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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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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6>전세계 와인시장 '떠오르는 별' 한국

중국에서 한 레스토랑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여섯 명이 들어와 꽤 비싸보이는 레드와인을 주문했는데 한 모금을 마시더니 이내 직원을 불러 따졌다. 많은 말이 오갔지만 내용의 요지는 맛이 없다는 것. 어쩌려나 봤더니 사이다, 콜라가 나왔다. 빈 통에 먼저 와인을 콸콸 따르더니 곧 이어 사이다와 콜라도 남김없이 쏟았다. 중국 특유의 긴 나무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는 와인잔에 다시 서빙됐다. 그제서야 고객들은 맛있다며 직원을 돌려보냈다. 저렇게라도 마시면 다행이다. 중국에서 봤던 열 번 중 여덟, 아홉 번은 비싼 와인을 시키고는 와인병과 와인잔을 들어 포토 타임을 갖는다. SNS에 올리고는 와인은 그대로 남겨지기가 일쑤였다. 전 세계 와인업계가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보다 5000만 인구의 한국 시장을 주목했다. 중국이 맛보다는 와이너리의 명성과 브랜드에 집착하는데 반해 한국은 전문가의 그것을 추구하는 애호가들이 많은 덕분일까. '프로바인 비즈니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미국 와인업계는 2023년 가장 매력적일 와인시장으로 한국을 꼽았다. 프로바인이 와인생산자와 수출·수입업자, 레스토랑과 호텔 등 47개국, 약 2500명의 와인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구세계, 신세계 할 것 없이 한국은 주목할 만한 곳이 됐다. 구세계에서는 와인종주국 프랑스가 아시아 중에서는 일본(2위)과 싱가포르(4위) 다음으로 한국(7위)을 유망하게 봤고, 이탈리아는 일본(5위)과 한국(6위)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세계에서의 선전은 더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도 각각 5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 때 고급와인의 가격을 좌지우지했던 중국은 프랑스에서는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이탈리아와 칠레에서만 한국을 앞섰다. 한국 와인시장에 대해 달라진 시각은 이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프랑스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Vinexpo)가 열린다. 홍콩 정도는 가야 가능했던 국제 와인 행사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비넥스포는 이탈리아의 빈이탈리(Vinitaly), 독일의 프로바인(Prowein)과 함께 세계 3대 와인박람회 가운데 하나다. 원래 아시아에서는 홍콩에서 열리던 것이 올해는 한국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60곳 안팎의 와인 생산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에 내세운 주제는 '떠오르는 한국(Rising Korea)'이다. 비넥스포는 "경제력 세계 10위인 한국은 2021년 와인 수입 규모가 전년 대비 금액 기준 69%, 용량 기준 41%나 급증했다"며 "전 세계 와인생산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가운데 한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와인업계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 비넥스포는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벌써부터 진지하게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시음노트를 쓰고 있을 학구파 한국 와인애호가들이 그려진다.

2023-02-23 13:38:1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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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5>시즌2를 기다리며…'더 글로리' 와인

<185>드라마 속 와인 '더 글로리' 시즌 1 "신 대표가 보낸 거면 백(만원) 이하는 아닐 겁니다.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만 원짜리 와인을 한 병 사요. 치즈도 좀 사고. 그 만 원짜리 와인을 먼저 마시고, 그걸 마셔요. 그럼 마실 줄 알게 될 겁니다." '100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법'으로 회자된 드라마 '더 글로리' 하도영의 대사다. 운전기사가 이런 귀한 것은 마실 줄도 모른다고 하자 답한 말이다. 하도영은 주인공 문동은을 괴롭힌 주동자 박연진의 남편이다. 건설사 대표로 나온다. 운전기사가 들어온 선물을 건내자 고가의 와인임을 알면서도 어떤 망설임도 없이 "아, 가져가 마셔요"라고 하는 인물이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영화 '아가씨'에서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이 탐한 그 태도. "내가 탐하는 건 뭐랄까, 가격을 보지 않고 포도주를 주문하는 태도? 그 비슷한 어떤 거에요." 사실 감탄했다. 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고, 백 만원짜리를 맛봐라. 좋은 와인의 맛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너무나도 간결명료한 방법이어서다. '나이스한 개새끼' 하도영이 좋은 와인 마시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액면이 그냥 개'인 전재준은 실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다. 첫 번째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프랜치 콜라주(Franchie Collage)'다. 전재준이 거품 목욕을 즐길 때 욕조 위에 놓여 있던 와인이다. 프랜치 콜라주는 카버네소비뇽과 쁘띠베르도, 쁘띠시라에 말벡, 템프라니요 품종 등을 섞어 만들었다. 와이너리 소유자인 장샤를 부와세와 전재준의 공통점이 있다면 애견가라는 것. 와인 레이블에 불독의 그림들이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바로 부와세의 반려견이다. 와인명 프랜치 역시 애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전재준도 드라마 속에서 반려견에 루이11세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애지중지 키우는 것으로 나온다. 두 번째는 스페인 와인으로 '그레이스 하비스트 토로 로즈'다. 박연진의 아이 예솔이의 그림을 보며 깊은 한숨과 같이 마신 와인이다. 자신과 같이 색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생부임에도 예솔이를 데려올 수 없는 분노가 뒤섞였지만 와인의 레이블은 전재준의 현실과 달리 사랑을 뜻하는 장미로 뒤덮여 있다. 이 와인은 카네이션과 장미, 모란 등의 시리즈로 되어 있다. 카네이션이 기본급이고, 모란이 상급이다. 전재준이 마신 장미는 우리나라에서도 3만원대로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다. 시리즈 모두 숙성 기간만 다를 뿐 틴타데토로 품종 100%로 만들었다. 틴타데토로라는 말이 낯설다면 스페인 와인의 대표주자인 템프라니요 품종을 생각하면 된다. 템프라니요는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재배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데 토로에서 자란 포도를 쓸 경우 와인이 힘차고 농축된 맛을 보여준다. 토로 로즈 역시 검붉은 색에 묵직한 풀바디 와인으로 체리와 블랙베리, 제비꽃 등의 향이 복합적인 것이 특징이다.

2023-02-16 14:29: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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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4>달콤쌉싸름한 발렌타인데이…로맨틱 한 잔

발렌타인데이, 고백의 마음을 담뿍 담은 초콜릿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해줄 와인 한 잔. 종류를 불문하고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게 초콜릿이지만 와인에게만은 쉽지 않은 상대다. 초콜릿의 진하고 강한 개성 때문이다. 와인을 자칫 잘못 골랐다가는 서로의 향을 죽이고, 쓴 맛만 남을 수도 있다. 가장 쉬운 해법은 초콜릿 보다 더 달달한 와인이다. 초콜릿 뿐만이 아니다. 어떤 디저트라도 와인이 더 달콤해야 씁쓸하거나 신맛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달지 않아도 초콜릿과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숙성시키지 않아도 바로 마시기 좋은 드라이 레드와인은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과 어울린다. 달달함보다 쌉싸름한 맛이 더 도드라지는 초콜릿은 와인의 과일이나 바닐라 맛을 배가시켜준다. 두번째 팁은 강한 개성의 초콜릿에 밀리지 않을 '센' 와인이다. 주정강화와인 같이 말이다. 강한 단맛에 탄닌,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 주정강화 레드와인은 초콜릿에 밀리지 않을 무게를 지니게 된다. 마지막은 와인 고수들을 위한 팁이다. 와인과 초콜릿의 복합미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와인과 초콜릿 모두 선택에 따라 커피나 호두, 아몬드, 다양한 과일 등의 향이나 맛이 날 때가 있다. 테이블 위에 올릴 초콜릿의 가장 대표적인 맛이나 향에 근접한 와인을 고르면 된다. 초콜릿과 마시기 좋은 와인 1순위는 포트와인이다. 포트와인은 와인을 발효하는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와인을 말한다. 알콜함량이 높은 브랜디를 넣으면 효모가 죽으면서 발효를 멈추고, 결과적으로는 잔류 당분이 높아진다. 단맛이 강하고, 숙성을 통해 부드러워진 포트와인은 디저트와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다. '다우 파인 토니 포트'는 3년 간 오크통 안에서 숙성해 와인은 황갈색을 띠고, 풍미는 유연하다.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살구와 달콤한 향신료, 고소한 견과류, 건포도 등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우답게 들척지근 하지 않고 마무리에서 느껴지는 드라이한 뒷맛이 깔끔하다. 충분한 숙성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과정없이 바로 마시면 된다. '돈나푸가타 벤 리에'는 시칠리아 지비보 품종의 포도를 햇빛과 바람 등을 사용해 자연적으로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같은 포도라도 건포도가 더 단 것처럼 와인을 만들때도 그렇다. 황금빛의 와인에서는 말린 살구와 대추야자, 말린 무화과 등의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달콤함이 독특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디저트 와인에 모스카토 와인이 빠질리 없다. 대부분의 포도는 발효를 거치면 포도 본래의 풍미가 거의 없어지지만 모스카토 와인은 마치 청포도를 직접 씹어 먹는 것처럼 포도 본연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보시오 모스카토 다스티' 역시 산뜻한 산미와 청포도의 향긋한 풍미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로제 샴페인은 초코릿이나 케이크 등 디저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린다. '베세라 드 벨퐁 로제 브뤼 NV'는 사랑스러운 핑크빛의 샴페인이다. 딸기, 레드베리 같은 붉은 과일과 함께 꽃향이 전체적으로 퍼지고, 복숭아와 핑크 자몽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갓 구운 빵에 버터를 발랐을때 올라오는 고소한 향은 과일의 산미와 어우러진다. 입안에서는 잘 숙성된 와인답게 미묘하게 밀고 당기는 복합미를 보여주며, 매우 조밀한 버블이 크림 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2-09 09:54:4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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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3>달라진 중국 와인…"의심할 여지없는 와인생산국"

