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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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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6>와인, 등급이 뭐길래…佛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166>佛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쎄 어디 보자. 샤토도 없이 개성적인 이름 하단에 그냥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라면 살짝 불안해진다. 프랑스에서 만들긴 했는데 여러 지역의 포도를 사들여 대량으로 생산했다. 수확량이나 품종, 재배법에도 별로 제한이 없고, 숙성한 맛을 내기 위해 오크 칩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일 수도 있지만 때론 프랑스 와인이라고 시킨 것 치곤 실망스러운 맛일 수 있다. 이번엔 AOC(아펠라시옹 도리진 콘트롤레) 또는 AOP(아펠라시옹 도리진 프로테제)가 보이면서 와인 생산지로 알려진 지역들 가운데 한 곳이 기재되어 있다. 그럼 일단 품질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됐다. 소위 '원산지 통제명칭'을 받은 곳들이다. 지역에 따라 와인에 허용되는 포도와 포도의 품질, 수확량, 양조와 숙성 과정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이 있고, 이를 지켰다는 얘기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실망할 일이 없다. 와인 등급이란게 프랑스 와인을 한 층 어렵게 느끼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기본 내용만 알아두면 사실 도움될 때가 많다. 와인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와인 판매대든 레스토랑이든 아는 와인보다 모르는 와인 가운데 선택해야 할 일이 더 많으니 말이다. 올해는 프랑스 보르도의 생테밀리옹 지역이 10년 만에 등급을 다시 분류하는 해였다. 생테밀리옹은 기본적으로 프랑스의 원산지 통제명칭으로 따르지만 최고의 샤토에 대해서는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등급을 두고 따로 나누고 있다. 일단 생테밀리옹 와인인데 그랑크뤼가 기재됐다면 최고급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 올해 등급 재분류에서 최종 그랑크뤼 클라쎄 등급으로 매겨진 샤토는 총 85곳이다. 먼저 가장 좋은 와인부터 보자. 최상급인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 A'는 단 두 곳이다. 샤토 파비와 샤토 피작이다. 샤토 파비는 기존 등급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지만 샤토 피작은 이번에 승급되는 경사를 맞았다. 사실 샤토 피작은 생테밀리옹에서도 최고의 테루아로 알려졌지만 일관성 없는 품질이 문제였다. 소유주들은 2012년 재분류에서도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쎄 A에 들지 못하자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고, 세계적인 양조가인 미셸롤랑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등급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이번 승급은 10년 간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다음 등급인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는 12곳, 그랑크뤼 분류에서 가장 하단인 '그랑크뤼 클라쎄'에는 71곳이 이름을 올렸다. 등급 분류는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과 일관성, 포도를 재배하는 테루아, 포도 재배법 및 양조 방식, 명성 등을 평가해 이뤄진다. 특히 와인 테이스팅의 비중의 50%에 달한다. 4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43개의 와인을 맛봤다. 여기에 명성 20%, 테루아 20%, 재배법 및 양조법 10% 등이 더해진다. 빈티지마다 최소 10번의 시음을 거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지만 언제나 불만은 있는 법. 기존 프리미에르 그랑크뤼 클라쎄 A였던 샤토 오존, 샤토 슈발 블랑, 샤토 앙젤뤼스 등은 등급 평가에 불만을 피력하며 아예 등급 참여를 거부했다. 다섯 번째 등급 재분류가 있던 2006년에는 등급에 포함되지 못한 샤토들의 반발로 법정 공방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등급은 여전히 힘이 있다. 등급에 새롭게 선정되거나 승급한 경우 와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발휘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09-29 12:42: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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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5>길거리 음식 '떡·튀·순'에 와인?…분식 마리아주

