 두 방법 모두를 사용해서 숙성시킨다. 아예 규정으로 못 박아놓은 스페인을 먼저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레드와인의 경우 리제르바는 오크통 1년을 포함해 최소 3년 이상을 숙성해야 한다. 그란 리제르바는 더 오래 묵혀야 한다. 오크통 1년 반을 포함해 최소 5년을 와이너리에서 기다려야 그란 리제르바 표시를 달고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최소 숙성 기간을 넘겨 와인을 내놓고 있으며, 리오하(Rioja) 지역은 같은 리제르바나 그란 리제르바라고 해도 요구하는 숙성기간이 더 길다. 화이트나 로제와인은 숙성 기간이 더 짧다. 화이트 리제르바는 오크통 6개월을 포함해 최소 2년을 숙성하면 되고, 그란 리제르바는 오크통 6개월을 포함해 최고 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 와인이나 더 오래 묵힌다고 좋은게 아니다. 시간을 견딜 수 있을만한 기본체력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리제르바 와인이 되기 위해선 포도의 품질 자체가 더 좋아야 하고, 날씨도 도와줘야 한다. 최소 5년은 묵혀야 할 레드 그란 리제르바는 매년 나오지 못하고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선보이기도 한다. 와인 생산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늘어간 숙성 기간 만큼 비용이 더 들고, 와인의 가격도 올라간다. 이탈리아는 일괄 규정은 아니지만 지역별로 리제르바를 붙이려면 더 오랜 시간 숙성시켜야 한다. 토스카나에서 키안티 클라시코의 숙성기간이 출시 전 1년이라면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반드시 출시전 24개월 동안 숙성되어야 한다. 이 중 최소 3개월은 병 숙성을 해야한다는 조건도 있다. 바롤로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역시 1년 더 숙성한 경우 리제르바를 붙이기도 한다. 한 번 외우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차라리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이 규정으로 정해놓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칠레나 미국 등은 리제르바에 대한 공식 규정 없이 각 와이너리가 '알아서' 결정한다. 와이너리별로는 리제르바를 표기한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 대비 품질이 더 높지만 같은 지역에 위치했다고 해도 A 와이너리의 리제르바와 B 와이너리의 리제르바는 와인 품질이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단 얘기다. 일반적으로 리제르바가 고급 와인이지만 반드시 품질이나 맛을 보장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역시 와인은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 힘든 모호함의 영역이다.

2021-10-07 13:50:5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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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9>스테이크에 화이트와인?…"좋아하는 걸 마셔라"

<119>마궁와세 ③마리아주 점심이니 간단하게 하우스와인 한 잔씩 하기로 한다. 레드, 화이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고기엔 레드, 생선엔 화이트지. 누구 하나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규칙을 지키는 모범생 처럼 모두들 자기 메뉴가 고기인지, 생선이나 해산물인지에 따라 레드, 화이트 와인을 착착 시켜낸다. 스테이크를 주문한 누군가가 화이트 와인을 외치면 다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정말 스테이크에 그걸 마시겠다고?' 이번 마궁와세(마실수록 궁금한 와인의 세계)의 주제는 음식과 와인과의 궁합, '마리아주'다. 더 이상 '고기엔 레드, 생선엔 화이트'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궁합은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와인이다. 특히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식엔 더 그렇다. 메뉴 하나하나가 순서대로 나오는 양식과 달리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식습관도 좀 다르다. 음식을 몇차례 씹고 와인을 마셔 입 안에서의 조화를 느끼는 원칙적인 마리아주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은 음식을 일단 삼키고, 그다음 와인이든 다른 술이든 마신다. 너무 까다로울 필요는 없지만 음식과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까지 너무도 다양한 와인을 맞추는 기본 규칙은 물론 있다. 바로 균형이다. 무게감, 강도, 풍미 등 모든 면에서다. 어느 한 쪽이 지배하거나 어느 한 쪽이 너무 밀리지 않게 말이다. 맛과 향이 강한 음식에는 와인 역시 강한 것이 어울린다. 레드 와인의 타닌은 음식 없이는 때론 텁텁하거나 뻑뻑할 때가 있다. 고기의 풍미가 그런 타닌을 부드럽게 해주니 고기엔 레드와인이란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겼다.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도 고기의 풍미를 감안하면 된다. 고기가 '강'이니 화이트 와인 중에서도 '강'한 것을 고르는 식이다. 샤르도네나 알자스 스타일의 피노 그리, 비오니에와 같은 풍미있는 화이트라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화이트 와인 또는 레드 와인에는 없는 특징이 있다. 바로 산도다. 금방이라도 침이 나올 것 같은 산도는 음식의 균형을 잡아주고, 육즙이나 양념으로 입안을 산뜻하게 해줄 수 있다. 스테이크부터 소시지나 짭짤한 베이컨까지 돼지고기는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다양하다. 오히려 소고기 스테이크에 어울릴 '진한' 레드는 돼지고기에 좋은 선택이 아니다. 살코기라면 보졸레나 피노누아 같이 다소 '연한' 레드가 낫고, 훈제햄이나 베이컨에는 매운 음식이나 향신료가 많은 아시아 음식을 먹을 때 처럼 화이트 리슬링이 더 잘 어울린다. 기자는 점심엔 메뉴 불문 화이트 와인이다. 레드 와인을 먹고 나면 불그죽죽, 보라빛, 때론 시커매지기까지 하는 입술때문이다. 나오는 음식과 정 안어울리면 와인 따로, 음식 따로 삼키면 될 터. 때론 마리아주 보다, 취향보다 중요한게 있을 수 있는 법이니.

