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6>중국 와인이 모엣샹동에 대적?…"충격적인 도전자"

<206>세계 와인 브랜드 가치 톱 10 장유(張裕·Changyu)와인이 펜폴즈(Penfolds)는 물론 돔 페리뇽(Dom Perignon)도 제쳤다. 와인 브랜드 가치로 매긴 순위에서 말이다. 그냥 제친 것이 아니라 1위를 차지한 모엣샹동(Moet & Chandon)을 거의 따라잡을 수준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뒤쳐졌다는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과 호주 와인 대표선수인 펜폴즈는 많이 들어봤는데 장유와인은 생소하다. 영국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3년 와인&샴페인 브랜드 가치 순위 10'에 따르면 세계 1위를 차지한 곳은 브랜드 가치 13억 달러에 달하는 프랑스 모엣샹동이다. 환산하면 한화 약 1조7130억원 규모다. 작년과 비교해 브랜드 가치가 10% 감소했지만 3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와인 산업 내에서는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고급 샴페인이 일부 타격을 입었다"며 "까다로운 재배 여건과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들이 저가의 스파클링 와인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부문별로 보면 샴페인의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톱 10 중에서는 모엣샹동을 비롯해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와 돔 페리뇽 등 샴페인만 브랜드 가치가 작년보다 떨어졌다. 2위는 바로 와인애호가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장유와인이다. 브랜드 가치 약 12억 달러로 평가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가치가 33%나 뛰었다. 사실 장유와인은 중국의 최대 와인 생산자다. 중국 와인에 대한 인지도가 워낙 낮아 그렇지 1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고, 규모만 해도 세계 4위 수준인 곳이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악재는 오히려 장유와인의 강점을 더 부각시켜줬다. 38개국 1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장 조사에서 장유와인은 몇 년간 중국의 내수시장 침체를 견뎌낸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장유와인은 팬데믹 기간에도 더 젊고, IT 기기 사용이 능숙한 온라인 소비층을 공략해 성과를 냈다. 여기에 중국 와인 시장의 규모와 향후 성장 잠재력을 더해보자.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와인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도전자(a shock challenger)"라고 평한 이유다. 브랜드 가치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3곳 가운데 마지막은 샹동(Chandon)이다. 국가별로는 호주 와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톱 10 안에 들어간 호주 와인은 펜폴즈와 베린저(Beringer·8위)',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10위) 등이다. 특히 펜폴즈는 작년보다 브랜드 가치가 48%나 급증하면서 와인&샴페인 브랜드 중 가장 빨리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브랜드파이낸스는 "펜폴즈는 소비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택해 지난해 처음으로 호주산 와인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프랑스와 캘리포니아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출시했다"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칠레 와인으로는 콘차이토로(Concha Y Toro)로 브랜드 가치 약 4억 달러로 9위에 올랐다.

2023-08-10 14:46:1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5>와인 한 잔으로 동안피부

<205>와인과 건강 건강 얘기를 할 때는 와인을 좋아한다는 점이 그래도 유리했다. 백해무익이라는 흡연보다는 '적당히'란 단서를 붙여야 하지만 음주가 나았고, 술 중에서도 와인은 심혈관 질환에 대해 예방효과가 있다는 프렌치 패러독스로도 잘 알려졌으니 말이다.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해줄 연구결과들이 줄줄이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진은 특정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탄력과 수분 유지 등으로 피부 노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40~67세의 여성 참가자를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집단은 6주 동안 매일 무스카딘 품종의 와인을 두 잔씩, 다른 집단은 같은 양의 위약 음료를 마셨다. 3주간의 휴식기를 가진뒤 참가자들은 서로 음료를 바꾸어 다시 6주 동안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북미가 원산지인 무스카딘 포도 품종은 짙은 자주색으로 온난다습한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 항산화제의 일종인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무스카딘 품종으로 만든 와인에서는 잘 익은 열대과일이나 핵과일의 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연구 결과 와인을 마신 참가자들의 경우 피부의 수분이 잘 유지되면서 탄력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안토시아닌, 미리세틴 등과 같은 무스카딘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은 피부 쳐짐의 원인이 되는 프로테아제 활성을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인에서 알코올을 제거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알코올이 함유된 와인을 통해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피부탄력을 개선한 요인이 폴리페놀 성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알코올을 제거하지 않아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레드와인에도 많이 들어있는 퀘르세틴을 포함한 플라보놀 성분이 몸이 노쇠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와인 말고도 블랙베리류와 사과, 토마토를 비롯해 다크 초콜릿과 녹차 등에도 들어있다. 미국임상영양학저널에 따르면 매일 플라보놀 10㎎을 섭취하면 노쇠 현상을 겪을 확률이 20% 감소했다. 특히 하위 그룹인 퀘르세틴을 매일 10㎎ 섭취하면 노쇠 예방 효과가 크게 높아졌다. 음주자와 비음주자 가운데 누가 더 장수할까. 비교해봤더니 차이가 없었다. 하루 평균 최대 3잔의 와인(알코올 45g)을 마신 남성과 2잔의 와인(알코올 25g)을 마신 여성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들과 수명이 거의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알코올이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았지만 반대로 한 두잔의 와인이 수명을 늘려주지도 않았다. 다만 과음(남성의 경우 하루에 약 3잔 이상, 여성의 경우 2잔 이상)은 조기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역시 음주자들의 평생 숙제는 '적당히'인 셈이다. 미국은 권장 알코올 소비량이 남성의 경우 하루 2잔, 여성의 경우 하루 1잔이며, 캐나다는 이보다도 훨씬 적은 주당 2잔 이하다.

2023-07-27 13:32:47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4>와인 한 잔? 와인 한 캔!

<204>캔 와인 한 남성이 이제야 겨우 발견했다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와인 오프너를 빌리기 위해서다. 돗자리를 깔자마자 와인병부터 꺼내 코르크 마개를 빼내는 것을 봤나보다. 올해 이른 여름 휴가로 유럽에 갔을 때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아래 넓게 펼쳐진 풀밭 위에 많고 많은 이들이 피크닉과 와인을 즐기고 있었지만 와인오프너를 찾긴 힘들었다. 간편하게 돌려따면 되는 스크류캡 와인을 준비해 오던지 아니면 노점 행상으로부터 아이스박스 얼음물에 담긴 캔와인이나 맥주를 사먹었다. 와인종주국이라는 프랑스도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었다. 묵직한 와인병에 와인 오프너를 돌돌 밀어넣고 있자니 구석기 유물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몇 년 전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으로 보였던 캔 와인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니 기존의 편리함에 다양함과 퀄리티까지 더해졌다.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캔 와인의 매출은 지난 2021년 2억3570만 달러다.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캔 와인 매출은 오는 2028년 5억7000만 달러 안팎까지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캔 와인의 절대적인 매력은 간편함이다. 작은 크기에 캔의 가벼움을 이길 수 있는 소재는 별로 없다. 특히 피크닉이나 캠핑에서 즐기자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도 있다. 용량도 300㎖ 안팎으로 부담도 없다. 와인오프너를 챙길 필요도 없고, 와인잔에 마실 상황이 안되면 그냥 캔채로 마셔도 상관없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용기만 바꿨는데 같은 품질의 와인을 보통은 절반 가격, 싸게는 3분의 1 가격에도 살 수 있다. 와인 산업 역시 전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유리가격은 두 배로 뛰었고, 그마저도 조달하지 못해 수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환경적으로도 유리하다. 와인 산업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의 40%는 병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모든 병의 약 30%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캔은 최대 70%는 재활용된 것으로 만들며, 가벼우니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 많은 이점에도 캔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 망설이게 하는 것은 품질이 낮을 것이란 편견이다. 와인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WS)가 60여종의 캔 와인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더니 절반 가량이 100점 만점에서 85~89점을 받았다. 기존 병 와인에 뒤지지 않는 좋은 점수다. 가격대로 보면 캔당 가격이 10달러 이상인 와인은 평균 86.25점, 10달러 미만은 평균 84점이었다. 가장 높은 90점을 받은 화이트 와인은 375㎖짜리 한 캔에 11달러에 불과했다. 병에 넣을 와인을 용기만 유리에서 캔으로 바꾼 곳도 많으며, 캔 전용 와인도 품질을 높이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다니며 대표 품종으로 캔 와인을 선보이는 곳도 생겨났다. 아처 루스는 캔 와인으로 스파클링 와인은 이탈리아 베네코, 로제 와인은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 말벡 와인은 아르헨티나 멘도자에서 생산한다. 맥주로 생각해보자. 놀러갈 때 페트병이나 캔맥주를 준비하지 병맥주를 바리바리 싸가지 않다. 와인도 그런 시절이 올까.