<165>분식과 와인 마리아주 힘을 뺄 때도 됐다. 와인에 대한 마음가짐 말이다. 와인 마신다고 스테이크 굽고, 고급 레스토랑 예약할 시기는 이제 지났다. 팬데믹 속에 다들 집에서든 어디서든 와인을 마신지 2~3년차가 됐으니 편하게 즐겨보잔 얘기다. 지난 주말 부산 해운대 전통시장의 한 분식집 앞에 수십 병의 와인이 늘어섰다. 길거리 음식 대표주자인 떡볶이, 튀김, 순대, 만두, 김밥 등과 함께 음료 메뉴는 바로 와인. '캘리포니아 와인 한 잔 3000원'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디서나 편하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분식과 와인의 매칭. 캘리포니아와인협회((California Wine Institute·CWI)가 이달 '캘리포니아 와인의 달'을 맞아 기획한 행사다. CWI 히로 테지마 북아시아 및 오스트랄라시아 지역 공동대표는 "캘리포니아 와인과 한국의 분식을 페어링하는 것은 항상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와인이 항상 심각하고 어렵거나 복잡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먼저 분식 대표 삼총사 '떡·튀·순'이다. 떡볶이는 맵고, 양념범벅으로 진득하다. 입안의 매운 맛을 달래줄 수 있도록 살짝 단맛이 나는 로제와인 '서터 홈 화이트 진판델' 아니면 상큼한 화이트와인 '제이 로어 베이 미스트 화이트 리슬링'과 잘 맞을 수 있다. 매운 음식에는 레드와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 잘 익은 과실향을 담은 'OZV 진판델'이나 메를로로 만든 '본테라 오가닉 이스테이트 메를로'도 좋다.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데 있어 떡볶이가 난이도 상급이라면 '튀·순'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다. 기름진 튀김은 산도가 높은 '마지오 소비뇽 블랑'이나 스파클링 와인인 '글로리아 페레 블랑 드 블랑 브륏 NV'과 같이 하면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있다. 레드와인 중에서는 붉은 과실향에 산미가 있는 '라 크레마 몬테레이 피노누아' 등 피노누아 품종이 제격이다. 당면이 주요 속재료인 순대는 가벼운 메를로나 카버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 가운데 타닌이 너무 강하지 않은 것으로 고르면 무난하다. 찹쌀이 들어간 순대라면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셀렉션 버본 배럴 까버네 소비뇽' 등 좀 더 무게감 있는 레드와인이 좋고, '세게지오 샤르도네' 등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과도 어울린다. 만두는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가니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 다 무난하다. 화이트와인과 함께 하면 산미가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레드와인과 같이 먹으면 풍부한 맛이 둥글둥글하게 조화를 이룬다. 너무 강한 와인보다는 과실미가 풍부하고 가벼운 와인이 낫다. 김밥에는 가볍고 상큼한 로제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인순 와인랩 대표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담은 풍부한 과일 맛과 경쾌한 산미, 적당한 탄닌이 어우러진 와인은 분식의 멋진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라며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온도로, 레드 와인은 살짝 서늘한 온도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2022-09-22 14:09:2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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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4>중국 와인 '퍼플 미라클'…"세계를 놀라게 하라"

<164>2022 제2회 중국(닝샤) 국제와인문화여행박람회(CIWCTE) [중국, 닝샤(Ningxia)=안상미 기자] 우아하고, 유려하다. 타닌은 매끄럽지만 입안을 꽉 채우고, 향긋한 과실향과 기분좋은 산도가 잘 어우러진다. 만들기도 잘 만들었지만 카버네 소비뇽 품종으로 이 정도의 균형감과 미네랄을 주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테루아가 기본일 터. 여기에 일부 섞인 중국 고유 품종 카버네 게르니히트(Cabernet Gernischt)는 신선한 과실미와 함께 어떤 중국 음식에 같이 마셔도 어울릴 만한 향신료 느낌을 채워준다. 시거(Xige) 와이너리의 'XEGE N50'다. 중국의 북서쪽 닝샤에 위치한 시거(Xige) 와이너리는 9월에도 한 낮의 기온이 35℃까지 올라갔다. 따가운 햇빛에 더 없이 건조했지만 풍력발전이 가능할 만큼 불어오는 바람은 포도알의 열기를 식혀준다. 타고난 좋은 땅과 함께 우아한 맛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닝샤후이족자치구 량옌순 당서기는 지난 7일 열린 제2회 중국(닝샤) 국제와인문화여행박람회(CIWCTE) 개막식에서 "닝샤는 중국의 보물과도 같은 곳으로 타고난 자연환경과 국가적인 지원이 만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고급 와인 산지가 되었다"며 "'작은 포도'는 지역을 대표하는 '커다란 산업'이 된 것은 물론 닝샤가 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500여명 안팎의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했고, 현장에선 와인산업 투자협약도 체결됐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닝샤는 '중국판 보르도'로 불리는 곳이다. 프랑스의 보르도와 같이 세계 와이너리의 황금벨트라고 불리는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다. 중국판 보르도라지만 기후는 확연히 다르다. 