2021-09-30 13:50: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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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8>아시아가 선택한 와인…역시 보르도

<118>아시아의 보르도 와인 사랑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아시아가 사랑하는 와인은 변함이 없다. 프랑스, 그것도 보르도다. 아시아라고 통칭하지만 구매력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의 보르도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 2위는 각각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다. 올해만 그런게 아니다. 1, 2위는 지난 십 년간 변하지 않았다. 아시아 시장에서 와인 판매는 수량으로 보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반면 금액 기준으로 보면 4% 늘었다. 양보단 질, 더 비싼 와인을 마신 셈이다. 금액 기준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 10위까지는 모두 프랑스 와인이 선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신대륙 등 다양한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좋은 와인의 절대 기준은 프랑스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똥 로칠드에 이은 판매 3, 4위는 고가의 와인으로도 유명한 '로마네 꽁띠', '페트뤼스'다. 5위는 '샤또 마고', 6위는 샤또 무똥 로칠드의 세컨 와인인 '르 쁘띠 무똥 드 무똥 로칠드', 7위는 '샤또 라뚜르', 8위는 '샤또 오브리옹', 9위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의 세컨 와인인 '카로드 드 라피트', 10위는 '샤또 파비'가 이름을 올렸다. 1998, 2006, 2008, 2018년. 많이 팔린 와인들의 빈티지를 보면 아시아 와인 시장에서 중국인의 영향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10~20년 장기 숙성이 가능한 고급 와인인 만큼 올해 마시기 좋을 시기가 됐지만 그보단 와인 선택의 기준이 숫자 '6, 8'에 있었단 얘기다. 중국에서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글자와 발음이 비슷해 가장 좋아하는 숫자로 꼽힌다. 숫자 6 역시 '순조롭다'는 글자와 발음이 닮아 8보다는 아니지만 중국인들이 선호한다. 콧대높은 프랑스의 1등급 샤또들도 중국인의 이런 취향을 십분 활용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해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에게 레이블 디자인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빈티지의 레이블 디자인은 중국 화가 쉬 레이가 했다. 1등급 그랑크뤼 와인의 상징인 숫양이 섬세하게 묘사된 바위 위에 올라서서 갈라져 있는 좌우 양쪽의 반구를 연결하고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를 지구상에서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와인으로 표현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2018년 빈티지 역시 중국 현대예술가인 쉬 빙이 맡았다. 레이블은 얼핏 보면 한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영문 알파벳을 한자처럼 쓴 일종의 켈리그라피다. 라틴 알파벳으로 '무통'과 '로칠드'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참고로 한국 예술가 가운데서는 지난 2013년에 이우환 작가가 샤또 무똥 로칠드의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샤또 라프트 로칠드 역시 2008년 빈티지를 위해 고심했고, 와인병 상단에 숫자 8을 한자로 새겨넣었다. 그것도 중국이 가장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말이다. 거래량으로 보면 이탈리아와 미국의 와인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콜도르치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프루두토리 델 바르바레스코', 미국 와인으로는 '오퍼스 원'이 많이 팔렸다.

2021-09-23 14:19: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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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7>와인 소비는 늘었는데 생산량은 '뚝'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이 일정해도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올라간다. 반대로 수요가 그대로라도 공급이 줄면 가격은 비싸진다. 만약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데 공급은 감소한다면. 해당 재화의 가격이 '많이' 오를터. 경제학 강의가 아니다. 현재 와인시장의 상황이 이렇다.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와인 시장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에 필수품이 아닌 와인은 수요가 줄면서 가격 역시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오히려 와인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게 '혼술(혼자+술)'이든 가족과의 '홈술(홈·home+술)'이든 말이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는 2억7999만 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1억3468만달러 대비 2배 넘게 급증하면서 작년 연간 수입액인 3억3007만달러에 근접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국가에서도 와인 소비량이 늘었다. 반면 와인 생산량은 줄었다. 기후변화에 와인 생산지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한두해가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림부는 올해 와인 생산량이 3260만∼3560만헥토리터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던 197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3월엔 주요 와인 산지의 기온이 최고 26도까지 오르면서 포도나무 개화를 앞당기더니 이내 이례적인 한파로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다 얼려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여름엔 폭우까지 겹쳤다. 이탈리아도 올해 와인 생산량이 작년보다 5∼10% 줄어든 4400만∼4700만헥토리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세계 와인 생산량 각각 1, 2위인 곳이다. 증가한 수요, 감소한 공급은 와인 가격의 끝없는 상승으로 나타났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모든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와인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고급 와인 50종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리벡스 파인 와인 50 인덱스(Liv-ex Fine Wine 50 Index)는 지난달 말 기준 연초 이후 10.67% 상승했다.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전세계 최고의 와인 100종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리벡스 파인와인 100 역시 10.01% 올랐다. 대중적인 와인까지 포함한 리벡스 1000도 8.23% 상승했다. 5년전 10만원에 살 수 있었던 부르고뉴 와인은 이제 17만원은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버건디 150 지수는 최근 5년간 75.38%나 급등했고, 샴페인 50 지수도 59.04% 상승했다. '오늘이 가장 싸다'. 이제 샤넬백과 강남 집값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와인도 그렇다. 와인을 잔뜩 사놓은 당신의 마음이 더 편해질 하루다.

