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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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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6>와인, 마시지만 말고 OO를?

<146>와인수입사 2021년 실적 와인수입사들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컸던 적이 있었나.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이 끝나자 와인수입사들의 실적에 일제히 눈이 쏠렸다.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로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이 팬데믹 2년차에는 더 뜨거워진 덕분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한 번 신기록을 세웠고, 와인수입사들의 실적 역시 급성장하면서 줄줄이 사상 최대 매출을 신고했다. 와인이 주류(酒類)에서 주류(主流)로 떠오른 것은 물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감사보고서 매출규모를 기준으로 '빅 4'를 꼽아보면 1위는 'G7'등으로 와인 대중화를 이끈 신세계엘앤비다. 신세계엘앤비의 올해 매출은 2000억원에 육박했다. 신세계엘앤비 매출은 지난 2019년 1071억7000만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20년 1453억9000만원, 2021년 1999억6000만원으로 매년 30% 이상 급증했다. 2위는 칠레 와인 '1865'로 유명한 금양인터내셔날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의 작년 매출은 1345억1000만원으로 1위와 격차는 다소 벌어졌지만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2020년 매출 917억4000만원에서 50% 가까이 늘면서 1000억원대에 올라섰다. 2019년 매출규모는 665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1, 2위가 바뀐다. 금융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이 264억7000만원으로 신세계엘앤비 211억9000만원을 앞섰다. 와인수입사 매출 3위는 '디아블로' 등을 수입하는 아영에프비씨다. 작년 매출은 1010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565억원, 2020년 692억9000만원에서 1000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4위는 국민와인 '몬테스'로 알려진 나라셀라다. 작년 매출은 889억4000억원 규모다. 2019년 469억원, 2020년 594억8000만원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영업이익으로 보면 2019년 36억1000억원에서 2020년 60억8000만원, 2021년 121억5000만원으로 매년 두 배 안팎으로 급증했다. 와인수입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조만간 투자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나라셀라는 이미 신영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절차를 시작했고, 금양인터내셔날도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코카콜라는 버핏의 초장기 투자 종목으로 유명하고, 질레트(면도기)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신용 카드) 등도 그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종목이다. 매일같이 와인을 마시는 우리는 와인회사에 투자해야 되지 않겠나. 해외 주식 투자가 어렵지 않은 이들이라면 와인수입사가 아닌 와이너리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덕혼 포트폴리오(Duckhorn Portpolio)는 지난해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덕혼과 디코이(Decoy), 패러덕스(Paraduxx) 등의 와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미국에서도 메이저급의 와이너리가 증시에 상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처음이다. 국내 증시로 치면 종목코드를 말하는 티커는 바로 '나파(NAPA)'다. 공모가는 15달러. 현재 주가는 19달러 안팎으로 1년간 묻어뒀다면 수익률은 무려 27%에 달한다. IPO 소식을 듣고는 작년 이맘때 '덕혼 나파 밸리 멀롯' 한 병을 입에 털어넣는 대신 덕혼 주식 10주를 매수했다. 25달러까지 오를 땐 잠시 팔까도 고민했지만 묻어둘 작정이다. 덕혼 와인 몇 병으로 돌아올지를 기대하며 말이다.

2022-04-21 15:13:0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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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5>오늘이 가장 싸다?…팬데믹이 부른 '와인플레이션'

'오늘이 가장 싸다.' 고삐 풀린 물가에 샤넬백이나 서울 집값 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샴푸나 과자까지 오늘이 가장 싼 세상이 됐지만 와인이야말로 값이 더 오를 일만 남았다. 유리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와이너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캔와인 등도 있다지만 와인은 대부분은 유리병에 담긴다. 와인을 다 만들어 놓고도 병이 없어 내놓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소비재 중에서도 와인은 이번 팬데믹 인플레이션에 유난히 취약한 품목이 됐다. 와인은 만드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소비자한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아서다. 글로벌 공급망 악화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해당된다. 먼저 문제가 됐던 유리. 미국의 경우 와이너리에 공급이 가능할 만한 유리 제조업체는 겨우 두 곳이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와인 소비가 늘면서 유리 수요는 늘었지만 기존 업체는 물론 신규 업체도 뛰어들기 쉽지가 않다. 환경을 해치는 고탄소 배출 대상인 유리 용광로를 새로 만드려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장애가 많다. 수입 유리에 의존하는 와이너리들은 주문한 유리병은 배송이 일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가격이야 말할 것도 없이 큰 폭으로 올랐다. 작은 와이너리들은 타격이 더 크다. 한 소규모 와이너리는 유리 선적이 지연되면서 와인 병입을 네 차례나 미뤘고, 결국 아직도 2020년 빈티지가 저장 탱크에 그대로 있다. 아르헨티나 와이너리들은 유리병 공급의 35%를 담당했던 유리업체가 화재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운송도 문제다. 칠레 멘도사의 한 와이너리는 와인을 수출하는데 팬데믹 이전에는 전 세계 어디든 2~4주를 잡았다. 지금은 최소 4~6주는 더 걸린다. 선적했다고 끝이 아니다. 항구에 도착해도 컨테이너를 내리는데 또 2주 넘게 기다려야 한다. 트럭 운전사와 항구 노동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컨테이너 내에 온도 조절이 가능하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와인의 상태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공급은 어려워지는데 팬데믹 속에서 와인 수요는 크게 늘었다. 앞으로도 와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모든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전세계 최고의 와인 100종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리벡스 파인와인 100과 대중적인 와인까지 포함한 리벡스 1000은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벡스 파인와인 1000은 지난달 말 기준 1년간 24.7%나 올랐고, 샴페인 50과 버건디 150 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43.8%, 51.2% 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와인이 원자재 다음으로는 가장 성과가 좋은 투자 상품이 됐다. 리벡스 파인와인 1000은 올해 1분기 7.2% 올랐고, 버건디 150과 샴페인 50 지수 역시 각각 14.6%, 9.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주식이 등 글로벌 금융상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인상 등으로 성과가 저조하면서 대체자산으로서의 와인의 가치가 더 두드러진 셈이다.

2022-04-14 16:26: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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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4>와인도 '골디락스'만 기억하면 된다고?

<144>와인 보관은 어떻게 결국은 또 사고야 말았다. 와인셀러 얘기다. 타지로 나와 생활하게 되면서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자 했었고, 와인셀러는 필수품이 아닌 것으로 취급돼 가장 먼저 목록에서 제외됐다. 주당 20여년차, 자칭 와인마니아 10여년차인데 와인셀러가 없어도 될 것이란 어처구니 없는 착각을 했다. 꼭 와인셀러가 필요하단 말은 아니다. 와인을 보관하기 적당한 곳만 있다면 상관없다. 근데 온도나 습도 등 여러 조건은 차치하고라도 6병 세트로 사야 할인이 되질 않나, 기념일날 먹기 좋아 쟁이려는 와인은 하필 기간 한정이다. 차고 넘치는 핑계로 늘기만 하는 와인을 다 수용할 공간을 찾기가 좀 어려웠을 뿐이다. 사실 와인은 보관할 때도, 마실때도 하나만 생각하면 편하다. '골디락스'다. 수프 대신 와인. 너무 뜨겁지도, 반대로 또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면 일단 됐다. 레드나 화이트는 물론 스타일에 관계없이 와인을 보관하는데 하나의 온도만 선택하라면 12~13℃다. 좀 더 너그럽게는 7~18℃까지다. 일단 더위는 와인의 적이다. 와인을 내놓을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향이나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알코올이 너무 도드라지게 된다. 보관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마실거면 몰라도 20℃ 이상은 와인을 생각보다 빨리 숙성시킨다. 익을대로 익은 와인은 물러터진 과일처럼 맛과 향이 밋밋해진다. 그럼 시원하게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어떨까. 더운 곳보단 냉장고가 낫다. 그래도 수개월까지 만이다. 그 이상은 좋지 않다. 냉장실은 신선 식품의 안전한 보관이 목적이다 보니 온도가 5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냉장실 평균 습도는 30~40%다. 이상적인 와인 보관 습도 70%를 크게 밑돈다. 수분 부족은 결국 와인의 코르크를 마르게 한다. 온도에 있어서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극과 극을 오가거나 빈번한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것이다. 햇빛이 많이 들지 않는 뒷베란다나 다용도실 창고에 와인을 보관하면 참 좋을텐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온도 변화가 너무 크다. 한여름에 와인이 부글부글 끓어 코르크 절반까지도 적실 수 있는 것처럼 한겨울 영하의 기온은 와인을 얼려 코르크를 아예 밀어낼 수도 있다. 교과서적으로는 흔들림, 진동도 와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뒷받침할 만한 실험이나 논문 등은 아직 없다. 일부러 샴페인을 터트리기 직전처럼 흔들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중간값으로 잘 보관됐던 와인이라면 이제 서빙 온도만 잘 맞추면 된다. 마시려는 와인의 적정 온도를 알고 있다면 그것보다 약간 차갑게만 시작하면 된다. 마시면서 계속 따뜻해질 일만 남았으니 말이다. 스파클링 와인과 가벼운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6~10℃ 사이다. 샴페인의 미세한 버블은 물론 상큼한 소비뇽블랑을 즐기기 좋은 온도다. 화이트라고 해도 두께감 있는 샤르도네나 보졸레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은 11~15℃ 사이면 적당하다. 묵직한 레드와인은 와인 보관 평균값보다는 따뜻하게 17~18℃면 제 맛을 낼 수 있다. 냉장실에서 보관했던 와인을 마시려면 레드와인의 경우 적어도 30분 전엔 꺼내뒀다가 마시는게 좋다. 5℃로 차가운 레드와인은 탄닌과 과실미를 모두 눌러서 맹맹한 화이트와인을 마시는 기분이 들 것이다. 마지막 와인보관 팁은 와인셀러 용량 선택에 대해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니 편하게 와인셀러를 선택한 이들을 위해서다. 대강 몇 병을 보관하겠다고 떠올렸다면 무조건 그 숫자의 두 배 이상의 와인셀러를 사는게 좋다. 이미 모으기 시작했다면 멈추긴 어렵다.