보르도가 온화한 해양성 기후라면 닝샤는 완전한 대륙성 기후다. 북쪽으로는 황하가 흐르고, 우뚝선 허란산 동쪽 기슭에 포도밭이 즐비해 있다. 서리 걱정없이 충분한 일조량을 누릴 수 있고, 큰 일교차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저녁은 포도를 천천히 익히고 좋은 산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환경만 놓고 보자면 아르헨티나의 와인 명산지 멘도사와 비슷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6, 2020년 두 차례나 닝샤를 직접 방문했다. 당시 시 주석은 "닝샤 와인 산업은 중국 와인 산업 발전의 축소판"이라며 "10년, 20년 안에 중국 와인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언급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Cineses wine: A marble to the world)'는 문구가 그대로 이번 박람회의 기조가 됐다. 와인을 만들기 좋은 환경만큼이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도 닝샤 와인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단순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막같은 곳에 포도나무를 심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빈곤했던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했다. 닝샤에서 와인 산업을 황무지에 포도밭을 일군 '그린 미라클'을 넘어 일자리를 만들고 실제 지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끌어올린 '퍼플 미라클'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이 곳 와인의 브랜드 가치만 301억 위안(한화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시 시거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돌아가보자. 맛을 봤던 'XEGE N50'은 2018 빈티지로 2017년 세워진 와이너리의 실력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와인업계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야 말로 '미라클' 수준이다. 특히나 숙성 등 긴 시간(다른 말로 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야 하는 와인 산업에 있어 완벽한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되어 있는 와인 3000배럴은 세계 어느 대규모 와이너리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닝샤에 이미 세워진 와이너리만 116곳에 달한다. 중국 전역도 아닌 닝샤 지역에서만 오는 2035년까지 와인 6억병 가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종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와인 6억병은 프랑스 보르도의 연간 생산량이다. 닝샤를 세계 와인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와인굴기'는 이제 시작이다.

2022-09-15 14:34: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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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3>와린이부터 애호가까지…추석 와인 페어링

<163>추석 와인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추석이 코 앞이다. 특히 이번은 감회가 다르다. 팬데믹에 '홈추·홈설(Home+추석·설)'만 지내다가 3년 만의 대면 명절이다. 소소하게 기름 냄새 풍길 전과 와인 한 잔만 있어도 좋았지만 역시 명절은 마주보며 떠들썩해야 제 맛이다. 이번 추석 와인 담당은 머리 좀 아프게 생겼다. 지난 3년간 와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초보자인 '와린이(와인+어린이)'부터 까다로운 애호가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와인을 찾아내야 하니 말이다. 먼저 와린이들을 위한 와인이다. 명절 음식은 물론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소위 '만능템'이다. 명절 음식 대표 선수인 전 요리에는 뭐니뭐니 해도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먼저 집을 수밖에 없다. 와인의 상쾌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전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토착품종인 카리칸테에 다른 화이트 품종을 섞어 지역색을 간직한 와인이다. 향긋한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느낌이 꽉 들어차 있다. 달콤함 속에 기품 있는 과일의 느낌이 인상적이며, 들꽃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9~11도로 시원하게 마시면 더 할 나위 없다. 음식을 차려내기 전에 식전주도 한 잔씩 해도 좋고, 가벼운 요리와 함께 곁들이기도 편하다. 명절 상차림에 빠질리 없는 육류 요리에는 역시 레드 와인이다. '벨 꼴레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 DOCG 누완다', 길고 어려운 이름이 영 불편하다면 누완다로 기억해보자. 원래 누완다(Nuwanda)는 인디언 수장이 강인함을 상징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새기는 번개 문양을 뜻한다. 