2021-09-09 13:49: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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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6>백신 맞고 술 마셔도 될까요

<116>마궁와세 ②코로나, 술, 와인 "의사선생님, 술 마셔도 될까요?" 애주가들은 안다. 몸이 아파 병원을 가도, 치과 치료를 해도, 예방접종을 맞아도 우리의 질문은 단 하나밖에 없다. 술을 마셔도 되는지, 안된다면 언제부터 다시 가능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도 그랬다. 주사를 맞으러 갈 땐 제발 부작용만 없길 바랬는데, 접종 후 30분간 대기하면서는 이내 술은 마셔도 되는지가 궁금해지고 말았다. 이번 마궁와세(마실수록 궁금한 와인의 세계)의 주제는 코로나19와 술, 그리고 와인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술을 마셔도 될까. 방역당국이 제시한 모범답안은 "백신 접종 전후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 애주가들의 눈이 반짝인다. 권고는 금지가 아니다. 실제 백신 1차를 접종했던 병원에선 '최소 3일은 금주'를 권고했고, 2차 접종 시엔 별 시덥잖은 질문을 한다는 표정으로 1차 접종에 부작용이 없었다면 음주여부는 별 상관없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을 공급하는 화이자의 제리카 피츠 대변인은 일단 백신 설명서나 주의사항에는 접종 후 알코올 섭취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어떤 백신이든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면역 체계의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얘기하면 원칙적으로 음주 여부는 상관없지만 과도하게 술을 많이 마시면 백신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마궁와세 두번째. 술의 알코올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오히려 막아줄 순 없을까. 진담이길 바라는 농담으로 많은 애주가들이 하는 말이다. 답은 '없다.' 왜냐면 우리가 마시는 술의 알코올은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도수가 높은 중국 고량주나 위스키를 찾아 마시진 말자. 효과가 없긴 마찬가지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일반적인 소독 효과를 내려고 해도 알코올 도수가 60%보다 높아야 한다. 마궁와세 세번째. 코로나19 감염으로 둔해진 미각과 후각은 다시 돌아오나. 코로나19 감염으로 겪는 많은 증상 중 하나는 미각과 후각의 상실이다. 알코올 그 자체보다 코와 입으로 다양함을 음미하는 와인 애호가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사실 후각이나 미각의 상실은 모든 호흡기 질환에서 어느 정도 나타난다. 누구나 감기가 심할때 냄새나 맛에 둔감해지는 것을 느껴봤을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들도 냄새를 잘 못 맡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 감염 역시 감기나 비염보다는 오래 걸리지만 대부분 후각과 미각이 정상화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대상이 후각 신경 세포 자체가 아니라 후각 신경세포를 지원하는 주변 세포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감염자의 상태에 따라 정상화 기간은 다르다.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은 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후각과 미각이 돌아오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궁와세 마지막. 레드와인의 주요성분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데 진짜인가. 답은 '진짜'다. 대만의 중국 의학 대학이 했던 연구인데 지난해 미국 암 연구 저널(American Journal of Cancer)에도 실렸다. 주인공은 레드와인에 들어있는 탄닌산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했다. 좀처럼 줄지 않는 확진자수로 불안하다면 이번 주말 홈술(Home+술)은 타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있는 카버네 소비뇽이나 네비올로 와인이다.

2021-09-02 14:55: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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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5>화이트와인, 얼음 넣어? 말어?