2023-07-20 13:33:0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3>눅눅함도, 더위도 날려줄 와인은

<203> 여름 휴가 와인 역대급 장마에 무더위까지 예고됐지만 낮술도 눈총받지 않을 휴가의 계절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장마의 눅눅함을 날려주기엔 스파클링 와인이 제격이다. '자르데또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NV'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다. 맑은 오렌지 빛깔에 매끄러운 기포의 질감이 매력이다. 잘익은 사과 등 신선한 과일에 꽃향기까지 어우러지며, 신선한 산도로 마시고 나면 기분좋은 여운이 입 안에 남는다. 사각거리는 버블이 바삭한 튀김요리와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며, 피자나 크림 소스로 요리한 조개류와 먹기도 좋다. 샴페인이라면 휴가지에서든 무더운 날 집에서든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로제'는 프랑스 샹파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 가지고 만든다. 연어색 핑크빛으로 섬세한 기포는 실 줄기처럼 지속된다. 섬세하면서 우아하다. 봄날 장미 꽃잎 향과 함께 산딸기, 레몬 등의 향이 복합적이다. 신선하지만 실크 처럼 입안에서 녹는 느낌으로 구조감도 풍부하다. 식전주로 좋으며, 스시나 사시미 등과도 잘 어울린다. 바닷가를 찾았다면 화이트 와인부터 차갑게 쟁여두자. 더위를 식히며 와인만 한 잔씩 하기도 좋고, 바닷가 해산물과 먹기에도 더할 나위가 없다. '라 크레마 몬터레이 샤도네이'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가에서 만들어 과실미와 산도, 미네랄을 모두 잘 느낄 수 있는 균형잡인 와인이다. 구운 사과와 파인애플의 향이 감돌고, 브리오슈의 고소함도 느낄 수 있다. 과즙 많은 배의 향긋하고 신선함과 함께 상큼한 산도는 중심을 잘 잡아준다. '돈나푸가타 리게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인 지비보 100%로 만들었다. 아카시아 꿀과 꽃, 카라멜 등 지비보만의 화사한 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돈나푸가타 리게아는 리치같은 열대 과일, 삼나무의 매력적인 향까지 느낄 수 있다. 이국적인 맛과 풍성한 미네랄, 신선함으로 해산물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같이 마시기 좋다. '킴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블랑'은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의 대표주자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구스베리와 자른 풀 향기가 매력적이며, 잘 익은 과일의 느낌과 적정한 산도가 잘 조화를 이룬다. 입안을 편안하지만 은근히 채워주는 스타일의 와인이라 식전주로 특히 훌륭하다. 샐러드는 물론 모든 종류의 해산물과 어울린다. 여름이라고 레드 와인이 빠질 순 없다.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레드와인으로 고르면 된다. '꼬뜨 뒤 론 루즈 빠할렐 45'는 휴가철 빠질 수 없는 구운 고기는 물론 진하고 매콤한 양념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자두, 체리 등의 붉은 과실이 진한 양념을 더 맛깔나게 해주며, 둥근 탄닌은 편안하면서도 입 안을 꽉 채워준다. 빠할렐 45는 북위 45도라는 말로 론의 북부와 남부로 가르는 경계다. 폴 자불레의 와인 저장고도 여기에 위치했다. 폴 자불레 와이너리의 가장 기본급 와인이지만 프랑스 남부 론 지역의 개성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7-13 14:05:08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2>한 풀 꺾인 와인 시장?…슈퍼리치 "와인 더 사겠다"

최근 5년 수익률 최고 76.8%. 반면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은 좋아봐야 2.0%, 최저 -12.3%. 투자자산의 성적표가 이렇다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상승세가 꺾였으니 서둘러 남은 것마저 팔아치우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가격이 내린 것을 기회로 여겨야 할지 말이다. 코로나19 불황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와인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실 지난 십 여년간 와인은 전례없는 호황기였다.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주식을 비롯해 원자재나 슈퍼카, 명품보다 가격이 더 들썩였다. 와인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역과 종류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와인 가격이 내렸다. 지난 5년간 80% 가까이 뛰면서 전체 와인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겼던 샴페인과 부르고뉴 와인도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슈퍼리치들은 공포가 아닌 기회를 봤다. 와인투자회사인 와인캡이 미국의 고액자산가(HNW)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인 92%가 내년에 고급 와인에 더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체 투자 자산으로 슈퍼카(64%)와 예술품(54%)은 물론 보석(78%) 등보다 투자 수요가 많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와인에 대한 투자 비중은 더 확대됐다. 슈퍼리치 가운데 절반에 가까은 45%가 고급 와인에 투자하고 있었고,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안팎이었다. 와인캡이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슈퍼리치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들은 96%가 내년 와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에서도 60%는 투자 비중이 상당 부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와인 다음으로는 시계(86%)와 명품 핸드백(80%)을 꼽았다. 당장은 인플레이션이 와인 시장에 불황을 몰고 왔지만 역사적으로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와인캡은 "전쟁과 전염병, 정치적 대립, 인플레이션, 기후 위기까지 경제 불황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와인은 원인을 불문하고 가치가 상승해 왔다"며 "고급 와인이 새로운 '금'이 될 것으로 보는 경제학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유럽이 위기를 맞을 때는 아시아나 미국의 투자자들이 와인을 사들인다"며 "와인의 경우 글로벌 자산으로 개별 나라나 지역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제 와인업계와 와인 애호가들의 눈은 보르도를 향하고 있다. 보르도 특유의 선물 거래 시스템인 엉프리뫼르(En Primeur)에서 2022년 빈티지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될 지를 보기 위해서다. 이견이 없을만큼 좋은 빈티지라지만 일부 와이너리들이 20%나 높게 책정한 가격을 시장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리벡스는 "와인과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와인 시장의 가격 변동성 역시 이전보다 확대됐다"며 "올해 보르도의 엉프리뫼르는 와인 업계 입장에서 보면 좋은 품질과 높은 가격 사이에서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7-06 13:50:01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1>와인, 오래 묵힐수록 좋다고?