2022-04-07 13:58: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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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3>가볍게 한 잔? 무시했다간 큰 코

<143>와인의 알코올 도수 "와인은 최악이야. 숙취가 너무 심해. 다신 마시지 않을거야." 와인 얘기가 나오자 마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이들이 있다. 그럼 이내 확신한다. 와인을 처음 마셨거나 별로 마신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혼자서도 한 병 넘게, 흔히들 말하는 참석자 각 1병씩은 먹은게 분명하다. '국민술' 소주는 어느 음식에든 가릴 것 없이 잘 어울리지만 향이든 맛이든 훅 치고 들어오는 알코올을 제외하면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반면 와인은 다르다. 과실향이 나는가 싶으면 꽃 향기가 나고, 맛이 달달한가 싶으면서도 부드럽다. 소주나 맥주에 익숙했던 입맛이라면 처음 만난 와인은 술이라곤 할 수 없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소주는 그 작은 잔도 한 입에 털어놓기 힘든데 와인은 물컵마냥 큰 잔을 금세 비우게 된다. 문제는 알코올 도수로만 따지면 와인과 소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25% 안팎이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7%까지 내려왔다. 최근엔 알코올 도수 15% 소주도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소주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고 있다. 와인의 경우 나라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보통 테이블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7~13.9% 선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도 알코올 도수가 11~12%로 10%를 웃돌고 있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레드 와인은 12~14% 안팎이다. 포트와인이나 디저트와인이라면 알코올 도수는 14% 이상으로 훅 뛴다. 일반적으로 소주 한 병은 360㎖. 와인 한 병은 750㎖. 달콤한 맛에 끌려 레드 와인을 한 병 다 비웠다면 소주 한 병 반에서 두 병 가까이 마셨단 얘기다. 숙취가 있을 수밖에. 세상 좋은 술이라도 너무 많이 마셨거나, 너무 빨리 마셨거나, 빈 속에 마시면 숙취는 필연적이다. 와인을 탓하지 말고 자신이 저 중에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는게 먼저다. 와인도 숙취가 최악이라는 얘기를 들을 빌미는 제공한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소량 첨가하는 아황산염이 두통 등 숙취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히 소량이고, 최근엔 유기농 기법을 중시하면서 아황산염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와인도 늘어나고 있다. 소주와 달리 와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포도 당도가 높아진 것과 사람들의 바뀐 와인 입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20~30년 전만에도 와인의 평균 알코올 도수는 12% 안팎이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14%대까지 높아졌다. 온난한 기후의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레드 와인도 평균 13%며, 햇볕이 좋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의 카버네 쇼비뇽 와인은 15% 안팎까지 알코올 도수가 올라갔다. 그렇다면 와인을 끓이면 알코올 도수가 다 날아가 버릴까. 와인 관련 SNS를 보다가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다던 어느 임산부의 질문이 떠올라서 찾아보았다. 와인이 많아 새로 사기도 그렇고, 남은 레드 와인을 끓여서라도 먹어볼까 하는 고민이었다. 답은 노(NO). 미국 농무부(USDA)의 조리식품의 알코올 잔류에 대한 지침을 참고하면 와인 등 알코올을 넣고 30분 열을 가해도 기존의 35%는 남아있다. 1시간을 끓여도 25%, 두 시간 반을 끓여야 5%만 남게 된다. 몇 시간 푹 끊인 와인이라니. 와인 시럽을 만들기 위한게 아니라면 새로 무알콜 와인을 찾아보는게 좋겠다.

2022-03-31 16:32:2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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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2>당신의 와인 MBTI는

"분명 'I(내향형)'는 아닐테고, 'E(외향형)'겠지. 어딜봐서 'P(인식형)'야. 쟤 저번에 여행 계획을 엑셀로 만들고 있더라. 백프로 'J(판단형)'야." 시대가 바뀌니 사람 성격을 가늠해보는 잣대도 달라졌다. 예전같음 "넌 그냥 딱 B형이야" 한 마디면 끝날 것을 지난 과거사까지 요모조모 뜯어내가며 결국엔 알파벳 4개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성격 유형 테스트로 알려진 MBTI(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지표)다. 성격에 따라 와인 선호도도 다를까. 아닌게 아니라 성격을 보면 와인 취향이 보이긴 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왠지 화이트 와인보단 레드 와인을 선호할 것 같다던지, 복합적인 보르도 블렌딩보다는 존재감이 뚜렷한 단일 품종 와인을 마시겠지 싶은 거다. 일반인들보다는 와인을 좀 더 잘 알지않냐는 성화에 가는 자리마다 와인 고르는 역할을 담당해서 그럴 수도 있다. 모임 참석자들을 한 번씩 둘러보면 이날은 적어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와인은 시키지 말아야 겠다거나, 아니면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하면 무난하겠다는 등의 감이 잡힌다. 자신의 MBTI와 와인수입사들이 재미로 내놓은 와인 MBTI로 '취향저격' 와인이 뭔지 조합해 볼 수도 있다. 먼저 MBTI 결과는 'ESTJ(엄격한 관리자)'다. 외향형과 감각형, 사고형, 판단형의 조합이다. 사물이나 사람을 관리하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관리자형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의 '나의 와인 MBTI 성향찾기'에선 '균형감과 맛 모두 내 꺼, 와인 완벽주의자'가 나왔다. 엄격한 관리자와 먼가 통하긴 통한다. 설명을 보자. 미식의 균형감과 궁합을 중요하게 여겨 음식을 먹어도 각 재료와의 궁합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을 경우 맛, 서비스, 비주얼이 다 좋아도 메뉴 간 조화롭지 못했다면 실패작이라 생각한다. 와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설적인 와인 스타일보다는 와인 한 병에 담겨진 아로마, 오픈 후 시간차, 온도, 음식 메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복합미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 추천된 와인으로는 화이트는 꽃 향기가 살아있는 프랑스 샤블리가, 레드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미국 워싱턴의 프리미엄 메를로 와인이다. 와인 완벽주의자를 표방한 만큼 두 말할 나위없이 마음에 든다. 나라셀라가 콘텐츠업체인 '방구석연구소'와 같이 기획한 '와인 MBTI 신 테스트'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신, 포세이돈'으로 나왔다. 엄격한 관리자와 와인 완벽주의자에 이어 완벽을 추구하는 신이 됐다. 역시 성격은 속일 수 없다. 좋아할 만한 추천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메를로 와인이다. 특유의 벨벳과 같은 질감과 함께 나파밸리 토양의 응집력이 더해지면서 신세계 메를로 와인의 기준이 된 와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와인 캐릭터는 무엇일까. 좋은 취향을 타고난 와인 미식가인지, 선택에 신중한 와인 탐구자인지. 아니면 고급 샴페인이 어울릴 아르테미스 신이나 숙성 포트와인이 어울릴 아폴로 신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무게를 잡고 앉아 한 마디 안하던 분이 'ESFP(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가 나와 모두를 웃게 한 것처럼 보수주의자로 보였던 이가 오렌지 와인이나 우루과이 와인을 꺼내들 수도 있다.