<115>마실수록 궁금한 와인의 세계(마궁와세)① 사장님이 와인병을 들고 돌아다니며 와인을 따르기 시작했다. 받는 이들의 모습을 보자. 아마 제일 먼저 순번이 될 부장님은 소주잔과 다르지 않게 벌떡 일어서 와인잔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사장님 앞으로 들이밀터. 평소 와인을 좋아한다고 소문난 과장님은 어떨까. 와인잔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고 와인을 다 따르자 웃으며 목인사만 살짝 했다. 이제 나머지 이들은 부장님과 과장님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부장님도, 과장님도 아닌 엉거주춤 일어난 듯 만 듯, 잔을 든 것도 아니고 안 든 것도 아닌 상태로 와인이 채워지기만을 기다렸다. 급증한 소비량만큼 와인을 두고 뭔가 고민과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많아졌다. 그만큼 와인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단 얘기다. 마실수록 궁금한 게 바로 와인의 세계일 수 밖에 없으니. '마궁와세' 첫번째. 윗사람이 와인을 따를 때 어떻게 받아야 하나. 예를 들면 사장님과의 와인 회식 케이스다. 정석은 평평한 테이블 위에 잔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와인잔과 와인병 모두 충분히 길다. 높은 잔을 올려 들면 따르는 사람은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와인 상식을 따르자니 예의가 없어보이고, 예의를 차리자니 와인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같은 모호함이다. 이럴땐 미리 와인을 따르기 편할 만한 곳으로 와인잔을 살짝 밀어놓는다. 그리고 와인잔 받침에 손을 살포시 올려놓거나 와인잔 다리를 잡고 있으면 따르기도 쉽고, 마시는 사람의 마음도 편해질 수 있다. '마궁와세' 두번째. 화이트와인이 충분히 차갑지 않을 경우 얼음을 넣어도 되나. 당연히 된다. 사실 TV 프로그램에서 한 유명 여배우가 화이트와인에 얼음을 넣어 먹는 것을 봤을 때 뒷통수를 맞은 듯 충격이었다. 남들한텐 와인도 편하게 마시는게 최고라고 해놓고 스스로는 와인에 물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큰 일 나는 것처럼 굴었던 답답함 때문이다. 얼음이 녹을수록 와인이 희석될 순 있다. 하지만 온도가 높아서 알코올만 튀어나오는 화이트와인보다는 물이 조금 섞이더라도 제 맛과 향이 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물론 당장 마셔야 할 경우에 한해서다. 최선은 미리 적당한 온도가 되도록 와인셀러나 아이스버켓에 넣어 준비하는 것이다. '마궁와세' 세번째. 위와 반대의 경우다. 레드와인이 너무 차가운데 전자렌지에 데워도 되나. 많은 가정에서 일반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와인을 보관하다보니 생기는 고민이다. 레드와인이 너무 차가우면 맛과 향이 억제된다. 그렇다고 전자렌지에 데우는 것은 너무 공격적인 방법이다. 다들 알다시피 전자렌지는 내용물을 고르게 데우지 않고, 생각보다 높은 온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럴땐 와인을 따른 잔을 따뜻한 물에 잠시 담그는게 더 효과적이다. '마궁와세' 마지막. 비싸게 산 와인의 캡실이 돌아가지 않는다. 상한 와인인가. 캡실은 와인병에서 코르크 위에 씌워진 호일 같은 부분이다. 대형 소매점의 와인장터에 가보면 꼭 한 두명씩은 와인 캡실을 돌리고 있다. 캡실이 잘 돌아가야 제대로 보관된 와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운반 또는 보관 과정에서 너무 높은 온도로 끓거나 코르크에 결함이 있으면 와인이 새어나오고, 그것이 그대로 굳으면서 캡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추론에서 시작된 오해다. 결론부터 말하면 캡실로 상한 와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와인 생산자가 처음부터 캡실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만드는 경우도 많으며, 와인이 실제 조금 새어나왔다고 무조건 상했다고 볼 수 없다. (와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메일로 질문해 주세요. '마궁와세'로 답해드립니다.)

2021-08-26 10:13: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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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4>와인, 캔으로 들어가다

<114>캔 와인 뭐니뭐니 해도 1순위는 생(生). 신선한 거품이 유난히 많고, 강하게 톡 쏘는 맛은 집에 누워 쉬다가도 동네 호프집을 굳이 가게 만드는 이유다. 생을 먹으러 갈 수 없다면 2순위 대안은 캔. 마지막 후순위가 병이다. 맥주에서 선호하는 순위를 매겨보자면 말이다. 캔이 병을 앞선 것은 더 시원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서다. 아버지는 달랐다. 같이 '치맥'을 하면서도 꼭 병 맥주를 찾으셨다. 병 맥주야말로 진짜 맥주맛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호프집 생 맥주, 캔 맥주도 병 맥주와 비교하면 한참 뒤에나 나왔다. 병 맥주로 맥주를 시작한 아버지에게 진짜배기는 병에 든 맥주다. 그럼 와인으로 가보자. 와인이야말로 멋진 라벨에, 묵직하고 고풍스러운 병에 담긴게 진짜배기인데. 수백년, 수천년 동안 당연했던 것이 도전을 받고 있다. 와인 열풍이 불고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가볍고, 용량도 부담스럽지 않은 캔 와인이 진열대 전면에 깔렸다. 캔 와인의 인기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캔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3월 20일 기준 1년간 캔 와인 판매규모는 2억5300만달러(한화 약 2966억원)로 전년 대비 62%나 급증했다. 미국에서만 최소 580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마이클 데이비드나 샤또생미셸 같이 이미 유명 브랜드를 가진 와이너리들도 캔 와인 생산에 나서고 있다. 캔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훨씬 가벼우니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용량도 300ml 안팎으로 부담도 없다. 와인오프너를 챙길 필요도 없고, 와인잔에 마실 상황이 안되면 그냥 캔채로 마셔도 상관없다. 환경적으로도 재활용이 용이한 캔이 병을 앞선다. . 와인 자체의 품질도 좋아졌다. 이전에 저가 와인을 캔에 담아 대량으로 생산했다면, 지금은 병에 넣을 똑같은 와인의 용기만 캔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알렉산더 밸리 카베르네'는 15달러의 캔 와인으로 선보이면서 모든 물량이 동이 났다. 병에 담았다면 45달러에 팔렸을 와인이었다. 용기만 바꿔도 같은 품질의 와인을 3분의 1 가격이면 살 수 있단 얘기다. 물론 병 와인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숙성이 불가능하다. 딱 마실 시기가 된 와인만 캔 와인으로 만들 수 있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마셔야 한다. 10년, 20년 뒤가 더 기대되는 고급 와인은 캔 와인으로 절대 만들 수 없는 셈이다. 캔 와인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지, 아니면 캔 맥주와 같은 새로운 대세가 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호프집에서 병 맥주를 찾는 아버지께 한 마디 했던 것처럼, 나 역시 병 와인을 고르다가 "엄마는 구식이네. 와인이야 말로 캔 와인이 제맛이지" 타박을 듣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2021-08-19 14:30: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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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3>에트나 화산의 에너지가 와인으로