<201>마궁와세 ④와인 숙성 "아이들의 탄생빈(출생 연도+와인 빈티지)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요?" 와인이란게 그렇다. 한 번 시작을 하면 점점 더 맛있는, 다른 말로 하면 좋지만 가격도 비싼 것을 찾게 되고 기념일에 함께 하고싶은 와인이 생긴다. 문제는 와인의 가격이 아깝지 않을만한 기념일은 현재와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점이다. 아이가 태어난 해를 기념해 같은 연도에 만들어진 와인을 샀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무려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추천을 받아 샀더라도 그 와인이 실제 20년간의 세월을 견뎌줄 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마실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지는게 와인의 세계다. 이번 '마궁와세'의 주제는 와인의 숙성이다. 먼저 고정관념부터 깨고 들어가야 한다. 와인은 숙성할 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변해간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말이다. 와인은 다 만들어져 병입되서도 복잡미묘한 변화가 계속된다. 레드 와인이라면 보라색에 가깝게 짙은 색은 옅어지고, 단단하고 거친 부분은 둥글어진다.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포도 품종부터 생산된 해의 기후나 환경에 따라 정해진다. 보르도의 엉프리뫼르처럼 와인 전문가들은 잘 숙성되면 어떤 맛일지, 언제 마시는게 가장 좋을지 예측한다. 만약 오래 숙성해서 좋을 와인이라면 매력 포인트가 다를 뿐 바로 마셔도 당연히 맛있다. 만든지 얼마 안된 와인이라면 밝고 신선한 과실미가 매력일테고, 수 년 동안 숙성됐다면 복합적이고 2차 숙성에 따른 흙내음과 가죽의 향까지 느낄 수 있게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의 입맛에는 오래 숙성한 와인이 맞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일반적인 경향이다. 실제 소위 '5대 샤또'라고 불리는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와인의 시음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장 오래된 빈티지가 1964년이었고, 1978년, 1983년 와인들도 있었다. 한 병에 수 십만원, 많게는 백만원에 달하는 와인인데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호평을 하는 이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와인의 맛은 꿈꿔왔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수십만원을 지불할 만한 값어치가 있냐는 물음이 나왔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하나의 조언은 일반적으로 오래된 와인에서는 오래된 맛이 난다는 것. 오래 묵혀둘 수 있는 와인은 소수일 뿐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와인 자체의 숙성 잠재력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보관이다. 직사광선이 없고, 진동도 없는 상태에서 온도는 약 12도 안팎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창고나 싱크대 밑에서 오래된 와인 한 병을 발견했다면 아마도 마실 와인이 아니라 그냥 기념품으로만 간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한 기념일 와인을 찾는다면 포트와인처럼 태생부터 장기 보관을 고려한 주정강화 와인이 답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자녀의 '탄생빈'으로 포트와인을 사놨다가 성년식이나 결혼식과 같은 기념일에 같이 마시곤 했다. 강한 단맛에 탄닌,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녔으니 맛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또 다른 고려사항이다. 역시나 와인은 많이 마셔보는 것이 답이다.

2023-06-22 13:10:05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200>한 여름 바베큐에 로제와인…만능 '로제'의 매력

<200>로제와인 글로벌 톱10 캠핑이든 가벼운 주말 1박 여행이든 빠질 수 없는게 바로 고기 굽기다. 고기엔 레드와인이란 단순한 명제를 따라 진득한 까버네 소비뇽이나 시라를 함께 했더니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뭔가 텁텁하고, 그렇다고 차갑게 얼음물에 재워둔 소비뇽 블랑을 마시자니 뭔가 싱겁다. 음식과 와인의 궁합, 마리아주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굽는다면 까버네 소비뇽이나 시라 품종의 와인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양념 고기라면 소스에 따라 진판델이나 산지오베제, 또는 산도와 달콤함이 어우러진 리슬링도 좋다. 닭고기나 생선, 아니면 채소를 불판 위에 올렸다면 소비뇽 블랑이나 피노 그리지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재료들을 모두 어우르는 와인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로제 와인이다. 로제와인은 적포도로 만들어 색이 붉은 빛을 낸다. 그런데 양조할 때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듯이 빠르게 압착해 만들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고기는 물론 잘 익은 김치까지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니 그야말로 '만능'이다. 로제의 위상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 예쁜 빛깔 만을 내세워 이벤트용이거나 와이너리에서도 구색 맞추기로 취급받았다면 지금은 화이트와인의 섬세함에 레드와인의 매력이 더해져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마스터 오브 와인(MW)과 마스터 소믈리에 등이 '글로벌 로제와인 마스터'로 꼽은 와인들은 로제의 전통 강자인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와 랑그독 와인이 상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탈리아 투스카니와 뉴질랜드 말로보까지 지역도 넓어졌고, 가격도 1~2만원 선부터 몇 십만원까지 다양했다. 이제 로제와인도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글로벌 마스터는 대부분의 와인 품평회와 달리 특정 품종 만을 대상으로 하며, 생산지 등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만 평가한다. 먼저 가성비 최고의 '메모리 드 소피 발로즈'다.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졌으며, 마스터급으로 오른 로제 와인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소피 발로즈는 19세기 후반 랑그독 지역의 와이너리에서 일했던 한 여성의 이름이다.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결국 더 나은 노동 여건을 쟁취한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다. 옅은 복숭아색을 띠며, 부드러운 복숭아와 사과, 석류 등의 과실을 느낄 수 있다. 호주 빅토리아 지역의 '디 보톨리 로제로제'는 품종 블렌딩의 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산지오베제와 시라, 메를로, 소비뇽 블랑, 그르나슈까지 들어있다. 옅은 핑크빛에 딸리와 체리, 살구 등 과실향이 가득하다. 산미는 산뜻한데 버터같은 부드러운 질감에 타닌까지 느낄 수 있다. 섬세하면서 구조감도 좋다. 가격을 좀 높이면 샤또 데스클랑의 '레 클랑'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레 클랑은 한국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 로제 와인이다. 대한항공의 퍼스트 클래스와 프리스티지 클래스에서 이 와인을 제공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복숭아에 달콤한 오렌지, 바닐라 향 등이 특징이며, 여운이 길다. 프로방스에서 고급 와인으로 이름난 도멘 오뜨의 '에뚜알'과 제라드 베르뜨랑의 '샤또 라 쏘바존 로제', 샤또 데스클랑의 '가루스' 등도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23-06-15 10:40:16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9>인플레이션을 견디는 법?…집술·홈파티!

<199>드리즐리 '2023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 인플레이션이 술잔 안으로까지 들어왔다. 더 이상 마스크를 쓸 필요도 없고, 레스토랑과 술집마다 문이 활짝 열렸지만 사람들이 다시 팬데믹 때와 같이 '집술'을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인플레이션으로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부담되는 가격으로 밖에서 한 끼, 한 잔 하느니 집에서 먹겠다는 이들이다. 드리즐리가 내놓은 '2023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4명 가운데 한 명은 올해 바(bar)나 레스토랑보다는 집에서 더 자주 술을 마실 것이라고 답했다. 드리즐리는 미국의 최대 주류배달 플랫폼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우버가 지난 2021년 인수한 곳이다. 배달 가능한 지역이 미국 내에서 가장 넓은 것은 물론 주문하면 오래 걸려봐야 한 시간 내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애주가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게다. 술에 있어서만큼은 필요한 바로 그 때,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을. 드리즐리가 올해 술을 구입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26%가 바나 레스토랑보다는 집에서 마실 술에 돈을 더 많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문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이 전세계를 강타했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집술'로 방향을 튼 사람들이 많았다. 여성 응답자는 거의 60%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바와 레스토랑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모임도 홈파티가 대세가 됐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한 잔 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보통은 근사한 곳을 예약했을 생일이나 기념일까지 말이다. 응답자의 21%가 작년보다도 올해 더 '홈파티'를 많이 열 계획이며, 주로 ▲바베큐 파티(46%) ▲캐주얼한 모임(44%) ▲연휴 모임(41%) ▲생일 파티(39%)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Z세대(34%)와 밀레니얼세대(31%) 등 '신세대'가 X세대(18%)와 베이비붐세대(12%) 등 '구세대'에 비해 올해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겠다고 답했다. 드리즐리 관계자는 "주류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 적응하면서 점차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며 "외부에서의 주류 소비는 줄이는 대신 가정에서 술을 즐기고, 모임도 집에서 가지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와인에 대한 선호도는 극명히 갈렸다. 마시려면 진한 레드와인, 아니면 아예 무알콜 와인이나 가벼운 칵테일을 선택했다. 올해 여름에 주로 마실 와인에 대해 31%가 레드와인을 꼽아 보통 여름에 더 인기를 끌었던 화이트와인(28%)이나 로제와인(17%)을 앞섰다. 또 Z세대(21%)와 밀레니얼세대(22%)는 무알콜 와인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인 등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소위 인플루언서보다 지인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응답자들의 57%가 가족이나 지인의 추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광고(14%)나 SNS 인플루언서(8%), 유명인 추천(6%) 등은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3-06-08 12:08:3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8>佛 보르도 2022 빈티지…전설의 탄생?