"지난해 300개 이상의 중국 와인을 맛보고나서 우리는 더 이상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 내는 중국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임스 서클링이 올해 '중국의 100대 와인'을 선정해 내놓으며 한 말이다. 와인 업계에서 중국의 위치가 한 해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가히 세계 시장에 내놔도 최고 수준이라고 꼽을 만한 95점 이상 와인이 14개로 전년보다 두 배나 늘었다. 이번 중국의 100대 와인 목록에서 1위로 꼽힌 곳은 바로 아오윈 샹그릴라 2018 빈티지다. 작년에도 2위에 올랐던 곳으로 모엣 헤네시가 중국 윈난 지역에서 진출해 만들면서 탄생부터 유명세를 탔던 와인이다. 98점으로 모든 중국 와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카버네 소비뇽에 카버네 프랑과 시라, 메를로, 쁘띠 베르도 등을 섞어 만들었다. 와인은 풀바디로 묵직하고 복합성이 두드러지지만 과실의 신선함과 균형미도 잘 갖췄다. 아오윈의 와인메이커 막센스 둘루는 "2018 빈티지는 우리 테루아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포도가 완벽하게 익을 수 있도록 비는 적절한 시기에 왔고, 가을을 선선해 2016이나 2017년보다 더 좋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만치 않은 가격이 단점이다. 빈티지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한화로 약 30만~40만원선이다. 2위는 중국의 보로도로 일컬어지는 닝샤 와인너리인 허란 칭수에다. 닝샤의 많은 카버네 소비뇽 와인들이 미국 나파밸리 스타일로 과실미 진득하니 농축된 맛이었던 반면 허란 칭수에 와인은 프랑스의 보르도 스타일로 신선하고 깊이 있게 만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나안 와이너리의 브랜드 '백편의 시(詩百篇·영문명 Chapter and Verse)'는 이번에 톱 10에 2개 와인이나 이름을 올렸다. 메를로 품종 와인은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레드와인으로 3위에, 시라 품종 와인은 향신료 향과 직설적이고 생동감 있는 맛으로 9위다. 중국 와인에 다가가는데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다면 가나안의 마스터리 라인을 찾아보면 된다. 60달러가 안되는 피노누아 품종 와인은 12위에 올랐고, 중국 와인으로는 보기 드문 품종인 템프라뇨와 리슬링도 맛 볼 수 있다. 닝샤나 윈난 뿐만 아니라 산동성과 신장 와인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장의 경우 사막 기후에도 위도가 보르도와 비슷한 지역에서는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었다. 와인의 품질을 한 해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중국의 와인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많은 소비자들은 물론 일부 와이너리조차도 여전히 비싼 가격이 와인의 가치를 증명해준다고 믿고 있다. 닝샤의 한 와이너리 관계자는 "높은 가격이 와인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 때문에 중국 와인에 가격 거품이 있는것이 사실"이라며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의 소비자들은 그들의 취향에 자신감을 가지고 와인을 구매하지만 그 외에는 여전히 비싼 가격과 브랜드를 기준으로 와인을 구매한다"고 지적했다.

2023-02-02 13:33:3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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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2>불황도 이겨낼 똑똑한 '밸류 와인'

몇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첫번째. 비싼 와인은 맛있다? 두번째. 싼 와인은 맛이 없다? 첫번째 질문엔 '예스(Yes)'라는 답변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친한 지인들이 맛있는 와인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농담삼아 이렇게 말한다. "와인샵 가서 비싼거 사세요. 와인은 비싸면 맛있어요." 비싼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은 보장되겠지만 그 가격만큼 값어치를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50만원, 100만원 짜리 와인을 마시면 역시 기본급 와인과는 확연히 다르겠지만 그 차이가 몇 십 만원 만큼은 아닐 수 있다. 비싼 와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보면 감탄사 만큼이나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같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 두번째 질문 역시 '예스'로 답할까. 의외로 '노(No)'라고 하는 이들이 더 많다. 이미 싼 가격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가성비 계산도 나왔겠지만 신대륙의 훌륭한 기후조건과 나날이 발전해가는 양조기술 덕분이다. 한 상 차린 자리에 곁들이기도, 아니면 하루의 피로를 씻으러 한잔씩 홀짝거리기에도 아쉬움이 없을 와인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와인스펙테이터가 가성비 와인 가운데서도 가격 이상의 만족을 주는 '밸류(value)' 와인들을 골라냈다. 100점 만점 기준에서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가격은 40달러(원화 약 5만원) 이하가 기준이다. 물론 우리나라로 수입되면 세금에 제반비용까지 더해져 가격이 좀 뛰긴 하겠지만 그래도 가성비 매력은 여전하다. 1위는 미국 나파밸리 와인으로 '보리우 빈야드 나파밸리 카버네소비뇽 2019'이다. 보리우 빈야드는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유서깊은 와이너리 가운데 한 곳이다. 1900년에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시작됐으니 말이다.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안드레 첼리스체프를 영입하면서 보리우 와인은 나파밸리 와인의 정석이라도 불리게 됐다. 가격은 33달러. 나파밸리의 대표품종 카버네 소비뇽이 갈수록 몸값이 올라 세자릿수가 보통인 요즘, 착해도 한참 착한 가격이다. 장기 숙성도 가능해 시음적기가 무려 2030년까지다. 2위는 '디코이 리미티드 나파밸리 레드 2019'로 역시 미국 나파밸리 와인이다. 지역명을 쓰려면 최소 85% 이상의 포도를 해당 지역에서 수확해야 한다. 나파밸리의 포도값을 감안하면 30달러는 인상적인 가격이다. 멀롯과 카버네소비뇽, 말벡 등을 섞어 만들었다. 다음은 이탈리아 와인인 '빌라 안티노리 토스카나 2019'다. 밸류 와인 리스트라더니 와인명가들의 이름이 줄줄이 쏟아져나온다. 1928년부터 생산된 빌라 안티노리는 산지오베제와 카버네소비뇽, 멀롯 등으로 만들었다. 2019년 빈티지가 90점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마트에서 2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스페인 와인도 이름을 올렸다. '보데가스 마르께스 데 무리에따 리제르바 2018'이다. 무리에따 와이너리의 철학이자 목표인 '우아함, 신선함, 복잡성'을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평가받았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조엘 고트 캘리포니아 소비뇽블랑 2021'이,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멈 나파 브뤼 프레스티지 NV'가 꼽혔다. 가성비 하면 빠질 수 없는 아르헨티나 와인으로는 '도메인 부스케 말벡 2021'이 13달러로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밖에 '켄달젝슨 소노마 카운티 빈트너스 리제르바 멀롯 2019', '몬테니어 윌라메트 밸리 피노누아 2019', '조셉 드루앙 보동 샤블리 2020' 등이 최고의 밸류와인으로 10위 안에 들었다.