<113>돈나푸가타 에트나 시리즈 고약한 폭풍의 신 티폰이 다시 한 번 몸부림을 쳤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에트나 화산 얘기다. 에트나 화산은 지난 2월 분화해 지금까지도 화산재와 연기를 내뿜더니 높이가 계속 자라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기록을 새로 세웠다. 현재 에트나 화산 남동쪽 분화구의 높이는 무려 해발 3357m로 측정됐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티폰은 불길을 내뿜고 폭풍을 일으키며 올림포스 산을 공격했다. 이에 제우스는 날개 달린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벼락을 던지며 공격했고, 마침내 티폰을 에트나 산에 가두며 승리했다.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이 크게 흔들리며 불을 내뿜으면 안에 갇힌 티폰이 몸부림을 치며 화염을 내뿜는 것이라고 봤다. 에트나 화산은 인간에게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화산재 토양은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화산 에트나의 에너지가 그대로 와인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돈나푸가타 프라고레 에트나 로쏘'는 돈나푸가타의 크뤼급 레드와인이다. 에트나 빈야드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만을 선별해 만든다. 레이블에는 화산이 폭발할 때 들릴만한 굉음의 이미지를 담았다. 우아함 속에 감춰진 힘과 입 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움의 표현이다. 돈나푸가타 프라고레 에트나 로쏘는 에트나를 대표하는 토착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로 만들었다. 매혹적인 붉은 과일의 향과 함께 화산섬 특유의 깨진 돌과 같은 미네랄을 느낄 수 있다. 버섯 소스를 곁들인 바비큐 립과 베이징 덕, 스테이크 등과 잘 어울린다. 복합미와 매끄러운 탄닌으로 10년 이상의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쏘'는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네렐로 카푸치오 품종으로 만든다. 딸기와 체리 등 붉은 과일과 꽃향기가 짙은 인상을 남기며, 시나몬 등의 따뜻한 향신료 분위기가 은은하게 풍긴다. 버섯 요리와 버팔로 윙, 팟타이, 멕시칸 요리 등과 먹기 좋다.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비앙코'는 순수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다. 금빛으로 익은 과일과 지중해 허브의 은은한 향이 와인에 우아함을 더한다. 입 안에서는 신선하고 풍성한 느낌과 함께 에트나 특유의 미네랄이 매력적이다. 5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샐러드와 포르치니 버섯,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사토'의 레이블은 에트나 화산의 에너지를 아름다운 여신의 머리카락에 담아냈다. 은은한 컬러는 에트나 화산의 연기를 표현해 와인의 순수하고 우아한 느낌을 살렸다. 옅은 핑크 컬러와 함께 화산재에서 자란 네렐로 마스칼레제 포도는 미네랄과 신선함이 돋보인다. 꽃이 활짝 핀 등나무 밑에 서있는 듯 은은한 향기에 이어 자두와 핑크 자몽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샐러드나 신선한 치즈와 같은 지중해식 음식은 물론 맵지 않은 아시아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8-12 16:33: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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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Why) 와인]<112>살루테, 달콤한 인생

-영화로 맛보는 와인 ⑧와인패밀리(원제: From the Wine) "여기 누구 와인 만들 줄 알아요?" "아무도 없어." "뭐 좋아요, 구글로 검색해 봅시다." 맙소사. 평생 모은 퇴직금 계좌를 털어서 와인을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시작부터 불안하다. 지금 자라고 있는 포도품종이 뭔지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포도를 한 알 따먹더니 자신있게 답한다. "레드?" 영화 '와인패밀리'의 주인공 마크 젠틸레는 이탈리아 대성당의 도시 아체렌자에서 태어났다. 아체렌자에서 할아버지와 지내던 마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산다. 자동차 회사 산티우스의 최고경영자(CEO). 겉으로 보면 성공한 인생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게 엉망이었다. 한 평생을 다 바친 회사는 수익을 위해 신념을 꺾으라고 한다. 와이프와는 일을 핑계로 각 방을 쓴지 오래됐고, 딸과는 3년째 말 한 마디 한 적이 없다. 마크의 선택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회사에는 사표를 던지고, 가족들의 반대에도 홀로 아체렌자로 향한다. 아체렌자는 이탈리아 남부 바실리카타에 있는 소도시다. 로마에서 차로 이동한다면 꼬박 5시간은 걸리는 곳이다.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알려지지 않은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크는 비행기에서 내려 이탈리아 땅을 밟으면서도 여전히 왜 왔는지, 오기로 한 결정이 맞는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포도들도 비아냥거린다. "농장을 다시 열겠다고? 내 말 듣고 집에 돌아가. 너 같은 놈들 필요 없어. 여기도 망칠 게 뻔해. 니 인생을 망친 것처럼." 포도나무에 귀를 기울였지만 사실은 마크 내면의 목소리인 셈이다. 할아버지의 와이너리는 오직 하나의 포도품종만 자란다. 알리아니코다. 일찍 싹이 트지만 더운 기후에서도 10월 말은 되어야 수확할 정도로 늦게 숙성된다. 인위적인 관개시설이 아니라 빗물로만 키워야 한다. 자연의 영역이다. 지름길은 없다. 인내가 필요하지만 알리아니코는 잘만 키워낸다면 '남부의 바롤로'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진한 과실 풍미와 균형감 있는 산미, 잘 익은 타닌까지 맛볼 수 있다. "바실리카타 한 병 안엔 최고의 풍미가 들어있지. 풀바디한 레드가 느껴지면서 입 안을 맑게 해주지. " 무모한 꿈은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현실이 된다. 마크 패밀리는 아체렌자에서의 여정을 가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와인 사업에 반대했던 와이프는 와인 병에 붙일 라벨을 직접 그리고, 딸은 이탈리아 와인 규정에 맞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선다. 마크 역시 갈팡질팡 했던 시기를 보내고 비로소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살루테(건배)'를 외칠 수가 있게 됐다. "살루테,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 사람들이 이 와인을 마시면서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웃으면 좋겠어."