<198>프랑스 보르도 2022 빈티지 "보르도에서 테이스팅을 한 것이 올해로 40년째가 되지만 2022 빈티지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다. 1982 빈티지 이후로 보르도 와인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다."(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 와인애호가들의 행복한 기다림이 시작됐다. 프랑스 보르도 2022년 빈티지에 대한 의견이 속속 공개되면서다. '그레이트 빈티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전설의 빈티지'가 될 것인가. 기대에 못 미쳐봐야 그레이트 빈티지란 평가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보르도는 매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나나 호주 등과 달리 해마다 포도재배 품질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고,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2022 빈티지라면 시중에 나오기는 커녕 이제 막 배럴통 안에 담겨진 상태다. 와인 전문가들은 이런 갓 담은 와인을 맛보고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뒤의 가치가 어느 정도가 될지 평가한다. 이들의 의견은 곧 보르도 특유의 선물 거래 시스템인 엉프리뫼르(En Primeur)에서 매매가의 기준이 된다. 올해 엉프리뫼르엔 팬데믹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린 작년보다 더 많은 전문가들이 보르도를 찾았다. 특히 아시아와 미국 등에서 테이스터들이 대거 몰려왔다. 예외적인, 놀라운, 뛰어난, 특별한. 표현만 달랐을 뿐 2022 빈티지에 대한 의견은 일치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은 현대 보르도 와인의 벤치마크라 불리는 1982 빈티지와 비교했다. 역설적이게도 기대가 크지 않았던 해다. 와인 양조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의 기후였다. 서리와 우박에 이어 봄에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몇 차례 폭우까지 이어졌다.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전체적인 기온은 올라갔고 그야말로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 로낭 라보르드 회장은 "2022 빈티지는 작년 경험한 극한의 기후를 감안할 때 놀라운 기적과 같다"며 "보르도가 최근 몇 년간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와이너리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최대치로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3년 연속 그레이트 빈티지로 기록된 2018년, 2019년, 2020년은 모두 덥고 건조했다. 알코올 도수가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최적의 상태에서 포도를 미리 수확하는 등 노하우는 매년 축적됐다. 샤또 랭쉬바쥬의 오너인 장샤를카즈는 "2022년 와인은 무게감과 풍부함, 탁월한 숙성 잠재력과 함께 균형잡힌 산도까지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정말로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와인애호가들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또 있다. 맛에 대한 기대는 한껏 올라갔는데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예상한 네고시앙조차 이전 빈티지 대비 가격 상승폭이 15~25%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스펙테이트는 "2022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시장의 수요가 워낙 부진하다"며 "중국은 위드코로나 이후 경기가 둔화됐고, 미국은 달러는 강세지만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침체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2023-06-01 11:03:08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7>세계 와인 수도로 떠나는 여행

<197>GWC 세계 와인 수도 12곳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진 3년 6개월 동안 계획하고, 또 계획했던 것이 있다. 바로 와이너리로의 휴가다. 와이너리라고 해서 농장같은 곳에서 와인만 맛보다 오겠거니 하면 오해다.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역사와 경관을 자랑하는 곳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현대 건축물, 즐비한 맛집과 아이들까지 반겨주는 패밀리 투어를 운영하는 곳까지 가족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이 바로 와이너리다. 올해 여름 휴가지를 미리 준비한다면 이만한 곳이 또 없다. 글로벌 와인 네트워크인 그레이트와인캐피털(GWC)은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와인 수도를 선정했다. 현재 12곳이 있는데 그 지역의 와인 산업은 당연하고, 역사와 관광, 와인 교육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도시들이다. 먼저 유럽이다. 종주국 프랑스야 뭐 두말 할 나위없이 보르도다. 소위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은 뒤늦게 와인 양조에 뛰어든 대부분의 나라에 영향을 미쳤으니 말이다. 보르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들로 가는 관문인 동시에 프랑스에서 가장 큰 AOC(원산지 통제 명칭) 지역이기도 하다. 보르도하면 묵직한 레드와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사실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에 바로 마시기 좋은 가벼운 레드와인, 스파클링 와인, 디저트 와인 등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탈리아의 와인 수도로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베로나가 꼽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로맨틱한 도시다. 아마로네와 발폴리첼라, 소아베, 레치오토 등 이탈리아 와인만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스페인은 리오하를 즐길 수 있는 빌바오, 포르투갈은 포르투, 독일은 마인츠, 스위스는 로잔 등이 선정됐다. 미국은 수백개의 와이너리가 위치한 나파밸리다. 다양한 토양에 기후, 지형까지 와인 양조로 보면 그야말로 축복받은 땅이다. 각각 고유한 스타일과 역사를 가지고 있어 어딜 가야할 지 고민을 안겨주는 곳이다. 나파 스타일을 널리 알린 카버네 소비뇽과 샤르도네가 유명하지만 알바리뇨에서 진판델까지 30여종 이상의 다양한 품종을 경험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세계 국가 가운데서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카사블랑카밸리와 멘도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케이프타운이 와인 수도로 꼽혔다. 남호주는 애들레이드가 대표 주자다. 남호주는 호주 전체 와인의 50%가 생산되고, 고급 와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80%를 담당하는 곳이다. 애들레이드에서 차로 1시간 거리 이내에 위치한 와이너리만 무려 200개다. 전 세계 포도밭을 황폐화시켰던 해충 필록세라를 피해간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를 만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곳은 뉴질랜드 혹스베이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혹스베이는 뉴질랜드에서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2023-05-25 13:44:1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6>라면에 와인, 와인잔엔 소주