2022-03-24 13:42: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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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1>"한 잔 더?"…당신 인생에서 부족한 0.05%는

<141>영화로 맛보는 와인 ⑨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 원제 Druk) "인간의 혈중 알코올수치가 0.05% 부족하단 거야. 알코올수치가 0.05%가 유지되면 더 느긋해지고, 침착해지고, 음악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한대. 결국 더 대담해진다는 거지." 노르웨이 철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핀 스코르데루는 음주가 현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와인 한 두잔 마신 상태를 항상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영화 '어나더 라운드'가 만들어진 발단이다. 영화 제목 '어나더 라운드(Another Round)'는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1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흔히들 하는 "한 잔 더?" 정도의 표현일테다. 주인공들은 마르틴을 비롯해 한 고등학교에 같이 일하는 교사들이다. 배경은 '온 국민이 술을 퍼마시는' 덴마크다. 각기 다른 과목을 가르치지만 공통점이라면 의욕없는 학생들만큼이나 열정이라곤 남아있지 않고, 가정에서도 설 자리 없는 중년이다. 니콜라이의 마흔살 생일 축하를 위해 친구들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모인다. 차를 가져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못박은 마르틴. 역시 생일 파티의 시작은 샴페인이다. 2013년산. "미네랄리티가 특징이죠, 눈을 감으면 프랑스의 포도밭이 떠오를 겁니다." 다음은 북유럽산 캐비아와 보드카다. "차르(러시아 황제)도 만족할 만한 보드카죠. 러시아의 임페리아로 발효한 밀을 식한 후 수정으로 여과해 질감이 벨벳같고 풍부합니다." 보드카를 한 모금씩 하곤 혈액으로 바로 훅 들어오는 것 같다는 평에 마르틴도 침이 꼴깍,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건배. 메인 코스는 와인과 함께다. "부르고뉴 2011년 빈티지. 로버트 파커가 이 와인에 95점을 주면서 말하길 부르고뉴 정신을 담고 있다고 했죠." 좋은 와인을 연거푸 두 잔 마신 마르틴은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글썽여진다. 그동안 혈액 속에 부족한 0.05%의 알코올이 문제였던 걸까. 마르틴과 친구들은 스코르데루 가설에 대한 증거수집이란 명목으로 혈액 속에 0.05%의 알코올을 채우기 시작한다. 다음날 글쓰는데 지장이 없도록 저녁 8시까지만 술을 마셨다는 헤밍웨이까지 끌어들이며 낮동안 내내 술에 취해있기로 한다. 다만 저녁 8시 이후와 주말은 금주. 혈중 알코올농도 0.05%가 어느 정도인지 보자. 일단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 기준으로 보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어가면 술에 취한 거로 본다. 보통 성인 남자(몸무게 70kg)가 맥주 한 캔을 먹으면 혈중 알코올농도 0.02%다. 소주 한 병을 먹으면 0. 062%. 소주 한 병을 먹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면 0.032%로 내려온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0.05%는 소주 한 병을 먹고 취기는 적당히 올랐지만 술이 깨지는 않은 상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적당한 취기 덕인지 이들의 삶엔 생기가 돈다. 자신있게 진행한 수업은 어느때보다 활력이 넘쳤고, 배우자와도 이제 말이 통한다. 낙제할 위기에 처했던 학생은 이들이 권한 시험 전 한 잔으로 졸업할 수 있게 됐고, 왕따를 당했던 아이는 용기를 얻었다. 물론 문제도 생긴다. 학교 체육관 창고에선 술병들이 발견되고, 학생들 역시 술 냄새 폴폴 풍기는 선생님들을 지나칠 리 없다. 몸은 0.05%로의 알콜로는 더 이상 만족하질 않고, 만취와 알코올 중독은 겨우 일으켜 세웠던 학교와 가정을 다시 박살내고 만다. 샴페인이 팡팡 터지는 학생들의 졸업 파티에서 마르틴을 다시 춤추게 한 것은 술이 아니라 인생이었다. 취했다는 것도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한 형태일 뿐 가치없는 인생은 없다. "이 얼마나 멋진 여정인가. 어디 있는지 당장 알지 못하지만 난 아직 젊고 살아있어. 남들이 하는 말은 집어치워, 멋진 인생이니까."

2022-03-17 14:58:4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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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0>"와인 맡기면 돈 빌려드려요"…1200억 와인 폰지사기

미국을 대표하는 컬트와인 '스크리밍 이글'. 한 병당 와이너리 출고가는 3000~4000달러 안팎이지만 이게 대기자가 워낙 많다보니 매년 가격이 뛰는 것은 물론이요, 부르는게 값이 될 경우가 많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한 병의 시장가치를 500만원이라고 치고, 20병이면 1억원이다. 가능한 대출 한도는 시장가치의 35%라니 3500만원. 담보가 있어도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이니 이자는 10% 이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험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담보로 보관해 놓은 20병 가운데 몇 병만 팔아도 충분히 변제되고도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와인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이 수백명, 아니 전 세계에 수천명이 넘는다. 스크리밍 이글의 초기 빈티지는 경매에서 억대로 거래가 되기도 했다. 와인을 맡겨놓고 대출을 갚지않으면 채무자만 손해다. 당신이 여기까지 설명을 들었다고 치자. 이 와인 담보 대출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까지 와인 관련 사기라면 가짜 와인이 문제였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소장했다는 소위 '제퍼슨 와인'을 만들어내 거부들에게 판매한 하디 로든스탁 사건과 저가 부르고뉴 와인을 사들여 로마네 콩티로 팔아먹은 루디 쿠니아완 사건 등 등 굵직굵직한 와인 사기는 모두 그랬다. 이번엔 가짜 위조 와인이 아니라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와인 폰지사기다. 와인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자 와인사기도 진화한 셈이다. 보르도 셀라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버튼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제임스 웰즐리가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보르도 셀라스가 중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간 대출에 약 9940만 달러 이상을 투자토록 유도했다. 브론 피스 뉴욕 동부 지방 검사는 "피고인들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와인을 담보로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기만적인 계획"이라며 "소유하고 있다는 고급와인은 없었으며, 투자자들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두 사람은 작년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피해자들에게 5600만 파운드(한화 약 900억원)를 배상하라는 명령은 받은 바 있다. 버튼과 웰즐리가 보르도 셀라스로 투자자 모집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 전후다. 대출 대상은 고급 와인을 가진 부유층이지만 당장 현금조달이 아쉬운 사람들이다. 와인만 가져오면 조건없이 와인 시장가격의 35%까지 돈을 빌려주고, 10%가 넘는 이자를 받는다. 고급와인은 보르도 셀라스 명의의 와인 보관 창고로 옮겨지고, 투자자들은 이자나 와인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분기별로 나눠 가진다. 버튼은 2015년 칸쿤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채무불이행 우려에 대해 "와인 시장가격의 35%만 대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좋은 와인은 매우 빠르게 바로 팔린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웰즐리 역시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고객들은 현재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개발업자"라며 "우리는 투자 등급 와인에 대해서만 대출해주며, 주로 프랑스 와인과 스크리밍 이글과 같은 고급 미국 와인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렸다. 제로 금리 시대에 다른 수수료 없이 10% 넘는 수익을 주겠다는 약속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지만 알고보니 초기 투자자에 대한 수익금은 후기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전형적인 폰지사기였다. 버튼은 한 번은 이혼 소송 중인 미국인이 현금 조달을 위해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 넘게 맡겼다고도 떠벌렸다. 이번엔 투자자 관점이 아닌 대출을 하려는 차용인 관점에서 보자. 사전 등록한 회원에게 한 명당 3병까지만 판매한다는 스크리밍 이글을 20병이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하다. 뭐 하려 3000만원 안팎을 쓰겠다고 10%가 넘는 이자를 내며 보르도 셀라스를 찾아오겠는가. 낮은 이자에 정규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도 널렸을 터인데. 결국 보르도 셀라스의 수익금 배분은 오래가지 못했고, 버튼은 2019년 영국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그의 방에서 두 개의 위조 여권, 최고급 시계, 골드바 등과 함께 1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및 영국돈을 발견했다. 버튼은 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풀려났고, 현재 행방은 불명이다.