2023-01-26 07:55:5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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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1>계묘년 설 와인…가성비 vs 가심비

계묘년(癸卯年) 민족 대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전 부치는 냄새를 풍기며 떠들썩하게 온 가족이 모이는 한 상이든 올해 첫 연휴를 맞아 국내외 여행을 가서든 와인 한 잔이 빠질리 없다. 먼저 고물가 시대에 환영받을 가성비의 와인이다. 명절 선물로 주고 받기도, 한 상 차린 식탁에 넉넉히 내어놓기도 편하다. '롱반 멀롯'은 2만원대 가격에 한식과도 두루 어울리는 만능 와인이다. 태생 자체가 그렇다. 이탈리아 북부 출신 와인 메이커 3명이 미국 나파 밸리에서 어떤 음식과도 손쉽게 페어링해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철학으로 세운 와이너리니 말이다. 롱반 멀롯은 풍부한 과실미와 함께 삼나무와 가죽 등의 풍미도 느낄 수 있다. 오크 숙성으로 복합적인 구조와 함께 여운은 길다. 명절 단골 메뉴인 양념갈비, 불고기는 물론 매콤한 제육볶음에 족발, 치킨까지 잘 어울린다. '카이켄 인도미토 말벡'은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인 말벡으로 만들었다. 카이켄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와인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가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인도미토는 '길들여지지 않는', '정복할 수 없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답게 인도미토 말벡은 우코 밸리의 알타미라라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었다. 와인 역시 이런 떼루아를 그대로 반영해 야생적이고 강렬한 맛과 향을 지녔다. 산딸기의 향으로 시작해 초콜렛 느낌의 마무리가 잘 어우러진다. 붉은 육류 요리와 같이 마신다면 최상의 궁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케이머스 코넌드럼 레드'는 진판델과 카버네소비뇽, 멀롯 등을 섞어 만들었다. 퍼즐을 뜻하는 와인 이름 '코넌드럼'처럼 각 품종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블렌딩 와인만의 균형을 맞춘 와인이다. 어떤 품종을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있는 블렌딩 비율은 비밀이다. 코넌드럼 레드는 기본급 와인이지만 출시 직후 두 번째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 88점을 획득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진한 과실미에 타닌은 무게감이 있지만 부드러운 질감으로 마시기도 편하고, 닭갈비 등 매콤한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이제 와인잔을, 혹은 선물상자를 받아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심비의 와인이다. 전통이 있고, 유명세를 탄 와인들이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마음의 만족은 더 크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샤도네이'의 포도밭이 위치한 아콩카구아 코스타는 태평양과 가까워 생동감 있는 과일풍미와 좋은 산도를 가졌다. 깊은 황금빛으로 파인애플, 바나나 등 잘 익은 열대 과일 풍미가 인상적이다. 랍스타, 갑각류나 파스타 등과 함께 하기 좋다. '비에티 바롤로 카스틸리오네'는 이탈리아 바롤로 지역의 네비올로 품종 100%로 만든다. 작은 포밭들에서 선별돼 수확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붉은 루비색으로 땅에서 느껴지는 흙과 미네랄 향이 풍부하다. 필요한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내세우지는 않으며 복합미가 뛰어나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미국 나파 밸리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와이너리가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시간을 선사하는 와인이다. 와이너리 이름 파 니엔테가 라틴어로 바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란 의미다. 부드럽게 그을린 오크 풍미가 풍부하고 둥글게 모아지는가 하면 단단하면서도 잘 짜여진 구조로 균형감도 뛰어나다. 바로 마셔도 신선한 과일 느낌과 안정적인 균형감이 돋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감과 무게감, 깊이가 더해진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1-19 11:19:3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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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80>새해 결심이 술끊기?…"금주는 위험해"

약간의 수분 부족이나 잠을 깊이 못자는 것은 기본이다. 안절부절한 기분이 들고, 떨림이나 메스꺼움에, 유독 한기를 느낄 수도 있다. 이게 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라고? 진짜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금주라는 큰 결심을 했는데 컨디션 난조가 이어지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술을 너무 안 마셔서다. 영국의 한 의사가 영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우리식으로 풀자면 '1월은 술끊기'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1월 금주는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새해 첫 한 달간 금주로 더 건강한 일 년을 살자는 취지였다. 물론 전달인 12월에 송년과 크리스마스 등으로 술에 너무 절어 있었다는 것이 배경이다. 연구에 따르면 간은 과음 후 보통 4주에서 6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해독으로 빛나는 피부나 숙면을 경험하려면 한 달 이상, 즉 작심삼일 방식의 1월 금주가 아니라 2월, 또는 3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위장병 전문의인 마이클 압스타인 박사는 말한다. 1월 금주가 간 건강에 좋다는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고. 압스타인 박사는 "간은 많지 않은 일정량의 알코올은 어려움 없이 대사할 수 있다"며 "알콜을 처리하는 효소는 필요할 때마다 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예 안 마시는 사람보다 더 효과적으로 알콜을 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1월 한 달 동안 술을 뚝 끊어버리면 우리 몸의 알콜 처리 능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금주보다 절주가 살 길이란 얘기다. 실천 측면에서도 절주가 지속 가능성이 높다. 실제 주류 관련 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 '1월 금주'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 35%가 첫 주에 바로 술을 입에 대 실패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엔 '드라이 재뉴어리'를 제치고 더 유행하는게 있다. 이른바 '댐프 재뉴어리(Damp January)'. 틱톡에서 해시태그 '#dampjanuary'는 단숨에 300만 뷰를 기록하면서 히트를 쳤다. 댐프는 축축하단 뜻이다. 술은 줄이지만 몇 잔은 즐기면서 알콜로 '촉촉한 1월'을 만들자는 시도다. 글로벌 대표 와인앱인 비비노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올해는 '1월 금주'를 계획한 이들은 5%에 불과한 반면 30%에 가까운 이들이 '촉촉한 1월'로 방향을 잡았다. 그럼 절제하는 '촉촉한 1월'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궁금할 터. 사람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평균치로 남성의 경우 일주일에 14잔, 여성의 경우 일주일에 7잔이다. 압스타인 박사는 밥이든 안주든 음식을 곁들여 술을 마시는 것이 공복에 마시는 것 대비 혈중 알콜 농도를 크게 낮춘다고 말했다. 평소 식사와 함께 하는 와인 한 두잔까지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자, 이제 해결됐다. 올해도 언제, 어디서든 와인 한 잔을 홀짝거릴 수 있는 든든한 핑계가 생겼다.