<196>드라마 속 와인 '신성한, 이혼' 솔직해질 시간이다. 먼저 얼큰하게 끊인 라면에 물컵이든 맥주컵이든 와인 콸콸 부어서 같이 마신 사람 손 들어 보자. 다음은 소주. 보이는 와인잔 하나 꺼내와 투명한 소주를 따라서 진짜 향이 달라지는지 잔을 빙빙 돌려본 사람은 나머지 손도 마저 들자.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드라마 '신성한, 이혼'을 보고서다. 피아니스트였던 이혼전문 변호사는 근사한 와인셀러에서 소주를 꺼내 와인잔에 따라마시고, 이혼을 앞둔 남자는 라면으로 쓰린 속을 달래면서 와인을 반주로 벌컥벌컥 들이킨다. 이 무슨 괴상한 조합인가 싶은데 어느새 따라하고 있고, 또 오묘하게 잘 어울린단 말이다. 병 밑바닥의 홈에 엄지손가락을 딱 끼우고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처럼 능숙하게 따른다. 와인잔을 한두 번 돌린다. 스월링이다. 코 가까이 가져다 향을 한껏 들이마시더니 맛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공기와 함께 '후루루루' 마신다. 남은 술은 마개를 꼭 닫아 와인셀러 안에 다시 넣어둔다. 소위 배운 남자의 와인 마시는 장면 같지만 와인잔을 채운 것은 바로 소주였다. "그거 알아? 소주도 디캔딩이 된다. 공기랑 싹 만나면서 목 넘김이, 캬." 승소 소식에 사무장이 소주가 달다고 하자 변호사는 잔이 예술이라며 이렇게 답한다. 공기와의 접촉면이 넓어지면 와인의 맛과 향이 더 좋아지게 된다. 디캔딩의 원리다. 소주를 따르니 특유의 알콜향이 더 넓게 퍼지며 코를 찔렀지만 뭔가 증명할 순 없는 순함과 목넘김이 있다. 작은 소주잔으로 한 입에 탁 털어놔야 제 맛이라고 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와인잔에 소주먹기도 해볼만 하다. 라면과 와인의 조합은 사무장이 만들어낸다. 별거 중인 그에게 아내는 제발 이혼만 해달라고 한다. 청양고추 듬뿍 넣은 칼칼한 라면조차 한 입 넘기기 힘든 상황인 셈. 할머니에게서 딸로 주인장이 바뀐 라면집은 잔술 메뉴가 소주에서 와인으로 바뀌었다. 한 잔에 오천원. 와인이라도 마시니 막혔던 속이 뚫린다. 아예 와인병째 받아든다. 잔당 가격이니 주인이 볼 새라 넘치기 직전까지 콸콸 따라 급하게 마신다. 와인을 마시는 장면 중에 지금까지 가장 슬펐던 것은 영화 '사이드웨이'였는데 이 드라마도 못지 않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테이블 아래 숨겨두고 슈발블랑을 콜라컵에 따라 먹는거나 라면에 숨도 못쉬고 와인을 삼키는 거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슬픔이다. 와인 네 잔에 라면 하나. 라면이 3500원인데 잔 와인값으로 2만원이 나왔다. 라면도 얼큰한 국물요리니 와인과 최상의 마리아주는 포기. 다만 같이 마실만 하냐고 묻는다면 '오케이'다. 조미료 감칠맛에 맞게 와인도 다소 진득하고 향신료 느낌의 레드와인이라면 더 좋다. 변호사는 와인잔엔 소주를 따라 마시더니 막상 와인을 마실 때가 되자 종이컵에 마신다. "신기한 거 하나 알려줄까. 이, 와인이 종이컵에도 디캔딩이 된다?" 종이컵에 편의점 앞 노상 테이블이지만 맛은 좋기만 하다. 역시 와인, 아니 대부분의 술이 그렇지만 정해진 격식보단 어떤 기분에서 누구와 함께 마시는 지가 더 중요하다.

2023-05-18 13:48:4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5>영국 대관식에 크로아티아 와인?

영국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대관식을 마치고 버킹엄 궁전으로 돌아오면서 4톤 짜리 '골든 스테이트 코치', 쉽게 말해 황금마차를 탔다.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도 치뤄냈던 이 황금마차는 무려 260년이나 된 골동품이다. 찰스3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선택한 것은 황금마차 뿐만이 아니었다. 와인이다.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서 쓰였던 것과 같은 크로아티아 트라미나츠 와인(Traminac Hrvatsko Podunavlje Premium)이 다시 와인 리스트에 올라왔다. 트라미나츠는 화이트 와인 품종인 게뷔르츠트라미너를 말한다. 크로아티아에선 1700년대부터 생산돼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생산된 빈티지는 달랐다. 엘리자베스 2세 때는 1947년, 이번 찰스 3세는 2019년 빈티지다. 크로아티아 동쪽 끝에 위치한 유서깊은 와이너리 일로크 셀러의 와인들이다. 당시 20대의 젊은 엘리자베스는 일로크의 와인을 마음에 들어했고, 와이너리는 그녀의 대관식을 위해 1947년 빈티지로는 거의 전량에 가까웠던 트라미나츠 와인 900상자 가량을 영국 왕실로 보냈다. 빈티지 1947년은 엘리자베스가 필립공과 결혼한 해다. 일로크는 찰스 3세 부부가 지난 2016년 크로아티아를 방문했을 때 몇 병 안남은 1947년 빈티지 중 하나를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일로크는 왕실에선 꾸준히 선호해온 와인이기도 하다. 2011년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결혼식에서는 일로크의 트라미나츠 아이스 와인을, 2018년 해리 왕자 결혼식에는 일로크의 스위트 와인이 쓰였다. 크로아티아산 트라미나츠 와인을 접하기 힘들다면 수많은 대중을 위한 와인도 물론 준비됐다. 브리티시 피즈(British Fizz), 즉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이다. 영국 와인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겠지만 영국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마음을 좀 놓아도 된다. 전 세계에서 샴페인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 영국은 일찍부터 그 가치를 알아챘고, 영국은 이제 소비국이 아닌 스파클링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과 같은 백악질 토양과 차갑고 서늘한 기후도 영국 스파클링 와인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한 몫을 했다. 대관식 공식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은 하이그로브 가든(Highgrove Gardens)이 내놓은 '로얄 컬렉션 코로네이션(The Royal Collection Coronation) 2023'이다. 가격은 45파운드(한화 약 7만5000원)다. 영국 스파클링의 고전적인 공식을 그대로 따라서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피노뫼니에의 블랜딩이다. 샤르도네가 구조적으로 탄탄히 잡아줬다면 피오누아는 무게감과 깊이을 더해줬고, 마지막으로 피노뫼니에는 와인에 우아한 꽃과 과실의 향을 입혔다. 어울리는 음식은 생선과 함께 가벼운 고기 요리, 치즈 등으로 제안했다. 그런데 잠깐, 지금이 2023년 5월인데 와인이 2023년 빈티지다.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을 기념하려고 만드는 건데 2022년 빈티지를 새겨넣을 순 없었을 터. 그렇다고 2023년 빈티지를 하려면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지만 대관식 담당자들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23-05-11 13:44:31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4>한미 콜라보 국빈 만찬…와인은?