누완다는 이름에 걸맞게 갈비찜이나 산적 등의 양념 맛에도 밀리지 않을 묵직한 와인이다. 과실향이 조화롭게 피어나며, 입에서는 신선하고 지속적인 산도와 탄닌이 조화를 이룬다. '덕혼 디코이 멀롯'은 신세계 멀롯의 기준을 세운 덕혼에서 만들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와인이다. 진한 과실에 다크 초콜렛이나 삼나무향이 어우러져 구운 고기와 같이 한 모금하면 부드러운 탄닌이 고깃결에 스며들어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번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와인이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부터 미국, 칠레, 이탈리아까지 구세계과 신세계를 넘나들지만 명성만은 서로 밀리지 않는다. 와인애호가들의 높아진 입맛에 맞추기도,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기도 좋다. '마셀드샹제 부르고뉴 오뜨꼬뜨드본 피노누아'는 평균수령이 40년 이상인 포도나무에서만 포도를 수확하며, 서늘한 기후를 그대로 담아 좋은 산도를 가지고 있다. 와인을 따르고 바로는 유기농 와인 특유의 쿰쿰함이 느껴지지만 곧 날아간다. 신선한 과실향과 함께 부드러운 타닌으로 마시기 편안한 와인이다.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소비뇽'은 투박하지만 귀족적인 와인이다. 짙은 색상과 풍부한 과실맛에 복합적인 풍미, 벨벳 같은 탄닌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카버네 소비뇽이라는 단일 품종이지만 8개의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매해 기복없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한다. '단짠' 양념갈비나 진득한 소스의 음식과도 먹기 좋다. '몬테스 알파엠'은 와인은 몰라도 다 안다는 '몬테스 알파'의 프리미엄급이라고 보면 된다. 카버네소비뇽과 카버네프랑, 멀롯 등 이른바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과실의 향과 후추와 같은 향신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육류 요리라면 대부분 잘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2-09-01 16:17: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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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2>와인도 살쪄요?…다이어터의 선택은

<162>주류 열량 표시 소주는 취하지. 맥주는 배 나온다며. 막걸리는 배불러. 그럼 와인은. 밤마다 한 잔씩 홀짝홀짝. 이렇게 계속 먹어도 될까. 과일향이 달콤하게 올라와 꿀떡꿀떡 마시기도 좋다. 한 두 잔만 마셔도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할 취기가 올라오니 와인으로 배채울 일은 없다. 문제는 매 끼니마다 밥은 한 숟갈씩 덜어내고, 그 좋아하는 빵도 참아내는데 와인은 뱃살 걱정없이 이렇게 마셔도 되는지다. 지난주 애주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술의 열랑을 표시하겠다는 뉴스다. 사실 주류의 열량 표시는 해묵은 과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대부분의 식품은 칼로리가 얼마인지,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포장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유독 술만 제외였다. 술은 몇 도인지 알코올 함량만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많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다른 나라들도 주류 열량 표시를 강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자율 표시 형태를 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율협약에 연 매출액 120억원 이상의 업체가 대부분 참여해 소비자에게 주류의 열랑 정보를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 보면 시장 유통 주류의 약 72%가 대상에 포함된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열량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막걸리 등 탁주·약주다. 포장재 교체 시기에 맞추느라 첫 타자가 됐다. 먼저 칼로리 기준은 이렇다. 성인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남자가 2700㎈, 여자가 2000㎈다. 밥 한 공기는 300㎈ 안팎이다. 막걸리 한 잔을 200㏄라고 하면 92㎈다. 사람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초록색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시면 345㎈. 빈대떡과 막걸리 한 병을 다 먹어도 과히 부담스럽지는 않다. 국민술 소주와 맥주는 라벨 변경이 쉬운 병 제품부터 우선 적용하고, 캔 용기는 기존 포장재를 다 쓰면 열량 표기를 추진한다. 소주 한 잔 50㏄는 54㎉다. 한 병을 다 먹게 되면 408㎈. 단위당 칼로리가 막걸리보다 2배나 높다보니 소주를 병 단위로 먹는 '소주파'라면 술로만 하루 열량의 절반을 채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맥주는 500㏄ 잔을 기준으로 생맥주가 185㎉, 일반 맥주는 238㎉다. 