2023-01-12 10:50:2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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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9>최고의 2023년을 위해…정상에 선 와인들

<179>2023년 신년 와인 2023년 계묘년을 여는 한 잔은 최고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은 최고의 와인들이다. 먼저 2022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서 1위에 올라 와인애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슈레이더 더블 다이아몬드 카버네 소비뇽'이다. 슈레이더 셀라스야 뭐 미국 나파밸리에서도 짧은 기간에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로 평가받는 곳이니 놀라울 것이 없지만 평론가들로부터 줄줄이 100점을 받는 대표선수가 아니라 더블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이란게 화제였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프랑스 보르도 샤또들의 방식으로 말하면 소위 '세컨 와인'이다. 원래 와이너리 내에서 가족행사에 쓰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최고로 알려진 투 칼론 포도밭의 포도 중에 간판 와인에는 쓰기 부족한 어린 포도나무의 열매들로 만든다. 그래도 태생이 좋은 포도에, 최고의 와인메이커가 만들어 놓으니 품질과 가격의 매력적인 조합이 세컨 와인을 세계 1위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레이블에 최고의 보석이라는 다이아몬드를 2개나 쾅쾅 박아놨다. 짙은 자주 빛에 강렬한 과일미와 이국적인 향신료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첫 맛은 화려하며 매혹적인 동시에 매끄러운 탄닌까지 복합적이다. 바로 먹기도 좋지만 3~5년 정도 묵혀두면 더욱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기류라면 대부분 잘 어울리고, 다진 고기를 듬뿍 넣은 볼로네제 파스타와 먹어도 좋다. '라 크레마 소노마 코스트 피노누아'의 와이너리 라 크레마는 '최고의 와인(Best Vine)'이라는 뜻이다. 소노마 코스트 AVA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100%로 만든다. 소노마 코스트 AVA는 태평양 연안의 산악 지형이라는 특성에 연중 해양성 안개의 영향이 더해져 좋은 피노누아의 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라 크레마 피노누아는 레드 체리와 석류, 다양한 베리류, 토스트 등을 느낄 수 있다. 매끄럽게 표현되는 타닌과 균형잡힌 산도가 입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낸다. 가금류나 스테이크, 치즈와 먹기 좋다. '샤또 몬텔레나 나파밸리 샤도네이'는 미국 와인의 위상을 단 한 번에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1976년 파리 테이스팅, 일명 '파리의 심판' 우승으로 말이다. 당시 프랑스인 심사위원들은 블라인트 테이스팅 끝에 프랑스 버건디 그랑크뤼 와인이 아니라 몬텔레나 샤도네이를 1위로 선정했다. 이 결과는 타임지에 대서 특필됐고, 미국 와인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건이 됐다. 당시 1위로 선정된 1973 빈티지 와인병은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 링컨의 모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함께 전시돼 있다.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오크향이 진하고 무거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샤도네이와 달리 젖산발효를 하지 않아 적정한 산미와 튼실한 과실의 풍미가 균형을 이룬다. 경쾌하게 산미가 살아 있지만 부드러우며,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튼튼한 골격과 구조를 갖춰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생선회나 스시와 잘 어울리고, 갑각류나 오일 파스타와도 궁합이 좋다. '드 샹세니 크레망 드 루아르 브뤼'는 촘촘한 버블과 섬세한 향으로 루아르 크레망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크레망이란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샹파뉴(샴페인)가 아닌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말한다. 드 샹세니는 슈냉 블랑의 신선함과 샤도네이, 카베르네 프랑에서 오는 꽃의 우아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아주 촘촘한 기포는 부드럽게 지속되는 여운과 잘 어우러진다.식전주는 물론 카레 등 간단한 식사와도 두루 곁들일 수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3-01-05 14:37: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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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8>달콤함에 취하는 크리스마스 와인

<178>크리스마스 와인 연말에, 크리스마스까지 다가왔다. 아무리 불황엔 라면에 소주라지만 몇 일 남지 않은 2022년 끝자락 만큼은 미식과 와인이 주인공이다. 올해 크리스마스 와인상의 시작은 분위기를 달달하게 만들어줄 핑크빛 샴페인 '베세라 드 벨퐁 로제 브뤼(Champagne Besserat de Bellefon Rose Brut)'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베세라 드 벨퐁(BB)은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만을 생산하는 샴페인 하우스다. 베세라 드 벨퐁 로제 브뤼 역시 BB 특유의 섬세한 버블(기포)로 부드러움을 가득 담았으며, 프랑스어로 '라 주아 드 비브리(LA JOIE DE VIVRE·삶의 기쁨)'를 형상화하려고 했다. 딸기, 레드베리 같은 붉은 과일과 함께 꽃향이 전체적으로 퍼지고, 복숭아와 핑크 자몽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갓 구운 빵에 버터를 발랐을때 올라오는 고소한 향은 과일의 산미와 어우러진다. 입안에서는 잘 숙성된 와인답게 미묘하게 밀고 당기는 복합미를 보여주며, 매우 조밀한 버블이 크림 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준비한 다양한 음식에 두루두루 어울릴 만능 와인을 찾는다면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리저브(Gustave Lorentz Riesling Reserve)'다. 풍성한 과실의 향과 어우러진 산미는 입 안을 신선하게 해주고, 알자스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풍미는 입맛을 돋워준다. 음식과 잘 어울릴 점이 많다보니 회나 해산물 찜, 닭가슴살, 돼지고기나 갈비까지 그야말로 '육해공' 전천후다. 마시고 난 뒤에는 깔끔하면서 생생한 산미가 여운으로 남는다. 자 이제 본식이다. 크리스마스엔 케이크나 쿠키가 디저트가 아닌 메인이니 말이다. 일년 중 마음놓고 달콤함에 취해볼 수 있는 때다. 특히나 오랜 시간 숙성된 달콤함은 그 어떤 와인보다 더 기억에 남을만한 맛을 선사한다. '다우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DOW Late Bottled Vintage Port)'는 깊은 루비빛으로 자두, 제비꽃, 향신료의 복합적인 향이 힘 있게 뿜어져 나온다. 빈티지 포트 와인은 2년 오크 숙성을 마치면 이후는 긴 시간 병속에서 숙성되지만 LBV라고 부르는 늦병입 빈티지 포트는 오크통에서 4~6년 정도 숙성돼 시장에 나왔을 때 추가 숙성이나 디캔팅 없이 즐길 수 있다. 블루 치즈나 쵸콜렛, 케익 등과 함께하면 일품이다. '돈나푸가타 벤 리에(Donnafugata Ben Rye)'는 지비보 품종의 포도를 햇빛과 바람 등으로 말려 만들었다. 이탈리아 최고의 스위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황금빛 색깔에 입 안에서는 말린 살구와 대추야자 등 이국적이면서 매력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달콤함은 부담스럽지 않고, 여운은 길다.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Vietti Moscato d'Asti)'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도 카스틸리오네 지역의 작은 포도밭에서 생산된다. 평균 수령 약 40년인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후 최고의 포도만 골라 모스카토 다스티로 내놓는다. 복숭아, 장미꽃 등의 향이 풍부하고, 적절한 당도와 함께 약간의 탄산이 잘 어우러진다./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2-12-22 08:59:1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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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7>불황에도 '와인 불패'? …시험대 오른 와인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예고되면서 와인도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 불황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와인이다. 아니, 재테크 측면에서 보면 주식이나 원자재, 슈퍼카나 명품보다 가격이 더 들썩였다. 팬데믹에 음식점과 술집은 문을 닫았고, 시중 유동성이 풀리며 사치품 가운데서도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고급 와인을 너도나도 찾았다. 팬데믹 호황이라 부를 만큼 오히려 전성기였다. 특히 작년은 와인 거래량과 거래액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한 해였다. 그랬던 와인이 꺾이기 시작했다. 와인 역시 경제 불황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에 따르면 전 세계 최고의 와인 100종의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리벡스 파인와인 100이 지난 7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1년 6개월 만이다. 10월부터는 월간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이달 역시 가격이 오른 와인보다 내린 와인이 더 많다. 전체 와인의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던 샴페인과 부르고뉴 와인까지 모두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이마저도 잘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품질만 좋다면 아무리 돈을 써도 상관없던 시대는 지나갔단 얘기다. 리벡스는 저스틴 깁스 부회장은 "어떤 상품도 가격이 영원히 오르기만 할 순 없다"며 "2015년부터 상승세였던 고급 와인의 가격이 하락하는 지표가 늘고 있지만 와인시장은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년 전망을 밝게 봤다. '2022 제라르 바셋 글로벌 파인 와인 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와인 시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90%에 달했고, 이 가운데 30%가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이들은 10%에 불과했다. 기존에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고급 와인의 소비층이었다면 팬데믹을 거치면서 젊은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 소비자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좋은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을 배우는 이들이 늘어났고, 투자수요도 가세했다. 이번 리포트 설문에는 56명의 마스터 오브 와인(MW)을 포함해 800명이 넘는 전 세계 와인 전문가가 참여했다. 와인 시장 전망이 좋다면 이제 관건은 어떤 와인의 가격이 더 오를지다. 이왕이면 더 오를 와인을 쟁여둬야 하니 말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가격이 상승할 와인으로 역시 와인 종주국 프랑스(43%)를 꼽았다. 이탈리아(26%)와 미국(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고급 와인 산지인 프랑스 샹파뉴(18%)와 프랑스 부르고뉴(16%), 이탈리아 피에몬테(16%), 이탈리아 토스카나(9%), 미국 캘리포니아(9%)가 상위에 올랐다. 보르도는 순위에서 밀렸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프랑스(44%)가 꼽혔다. 수요가 많긴 하지만 오를대로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하락 예상 지역 2위는 호주(22%) 였다.