화려하고 정갈한 식탁이 차려졌다. 미리 공개된 사진에서 오른편에 마련된 잔은 총 4개. 물잔 하나를 빼면 이날 나올 와인이 3가지가 되겠구나 짐작해본다. 화이트 와인잔,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잔,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잔이다. 놓인대로 보자면 화이트 와인이 가장 먼저 나오겠고, 메인 요리에는 이변없이 레드 와인이다.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은 잔이 가장 뒤로 빠져있으니 전채요리가 아닌 디저트와 짝을 맞출 모양이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빈만찬이 열렸다. 메뉴는 게살 케이크와 소갈비찜 등 메뉴는 한미 양국의 음식들을 잘 '콜라보'했고, 와인은 슈램스버그를 제외하고는 다소 생소했지만 훌륭한 마리아주를 선보일 만한 것들이 올라왔다. 그도 그럴것이 어느 한 나라의 음식으로만 차린다면 좀 더 의미있는 와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퓨전차림은 음식과 잘 어울리기만 해도 다행이니 말이다. 국빈만찬을 코스대로 눈으로 즐겨보자. 먼저 첫 코스다. 양배추와 콜라비, 펜넬, 오이채가 곁들여진 게살 케이크에 소스는 고추장과 서양식 식초, 오일 드레싱을 섞은 '고추장 비네그렛(Gochujang Vinaigrette)'이다. 차가운 호박 수프에는 절인 딸기와 들깻잎 오일이 곁들여졌다.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산 페르디난드 알바리뇨 2020 빈티지다. 알바리뇨는 스페인 품종인데 캘리포니아에서도 일부 재배한다. 산도가 쨍한 상큼한 매력과 함께 짭조름한 풍미로 해산물은 물론 향신료가 강한 음식에도 잘 어울린다.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메인코스는 한국의 갈비찜 소스를 사용한 소갈비찜에 강낭콩, 당근, 잣 등을 곁들였다. 와인은 역시 미국산으로 재누익 메를로 2020 빈티지다. 워싱턴에서도 가장 좋은 와인산지 중 하나라는 레드 마운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다. 워싱턴에서도 따뜻한 지역인만큼 재누익 메를로는 힘차면서도 타닌은 부드럽고, 붉은 과실과 초콜릿, 말린 무화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에 베리류, 쿠키와 함께 '된장 캐러멜'을 곁들인 바나나 스플릿이 올려졌다. 이와 함께한 마지막 와인은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 2019 빈티지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백악관 만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는 그 슈램스버그가 맞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전통 샴페인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1972년 건배주로 쓰이면서다. 미국 닉슨 대통령과 중국 주은래 총리는 베이징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축배(Toast to Peace)'로 슈램스버그 와인을 들었다. 블랑 드 블랑은 청포도로만 만들었단 뜻이다. 슈램스버그 블랑 드 블랑은 샤도네이 품종만으로 만드며, 병 속에서 효모와 함께 3년간 숙성해 출시한다. 우아하고도 은은한 감귤과 복숭아, 효모, 구운 아몬드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2023-04-27 14:09:16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3>봄을 마셔봄…봄꽃을 닮은 로제 vs 풀내음 소비뇽블랑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묵직함보다는 싱그러운 와인이 당긴다. 특히나 아삭아삭, 푸릇푸릇한 소비뇽블랑은 봄을 닮았다. 소비뇽블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뭐니뭐니 해도 뉴질랜드의 말보로다. '킴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블랑'은 명불허전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의 대표주자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구스베리와 자른 풀 향기가 정갈하고, 잘 익은 과일의 느낌과 적정한 조화를 이룬 산도가 돋보인다. 입안을 편안하지만 은근히 채워주는 스타일의 와인이라 식전주로 특히 훌륭하다. 샐러드는 물론 모든 종류의 해산물과 어울린다. 다음은 나파밸리 소비뇽블랑이다. 과실 풍미와 신선한 산도의 균형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카모미 소비뇽블랑'은 레몬과 달콤한 파인애플에 허브까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고, 와인은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카모미 와이너리의 기존 신념대로 어떤 메뉴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김밥이나 롤, 샌드위치, 피자 등 소풍 먹거리에 제격이다. '디코이 소비뇽 블랑'은 레몬과 라임의 상큼한 느낌부터 과즙이 풍부한 멜론, 복숭아 향까지 느껴진다. 봄의 불청객 황사에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되찾아 줄 수 있다. 마지막은 신세계 소비뇽블랑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랑스 소비뇽블랑이다. '레 바론'는 프랑스에서도 이름난 소비뇽블랑 산지인 상세르 지역에서 찰흙과 석회석이 풍부한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다. 화이트 와인의 매력을 십분 살리기 위해 저온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텐레스 탱크에서 발효한 후 활동을 멈춘 효모와 함께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다. 때문에 미묘하면서도 강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소비뇽블랑이 봄날의 싱그러움이라면 로제와인은 입안에서 화사한 봄꽃을 그대로 늘낄 수 있는 기회다. 로제의 위상 자체도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 예쁜 빛깔 만을 내세워 로맨틱한 이벤트용이거나 일부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화이트와인의 섬세함에 레드와인의 매력이 더해져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베세라 드 벨퐁 로제 브뤼 NV'는 사랑스러운 핑크빛의 샴페인이다. 딸기, 레드베리 같은 붉은 과일과 함께 꽃향이 전체적으로 퍼지고, 갓 구운 빵에 버터를 발랐을때 올라오는 고소한 향은 과일의 산미와 어우러진다. 입안에서는 잘 숙성된 와인답게 미묘하게 밀고 당기는 복합미를 보여주며, 매우 조밀한 버블이 크림 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돈나푸가타 루메라'는 투명한 장밋빛이다. 아카시아 꽃향이 생생한 가운데 석류, 건포도, 산딸기와 같은 과실향도 같이 느껴볼 수 있다. 산도와 부드러움이 균형을 이뤄 식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와 함께 점심, 저녁 식사 때도 즐길 수 있다. '그르기치 힐스 나파밸리 로제'는 압착하지 않은 적포도의 신선한 과즙만을 추출해 저온발효로 향과 풍미를 극대화한 와인이다. 석류빛에 벚꽃과 딸기 등 붉은 과실의 상큼달콤한 풍미로 가득하며, 부드러운 질감과 산도가 잘 균형을 이뤘다. 특히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려 타코나 태국음식, 바베큐 립 등 다양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4-20 16:49:40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2>구독하고, 클럽 가입하고…와인의 미래?