단위당 칼로리는 낮지만 한 잔이 보통 350~500㏄라 한 잔당 열량 기준으로는 맥주가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맥주는 안주도 문제다. '치맥(치킨+맥주)'처럼 시원하게 톡 쏘는 맥주에는 튀김이 제격이라 칼로리가 몇 배는 높아진다. 1차로 소주 한 병 반 정도를 먹고, 2차로 맥주 두어 잔을 마신다면 안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녁 만으로도 하루 열량도 채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와인은 대형마트 유통 제품에 우선 적용한다. 와인 한 잔은 보통 5온스, 150㏄다. 평균 130㎉. 알코올 도수를 11~14% 사이로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그러니 알코올 도수가 더 높거나, 더 많은 당이 포함된 디저트 와인의 칼로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칼로리를 표방하는 와인도 한 잔에 100㎈ 안팎은 된다. 이대로라면 절망적이다. 매일 저녁 일과가 끝난 후 두 잔씩만 홀짝거려도 260㎈, 밥 한 공기 가까이를 먹는 셈이니 말이다. 반전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의 체중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다. 특히 화이트 와인보다 칼로리가 높은 레드 와인의 경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체지방을 분해해 주는 역할도 한다. 와인을 마시면 몸 속에서 여분의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막고 신진대사를 높여준다. 물론 적당한 양을, 즐겁게 마셔야 효과가 있다는 전제 조건은 기억해 두자.

2022-08-25 11:04:1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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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1>퍼펙트 페어링

<161>영화로 맛보는 와인 ⑩퍼펙트 페어링(A Perfect Pairing) "이건 마치 소박한 산장에서 캐시미어 담요를 두르고 벽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는 맛이에요." 와인 수입업체에서 잘 나가는 롤라 앨버레즈(빅토리아 저스티스)에게 와인은 전 세계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는 매개체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가 휴가이기도 연휴가 되기도 한다. 영화 '퍼펙트 페어링'의 주인공 롤라에게 추운 겨울 몸을 녹이는 맛을 선사한 와인은 호주 야라 밸리에서 만든 쉬라즈였다. 쉬라즈는 호주 와인의 대표 선수다. 근데 고개가 꺄우뚱해진다. 보통 묵직하고 강렬한 과일 풍미를 내는 호주 쉬라즈에 대한 표현이라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이유는 생산지에 있다. 무더운 헌터 밸리도, 따뜻한 바로사 밸리도 아닌 서늘한 야라 밸리다. 야라 밸리는 멜버른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서늘해 피노누아가 잘 자라지만 쉬라즈가 여기서 자라게 되면 기존 호주 쉬라즈의 무거운 풍미와 차별되는 절제된 맛을 낼 수 있다. "체리, 라즈베리, 향신료, 담배향." 한 모금으로 와인의 본질을 꿰뚫는 셰프 해미쉬 킹. 유명세를 떨치는 셰프 앞에서도 롤라의 입담은 빛을 발한다. "전 이 레드 버건디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답니다. 따스한 가을날 디종 어딘가의 저택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죠. 이걸 마시면요." 거래를 연이어 성사시킨 롤라지만 회사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상사는 부려먹을 궁리만 하고, 동료는 롤라의 아이디어마저 가로챈다. 사표를 던지고 와인 수입사를 차리지만 주류 수입 면허가 나오는 것만도 두 달은 걸린다. 새내기 최고경영자(CEO) 롤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호주의 본 패밀리 같은 거물급 와이너리다. 무작정 호주행이 용감한 건지 미친 건지 판단이 안 선다는 롤라에게 아버지는 "용감하게 미친 짓을 하연 되는 것"이라 밀어준다. 본 패밀리 와인은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모든 와인은 유기농이며 생물 역학적이다. 화학약품은 일절 쓰지 않고, 유전자 조작도 없이 포도로만 승부한다. 이런 와인을 만드는 깐깐한 CEO에게 주류 수입 면허도 없는 롤라가 눈에 찰 리 없다. 롤라를 살린 것은 마침 부족했던 일손. 양 목장의 일꾼을 자처하고, 양떼를 몰 줄 알게 되면 와인 얘기를 해보자는 수준까지는 이끌어낸다. 와인에서 '페어링'이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을 말한다. '마리아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것이다. 음식과 와인이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것은 넘어 맛과 향을 배가시켜야 진정한 페어링,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끼리의 페어링 역시 다르지 않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정도가 아닌 서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진정한 짝꿍일 터. 몸을 사리고만 살아온 맥스 본(애덤 데모스)에게 롤라가 딱 그랬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롤라 덕에 맥스는 이제 본 패밀리 와인의 숨겨진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롤라는 본 패밀리 와인은 놓쳤지만 독특한 우루과이 와인을 들고 와인 박람회장에 당당히 하나의 부스를 차지한다. "언젠가 롤라 앨버레즈가 직접 운영하는 와인 수입사를 와인 박람회에서 보고 싶네요"라고 했던 셰프 해미쉬의 말대로 말이다.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 앞에서 어디로 데려다 줄 와인을 선택할까. 호주의 광활한 초원에 데려다 줄 시라즈, 아니면 미국 나파밸리의 찬란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카버네 소비뇽도 좋겠다.