2022-03-10 13:21:4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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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9>디카프리오?피트·졸리?…'셀럽'들의 와인

한 여름밤, 웨스트에그의 대저택에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파티가 한창이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재즈곡 연주와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불꽃들이 절정의 장면을 연출한 순간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가 등장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개츠비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샴페인이 찰랑찰랑한 쿠페잔을 앞으로 내밀며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를 위한 축하나 건배를 표현하고 싶을 때 SNS에서 밈(meme·짤)으로 많이 봤던 바로 그 장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 샴페인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장면이 떠올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연기했던 잭 도슨이 샴페인 한 잔을 들고 '매일을 소중하게 만들기 위해'라며 건배했던 장면도. 또 하나의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준말)' 와인이 나오게 됐다. 유명인사들이 와이너리를 사들이거나 와인생산에 참여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의도가 다소 달랐다. 디카프리오가 지분을 인수한 곳은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텔몽이다. 환경 운동가로 유명한 그답게 투자하면서 다른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와인 생산을 언급했다. 텔몽은 이전에도 과대 포장에 따른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선물 상자를 금지하는 등의 시도를 해왔다. 이번 디카프리오의 투자를 바탕으로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포도밭을 100% 유기농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는 텔몽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텔몽은 땅의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까지 환경에 대한 영향을 근본적으로 낮추기로 했다"며 "투자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와인업계에 친환경, 유기농 바람이 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와인 좀 안다는 사람이면 단번에 눈치챌 수도 있다. 샴페인이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와인 생산지이자 거의 매해 기후가 좋지 않다는 조건을 고려하면 제초제나 살충제, 화학 비료를 쓰지 않겠다는 텔몽의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 지. 지금까지 샴페인 포도밭 가운데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곳은 4%도 채 되지 않는다. 대표 셀럽 와인으로 꼽혔던 샤또 미라발 역시 다른 방식으로 유명세를 탔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와이너리가 이번엔 소송전에 휘말렸다. 피트는 지난달 샤또 미라발 지분을 매각한 졸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트와 졸리가 프랑스 남부의 샤또 미라발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매입 자금 규모는 2840만 달러(한화 약 340억원). 피트가 포도밭 매입을 주도하며 투자금의 60%를 냈고, 졸리가 40%를 부담했다. 피트의 대규모 투자로 현재 샤또 미라발은 세계 최고의 로제 와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가치는 1억6400만 달러(한화 약 196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와이너리를 둘러싼 잡음에도 샤토 미라발 로제의 2021년 빈티지는 이전과 다름없이 출시됐다. 한 수입업자는 2021년 빈티지에 대해 "신선한 포도와 레몬 향, 미네랄 느낌과 함께 미라발의 시그니처인 장미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2022-03-03 13:45:1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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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8>작년 와인수입 또 사상 최대…단숨에 맥주 두 배

<138>2021년 와인 시장 결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아니다. 분위기 있게 와인 한 잔! 작년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한 번 신기록을 세웠다. 팬데믹에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로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이 팬데믹 2년차에는 더 뜨거워졌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와인 수입 규모는 5억5980만 달러다. 몇 년째 2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던 와인 수입 규모는 2020년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서더니 작년에는 5억 달러로 그야말로 '퀀텀 점프'를 했다. 와인 수입 규모를 전년 대비 성장률로 보면 2020년 27%에서 2021년 무려 69.6%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글로벌 물류 대란을 감안하면 실제 수요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입 주류 시장을 주름잡았던 맥주와는 이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맥주 수입 규모는 2020년 2억2685만 달러로 처음으로 와인에 추월당했고, 2021년은 2억2310만 달러로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와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와인업계에서는 국내 와인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규모 약 6700억원에 각종 세금과 마진 등을 고려한 수치다. 작년 와인시장의 특징은 프리미엄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선전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와인이 수입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었지만 수입량은 36.8%에 그쳤다. 와인을 마시는 양 자체도 늘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전보단 좀 더 좋은, 비싼 와인을 마셨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래 와인이란 게 그렇다. 한 번 좋은 와인을 마셔보면 절대 눈높이를 낮출 수가 없고 자꾸만 더 '고급진' 와인을 찾게 된다. 2020년 와인 세계에 입문한 '와린이(와인+어린이)'들이 작년엔 프리미엄 와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단 얘기다. 국가별로 보면 수입금액은 비싼 와인이 많은 프랑스가 1위, 수입량을 기준으로는 저가 와인이 많은 칠레가 1위로 올라선다. 프랑스 와인의 수입규모는 1억811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8%나 늘었다. 전체 와인 수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2.4%에 달한다. 2위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 9066만 달러, 이탈리아 9046만 달러로 거의 차이가 없다. 전년 대비로 보면 각각 61.8%, 85.6% 늘어 성장세로는 이탈리아 와인이 앞섰다. 2020년까지만 해도 굳건한 2위였던 칠레는 7482만 달러 규모로 수입돼 완전히 4위로 내려왔다. 수입량으로는 칠레가 비중 22.2%로 1위를 차지했으며 ▲스페인(18.4%) ▲프랑스(16.8%) ▲이탈리아(15.6%) ▲미국(1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성장세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레드와인의 소비가 더 많은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된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여전히 절대 수치는 레드가 많지만 성장세는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이 더 가파르다. 화이트 와인의 수입규모는 1억379만 달러로 전년 대비 76.9% 늘었다. 스파클링 와인 역시 전년 대비 67.6% 증가한 7782만 달러로 집계됐다. 화이트와 스파클링 와인을 더하면 레드 와인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2022-02-24 13:48:2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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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7>"쉐이퍼 빈야드가 韓 명품 기업에 팔렸다"

"쉐이퍼 빈야드가 한(韓) 명품 기업에 팔렸다." 미국 와인 전문 미디어의 첫 화면을 한국 기업이 장식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와인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미국의 와인 심장이라고 할 나파밸리에서도 상징적인 와이너리로 꼽히는 곳을 사들이면서다. 신세계그룹이다. 한국 와인업계에는 충격 강도가 더 컸다. 신세계L&B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와인 시장을 공략하긴 했지만 와이너리 자체를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니 사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번 와이너리 인수가 단순히 와인에 조예가 깊은 '(부)회장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라고만 보기엔 뭔가 아쉽다. 이전에도 와인을 사랑하는 회장님은 너무나 많았고, 미국 나파밸리는 물론 와인 종주국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와이너리를 사들인 회장님도 있었지만 국내외 업계가 주목할 일은 없었다. 먼저 쉐이퍼 빈야드가 어떤 곳인지를 좀 보자. 쉐이퍼 빈야드는 할란, 스트리밍 이글과 함께 '원조 컬트 와이너리' 9개 리스트 중 하나다. 부띠크 와인이 소량으로 최고의 품질로 생산하는 와인을 뜻한다면 컬트 와인은 여기에 놀랄만한 풍미와 희소가치로 열광적인 추종자들이 더해져야 한다. 딱 컬트 와인이 이거다라는 정의는 없지만 미국 와인업계에서 컬트 와인으로 인정해주는 나름의 '심리적' 기준은 있다. 생산량의 희소성, 세계적인 평론가로부터의 지속적 고평점 획득, 그리고 마지막으로 높은 소비자 가격이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와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프라노 천서진이 선택한 와인이 바로 '쉐이퍼 릴렌트리스(Shafer Relentless)'였다. 나파밸리의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존 쉐이퍼(John Shafer)는 원래 출판업자였다. 50세 나이에 와인 생산자라는 꿈을 꾸며 시카고에서 나파밸리의 황무지로 이사를 결심한다. 1973년 봄이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첫 와인은 '힐사이드 셀렉트 카버네 소비뇽' 1978년 빈티지였다. 첫 작품이었지만 시음회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대표 컬트 와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무려 6번이나 100점의 점수를 받았을 정도다. 힐사이드 셀렉트는 최고의 포도만 골라 제한적으로 생산하며, 과일 풍미는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며 풍부하고 집약적이다. 매끄러운 탄닌에도 숙성잠재력은 길어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쉐이퍼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버네 소비뇽'은 존 쉐이퍼의 아들 더그 쉐이퍼를 상징한다. 원 포인트 파이브, 즉 1.5세대란 말이다. 아들 더그 쉐이퍼는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와이너리를 가꾸었고, 이후 양조학을 전공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활약했다. 신세계가 쉐이퍼 빈야드를 사들인 가격은 225에이커의 포도나무들을 포함해 3000억원(미화 2억5000만 달러) 안팎이다. 더그 쉐이퍼와 와인메이커 엘라이아스를 비롯해 핵심 양조 직원들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는다. 쉐이퍼는 오랜 고객들에게 성명을 통해 "이번 와이너리 매각으로 와인 생산에만 좀 더 집중하고 고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와이너리는 앞으로도 이전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와인애호가들의 관심은 하나다. 비싼 가격과 희소성이 있다는 그 컬트와인을 좀 더 손쉽게, 이전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을까.