우리에겐 새로 뜨는 '핫템(핫·hot+아이템)'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좋게 말해봐야 '클래식' 정도인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와인이 꼭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와인이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로 급부상했지만 종주국 프랑스에선 젊은이들에게 외면받은 지 오래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봐도 와인 소비량은 하락세다. 한국의 와인 소비 역시 정점을 찍고 나면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서비스든 상품이든 종류를 불문하고 판매자에게 가장 매력이 없는 소비자층은 은퇴자들이다. 소득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그나마도 소비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다. 더드링크비즈니스는 "만약 장례 사업이 아닌데 은퇴자들이 유일한 성장 부문이라면 그 상품의 미래는 없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와인이 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와인 소비 1위 국가인 미국을 보자. '미국 와인산업 현황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와인 소비에 있어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한 연령대는 60세 이상이었다. 반면 MZ세대(1981~1996년생 밀레니얼세대+1997~2012년생 Z세대)는 와인을 점점 덜 마셨다. 그런데 상품 자체가 아니라 포장이 취향에 안 맞았을 뿐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쪽에서 와인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한탄만 하는 사이 다른 쪽에선 맞춤형 구독이나 클럽, 커뮤니티로 접근한다면 MZ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을 알아냈다. 구독 모델은 특정 기간 동안 구독료를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MZ 세대의 절반 가량이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유명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와 관련된 상품은 더 선호했다. 특히 와인은 다소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미국 등에서는 고민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소위 시쳇말로 '먹혔다'. 국내에도 퍼플독과 렛츠와인 등이 와인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부담없이 매일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신청할 수도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좋은 와인을 마셔보겠다는 이들을 위해 구독료가 10만원이 넘는 서비스도 있다. 미래 와인을 위한 다음 포장지는 특별함이다. 그게 개인을 위한 맞춤형이든 아니면 웃돈을 더 주더라도 가지고 싶은 한정판이든 말이다. 특별한 사람처럼 대우받고 싶은 것은 세대 불문이지만 MZ 세대는 그 욕구가 특히 강하다. 미국 나파밸리의 탱크 가라지 와이너리는 한정판 와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통적인 레드와 화이트 와인부터 품종 조합을 색다르게 한 블랜드 와인, 내추럴 와인, 오렌지 와인 등까지 45종을 내놨다. 운동화 한정판 모델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게 와이너리의 설명이다. 미래 와인을 위한 마지막 포장지는 공감을 나눌 수 있는 클럽과 커뮤니티다. 실제 해외 와이너리, 특히 미국 등 신세계 와이너리를 구경하다보면 투어나 시음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클럽 설명과 가입이다. 클럽 회원이 되면 무료 시음과 할인, 이벤트 티켓은 물론 다른 이들은 맛볼 수 없는 회원 전용 와인이 있는 곳도 있다. 탱크 가라지 와이너리 관계자는 "이메일과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통해 소통하는 클럽이 와이너리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클럽 회원의 85%가 50세 미만이며 20대가 15%, 30대가 40%로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2023-04-13 13:55:31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1>한국이 3위?…와인이 비싼 나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생산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소비자층이 두터워졌다고 해도 전 세계 기준으로는 인구가 워낙에 적다 보니 물량 공세로 가격을 낮출 힘도 없다. 이것저것 붙는 세금은 많다. 유통 구조는 불합리하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비싼 이유를 대라면 끝도 없이 읊을 수 있다. 그래도 너무 했다. 와인이 비싼 나라 '톱 3' 안에 든 것은 말이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나 핀란드도 다 제쳤단 얘기다. 컴패어마이제트(Compare My Je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을 대상으로 와인 한 병을 사는데 얼마가 드는지 조사했다. 통화가 다르니 영국 파운드로 환산해 순위를 매겼다. 와인이 가장 비싼 나라 1, 2위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다. 한 병을 사 먹으려면 보통 14~15파운드(한화 약 2만2000~2만4000원)를 써야 한다. 3위는 우리나라다. 와인 한 병에 12.79파운드(약 2만원)는 내야 한다. 미국과 비슷하다. 근데 소득을 감안하니 좀 많이 억울하다. 1인당 국민소득 8만4090달러인 노르웨이 사람이 쓰는 14파운드와 소득 3만4980달러인 우리가 쓰는 13파운드의 체감 비용은 두 배는 역전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서민의 술이 되긴 힘들겠다. 컴패어마이제트 역시 "케이팝과 삼성의 나라지만 와인 애호가들이 가기엔 와인이 결코 싸지 않은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호주와 핀란드, 아일랜드는 와인 한 병을 사는데 10파운드 안팎을 썼다. 반대로 와인이 가장 싼 나라로 가보자. 1위는 포르투갈로 3.49파운드(한화 약 5600원)면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었다. 싸서 그랬나. 포르투갈은 1000명당 소비량이 45리터로 OECD 국가들 가운에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 1위다.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 와인은 포트와인 정도만 잘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갈은 와인 생산규모로 치면 전 세계 3위인 나라다. 포도밭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와인은 더 없이 싸다. 와인 애호가에게 이보다 더 이상적인 여행지가 있을까. 2위 역시 와인 생산국인 헝가리다. 한 병당 가격은 3.91파운드로 포르투갈과 비슷하다. 토카이라는 빼어난 스위트 와인의 위상에 많이 가려져 있지만 헝가리 레드와인도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3위는 구세계 와인에 대항하는 신세계 와인의 대표주자 칠레다. 한 병당 평균 4.17파운드(약 6700원)다. 다양한 품종의 레드 와인부터 화이트 와인까지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가격까지 착하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한 병에 4~5파운드면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레드와인 선호가 절대적이었다. 검색 지수로 보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레드와인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화이트 와인이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분위기로나 용도로나 스파클링 와인만의 쓰임새가 있다보니 그렇다. 특히 독일과 핀란드, 오스트리아 같은 곳은 선호도 1위가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2023-03-30 14:20:56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90>SVB 파산에 와인업계가 '발칵'

"프리미엄 와인 부문은 작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미국의 와인 소비는 전체적으로 2년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와인 판매는 업계가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에 달려 있다."(SVB 미국 와인산업 현황 보고서 2023) 미국 와인산업의 위기를 논했지만 정작 자신의 위기는 보지 못했다.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얘기다. SVB의 초고속 파산선언에 화들짝 놀란 곳은 IT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었다. SVB는 무려 30년 가까이 나파밸리, 아니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절대적인 자금줄이기도 했다. 대응도 빠르지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퍼진 SVB 위기설에 스타트업들은 재빨리 예금 인출에 나섰지만 와인 메이커들은 SVB 신용카드와 수표로는 결제가 자꾸 거절되고, 은행 앱에 로그인조차 되지 않게되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유통업체들에게 와인 대금을 입금하지 말라고 전화를 돌리고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SVB가 와인 사업부를 만든 것은 지난 1994년이다. 와인 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본 창업자 롭 맥밀런 덕분이다. 와이너리들이 기존 은행에서는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공략해 대출은 물론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자처했다. 사실 와인 사업이라는게 시간과 돈, 그리고 기다림이 필수다. 포도나무가 쓸 만해질 때까지 몇 년, 와인을 만들어 놓고도 숙성하는데 또 몇 년이다. 시간만으로도 돈을 까먹고 있는데 오크통 같은 것은 또 얼마나 비싼지.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와인의 맛이 인정을 받을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패한다면 이 지난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은행들이 이런 사업에 쉽게 돈을 빌려줄 리가 없었다. SVB는 달랐다. 대출을 요청한 곳이 있으면 와이너리에 함께 앉아 와인을 시음했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시장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장단기적으로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가장 좋은 방안이 무엇일지 같이 고민했다. 결이 다른 접근에 와이너리들은 SVB로 몰려들었다. SVB와 거래하는 와이너리만 400여 곳에 달했으며, 이들이 그간 빌린 돈은 40억 달러(한화 약 5조원)다. 작년 말 기준으로 남아있는 대출은 12억 달러다. 미국 와인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파리의 심판'에서 1위를 차지한 샤토 몬텔레나도 SVB의 도움을 받았으며, 많은 캘리포니아 유수의 와이너리들이 SVB의 고객이다. 맥밀런은 "우리가 와이너리에 대출을 해주고 손실을 입은 금액은 지난 30년을 모두 통틀어도 400만 달러(한화 약 5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특별히 보수적으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와인 사업의 리스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고객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인내심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SVB의 와인사업부가 매년 내놓는 '미국 와인산업 현황 보고서'는 업계에서도 정확한 분석과 통찰로 정평이 나있었다. 포도 작황은 물론 와인생산량, 생산 원가 분석, 와인소비 트렌드 등까지 산업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미국 와인산업을 논할 수 있었지만 2024년 버전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2023-03-23 13:58:53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9>폼마디, 사우비…'더 글로리' 시즌2 와인

<190>드라마 속 와인 '더 글로리' 시즌2 "'폼..마디?' 뭐야, X. '사우...비' X발, 읽지도 못하겠네. 뭐가 제일 비싼거야? 싼 거 먹으면 XX 억울한데."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에서 하도영의 '100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법'이 회자됐다면 시즌2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손명오의 와인 이름 읽기가 압권이었다. 손명오는 문동은에게 지옥을 안겨준 가해자 중 한 명이다. 다른 가해자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금수저들에게 기생하는 흙수저 가해자다. 금수저들을 협박해 한 몫 단단히 챙길 궁리를 하면서 자기가 모시던 전재준의 와인셀러도 탐하지만 잘 모르면 골라마시기도 어려운게 바로 와인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손명오가 폼마디라고 읽은 전재준의 와인 첫번째는 포마르(Pommard)다. 프랑스어는 마지막 자음은 보통 발음하지 않다보니 그렇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으로 포마르는 와인이 생산된 마을 이름이다. 생산자는 루이자도, 뽀마르 마을에서도 클로 드 라 꼬마렌이라는 포도밭에서 자란 피노누아 품종 100%로 만들었다. 그랑 크뤼가 아닌 프리미에르 크뤼급으로 10만원대. '사우비'는 포도 품종 'Sauvignon'을 잘못 읽은 것. 와인에 따라 라벨에 품종이름이 가장 크게 써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사우비는 철자 소리대로 읽었지만 'gnon'은 그렇게라도 하기 어려웠다. 사우비는 레드와인에 쓰이는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있지만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전재준이 시즌1에서도 그렇고 마시는 모든 와인이었으니 카버네 소비뇽일 가능성이 높다. 전재준의 마지막 와인은 칠레 와인 알마비바다. 손명오가 와인병을 꺼내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정체를 알 수 없어 한숨만 쉬고 내려놓은 그 와인이다. 알마비바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유명한 와인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프랑스 와인명가 바론 필립 드 로칠드와 칠레 최대 와이너리인 콘차이토로가 손을 잡아 보르도 스타일로 만든 와인이다. 1998년 첫 출시와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3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와인이다. 손명오가 찾던 가장 비싼 와인은 알마비바인 셈. 그러나 손명오의 선택은 답답한 긴 한숨과 함께 '와인은 포기'였다. "그래. 모를 때는 안전빵이지. " 그나마 알고 있던 비싼 위스키 로얄살루트는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무기가 되었다. 그립감이 덜 좋은 와인을 택했다면 드라마의 방향이 달라졌으려나. 시즌1과 2를 총체적으로 보면 전재준은 와인에 대해서만큼은 국가와 품종, 그리고 가격까지 개의치 않는 개방적인 와인애호가다. 금수저 화가 이사라의 와인 취향은 샴페인.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다. 마시는 장면도 없이 한쪽 구석 탁자 위에 올려진 와인병만으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와인병에 화려하게 그려진 아네모네 꽃 디자인 덕분이다. 프랑스 샹파뉴에서 샤르도네 50%에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 등을 섞어 만들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향에 생기있는 산미와 부드러운 기포로 음식과 함께 마시가도 좋은 와인이다.