2021-08-05 13:49:3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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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Why) 와인]<111>와인, 6개월 만에 작년 1년치 마셨다

<111>2021년 상반기 와인시장 결산 와인시장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3억 달러에 육박했다.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로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이 올해는 더 뜨거워졌단 얘기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와인 수입 규모는 2억7999만 달러다. 지난해 상반기 1억3468만달러 대비 2배 넘게 급증하면서 2019년 연간 수입 규모(2억5919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물론 지난해 연간 수입액인 3억3007만달러에 근접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로 보면 2020년 27%에서 2021년 상반기엔 무려 108%로 크게 높아졌다. 와인업계에서는 작년 와인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 규모 약 3700억원에 각종 세금과 마진 등을 고려한 수치다.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와인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바라보게 된다. 단숨에 2배라니 그야말로 '퀀텀점프'다. 월별로 보면 ▲1월 4479만2000 달러 ▲2월 3713만6000 달러 ▲3월 4592만3000 달러 ▲4월 5455만 달러 ▲5월 4353만5000 달러 ▲6월 5205만 달러다. 꾸준하다. 작년 와인붐이 불었다고 무작정 수입만 늘렸다면 한 두달 늘었다가 다시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와인을 들여온 만큼 원활히 소비되고 있는 걸로 봐야 한다. 상반기 와인시장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화이트, 그리고 프리미엄 와인의 선전. 먼저 화이트 와인. 절대 수치로는 여전히 레드 와인의 소비가 많지만 성장률로 보면 화이트 와인이 훌쩍 앞선다. 상반기 레드 와인 수입규모는 1억803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5% 늘었다. 화이트 와인의 수입규모는 스파클링 와인을 제외하고서도 493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6% 증가했다. 레드와인의 소비가 더 많은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레드 와인 편식이 덜해진 것은 와인 소비가 늘어난 것은 물론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다. 다음은 프리미엄 와인. 상반기 수입금액은 전년 대비 107.9% 늘었지만 수입량은 75.4% 증가에 그쳤다. 와인을 마시는 양도 늘었지만 많은 이들이 작년보단 좀 더 좋은, 비싼 와인을 마셨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래 와인이란 게 그렇다. 한 번 좋은 와인을 마셔보면 절대 눈높이를 낮출 수가 없고 자꾸만 더 '고급진' 와인을 찾게 된다. 일단 와인의 세계로 한 발을 들였다면 이번 생은 어느 정도 와인에 가산탕진을 하려니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국가별로 보면 수입금액은 비싼 와인이 많은 프랑스가 1위, 수입량을 기준으로는 저가와인이 많은 칠레가 1위로 올라선다. 상반기 프랑스 와인의 수입규모는 8356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1.9% 증가해 전체 와인 수입 가운데 29.8%를 차지했다. 2, 3, 4위는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이탈리아, 칠레가 각각 4767만 달러, 4438만 달러, 4149만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8%, 129.6%, 63.9% 늘었다. 작년과 비교하면 미국이 칠레를 제치고 2위에 올랐지만 격차가 그리 크지 않고, 성장세로 보면 이탈리아 와인이 가파르다.

2021-07-29 16:02: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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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10>'가성비+가심비' 샴페인 안부러운 스파클링

<110>스파클링 와인 "봐라. 어떻게 거품들을 삼켜내는지. 어떻게 반짝거리고 , 빛에 어른거리며 통통 튀어내는지. 그것을 혀 위에 잠시만 머무르게 해도 당신은 이것이 정말 특별한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세 프랑스 시인인 장 보델이 한 여관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맛보고 말한 시음평이다. 수백 년이 흘렀지만 입안에서 주는 감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눅눅한 한여름 더위에 떠오르는 와인은 그저 차갑게 반짝이는 스파클링 와인. 레드와인과 비교하면 빈티지도 없고, 스타일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정작 한 병을 고르기는 쉽지가 않다.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샴페인은 사실 까다로운 조건만큼 가격이 비싸다. 반면 프랑스의 샹파뉴(샴페인)가 아닐 뿐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까댈 보스코 뀌베 프레스티지'는 이탈리아의 샹파뉴라고 불리는 프란치아코르타에서 생산된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총칭하듯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프란치아코르타라고 부른다. 효모와 함께 병에서 28개월을 숙성해 고소한 토스트 향과 함께 배, 사과 등의 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 입안 가득 부드럽게 감싸는 섬세한 기포와 여운부의 바닐라와 버터의 흥취가 좋은 산도와 함께 어우러져 우아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몬테스 스파클링 앤젤 NV'는 태평양에서 약 7km밖에 떨어지지 않는 자파야 빈야드에서 만들었다.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 점질적 양토는 품종 고유의 아로마와 훌륭한 발란스, 그리고 강건한 골격까지 선사했다. 전통적인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최고의 빈티지 샴페인에 버금가는 36개월의 효모 접촉을 거쳤다. 덕분에 섬세하고 힘있는 버블과 입 안에서의 복합적이고 화사한 느낌, 프리미엄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호두, 말린 과일, 비스킷 등의 풍미를 모두 가졌다. 가벼운 핑거푸드는 물론 해산물과 파스타, 치즈, 가금류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미국에서 전통적 샴페인 제조방식으로 만든 최초의 와인이다. 샤도네이만을 100% 이용해 양조하고, 병 속에서 효모와 함께 2년간 숙성한다. 살구, 레몬, 흰 복숭아 등의 밝고 상큼한 과실의 풍미와 함께 갓 구운 빵의 풍미도 느껴진다. 식전에 단독으로 즐기기에 좋으며, 레몬 치킨이나 태국 커리와도 어울린다. 스페인에서는 샴페인처럼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까바'라고 부른다. '카스텔블랑 D.O. 까바 브뤼 리제르바'는 산뜻하고 미세한 버블이 계속해서 피어오르며, 잘 숙성된 효모의 아로마는 그랑 크뤼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아몬드, 브리오슈, 구운 빵을 연상시킨다. 바비큐 치킨과 토마토 베이스의 이태리 요리와도 먹기 좋다. 20세기 경제학계의 거장 존 케인즈는 죽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생에서 단 한 가지 후회 되는 것은 샴페인을 더 마시지 못한 일이다." 일단 오늘 밤 스파클링 와인을 딸 핑계거리는 확보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7-08 11:34:0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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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9>대한민국 샴페인 1호?