2022-02-17 14:00:1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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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6>발렌타인데이, 달콤쌉싸름한 사랑 한 잔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6>발렌타인데이, 달콤쌉싸름한 사랑 한 잔 발렌타인데이를 얘기하려면 로마 시대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로마 황제는 가족이 그리워 탈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인들에게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발렌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금지령을 어기고 결혼을 시켜준 사제의 이름이다. 황제의 명을 어겼다는 죄로 죽음을 당했고, 그 날이 바로 2월 14일이다. 사랑을 지켜주려다 순교한 날은 연인들의 축일이 됐고, 마음에만 담고 있었던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다. 고백의 마음이 담긴 초콜릿. 종류를 불문하고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게 초콜릿이지만 와인에게만은 쉽지 않은 상대다. 초콜릿의 진하고 강한 개성 때문이다. 와인을 자칫 잘못 골랐다가는 서로의 향을 죽이고, 쓴 맛만 남을 수도 있다. 가장 쉬운 해법은 초콜릿 보다 더 달달한 와인이다. 초콜릿 뿐만이 아니다. 어떤 디저트라도 와인이 더 달콤해야 씁쓸하거나 신맛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고로 쳐주는 스위트와인 중 하나는 귀부와인이다. 프랑스 소테른이나 바르삭, 독일의 베렌아우슬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 등이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고 불리는 곰팡이로 인해 포도 안에 있는 수분은 날아가고 산이나 풍미, 당분은 더 농축된다. 두드러진 꿀 풍미에 이보다 더 우아한 달달함이 있을까 싶은 맛이다. 근데 이게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특정 자연 환경은 물론 날씨 등 조건이 까다롭다. 와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포도 한 그루가 필요할 때도 있다. 비싼 가격이 귀부와인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같은 포도라도 건포도가 더 달다. 와인을 만들때도 그렇다. 프랑스의 방당주 타르티브(VT), 독일의 스패트레제(spatlese) 등은 일부러 포도를 늦게 수확해 만든 와인이다. 포도가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건포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의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파시토 와인 등은 수확한 포도를 건조해 만든다. 달지 않아도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도 물론 있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숙성시키지 않아도 바로 마시기 좋은 드라이 레드와인은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과 어울릴 때가 있다. 달달함보다 쌉싸름한 맛이 더 도드라지는 초콜릿은 와인의 과일이나 바닐라, 초콜릿 맛을 배가시켜준다. 두번째 팁은 강한 개성의 초콜릿에 밀리지 않을 '센' 와인이다. 포트와인은 와인을 발효하는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와인이다. 알콜함량이 높은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으면서 발효를 멈추고, 결과적으로는 잔류 당분이 높아진다. 단맛이 강하고, 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진 포트와인은 초콜릿을 버틸 수 있는 무게를 지니게 된다. 마지막은 와인 고수들을 위한 팁. 와인과 초콜릿의 복합미를 최대한 활요하는 방안이다. 와인과 초콜릿 모두 선택에 따라 토피나 커피, 호두, 아몬드, 체리, 베리, 과일의 향이나 맛이 날 때가 있다. 테이블 위에 올릴 초콜릿의 가장 대표적인 맛이나 향에 근접한 와인을 고르면 된다.

2022-02-10 15:17: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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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5>코로나 잡는 레드와인?

팬데믹과 함께 와인의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까. 와인 한 두잔을 마시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다. 첨단영양학(Frontiers in Nutrition) 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영국 전역에 살고 있는 50만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루 1~2잔의 레드 와인을 마신 이들은 비음주자 대비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10~17%나 낮았다. 화이트 와인 역시 효과가 있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일주일에 5잔 이하를 마실 경우 코로나19 감염률이 비음주자 대비 7~8% 낮았다. 반면 맥주를 자주 마신 사람들은 비음주자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28%나 더 높았다. 알콜도수가 높은 술을 마신 경우도 감염률을 더 높였다. 연구는 영국 UK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활용해 알콜 소비와 코로나19 감염률 및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UK바이오뱅크는 영국에 살고 있는 40~69세 거주자들로부터 건강 및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수집해온 포괄적인 연구 프로젝트다. 연구진은 "음주에 따른 부작용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음주와 질병 사이의 관계는 종종 직접적이지 않다"며 "이전 여러 연구에서도 적당히 술을 마신 이들이 금주하는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레드 와인의 경우 폴리페놀 성분이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춘 것으로 추측했다.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 함량은 1리터당 평균 1.8g으로 위스키나 맥주는 물론 화이트 와인보다도 10배는 더 많다. 다만 과유불급이다. 레드 와인도 하루 한 두잔일때 감염률이 낮았던 것이지 주류를 불문하고 과음하는 사람들은 감염률이 더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술을 마시든 아니든 별 차이가 없었다. 앞서 레드 와인의 주요성분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대만의 중국 의학 대학이 했던 연구인데 미국 암 연구 저널(American Journal of Cancer)에도 실렸다.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탄닌산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는 사람들을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1, 2차 백신을 맞으면서 술을 먹어도 되는지 아닌지 갑론을박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부스터샷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하니 말이다. 일단 부스터샷이 기존 코로나19 백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접종 후 음주 역시 금지 사항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현재 음주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코로나19 백신이 음주자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CDC는 "음주는 때때로 코로나19와 관련된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및 폐렴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술을 마시면 감염과 싸우는 신체의 능력이 약화돼 합병증의 위험이 커지고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2022-02-03 07:35:4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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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4>'홈설(Home+설날)' 와인은…가성비 vs 인지도 vs 명성