2022-08-18 13:57:4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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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0>전세계 와이너리가 주목하는 그곳은…한국?

"와인업계에서 보면 활기가 넘치는 그야말로 '핫 스팟'이다. 팬데믹 이후 와인 소비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이곳은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와인에 지출하는 비용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와인 가격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앞으로도 와인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전세계 와인 업계가 주목하는 곳은 다름아닌 바로 한국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만 해도 '관심 시장' 정도로 꼽히던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글로벌 와인 조사 기관인 와인 인텔리전스는 2020, 2021년 연속으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시장' 2위로 꼽았고, 올해도 성장세가 여전한 '핫 스팟'으로 평가했다. 사실 지난 2년간 와인 열풍은 누구라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백화점이 아닌 대형마트나 집 앞 편의점만 가도 와인은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했고, 와인을 살 수 있는 매장과 와인바도 동네마다 속속 들어섰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먼저 팬데믹 속에서 유일한 대안이었던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에는 와인이 유리했다. 소주처럼 안주와 함께 본격 술판을 벌이지 않고 간단하게 홀짝거릴 수 있다. 최근 와인 소비형태를 보면 조사대상의 80% 이상이 주로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곁들이거나 하루 일과를 끝낸 뒤 한 두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행이나 건강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도 한 몫을 했다. 와인은 확실히 막걸리, 소주보다는 '세련'됐고,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인식됐다. 와인 소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도 스웨덴이나 독일에 이어 내추럴 와인이나 유기농 와인의 소비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와인을 사기는 쉬워졌다.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와인도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예약하고 구매하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실제 와인을 받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와인을 고르고 결정해야 하는 '당황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와인을 좀 좋아한다는 이들에게도 와인 고르기는 언제나 어려운 법이니까. 최근 1년간 와인 소비자 5명 중에 한 명은 스마트 오더로 와인을 샀고, '위드 코로나'로 아무 제약이 없는 지금도 스마트 오더의 인기는 여전하다. 와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와인 소비자는 2017년 1020만명에서 2022년 1260만명으로 급증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수가 무려 200만명이 넘게 늘었다.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와인 수입액은 2억9748만달러(한화 약 3870억원)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증가폭이 두 자릿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주춤하지만 오히려 정상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1인당 소비량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다. 와인 인텔리전스는 "한국에서 와인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새로 진입하거나 혹은 기존에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소비량이 늘 수 있다"며 "와인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강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08-11 14:18:1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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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9>불타는 여름…와인의 위기