2022-12-15 13:40: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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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6>한국이 美 나파밸리 큰 손?…신세계 이어 한화도 와이너리 인수

<176>美 나파밸리 세븐 스톤즈 "인수자는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다. 세븐 스톤즈는 이 기업이 와인 사업을 위해 새로 설립한 법인에 소속될 것이다." 미국 나파밸리 세븐 스톤즈 와이너리의 매각을 담당했던 부동산 업체 컴패스가 구매자에 대해 밝힌 내용의 전부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구매자 'HSIH NHH INV LLC'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고, 법인 등록인이 소피아 진(Sophia Jin)으로 한화그룹의 일원이란게 연결 고리가 되면서 퍼즐이 맞춰졌다. 인수 주체는 바로 한화솔루션. 올해 초 신세계 그룹이 쉐이퍼 빈야드를 사들인데 이어 한국 기업이 해외 와이너리를 인수한게 벌써 두번째다. 그것도 미국의 와인 심장이라고 할 나파밸리에서만이다. 먼저 세븐 스톤즈 와이너리가 어떤 곳인지를 좀 보자. 와인 애호가라도 해도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그도 그럴것이 딱 한 종류의 와인만 내놓는데다 생산량도 많지 않다. 원래 설립자 로널드 위닉은 미국 국방부나 인도주의적 구호를 위해 전투식량으로도 불리는 MRE(meals ready to eat)를 생산했다. 1970년대 후반에 포도밭을 개발해 헤스 컬렉션에 팔았던 경험을 살려 1990년대 중반에 매도우드 리조트 근방의 땅을 사들인게 세븐 스톤즈의 시작이 됐다. 와이너리는 매도우드 리조트 바로 위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세븐 스톤즈란 이름도 여기에 있는 거대한 화강암 조각에서 유래했다. 포도밭은 화산토에 배수가 잘되어 고급 와인을 만들기에 좋은 테루아로 주로 카버네 소비뇽을 심었다. 세븐 스톤즈의 와인은 딱 한 종류다. 그것도 생산량이 적을 때는 250케이스, 많아봐야 500케이스(1케이스는 12병)만 생산하다. 한 병당 가격은 210달러. 생산량이 적다보니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희망 구매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차례가 와도 최소 3병 이상 사야 한다. 해마다 비율은 미세하게 달라지지만 카버네 소비뇽 90% 안팎에 나머지는 카버네 프랑으로 채운다. 첫 작품인 2005년 빈티지부터 평가가 좋다. 2008년 열린 캘리포니아 와인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단번에 '떠오르는 샛별'로 낙점됐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로부터 99점+를 받았고, 와인 스펙테이터도 92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잘 익은 나파밸리의 카버네 소비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탄탄한 구조감으로 시음적기가 무려 2040년까지다. 한화솔루션이 세븐 스톤즈를 사들인 가격은 3400만 달러, 우리돈으로 약 445억원이다. 총 18만2000여㎡ 부지에 유기농 포도밭 1만2000㎡, 와이너리 1393㎡, 레지던스 613㎡ 등이 포함됐다. 사측은 이번 와이너리 인수에 대해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에서 리조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인사이트 부문은 에너지솔루션 사업부,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사업부, 도시개발 사업부가 모여 출범한 사업 부문이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12-08 14:17: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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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5>'슈퍼 파워' 부르고뉴 전성시대

<175>2022 리벡스 파워 100 와인하면 뭐니뭐니 해도 보르도였다. 레스토랑에 와인 리스트가 마련되기 시작하던 20년 전은 물론 10년전, 아니 팬데믹 속에서 와인과 사랑에 빠진 이들도 내 와인잔 안에는 칠레 와인이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프랑스 보르도였다. 와인 행사라도 하면 보르도부터 찾아챙겼고, 연말 인센티브로 챙길 스스로를 위한 선물은 소위 '5대 샤또'로 불리는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와인의 시음회였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와인잔을 처음 들기 시작하는 세대는 와인하면 부르고뉴를 떠올리게 됐다. 묵직했던 보르도 레드와인의 자리는 여리여리하고 우아한 부르고뉴가 차지했고,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취향에 맞든, 아니면 향후 가격 상승을 노린 재테크든 이제 와인의 대명사는 부르고뉴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가 와인전문잡지 드링크비즈니스와 함께 발표한 '2022 리벡스 파워 100' 리스트의 상위 목록은 부르고뉴와 상파뉴가 모두 휩쓸었다. 톱10 안에 보르도 와인은 단 하나도 없었다. 리벡스 파워 100은 매년 와인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브랜드의 순위다. 가격 상승률은 물론 거래량과 함께 와이너리별로 거래되는 와인의 종류나 빈티지의 다양성까지 모두 합산한 결과다.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부르고뉴다. 1위는 물론 지역별로도 톱 10, 톱100 모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산량이 많지 않기로 유명한 부르고뉴임에도 거래량이 늘고, 가격은 크게 뛴게 이유다. 2018~2019년 사이에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던 부르고뉴 와인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시 한 번 급등했다. 2018년에는 거래된 부르고뉴 와인이 829개에 불과했다면 2022년에는 1859개로 크게 늘었다. 르로이(Leroy)는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위 아르노 라쇼(Arnoux-Lachaux) ▲3위 르플레브(Leflaive) ▲4위 아르망 루소(Armand Rousseau) ▲5위 프리에르 로크(Prieure Roch) 등도 모두 부르고뉴 와인이다. 특히 아르노 라쇼는 이전에도 떠오르는 스타였지만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평균 가격 상승률은 487.2%지만 일부 와인은 무려 1000%나 가격이 급등했다.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명암이 엇갈렸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무통 로칠드, 샤또 마고 등 1등급 5대 샤또라는 곳들도 모두 밀려났다. 2017년엔 보르도만 53곳으로 리벡스 파워 100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이 이제 25곳으로 반토막이 났고, 사상 처음으로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여전히 거래액이나 거래량 기준으로는 상위에 올랐다. 돔페리뇽과 루이 로드레, 크룩 등 샴페인의 인기도 두드러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게 바로 샴페인으로 부르고뉴의 후발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샹파뉴다. 리벡스는 "상위 100위 안에 든 고급와인들의 가격은 올해 모두 올랐다"며 " 부르고뉴 와인의 상승세는 인상적이지만 하늘 높이 날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처럼 가격이 오를수록 구매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2022-12-01 14:25:5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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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4>하루 90잔?…와인을 향한 열정