<109>인터리커 '골든블랑' 우리나라에서도 고유의 샴페인 브랜드가 탄생했다. 과실주나 일반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진짜 샴페인 말이다. 프랑스 샴페인 협회가 인정한다는 공식 라이선스 'MA-4626-27-00329'도 발급받았다. 주인공은 인터리커의 '골든블랑'이다. 오직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터리커는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볼레로와 손을 잡고 기획과 개발을 거쳐 샴페인 골든블랑을 선보였다. 국내 와인 시장은 물론 한국의 샴페인 브랜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인터리커 김일주 회장은 "부드럽고 도수가 높지 않은 주종을 선호하고, 분위기와 감성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로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제품을 내놨다"며 "세계적으로 가장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볼레로는 지난 1805년에 설립돼 215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곳이다. 현재 6대째 가족경영을 유지하며 정통적 샴페인 양조방법을 이어오고 있다. 약 40만㎡(약 12만평) 규모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가족이 보유한 포도밭의 포도로만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샹파뉴 중심부 13개 마을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피에리(Pierry) 지역에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등급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골든블랑은 황금색 병에 담긴 샴페인 원액을 상징하는 동시에 가장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브랜드 뮤즈로 선택했다. 소비자들에게 시적 영감과 성공을 불러 일으킬 샴페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다. 골든블랑은 볼레로 가문 소유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만을 사용해 생산 전 과정을 샴페인 하우스에서 100% 관리하고 있다. 볼레로의 샴페인 스타일에 한국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양조됐다. 잘 발효되고 숙성된 원액 특유의 황금빛 컬러 샴페인에 풍부하고 섬세한 버블이 오래도록 지속돼 더욱 진하고 깊은 풍미를 뿜어낸다. 프랑스 샴페인 협회 규정상 샴페인은 최소 15개월 이상 숙성해야 한다. 골든블랑은 최소 36개월 이상 지하 동굴에서 숙성해 오랜 시간이 빚어낸 독특하고 감칠맛 나도록 했다. 골든블랑 샴페인 병은 고가 샴페인 제품에만 사용되는 동일한 골든 메탈 페인팅 기법을 적용해 럭셔리하면서 매혹적인 황금빛을 재현해 냈다. 병부터 샴페인 마니아들의 마음이 설레이게 '블링블링'하다. '골든블랑 브뤼'는 아주 밝고 가벼운 금빛이다. 섬세한 버블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흰 과일류의 향들과 달콤한 허니 향이 살구향과 숙성향을 동반한다. 식전주로 완벽하며, 한식을 포함해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치즈류는 물론 굴, 캐비어, 튀김류, 초밥, 회, 해산물과 딸기 등 과일 디저트와도 조화를 이룬다. '골든블랑 로제'는 레드 베리류의 향과 으깬 딸기향이 첫 코를 자극한다. 잔을 한번 흔들고 난 후에는 구운 빵이나 바닐라 아로마 같은 좀 더 유혹적인 향이 드러난다. 치즈류는 물론 훈제연어와 육회, 수제 햄버거는 물론 라즈베리 케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2021-07-01 10:59:0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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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8>싸고 맛있는 피노누아는 없다?