<159>와인과 기후변화 '너무 덥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기에 마스크까지 몸의 온도를 몇 도는 더 높여준다. 그 어떤 좋은 와인이라도 진득한 레드와인보다는 시원하게 찰랑거리는 스파클링 와인에 더 손이 간다. 우리나라만 땀을 흘리는게 아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달라스까지, 유럽대륙도 파리에서 런던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북반구 전체를 휩쓸고 있다. 세계 온도 지도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가 모두 35℃ 이상 고온임을 나타내는 주황색으로 뒤덮였다. 빙하는 녹고, 강은 마른다. 애써 키운 농작물은 고사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와인생산량이 매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 올해는 유독 심하다. 와인 최대 산지인 유럽 전역에서 봄은 건조했고, 여름은 기록적인 고온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까지 모두 최고 기온이 40℃를 넘어섰다. 수확량이 급감한 것은 물론 산불은 그나마 남은 포도마저 좋은 와인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태로 해놨다. 올해는 와인의 양과 질, 모두 문제가 될 것이란 얘기다. 와인 종주국 프랑스의 보르도도 열기와 연기로 가득찼다. 지롱드농업회의소 브루노 사미 포도재배 컨설팅 이사는 "우리는 기후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40℃ 이상의 온도를 견뎌야 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일찍부터, 그리고 연중 내내 가뭄인 올해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보르도의 수확량은 급감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래 포도나무는 가뭄에 강하다. 생존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좋은 와인을 만들만한 포도 상태는 아니다. 포도나무는 잎이 말라가더니 포도알도 영글기를 포기했다. 아직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어린 포도나무나 모래나 자갈 토양인 포도밭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산불도 발생했다. 다행히 포도밭까지 번지진 않았지만 근접한 와이너리는 연기로 가득찼다. 스페인은 거의 전역이 화재로 고역을 치렀다. 작년 10월 이후 스페인의 강우량은 평년 대비 25%나 급감한 반면 지난달 16일에는 온도가 무려 45.5℃까지 치솟는 등 고온이 이어졌다. 강에 인접한 포도밭들은 자연 방화벽 역할을 하면서 인명은 구했지만 와이너리들의 손실은 컸다. 화마가 덮친 시기는 하필 포도알이 연두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열기가, 그리고 가득찼던 연기가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포르투갈은 역사상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겨울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 강수량은 전년 대비 3분의 1도 되지 않았고, 포도 수확량은 예년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 와인 산지인 도우로 밸리의 일부 지역은 지난달 중순 기온이 49℃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밤 사이 최저 기온이 35℃인 극단적인 날씨를 겪었다. 와인애호가들이야 당장 올해 와인이 걱정이고, 비싼 가격이 부담이겠지만 와인메이커들의 우려는 더 크다. 이런 기후가 이제 포도재배의 일반적인 상황이 될까봐 말이다.

2022-08-04 13:36:3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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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8>와인 한 잔의 마법

<158>와인과 건강 "매일 한 잔씩 드시면 치매가 예방됩니다. 심장 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낮추고, 내장 지방도 줄여주지요. 나이들수록 뼈 건강이 중요한 거 아시나요. 골밀도도 높이고, 식사 중간에 같이 마시면 당뇨병 위험도 낮아집니다. 물론 한 두잔씩, 적당량만 드셔야 합니다만." 이 무슨 만병통치약 과대광고 같지만 주인공은 약도, 건강보조제도 아니다. 바로 와인이다. 고지방, 고단백 음식을 많이 먹고도 심장병 발병률은 낮은 프랑스 사람들. 레드와인의 위상을 바꾼 것은 이 '프렌치 패러독스'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연구결과가 훨씬 더 많이 나왔다. 적당량의 와인을 마신 이들은 심혈관 질환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20%는 낮아지고, 동시에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활동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심장병과 뇌졸증 위험을 높이는 내장 지방을 줄여주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치매 예방은 남성에게 특히 효과가 있었다. 