<174>2022년 와인 톱100 와인스펙테이터 ②제임스 서클링 지난 열두 달 동안 시음한 와인만 총 3만2000개. 역대 최대치다. 팬데믹으로 멈춰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작년보다 7000개가 늘었다. 그럼 어디 계산을 해보자. 일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년 내내 매진했다고 가정해도 하루 평균 90잔에 달하는 와인을 맛보고 평가해야 한다. 물론 제임스 서클링 혼자가 아닌 시음팀이 있었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다. 와인스펙테이터(WS)는 점수로 평가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 등까지 고려해 100대 와인의 순위를 매긴다. WS에서 올해 1위를 차지한 와인의 점수가 94점으로 10위 와인 98점보다 낮을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제임스 서클링(JS)은 천문학적인 가격의 소수 와인을 제외하고는 품질이 우선이다. 올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와인은 모두 99점 이상이다. WS는 WS대로, 또 JS는 JS대로 100대 리스트를 챙겨볼 묘미와 핑계가 있는 셈. 와인을 살 때보면 병에 점수와 함께 'WS' 혹은 'JS'라고 표기되어 있는게 바로 이들을 말하는거다. 무려 3만 종류가 넘게 맛을 본 제임스 서클링이 꼽은 올해 최고의 와인은 보리우 빈야드의 '죠르주 드 라뚜르 프라이빗 리저브 2019'다. WS와 마찬가지로 미국 나파밸리 와인이 1위 자리에 올랐다. 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굿빈(좋은 빈티지)'이지만 특히 미국 나파밸리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죠르주 드 라뚜르는 100점을 받았다. 전설로 남았던 1974년 빈티지를 떠올릴 정도로 평가됐다. 최고의 나파밸리 레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타닌은 섬세하고, 아로마와 풍미는 복합적이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5~6년 뒤가 더 기대되는 와인이다. 리슬링 전도사답게 2위는 독일 리슬링 와인인 '쿤스틀러 리슬링 라인가우 홀 GG 202'가 차지했고, 4위는 100대 와인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 페삭 레오냥 2019'다. 예상치 못한 조합도 이번 리스트에서 꼭 챙겨봐야할 부분이다. 알자스의 피노누아, 워싱턴의 그루나슈같이 말이다. 3위는 프랑스 알자스에서 피노누아로 만든 '알베르만 피노누아 알자스 그랑아쉬 2020'이다. 알자스에서 화이트 와인이 아닌 레드와인의 품질이 이렇게 상위권에 오를 정도일 줄은 몰랐다. 5위는 미국 워싱턴에서 그르나슈로만 만든 '케이빈트너스 그르나슈 더 보이 2019'다. 특히 가격이 50달러 안팎으로 매력적이다. 화이트 와인에 대한 애정이 깊기로 유명한 제임스 서클링이지만 올해 목록은 레드가 우세하다. 제임스 서클링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훌륭했던 2019년 빈티지의 레드와인이 12개나 포함됐고, 2019년이 유독 뛰어났던 나파밸리 와인 역시 17개로 두드러진다"며 "반면 이탈리아와 남미 지역의 와인은 더운 날씨로 품질이 기대 이하라 선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연말 와인 장보기를 위한 힌트는 다 나왔다. 비단 100대 리스트에 없는 와인이라도 보르도나 나파밸리 2019 빈티지가 보인다면 일단 쟁이고, 가성비가 좋아도 이탈리아와 남미 와인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것.

2022-11-24 08:39:1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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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3>2022년 올해의 와인은…미국의 반란

<173>2022년 와인 톱100 ①와인스펙테이터 연말이면 연기대상, 가요대상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몰려들었던 것처럼 와인애호가들의 한 해 마무리는 전 세계 와인 평론 매체에서 내놓는 100대 와인 발표로 시작한다. 톱10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와인의 가격이 뛰고, 물량은 동이 난다. 구할 수도 없는데 뭘 꼼꼼히 들여다보냐고 타박할 이도 있겠다. 톱100은 향후 쇼핑 목록이 아니다. 앞으로 눈 여겨보아야 할 와이너리에 대한 안내서라고 보는게 더 맞다. 올해 와인스펙테이터의 톱100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와이너리들이다. 올해는 톱10 리스트가 유독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째 소위 '망빈(망한 빈티지)' 없이 '굿빈(좋은 빈티지)'만 이어지고 있어서 그야말로 왕중왕전 일테니. 와인스펙테이터가 꼽은 올해의 최고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의 '슈레이더 셀러스 카버네 소비뇽 오크빌 더블 다이아몬드'다. 1위는 물론 전체 100대 와인에서도 미국 와인이 32개로 가장 많았다. 역시 2019 빈티지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다. 전 세계적으로 '굿빈'이었지만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카버네 소비뇽과 샤도네, 피노누아 등이 모두 뛰어난 해였다. 와인스펙테이터는 와인마다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지만 순위는 꼭 점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점수로 나타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은 물론 와인에 담긴 스토리까지 합산된다. 실제 올해 1위의 점수는 94점으로 10위를 차지한 와인 98점보다 낮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콧대 높다는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인데 가격이 80달러 밖에 안한다. 가성비 최고의 매력이 가산점이 됐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사실 슈레이더 셀러스의 대표선수가 아니다. 프랑스 보르도 샤또들의 방식으로 말하면 소위 '세컨 와인'이다. 원래 와이너리 내에서 가족행사에 쓰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정식으로 선을 보이게 됐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최고로 알려진 투 칼론 포도밭의 포도 중에 간판 와인에는 쓰기 부족한 어린 포도나무의 열매들로 만든다. 그래도 태생이 좋은 포도에, 최고의 와인메이커가 만들어 놓으니 품질과 가격의 매력적인 조합이 세컨 와인을 세계 1위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나파밸리의 'HdV 샤도네이 나파밸리 하이드 빈야드 2019'와 '로버트 몬다비 카버네 소비뇽 오크빌 더 에스테이트'도 각각 3위, 6위에 올랐다. 2위는 이탈리아의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2016'이다.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와이너리는 이 지역이 DOC 등급을 받은 1967년 당시의 25개 생산자 가운데 하나다. 지금도 체리와 허브, 미네랄 풍미를 느낄 수 있지만 3~4년 뒤에 마신다면 더 근사한 맛이 기대되는 와인이다.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5위에 '안티노리 토스카나 티냐넬로 2019', 8위에 '파토리아 르 뿌삘레 토스카나 사프레디 2019'가 이름을 올렸다. 4위는 우리나라 와인애호가들에게도 익숙한 와인인 '샤또 딸보 2019'다. 톱3에는 못 들었지만 그래도 와인 종주국 프랑스 보르도의 체면을 세워줬다. 10위는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2014'로 스파클링 와인 가운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98점으로 역대 크리스탈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350달러에 달하는 비싼 몸값이 걸림돌이 됐다.

2022-11-17 14:09:5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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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2>다시찾게 되는 매력…올해도 보졸레 누보

<172>보졸레 누보 올해는 11월 17일이다. 11월 셋째주 목요일이니 말이다.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다(les Beaujolais Nouveau arrivent)."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가 찾아온다. '보졸레(Beaujolais)'는 지역 이름, 누보(Nouveau)는 '새롭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이다. 그 해 9월 초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 포도를 4~6주의 짧은 기간만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는다. 품종도, 지역명도, 아니면 창시자(?)의 이름도 아닌 '누보'가 명칭에 박힌 것은 양조 방식 등을 엄격히 정해놓은 규정 때문이다. 1951년 당시 법령에 따르면 원산지명칭통제를 받는 AOC 와인은 12월 15일까지 판매될 수 없었다. 시위 등으로 얻어낸 것이 병 라벨에 '누보'를 표시하는 조건이었다. 그것도 1951년 빈티지가 출시되기 불과 이틀 전인 11월 13일에 승인을 받으면서 그 해 보졸레 누보가 탄생할 수 있었다. 보졸레 누보가 원래부터 11월 셋째주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 15년 동안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날이 바뀌었다. 1967년부터는 11월 15일로 못을 박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떤 해에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이 되면서 날짜에 맞춰 운송을 보장할 수 없었고, 와인샵이나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정해진 게 날짜가 아닌 셋째주 목요일이다. 매년 축제처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매년 보졸레 누보를 찾게 하는 매력은 올해의 작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이다. 양조 기간이 길어봐야 한 달 반이다 보니 숙성과정을 통해 구조나 풍미를 입맛대로 바꾸기가 어렵다. 보졸레 누보는 포도가 자란 해의 기후와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보졸레 누보 2018년 빈티지는 1년 내내 햇빛이 내리쬐면서 검은 과실과 향신료, 감초향까지 느낄 수 있었던 반면 서늘했던 2021년 빈티지는 딸기향의 신선한 맛이 두드러졌다. 또 다른 매력은 '쉽다'는 것. 서빙 온도를 크게 따질 일도, 마실 시기를 논할 필요도 없다. 보졸레 누보는 가메 품종으로 탄산 침용해 만든다. 압착하지 않은 송이를 통째로 발효하는 방식이다. 으깨지 않은 포도알 안에서 세포 내 발효가 진행되고, 그 결과 탄닌과 알코올 도수는 일반 레드와인보다 낮지만 특유의 과일풍미를 지니고 부드러운 와인이 만들어진다. 피자나 가벼운 소시지, 돼지고기 요리나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살짝 차게 해서 먹으면 굴같은 해산물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와인을 받아들자마자 맛보는 것도 좋지만 보졸레 누보 역시 다른 와인들 처럼 8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맛있게 보관할 수 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첫 야외 바베큐 를 할 때 오픈해도 밀리지 않을 과일향이다. 만약 2015년과 같은 소위 '그레이트 빈티지'라면 10년까지도 묵혀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를 예약했다. 2022년 빈티지의 첫 맛을 기대하며.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11-10 11:40:0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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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1>샴페인 한 병에 33억원?…올해 가장 비싼 술은