임인년 (壬寅年) 민족 대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떠들썩하게 온 가족이 모이진 못하더라도 소소하게 기름 냄새 풍길 명절 음식과 주고받는 와인 한 잔이면 연휴 분위기를 내기 충분하다. 먼저 동그랑땡이나 생선전 등 기름기 많은 명절 요리에는 뭐니뭐니 해도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의 상쾌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롱반 샤도네이'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성비 '갑' 화이트 와인이다. 명절 선물로 주고 받기도, 한 상 차린 식탁에 내어놓기도 편하다. 사과와 밝은 감귤류의 달콤한 아로마에 바닐라, 구운 아몬드의 풍미도 느껴진다. 부드러운 질감과 과하지 않은 오크 풍미로 생선전이나 생선구이 같은 명절 음식은 물론 물론 파스타와 피자까지 다양한 음식과 먹기 좋다.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와린이'도 알아볼 만한 인지도 '갑' 화이트 와인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대표주자로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와인에 4회, 2019년 와인&스피리츠 매거진이 선정한 레스토랑 톱 10 소비뇽 블랑으로 꼽히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뉴질랜드 와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구스베리와 풀내음을 느낄 수 있고, 적당한 산도와 좋은 질감이 입안을 채워준다. 샐러드나 해산물과 함께 할 식전주로 좋다. 고마운 분께 감사의 인사를 대신할 명성 '갑' 와인은 '샤또 몬텔레나 나파밸리 샤도네이'다. 미국 와인의 위상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던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 와인 1위를 차지한 바로 그 와인이다. 묵직한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샤도네이와 달리 젖산발효를 일체 하지 않아 적정한 산미와 튼실한 과실의 풍미가 균형을 이룬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튼튼한 골격과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명절 상차림에 고기가 빠질 리 없다. 갈비찜이나 산적 등 양념이 강한 육류 요리에는 앙념 맛에 밀리지 않을 묵직한 탄닌의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와인의 풍부한 과일 향과 달고 짭조름한 양념의 맛이 조화를 이루며 풍미를 잘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고기를 씹을수록 부드러운 탄닌이 고깃결에 스며들어 하나로 배어든다. 식탁 위에 편하게 올려놓을 가성비 '갑' 레드와인은 '폴 자불레 애네 꼬뜨 뒤 론 빠할렐 45 루즈'다. 폴 자불레 와이너리의 가장 기본급 와인이지만 론 지역의 개성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가격 대비 좋은 맛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론 와인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진하고 매콤한 한국식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인지도 '갑' 레드 와인으로는 몬테스가 빠질 수 없다. 누적 판매량만 1000만병을 넘어선 소위 '국민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시라'는 짙은 루비색에 커피와 검은 체리의 향이 매력적이다. 기분 좋을 정도의 그을린 향과 약간의 가죽 향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탄닌과 균형감으로 여운이 길다. 명성 '갑' 레드 와인은 '덕혼 나파 밸리 멀롯'이다. 덕혼은 세계 최고의 멀롯 생산자로 인정받은 곳이다. 탄탄한 구조와 바디감, 깊이 있는 풍미가 일반 멀롯과는 차별화된다. 벨벳같은 타닌은 과실, 제비꽃, 허브류의 풍미가 캬라멜, 바닐라 등의 감칠맛과 어우러진다./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2-01-27 13:58: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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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3>와인은 좋은데 취하긴 싫어…무알콜 와인 뜬다

<133>무알콜 와인 테이블 위의 맥주를 모두 콜라로 바꿔달라고 하자 웨이터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대학생 때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의 일이니 벌써 20년은 훌쩍 지난 얘기다. 술먹고 취하면 도대체 어떻게 춤을 추라는 거지. 당연한 걸 왜 되묻냐며 빨리 바꿔달라 했다. 무알콜 맥주나 무알콜 와인이 있었다면 춤은 춤대로,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즐길 수 있었을텐데. '취하지 않을거면 술을 왜 마셔'라는 말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던 시대는 지나갔다. 분위기와 맛, 건강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무알콜 와인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측되는 2022년을 살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 알콜 도수 0.5% 미만의 무알콜 와인의 판매규모는 작년 상반기에만 43%나 급증했다. 음료시장 조사업체들은 전세계에서 무알콜 또는 저알콜 와인의 소비가 오는 2024년까지 약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콜이 없다면 포도 주스와 같은 것 아닌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효모와 양조 과정이다. 발효 등의 제대로된 과정이 없다면 와인이 아니라 포도 주스다. 진짜 무알콜 와인은 효모로 발효된 포도즙으로 양조 과정을 모두 거친 후 알콜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레드와인 한 잔은 보통 12~15%의 알콜과 약 125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같은 양이라면 무알콜 레드와인은 알콜은 0.5% 이하, 칼로리는 약 30~35로 뚝 떨어진다. 와인 업계는 건강에 더 좋은 와인, 소위 'BFY(better for you)' 트렌드에 이미 올라탔다. 이전까지 무알콜 와인이 생일 축하 케익 옆이나 장식할 싸구려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포도와 정제된 알콜 제거 방법을 앞세워 유명 와인 메이커들이 뛰어들었다. 무알콜 와인의 선두주자는 독일이다. 독일 와이너리 라이츠(Leitz)의 아인스 츠바이 제로(EINS-ZWEI-ZERO)는 무알콜 와인 중에서도 손꼽히는 브랜드다. 라이츠 자체도 라인가우 지역에서 훌륭한 생산자로 일컬어지는 곳이지만 무알콜 와인으로 최근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무알콜 와인을 로제 스파클링 와인부터 리슬링, 카버네 소비뇽까지 다양하게 생산한다. 레이츠의 아인스 츠바이 제로는 대부분이 알콜 도수가 0%며, 레드는 0.5%로 오렌지 주스와 거의 비슷하다. 라이츠는 "무알콜 와인은 결코 기존 알콜 와인과 똑같은 맛이나 깊이, 구조감 등을 가질 순 없지만 매우 유사하고, 알콜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도 무알콜 혹은 저알콜 와인에 있어 각광받는 곳이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의 경우 기존에도 서늘한 기후에서 천천히 익는 포도로 가볍고 신선함이 매력이었다. 당과 알콜을 낮추기 쉬운 여건이란 얘기다. 알콜로 줄어든 구조감과 무게를 풍부한 향으로 채울 수 있었다. 연구개발에만 1700만 뉴질랜드 달러를 쏟아붙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원도 적극적이다. 뉴질랜드 10대 와인 생산자 중 하나인 기센 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알콜 소비뇽 블랑을 출시했고, 알콜 도수를 낮춘 피노그리와 리슬링도 선보였다.

2022-01-20 13:40:1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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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2>중국 와인이 주류로?…중국의 '와인굴기'

<132>중국 100대 와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서클링이 '중국의 100대 와인'을 선정해 내놨다. 와인 애호가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국의 100대 백주라면 모를까 중국의 100대 와인이라니. 먼저 중국이 와인 생산국이었는지에 대한 의문. 예를 들어 그런거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역 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와인 생산국이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의미있는 수준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사실 중국은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 6위 생산국이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규모 정도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일단 와인 생산이 가능한 기후과 조건을 갖춘 곳들이 많다. 글로벌 와인 브랜드들이 향후 잠재력 있는 와인 생산지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정부 역시 적극적이다. 중국 내 최대 와인 생산지인 닝샤 지역에서만 오는 2035년까지 와인 6억병 가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각종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와인 6억병은 프랑스 보르도의 연간 생산량이다. 양적 조건 다음은 100대 와인을 경합할 정도로 중국의 와인이 질적으로 성장했는가에 대한 의문. 한국에선 중국 와인을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중국 와인은 종주국 유럽으로 수출될 정도로 맛 역시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꼽히는 닝샤 와인의 경우 각종 와인 품평회 등에서 400개 이상의 상을 받았을 정도다. 제임스 서클링 테이스팅팀은 지난 1년간 거의 300 종류에 달하는 중국산 와인을 시음해 이번 순위를 선정했다. 처음으로 발표된 중국의 100대 와인에서 1위로 꼽힌 곳은 바로 가나안 와이너리(Kanaan Winery)의 대표 와인인 크레이지 팡 2019년 빈티지다. 크레이지 팡은 닝샤에서도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성과 세련된 집중도를 보여주며, 타닌은 탄탄하지만 매끄럽다. 지금 바로 마셔도 좋지만 좀 더 숙성시켜도 될 와인이다. 2대째 가나안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왕 팡은 "2019년은 6월에는 비가 충분히 내린 반면 7, 8월에는 강수량이 적었다"며 "포도 자체가 좋았고, 높은 집중도도 2019 빈티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위는 아오윈 샹그릴라(AO YUN SHANGRI-LA) 2017 빈티지다. 모엣 헤네시가 중국 윈난 지역에서 진출해 만들면서 탄생부터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다. 카버네 소비뇽과 카버네 프랑에 시라, 메를로, 쁘띠 베르도 등을 섞어 만들었다. 신선함과 우아함, 균형감을 잘 갖춘 것은 물론 매끄러운 타닌도 특징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빈티지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한화로 약 30~40만원선이다. 이밖에 로스차일드 가문이 중국에 진출해 세운 와이너리 롱다이의 추산 2019년 빈티지, 헬란 칭수에 와이너리의 지아베이란 그랑 리제르바 2017년 빈티지 등으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100대 와인에는 화이트 와인도 일부 이름을 올렸지만 품종은 대부분 샤르도네였다.