"데일리로 마실 수 있는 피노누아는 정말 없는거야?" 최근 저녁자리에서 누군가가 푸념했다. 레드와인으로 보면 카버네소비뇽과 메를로 같은 품종은 그 가격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와인이 종종 있다. 반면 피노누아는 그런 보물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세상 천지에 눈 씻고 찾아보면 정 없겠냐만은 대부분의 경우 괜찮은 와인을 만났다 싶으면 생각보다 가격이 높고, 가격이 적당하다 싶으면 피노누아 특유의 매력이 죽은 와인이다. 품질이 조금만 더 좋아져도 가격은 배로 뛴다. 그래서 와인애호가들 사이에 하는 말이 있다. 비싸고 맛없는 피노누아는 있지만 싸고 맛있는 피노누아는 없다고. 이유는 사람으로 치면 예민한 품종이어서다.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를 보면 주인공 마일즈는 와인 가운데서도 피노누아 품종을 거의 광적으로 좋아한다. 마일즈는 피노누아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재배하기가 힘든 품종이잖아요. 껍질은 얇지만 성장이 빠르고, 카버네와는 달리 아무 환경에서나 못 자라서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만 자라고. 인내심 없인 재배가 불가능한 품종이죠. 시간과 공을 들여서 돌봐줘야만 포도알이 굵어지고, 그렇게 잘 영글면 그 맛과 오묘한 향이 태고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줘요." 까다롭지만 제대로 만든 피노누아를 일단 한 번 맛보면 안다. 왜들 피노누아에 빠지는지. 투명한 듯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잘 익은 과실향과 꽃향, 숙성에 따른 복합적인 아로마가 가득하다. 입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 끝까지 이어지는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레인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한 해에 2만4000병만 만든다. '좋은 와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키워 내는 것'이라는 철학처럼 와인을 만드는데 있어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다. 100% 손으로 포도를 따고, 그것도 예민한 피노누아를 위해 선도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밤에 수확한다. 레드 체리와 딸기같은 붉은 과실향과 함께 장미와 제비꽃의 향이 잔을 채운다. '부샤 뻬레 에 피스 본 뒤 샤또 1등급'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에 위치한 열 군데의 1등급 포도밭에서 기른 포도를 각각 양조한 후 블렌딩해 만든다. 단일 포도밭이 아니니 빈티지에 따른 품질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련된 붉은 과실의 풍미가 잘 살아있다. '칼레라 센트럴 코스트 피노누아'는 캘리포니아의 로마네 콩티로도 불힌다. 센트럴 코스트 내에 몬트레이와 산타 바바라 등 여러 원산지별로 선택된 최상급의 포도밭의 포도로 만들다. 매혹적인 아로마와 매끈한 질감, 생기 넘치는 과일과 향신료 풍미를 보여준다. '롱반 피노누아'는 그 찾기 힘들다는 가성비의 피노누아 와인이다.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과 중부 해안가의 포도밭에서 조달한 포도를 섞어 만들며, 선선하면서도 햇살 가득한 기후가 주는 밝은 산도와 붉은 과실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2021-06-24 15:38:4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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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07>보르도 2020…사상 최초 3년 연속 '그레이트 빈티지'

<107>프랑스 보르도 2020 빈티지 "역사상 처음으로 (2018년, 2019년에 이은) 3년 연속 '그레이트 빈티지'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의 평가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뭐 하나 쉬운게 없던 해였다. 프랑스 보르도의 2020년 얘기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보르도는 매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등과 달리 해마다 포도재배 품질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고,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는 물론 인력의 이동도 제한됐다. 포도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특히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그랬듯 작년 4, 5월은 보르도를 포함한 프랑스 전역이 사실상 봉쇄 상태였다. 그렇다고 날씨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가뭄이 이어졌다.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거의 50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들은 알코올과 당분만 높은 포도를 수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가에서도 확실히 불리했다. 보르도는 특유의 선물 거래 시스템인 엉프리뫼르(En Primeur)가 있다. 매년 4월이면 전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보르도에 모여 와인을 시음해보고, 그 평가는 곧 가격으로 매겨진다. 이번엔 팬데믹으로 보르도에 모이는 대신 전문가들이 있는 각국으로 와인이 보내졌다. 아직 숙성도, 안정화도 되지 않은 보르도의 와인들에게 긴 여행은 분명 불리한 요소였다. 패턴으로 봐도 2020년 빈티지는 영 기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레이트 빈티지'라고 평가받은 해는 '쌍끌이'였다. 2009, 2010 년, 2015, 2016 년, 2018, 2019년이 최고로 평가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2년 연속 좋은 해가 지나면 소위 '망빈(망한 빈티지)'이 나왔다. 그래서 2020년도 다들 쉬어가는 해려니 했는데 시음을 해보니 결과는 우려와 정 반대였다. 일부 보르도 와이너리의 경우 2018, 2019, 2020년 가운데 2020년을 사상 최고의 빈티지로 꼽는 곳도 나올 정도였다. 제임스 써클링은 시음한 보르도 와인 가운데 10개에 사실상 만점인 99~100점을 줬다. 엉프리뫼르 시음을 시작한 지난 1983년 이후 가장 많은 와인에 만점을 준 경우다. 2020 빈티지의 기적은 이른바 가뭄을 이겨내는 테루아의 힘이었다. 최상의 포도밭이 가진 점토나 석회암 토양은 상반기 내린 비의 수분을 가뭄 속에서도 그대고 잘 머금고 있었다. 유례없는 풍작에 와인애호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앞으로 줄줄이 나올 그레이트 빈티지 가운데 어떤 빈티지를 와인셀러에 쟁여놓을 것인가. 2018년부터 2019년, 2020년 모두 좋은 빈티지라면 이제 생산량의 문제다. 2020년은 포도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지난 10 년을 돌아보면 2013, 2017년과 함께 가장 수확량이 적은 3개 빈티지 중 하나에 들 정도다. 같은 맛이라도 2020년 빈티지 와인은 좀 더 비싸질 수도 있겠다.

2021-06-17 17:11:20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