재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좋은 품질은 기본이다. 그리고 여기에 걸맞는 디자인. 한정판 또는 몇 개 없다는 희소성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래도 역시 무엇보다 초고가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마케팅. 비싼 것을 더 비싸게 만드는 기술 말이다. 탁월한 마케팅 만으로도 몸값이 훌쩍 뛸 수 있으니까. 와인부터 보드카, 맥주까지 올해 가장 높은 몸값을 받았다고 꼽힌 술들은 이 모든 요소들의 조합이었다. 먼저 와인. 예상했던 대로 '로마네 콩티(1945 Domaine de la Romanee-Conti, Romanee-Conti Grand Cru)'다. 2000만원 이하 가격으로는 찾아볼 수도, 원한다고 살 수도 없는 와인인데 이번엔 수십년 전 빈티지다. 부르고뉴 네고시앙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드루앵의 지하 저장실에 고이 잠자고 있던 1945년 로마네 콩티다. 소더비 경매에서 약 7억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낙찰자는 아시아에서 온 개인 수집가로만 알려졌다. 샴페인은 예상 밖의 인물이다. 2017 샴페인 애비뉴 포흐(2017 Champagne Avenue Foch). 와인 애호가들조차 잘 들어보지 못했을 샴페인이다. 등급도 최고인 그랑크뤼가 아닌 프리미어 크뤼에 빈티지 2017년도 그닥 특별할게 없는데 34억원이라니. 비밀은 샴페인 병에 있었다. 병에는 인기 NFT(대체불가능토큰) 컬렉션인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의 이미지 5개가 인쇄되어 있으며, 경매 낙찰자는 샴페인 뿐만 아니라 해당 NFT의 소유권도 이전받는다. 구매자는 이탈리아 사업가 형제다. 암호화폐 투자자로 이 샴페인 역시 투자용도로 사들였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샴페인을 오픈할 계획은 없다고. 보드카는 한정판이라는 '코어스 보드카 24K 조지 5세(Kors Vodka 24k George V)'로 가격이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 세계에 단 250병만 있다. 차르 니콜라스 2세가 그의 사촌 조지 5세에게 보내던 것과 같은 제조법으로 증류했다고 한다. 4000만원은 마케팅에 희소성을 가미해 끌어낸 가격인 셈이다. 럼은 1300만원 짜리 '헤어우드 럼(Harewood Rum) 1780'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 술은 헤어우드 하우스에서 먼지와 거미줄에 뒤덮힌 채 발견됐고, 공히 기네스북까지 오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럼이다. 이 럼 한 방울은 캡슐에 들어가 금으로 된 법정 통화 코인에도 담겨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맥주는 한 병에 약 18만원의 '리포지드 20주년 기념 에일(Reforged 20th Anniversary Ale)'이다. 맥주 애호가라면 알만한 미국 에일스미스 브루잉 컴퍼니가 내놓았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든 그 양조장이다. 와인 한 병 크기로 750㎖로 나왔지만 현지에선 생맥주 파인트잔으로 13만원에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한 모금에 만원씩 넘어가는 느낌일까. 코냑은 루이13세 마투세람(1억3000만원), 위스키는 파인 앤 레어 1926 맥캘란(24억원) 등이 최고가로 꼽혔다.

2022-11-03 14:11:1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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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0>전설의 와이너리로 떠나는 여행…인도, 불가리아, 그리스까지

<170>세계 최고의 와이너리(World's Best Vineyards) 2022 초행길에 헤매다가 도착하니 이미 늦은 밤. 어찌 들어가나 걱정했는데 주인장은 잠옷을 입고도 싫은 기색없이 반겨줬다. 프랑스 스위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 지역의 한 와이너리에서 묵을 때의 일이다. 테이스팅 룸은 테이블과 의자 몇개가 다였지만 와인메이커와 정담을 나누며 와인을 마시기 충분했고, 샤또 2층의 방은 아늑하고 편했다. 1층의 레스토랑은 샤또의 와인과 천생연분인 요리를 내놨고, 다음날 아침 안개가 자욱한 포도밭 사이를 산책한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언제든 굳게 닫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면. 무조건 바다 건너 첫 행선지는 와이너리다. 지난 2년 반 동안 곱씹고 또 곱씹었던 말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오래된 고대 건물부터 입이 떡 벌어지는 현대 건축물, 아니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어린이까지 반겨주는 패밀리 투어를 운영하는 곳까지 와인 뿐만 아니라 원하는게 어떤 여행이든 선택할 수 있는게 바로 와이너리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위치한 와이너리 주카르디 발레 데 우코에서 올해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World's Best Vineyards)를 발표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500명 이상의 와인 전문가와 여행 전문가들이 투표로 선정한 결과다. 6개 대륙, 20개 국가에서 최고의 와이너리 100곳이 뽑혔고, 인도와 불가리아, 그리스 등의 와이너리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와이너리가 각각 11개씩을 올려 가장 많았다. 이번에 유튜브 생중계 이벤트가 진행된 주카르디 발레 데 우코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1위에 오르며 명예의 전당에 처음으로 입성한 곳이다. 주카르디 발레 데 우코를 대신해 올해 1위 자리에 오른 곳은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위치한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다. 안티노리는 1385년부터 무려 600년, 26대에 걸쳐 와인을 만든 유서깊은 곳이다. 수퍼투스칸의 원조격인 티냐넬로의 생산자다. 지금의 와이너리는 7년의 공사를 거쳐 2012년에 문을 연 곳으로 방대한 예술 컬렉션도 훌륭한 볼거리다. 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2년 연속 2위를 차지한 곳이다. 1858년에 설립됐으며, 최초의 리오하 와인이 병입된 곳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리오하 와인인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황금색 철사 그물로 와인병을 감싸기 시작한 시작한 곳도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호텔은 지하 와인 창고 위에 들어서 있다. 티타늄 지붕의 반짝이는 빛은 와인의 즐거움을, 핑크빛은 와인의 색을, 골드빛은 마르케스 데 리스칼의 황금 그물을, 실버빛은 와인의 캡슐을 상징한다. 칠레 와이너리로는 몬테스와 비냐 빅이 각각 3, 4위에 올랐다. 북미에서는 미국 나파밸리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7위),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리에이션(38위), 호주에서는 헨쉬케(36위)가 각 대륙의 1위를 차지했다. 어느 와이너리를 가장 먼저 갈 것인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2022-10-27 14:51:5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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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9>'관세폭탄'이 낳은 중국산 호주 펜폴즈…팔릴까?