2022-01-13 13:55: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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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1>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는 어디

<131>세계 최고의 와이너리(World's Best Vineyards) 2019년 9월.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여행에 네 살배기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을때 모두가 말렸다. 어릴 땐 1년이 다르니 정 그렇게 가고 싶으면 다음해에 가라고들 했다. 유모차를 밀고 끌고 다녀야 했지만 네 살 아이는 나파밸리의 햇살과 포도를 실컷 맛보고, 어른들은 와인을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는 불과 석 달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지배하고 하늘길은 닫혔다. 모두들 깨달았다. 이런저런 때와 조건을 따지기 보단 떠날 수 있을때 떠나야 한다는 것을. 올해 언제든 팬데믹으로 굳게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면 무조건 바다 건너 첫 행선지는 와이너리다. 세계 와인전문가와 여행전문가 600명이 투표를 통해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World's Best Vineyards)를 선정했다. 최고의 와이너리로 꼽힌 곳은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위치한 주카르디 발레 데 우코(Zuccardi Valle de Uco)다. 무려 3년 연속이다. 주카르디 발레 데 우코는 웅장한 석조 건물로 우코 밸리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의 목표는 완벽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떼루아를 가장 잘 표현 하는 것이다. 처음 포도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돌을 치워야 했지만 이 역시 와인과 와이너리에 그대로 표현됐다. 대표 품종인 말벡을 비롯해 카버네 소비뇽, 카버네 프랑, 템프라니요, 샤도네이 등으로 만든 와인을 맛 볼 수 있다. 2위는 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이다. 1858년에 설립됐으며, 최초의 리오하 와인이 병입된 곳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리오하 와인인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황금색 철사 그물로 와인병을 감싸기 시작한 곳도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호텔은 지하 와인 창고 위에 들어서 있다. 티타늄 지붕의 반짝이는 빛은 와인의 즐거움을, 핑크빛은 와인의 색을, 골드빛은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황금 그물을, 실버빛은 와인의 캡슐을 상징한다. 3위는 와인 종주국 프랑스다. 5대 1등급 와이너리 가운데 한 곳인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다. 메독의 베르사이유라고도 일컬어 지는 곳으로 부지면적만 265헥타르로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이다. 100년된 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길을 지나면 와인 레이블에 그려진 그림같은 성을 만나게 된다. 19세기에 당시 유명한 건축가였던 루이 콩보가 설계한 건물이다. 4위는 와인 애호가들도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우루과이다. 바로 보데가 가르손(Bodega Garzon)이다. 사실 우루과이도 지리적으로 보면 칠레나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호주 등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들과 위도가 같다. 보데가 가르손은 2016년에 문을 연 신생 와이너리지만 존재감은 가볍지 않다.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화강암 토양이 그대로 녹아들며 이름을 날리고 있고, 2200헥타르에 달하는 와이너리 부지는 훼손되지 않은 자생림을 비롯해 생물학적 다양성을 자랑한다. 칠레 몬테스 와이너리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 아르헨티나 카테나 자파타, 칠레 비냐 빅, 스페인 곤잘레스 비야스 보데가스 티오 페페,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레에이션 등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와이너리를 가장 먼저 갈 것인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2022-01-06 14:39:3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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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30>2022년은 아무 근심 걱정없이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라틴어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란 의미다. 올 한해를 '홈(Home)'과 '혼(혼자)'으로만 견뎌야 했던 모두에게 건네는 와인 건배사다. 내년엔 부디 "돌체 파 니엔테". 사실 이 문구는 미국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로 손 꼽히는 '파 니엔테'에서 나왔다. 황폐화됐던 와이너리를 정비하던 중 건물 전면 돌에서 발견된 문구는 그대로 와이너리의 이름이 됐다. 파 니엔테는 와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인 '아무 근심, 걱정 없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와인 스타일로도 그대로 구현됐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파 니엔테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이트 와인이다. 부드럽게 그을린 오크 풍미가 풍부하고 둥글게 모아지는가 하면 단단하면서도 잘 짜여진 구조로 균형감도 뛰어나다. 바로 마셔도 신선한 과일 느낌과 안정적인 균형감이 돋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감과 무게감, 깊이가 더해진다. 연말 감사 인사를 전할 소중한 이가 있다면 수호천사가 그려진 '몬테스 알파 엠'이다. 칠레 몬테스의 모든 와인에는 천사가 그려져 있다. 바로 몬테스 공동 창립자 중 하나인 더글라스 머레이의 수호천사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는 몬테스 와이너리를 처음 세웠을 당시 곁에서 늘 자신을 지켜주었던 천사로 몬테스의 상징을 만들었다. '몬테스 알파 엠'은 칠레 와인 중에서도 프리미엄 와인으로 꼽힌다. 칠레 대통령의 방한 당시 만찬주로도 유명하다. 카버네 소비뇽에 카버네 프랑과 메를로 등을 섞어 전형적인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아주 진한 루비색에 붉은 색 과일과 후추의 향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장기간 숙성도 가능하다. 올해 지나간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 잔 하기엔 '풋 프린트 쉬라즈'가 제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에서 쉬라즈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검은 후추와 베리류, 감초와 삼나무의 향이 복합적이고 진하게 느껴져 로스트 비프나 오리요리, 블루치즈 등과 잘 어울릴 맛이다. 내년 나아갈 길을 찾는다면 나침반이 그려진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루피노 모두스'다. 루피노는 이탈리아 왕실이 지정한 공식 와이너리로 첫번째 끼안티 DOCG (보증번호 #AAA00000001)로 인정받은 곳이다. 모두스(Modus)는 라틴어에서 온 이름으로 '방법'을 뜻하며, 전면에 그려진 나침반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포도와 태양, 나무, 토양, 시간의 균형을 표현했다. '루피노 모두스'는 산지오베제에 카버네 소비뇽과 멀롯을 섞어 만들었다. 와인의 기본이 된 산지오베제는 체리의 향과 세련된 질감을, 멀롯은 블랙 베리의 향과 섬세한 민트의 향을, 마지막으로 카버네 소비뇽은 와인의 구조감을 세우며 각각의 품종이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 줬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12-30 09:01: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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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9>"올해도 수고했어"…나를 위한 최고의 와인

올해가 가기 전 잊지 말고 차려야할 와인상이 있다. 2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팬데믹 속에서 그 누구보다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서다. 최고의 와인들로만 차려볼 작정이다. 먼저 레드 와인의 대표주자 카버내 소비뇽과 화이트 와인의 대표주자 샤도네이의 제왕으로 불리는 와인들이다.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은 잘 익은 과실미로 응축력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직설적인 힘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듯 하지만 실크와 같은 타닌이 세상 유연하다. 목넘김 후에도 여운이 한참을 간다. 투박한데 귀족적인 매력은 모든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의 전설이 됐다.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은 나파밸리에서도 산악지대부터 평지까지 다양한 테루아의 포도밭 여덟 곳에서 카버네 소비뇽을 경작해 섞는다. 복합성과 함께 빈티지 기복없이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양조과정에서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스타일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한다. 와인이 지니고 있는 힘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스테이크나 숯불갈비 같이 소스를 곁들인 육류 요리는 물론 한식과도 두루 어울린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샤도네이의 제왕'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좋은 샤도네이의 3가지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섬세한 꽃향기와 풍부한 과실의 풍미, 미네랄이다. 사실 그르기치 힐스는 미국 와인의 위상을 바꿔놓은 '파리의 심판'으로 더 유명하다. 당시 세계 최고로 꼽혔던 부르고뉴의 명 화이트 와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샤또 몬텔레나의 와인메이커가 바로 그르기치 힐스의 설립자 마이크 그르기치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밸리 샤도네이는 서늘한 카르네로스와 아메리칸 캐년에서 재배한 샤도네이로 만든다. 부르고뉴 샤도네이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만 산도를 보존하기 위해 젖산발효는 하지 않는다. 덕분에 신선한 산도와 섬세한 꽃 향기, 레몬과 라임, 복숭아, 바닐라 등의 아로마가 생생하게 표현된다. 장기 숙성도 충분히 가능하며, 돼지고기나 치킨 같은 육류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의 와이너리 라 크레마는 '최고의 와인(La Crema Vinera)'이라는 뜻이다. 소노마 코스트 AVA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100%로 만든다. 소노마 코스트 AVA는 태평양 연안의 산악 지형이라는 특성에 연중 해양성 안개의 영향이 더해져 좋은 피노누아의 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는 레드 체리와 석류, 다양한 베리류, 토스트 등을 느낄 수 있다. 매끄럽게 표현되는 타닌과 균형잡힌 산도가 입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낸다. 가금류나 스테이크, 치즈와 먹기 좋다. '슈레이더 더블 다이아몬드 카버네 소비뇽'는 레이블에 최고의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를 2개나 쾅쾅 박아놨다. 강렬한 과일미와 이국적인 향신료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첫 맛은 화려하며 매혹적인 동시에 실크같은 탄닌이 어우러져 복합적이다. 바로 먹기도 좋지만 셀러에서 3-5년 정도 묶었다면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기류라면 대부분 잘 어울리고, 다진 고기를 듬뿍 넣은 볼로네제 파스타와 먹어도 좋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12-23 13:29:4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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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8>'집콕' 홈파티라도 이 와인만 있다면