2023-03-16 13:42:28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8>성숙기인가, 정체기인가…작년 와인 수입량 줄어

성숙기인가, 정체기인가. 우리나라 와인시장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 와인 수입 규모가 다시 한 번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마냥 좋아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일단 자체로도 증가폭이 미미한데다 수입량을 기준으로 하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2년 와인 수입 규모는 5억8125만 달러로 집계됐다. 2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던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팬데믹 1년차인 2020년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어서더니 올해는 6억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원화로 환산한 수입규모 약 7700억원에 각종 세금과 마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와인 시장의 규모는 이미 2조원대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로 보면 기세는 크게 꺾였다. 전년 대비 기준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27%, 69.6%로 급증했지만 2022년은 3.8%에 그쳤다. 전체 수입 주류 시장을 놓고 보면 와인과 맥주 같은 비교적 '순한' 술이 주춤했고, 위스키와 꼬냑, 고량주 같은 '독한' 술이 다시 살아났다. 위드 코로나로 외부활동을 시작하면서 소위 '집술'보다 '업소술'을 찾는 이가 많아진 탓이다. 게다가 물량 기준으로 보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수입된 와인은 7102만리터로 전년 대비 7.3% 줄었다. 와인에 돈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덜 마셨단 얘기다. 와인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의견은 엇갈린다. 사실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이 사라진 이후로도 와인 시장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또 절대적인 물량 소비는 줄었지만 금액은 유지됐으니 질적 성장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실제 저가 와인의 대표 주자들인 칠레와 스페인 와인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칠레 와인은 수입 규모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로는 10.8%, 스페인 와인도 12.4% 줄었다. 반면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와 미국 와인은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은 금액 기준으로 각각 12.3%, 13.2% 늘었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소비가 많이 늘었다.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액은 26.5%, 수입량도 21.4% 늘었다. 반면 이제 와인 시장은 포화 상태라는 이들도 많다. 금액 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이 좋은 와인을 찾아 나섰다기 보단 와인 가격 자체가 오른 결과로 보는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와인 업계에도 불어닥쳤고, 거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널뛰기를 하는 환율도 악재 요인이긴 하다. 내부 해석은 뜻이 모아지지 않고 있지만 외부 시선은 긍정적이다. 프로바인이 전 세계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주목하는 유망시장이다. 미국 와인업계는 2023년 가장 매력적일 와인시장으로 한국을 꼽았고, 와인종주국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한국을 상위권에 올려놨다. 오는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와인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비넥스포(Vinexpo)가 한국에서 열린다.

2023-03-12 08:46:42 안상미 기자
기사사진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7>챗GPT와 와인을 즐기는 법…그래도 건배는 사람과

영국의 수제 맥주업체 앳워터 브루잉(Atwater Brewing)이 '인공지능(AI) IPA'라는 새로운 맥주를 선보였다. 이슈가 된 것은 붙인 이름처럼 AI가 고안한 레시피로 만들어서다. IPA는 맥주의 한 종류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쓴 맛과 아로마의 향이 특징이다.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앳워터 브루잉의 사장인 케이티 맥브래디가 대표 AI 채팅로봇(챗봇)인 챗GPT에게 "IPA 레시피를 써줘(write me an IPA recipe)"라고 했더니 미국산 홉에 유럽산 홉까지 섞어 알코올 도수 6.9%의 IPA를 만들어냈다. 집에서나 만들 양이길래 양조 시스템에 맞게 레시피를 20배럴로 확장해 달라고 했고, 실제 맥주 생산까지 이어졌다. 맥주보다 수십 배는 더 복잡하겠지만 AI가 양조한 와인을 맛볼 날도 멀지 않았을 터. 오늘의 와인 테이블에 같이 앉을 이는 바로 챗GPT다. 다음은 챗GPT와의 대화다. 일부 요약이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 옮겼다. 먼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은데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나요. "안녕! 반가워요. 나는 AI 모델이라 와인과 그에 관한 주제들에 대해 지식이 있어요. 당신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해볼테니 자유롭게 물어봐요." 당신이 만든 IPA 레시피를 봤어요. 와인 레시피도 줄 수 있나요. 카버네 소비뇽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인데 과실향이 풍부하면 좋겠고, 스테이크와 잘 어울려야 해요. "난 AI라 와인 레시피를 새로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카버네 소비뇽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대략적인 방법은 알려줄 수 있어요. 이것을 활용해 당신의 취향에 맞게 활용해봐요. 와인은 최종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아주 많아요. 당신이 원하는 와인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연구과 실험이에요." 한국에서 유명한 와인인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이 어떤 맛인지 알려줘요. "빈티지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지만 보통 풀바디 와인으로 잘 익은 검은 과실과 바닐라, 오크향도 느낄 수 있어요. 타닌은 단단하지만 산도가 받쳐줘서 균형감이 좋다고 느낄거에요. 붉은 육류와 스튜, 진한 치즈 등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울려요." 마음에 드는 와인이네요. 비슷한 와인 3가지만 추천해 주세요. "당연하죠. 카테나 자파타 카버네 소비뇽과 베린저 나이츠밸리 카버네 소비뇽,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카버네 소비뇽이에요."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당신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은 뭐에요. "첫번째는 와인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두번째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차이점. 세번째는 와인과어울리는 음식에 대해 물었어요. " 대화는 충분히 했으니 이제 AI로 로망을 실현할 시간이다. 몸은 주방에서 아이가 깰세라 숨죽여 마시는 와인 한 잔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프랑스의 샹파뉴다. 그러니 AI에게 첫번째 부탁할 그림은 프랑스 샹파뉴에서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는 아름다운 여성. 화풍은 에드워드 호퍼 스타일로 주문했다. 다음은 과거로 돌아가 와인 한 잔이 가장 절실했던 순간을 재현해달라고 했다. 힘겹게 사막마라톤의 결승 지점에 골인한 후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여성 마라토너다. 지구 반 바퀴는 돌아 참가했던 그 순간 와인 한 잔만 있었다면 모든 피로가 사라졌을텐데 말이다.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와인 라벨 붙이기가 가능할 때를 대비해 팝아트 스타일로 그림을 완성했다. 마무리는 별이 빛나는 밤, 별처럼 빛나는 샴페인 한 잔이다. 당연히 화풍은 빈센트 반 고흐다.

2023-03-02 15:29:27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