<169>원 바이 펜폴즈(ONE by Penfolds) 2020년 11월, 중국은 호주산 와인에 116.2%에서 최고 218.4%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 폭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언급한 호주에 대한 일종의 무역 보복이었다. 당시만 해도 호주는 와인 수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던 때였다. 200%라는 어마어마한 관세에 중국에선 더 이상 호주 와인을 찾기 힘들게 됐다. 중국의 호주 와인 수입이 이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관세 폭탄 2년 여만인 이달 중국 온라인 쇼핑몰과 와인상점에 호주 와인 대표 선수인 펜폴즈가 새로운 시리즈 '원 바이 펜폴즈(ONE by Penfolds)'를 출시했다. 그것도 228위안(한화 약 4만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200%에 달하는 관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 해법은 중국산이라는데 있었다. 원 바이 펜폴즈는 브랜드를 유지한 채 여러국가에서 양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리즈는 모두 4가지 와인으로 구성됐는데 그 중 하나가 중국산 펜폴즈인 '원 바이 펜폴즈 레드 블렌드 차이나(닝샤) 2020'이었다. 나머지는 미국산 '원 바이 펜폴즈 레드 블랜드 캘리포니아 2020'과 프랑스산 '원 바이 펜폴즈 뱅 루즈 프랑스 2020', '원 바이 펜폴즈 GSM 프랑스 2020'이다. 펜폴즈 톰킹 매니징 디렉터는 "각각의 와인은 지역을 대표하는 품종과 블렌드를 선택해 펜폴즈만의 스타일과 품질 등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산 펜폴즈가 가장 먼저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였고, 나머지 3개의 와인은 내년 중반에 전 세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펜폴즈 와인메이커인 매트우는 "원 바이 펜폴즈는 편하게 바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며 "무겁지 않은 미디엄 바디에 각 지역의 과실향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와인병의 레이블 디자인은 이스라엘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오리 토어(Ori Toor)가 맡았다. 원 바이 펜폴즈 시리즈의 각 와인별로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어냈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디자인을 통해 각 와인 양조 지역의 본질을 표현하려고 했다. 중국산 펜폴즈는 중국의 보르도로 일컬어지는 닝샤에서 만들었다. 색은 짙은 자주빛에 레드베리류의 향과 자스민과 팔각 등 향신료 느낌도 풍부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 만든 만큼 향신료를 많이 쓰는 중국 음식과도 어울리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펜폴즈는 최초의 중국산 와인을 출시하면서 지역의 와인 양조 및 포도 재배 연구를 위한 기금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 팀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새로 떠오르는 고급 와인 양조 지역으로 독특한 펜폴즈 스타일과 타협하지 않는 품질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중국산 펜폴즈를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2022-10-20 13:31: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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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8>붉게 물드는 계절…최고의 카버네 소비뇽은

<168>카버네 소비뇽 글로벌 톱 12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선선해 그 어느 때보다 와인에 손이 가는 계절이다. 벌써부터 한 마디들씩 하는게 눈에 보인다. 햇빛이 쨍하면 더위를 식히자고 한 잔, 이 시리게 추운 날은 몸 좀 덥히자고 한 잔 아니었나. 와인에 손이 안 가는 계절이 있겠냐마는 가을은 분위기를 같이 따라 마셔야하니 또 한 잔. 완연한 가을 날씨엔 단풍을 닮아 깊은색의 카버네 소비뇽이다. 하늘하늘한 피노누아나 실크같은 목넘김의 메를로 등을 다 제치고 올해 가을 와인으로 카버네 소비뇽을 꼽은 것은 최근의 변화가 인상적이어서다. 원래 진하고 두꺼운 껍질을 가진 카버네 소비뇽은 타닌 함량이 높고, 무거운 와인이다. 스테이크 등이 차려진 푸짐한 저녁상과는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리지만 점심이나 다른 때 한 두잔 홀짝거리기엔 무게감이 좀 부담스러웠다. 그랬던 카버네 소비뇽이 달라졌다. 힘을 뺐다. 깊은 과실향은 그대로지만 신선함을 담아냈고, 타닌으로 중심은 단단히 잡았지만 한 층 부드러워졌다. 여기에 카버네 프랑이나 카르미네르, 시라 등을 살짝씩 섞으면서 단순했던 캐릭터는 한층 복합성을 띄게 됐다. 최근의 변화를 쉽게 풀어 말하자면 영리하게 잘 만든 와인이 아주 많아졌단 얘기다. 올해 마스터 오브 와인(MW)과 마스터 소믈리에 등이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마스터'로 꼽은 와인들은 지역도 고루 분포됐지만 가격도 1~2만원 선부터 몇 십만원까지 다양했다.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마스터는 대부분의 와인 품평회와 달리 특정 품종 만을 대상으로 하며, 생산지 등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만 평가한다. 먼저 가성비 최고인 '디아블로 리제르바 프리바다'. 우리나라에서도 마트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목록에 오른 와인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칠레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생산지인 마이포 밸리에서 만들었다. 과실향이 풍부하지만 무겁거나 달착지근하지 않다. 다음은 가장 비쌌지만 최고점을 받은 '펜폴즈 빈 707'이다. 호주 와인의 대표 선수 펜폴즈가 만들었다. 과일 풍미부터 시작에 바닐라 코코아 향이 어우러지며 타닌은 부드럽다. 2019년 빈티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하지만 지금 먹기도 좋다. 카버네 소비뇽을 말하는데 미국의 나파밸리가 빠질 수 없다. 나파밸리 와인으로는 '트레페덴 패밀리 빈야드'와 '마운틴 브레이브'가 이름을 올렸다. 트레페덴은 과일, 삼나무 향과 함께 생동감있는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조화를 이룬다. 마운틴 브레이브는 좀 더 강건한 스타일이다. 짙은 보라빛에 풀바디 와인으로 섬세한 장미꽃향과 검은 과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카버네 소비뇽 품종인만큼 구세계보다는 신세계 와인들이 각광을 받았다. 칠레 와인으로는 디아블로 뿐만 아니라 '카르멘 골드'와 '카사 레알 레제르바 에스페셜 카버네 소비뇽'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르헨티나 와인 '루이지 보스카 핀카 로스 노블레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 '니더버그 프라이빗 빈 R163', 튀르키예(터키) 와인 '참리야'등도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와인으로 꼽혔다.

2022-10-13 13:55: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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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7>와인을 지켜라…기후변화와의 사투

때는 1990년대 중반. 한 기후학자가 와인 명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에 가서 강연을 열었다. 보르도 지역의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고. 이제 빠르면 20년, 늦어도 30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기후와 환경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기후학자의 말에 보르도 와이너리들이 서둘러 환경변화에 대비하고, 잘 적응할 만한 품종 연구에 나섰을까. 아니다. "저 학자는 미쳤다"는 반응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딱 25년 안팎이 흘렀다.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과 가뭄에 몸살을 앓았고, 결국 보르도가 백기를 들었다. 관개수를 허용하고, 품종을 추가하는 등 수세대에 걸쳐 지켜왔던 규정을 바꾸었다. 미국 오리건 와이너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제 와인 기후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레그 존스의 예측이 맞은 셈. 그가 있는 오리건만 해도 그렇다. 1950년대 오리곤에는 와인 산업이랄게 없었다. 포도가 자라기엔 너무 추웠으니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여전히 짧은 일조량과 낮은 기온이 위험요인으로 남아있지만 미국에서 아주 훌륭한 피노누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와인 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등의 와인생산량이 최근 몇 년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올해는 유독 심했다. 봄은 건조했고, 여름은 기록적인 고온이었다. 수확량이 급감한 것은 물론 산불은 그나마 남은 포도마저 좋은 와인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태로 해놨다. 그간 프랑스는 포도 품종이나 재배 방식 등에 와인생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포기했다. 보르도는 포도밭에 주변 지역의 물을 대는 게 통상 금지됐지만 연중 내내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허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보르도 와인으로 인정되는 포도 품종도 늘렸다. 모두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품종들이다. 레드와인 품종으로는 포르투갈 와인에서 주로 맛 볼 수 있었던 투리가 나시오날을 비롯해 마르셀란, 꺄스떼. 아리나르노아 등 4종이다. 화이트와인 품종으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더운 날씨에 잘 자랐던 알바리뇨와 릴리오릴라 등 2종이다. 유엔 기후 과학자들은 남부 프랑스를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지표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이미 1.5도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지구 전체 평균인 1.1도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포도 수확은 평균적으로 30년 전보다 최대 3주 빨라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제 관심사는 앞으로 40년, 50년 후에 와인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다. 오리건이 피노누아 산지가 된 만큼 기존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피노누아 산지 부르고뉴는 더 더워졌다. 100년 전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우아했다. 색은 투명하게 밝고, 알콜 도수도 낮았다. 여전히 피노누아 와인이라면 부르고뉴가 1순위로 떠오르지만 이전과는 분명 다른 스타일이고, 머지 않아 피노누아 와인을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될 거란 얘기다. 품종 제한 등 엄격한 규정이야 이번처럼 바꾼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와인을 만들어낼 지는 여전히 큰 도전이자 과제다.

2022-10-06 13:53:19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