연말에, 크리스마스까지 다가왔다. 다시 시작된 '집콕'과 '홈파티'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와인이 빠질 리 없다. 크리스마스 와인으로 먼저 손 꼽히는 것은 '크리스마스 아스티 DOCG'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생산된 크리스마스 아스티는 모스카토로 만든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청포도 뿐 아니라 레몬, 라임과 같은 상큼한 과일 풍미에 과하지 않은 달콤함이 어우러져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볍게 와인만 즐겨도 좋고, 각종 샐러드는 물론 생크림 케익과 레몬 타르트, 마들렌 등 크리스마스 디저트와 모두 어울린다. 다음은 아기예수와 교황의 와인이다. '부샤 뻬레 에 피스 빈 드 랑팡 제쥐' 와인 라벨에는 아기 예수가 그려져 있다. 이야기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와이너리 소유주이던 카르멜파 수도회가 아기를 갖지 못했던 앤 여왕에게 "루이 14세를 출산할 것이다"라고 한 예언이 적중했다. 이를 두고 랑팡 제쥐(l'Enfant Jesus), 번역하면 아기 예수의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와인은 부르고뉴 꼬뜨 드 본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질감이 마치 아기의 피부와 같이 곱고 매끈해 한 번 마셔보면 아기 예수의 와인이란 이름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세련된 풍미도 더해져 크리스마스를 맞아 칠면조 요리와도 마시기 어울리며,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샤또 라 네르뜨 샤또뇌프 뒤 빠쁘 루즈'는 교황의 와인으로 일컬어지는 샤또뇌프 뒤 빠쁘에서도 교과서로 불리는 와인이다. 샤또뇌프 뒤 빠쁘에서 가능한 13가지 품종을 모두 사용했으며, 탄닌이 많은 시라와 와인의 뼈대를 담당하며 장기숙성력이 높은 무흐베르드의 비율이 높아 구조감이 좋다. 숯불갈비나 불고기와 같은 양념고기와 잘 어울린다. 연말 저녁엔 별이 총총 뜬 밤이 그려진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돈나푸가타 밀레 에 우나 노떼'도 제격이다. 밀레 에 우나 노떼는 천하루의 밤 (Thousand and one nights)이란 뜻으로 천일야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와인의 레이블에는 시칠리아로 피난 온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궁전과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영감을 받은 반짝이는 별이 그려져 있다. 지역의 전통적인 품종인 네로 다볼라에 쁘띠 베르도와 시라를 섞었다. 레드 체리와 감초를 연상하게 하는 풍미가 매력적이며, 20년 이상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굽거나 훈제된 소고기 요리에 잘 어울린다. 올해 와인 쇼핑 리스트엔 포트 와인도 올려보자. 포트는 포르투갈의 주정강화 와인으로 알콜 도수가 17~21%로 높다. 발효 중간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첨가해 잔류 당분 높고, 알콜 함량이 17~21%로 높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날부터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가족들과 함께 포트 와인과 케익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 '다우 20년 숙성 토니 포트'는 숙성 토니 포트의 완벽한 예로 꼽힌다. 향긋한 과일 풍미에 구조감은 뚜렷하고, 단 맛이 강한 포트 와인이지만 뒷맛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단 맛에 말린 과일이나 과일 케이크,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와인으로 많이 마시지만 살짝 차가운 온도면 식전주로도 훌륭하다. 알콜 도수가 높다보니 오픈 후 한 달까지도 보관하며 먹을 수 있다. 지금 오픈해도 올해 마지막 날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12-16 13:26: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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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7>2021년 올해의 와인은…미국·이탈리아의 약진

해마다 와인애호가들의 연말은 전세계 와인 평론 매체에서 내놓는 100대 와인들로 시작한다. 혹여 셀러에 쟁여놓은 와인이 순위에 올라있거나, 반대로 망설이다 놓친 와인이 좋을 평가를 받았다면 이내 희비가 교차한다. 그도 그럴것이 100대 와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와인 가격이 뛰고, 물량은 동이 난다. 올해는 전통 강자 프랑스보다는 미국과 이탈리아 와인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역대급 빈티지라는 2016년 와인이 시장에 풀리면서 줄줄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와인스펙테이터가 꼽은 올해의 최고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의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2018'이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올해 1만2500개의 와인을 시음하고 순위를 매겼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와인마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지만 순위는 꼭 점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점수로 나타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은 물론 와인에 담긴 스토리까지 합산된다. 실제 1위의 점수는 97점으로 2위 와인의 점수 98점보다 낮다. 도미누스 와이너리의 소유주 크리스티안 무엑스는 보르도의 유명한 무엑스 가문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했다. 보르도와 캘리포니아의 장점이 잘 조화된 와인을 만든다는 평을 받는다. '도미누스 에스테이트 2018'은 균형감 있는 절제된 과실미와 함께 온화했던 빈티지를 그대로 반영해 해당 지역의 와인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혔다. 나파밸리의 '하이츠 까베르네 소비뇽 오크빌 마타스 빈야드 2016' 역시 3위에 올랐다. 하이츠 와이너리만의 전통인 병입전 장기간 숙성 등으로 신선하고 순수한 과실의 매력을 보여줬다. 2위는 '샤토 피숑 롱그빌 라랑드 2018'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체면을 세웠다. 카버네 소비뇽과 멀롯, 카버네 프랑, 쁘티 베르도를 섞어 만들었다. 전설적인 빈티지인 1982년과 1959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레 끼우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2016', '까발로또 바롤로 브리꼬 보스키스 2016'가 각각 5, 8위로 10위 안에 들었다.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의 순위 선정 기준은 품질이 우선이다. 이번에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와인은 모두 98점 이상을 받았다.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 2만5000병에 달하는 와인을 시음하고 순위를 매겼다. 역대 최대치다. 물론 제임스 서클링혼자가 아닌 시음팀이 있었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하루 70병 시음은 대단하다.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 아르헨티나와 호주, 캘리포니아, 이탈리아, 뉴질랜드부터 2018 빈티지 보르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화이트 와인 등 다양한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1위 와인은 뉴질랜드의 '쿠뮤 리버 샤도네이 쿠뮤 마테스 빈야드 2020'다. 올해의 와인으로 화이트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질랜드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품종이 기존 강자 소비뇽블랑이 아닌 샤도네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은 피노누아나 소비뇽블랑이라고 여기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뉴질랜드의 샤도네이가 세계적인 수준이며, 프랑스 부르고뉴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바론 리카솔리 그란 셀레지오네 체니프리모 2018', 독일의 '된호프 리슬링 나헤 헤르만숄레 GG 2020', 호주의 '마운트 메리 야라 밸리 퀸텟 2019', 미국의 '오베르 샤도네이 나파 밸리 슈가 샤크 에스테이트 빈야드 2019'가 2~5위로 선정됐다.

2021-12-02 13:38:18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