한 잔 정도의 와인을 마신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와인 이외의 다른 술을 마셨거나 아예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은) 이들 대비 치매 위험이 17% 낮았다. 양이 아닌 마시는 시점까지 신경쓴다면 효용은 더 커진다. 와인을 1~2잔 규칙적으로 마시면 전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었지만 매일 식사와 함께 마신 시험 참가자들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맥주 등 다른 알코올을 규칙적으로 마셨다면 오히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와인이 몸에 좋은 술이 된 것은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덕분이다. 포도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몸속 유해 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노화를 늦추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안토시아닌은 세포 독성을 억제한다. 이런 성분들이 건강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 같은 효과는 없지만 골밀도를 높이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술을 잘 먹는 사람들이 원래 체력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꾸준히 운동을 해서 술을 잘 먹게 된 것일까.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달리기 운동을 꾸준히 해온 고체력자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과음할 가능성이 높았다. 러닝머신 실험에서 고체력자로 판별된 여자의 경우 저체력자보다 적당히(와인 3~7잔) 또는 과음(7잔 이상으로 보통 와인 한 병 반 가량)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남자 역시 고체력자가 적당히(3~14잔) 또는 과음(14잔 이상으로 보통 와인 세 병 가량)할 확률이 저체력자보다 1.63배나 더 높았다. 더 많이 마시지만 알콜 중독 같은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은 고체력자가 낮았다. 재미있는 점은 운동과 음주 간의 이런 상관관계는 심리적인 영향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사전에 좋은 행동을 하면 나중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할 권리가 생긴다고 믿는 소위 라이센싱 효과(Licensing Effect)다. 주중에 술을 한 번도 안 마셨으면 주말에 폭음을 해도 된다고 스스로 용인하는 것처럼 꾸준히 운동을 한 이들은 그만큼 마음껏 술을 마셔도 된다고 생각했다. 와인의 모든 긍정적인 효과들은 '몸이 건강한 상태일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러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와인을 마시려면 무엇보다 과음은 금물, 그리고 운동으로 좋은 체력을 유지할 것.

2022-07-28 13:34:0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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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7>와인 한 잔으로 시작하는 여름휴가

<157>여름휴가 와인 갖 구운 빵과 함께 윤기가 흐르는 올리브, 샐러드가 차려졌다. 그리고 얇게 썰린 햄과 치즈까지. 여행지에서 자주 만날법한 조식을 특별하고 평생 기억에 남게 해준 것은 테이블마다 따라주던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한 잔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니. 여름휴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작은 섬 마조르보에 갔을 때다. 아침술도 낮술도, 아니 삼시세끼 술도 눈총받지 않을 휴가의 계절이 왔다. 휴가라면 먼저 쨍하게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호사로운 버블만 있으면 '홈캉스(홈+바캉스)'도 '호캉스(호텔+바캉스)' 부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드 샹세니 크레망 드 루아르 브뤼'는 촘촘한 버블과 섬세한 향으로 루아르 크레망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크레망이란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었지만 샹파뉴(샴페인)가 아닌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말한다. 드 샹세니는 슈냉 블랑의 신선함과 샤도네이, 카베르네 프랑에서 오는 꽃의 우아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아주 촘촘한 기포는 부드럽게 지속되는 여운과 잘 어우러진다.휴가지에 도착하자 마자 식전주로, 혹은 카레 등 간단한 식사와도 두루 곁들일 수 있다. '돈나푸가타 술 불카노 로사토'는 지중해를 담은 로제 와인이다. 옅은 핑크 컬러가 눈길을 잡아끌고, 이어 시칠리아 에트나의 화산재에서 자란 네렐로 마스칼레제 품종의 미네랄과 신선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마치 꽃이 활짝 핀 등나무 밑에 서있는 듯 은은한 향기가 주위를 감싸고, 자두와 핑크 자몽의 맛이 느껴진다. 샐러드나 신선한 치즈와 같은 지중해식 음식은 물론 맵지 않은 아시아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이제 휴가지에서 맛집을 찾아 메인요리와 먹을 와인들이다. '덕혼 골든아이 피노 누아'는 미국 고급 피노누아의 명산지로 손꼽히는 앤더슨 밸리에서 만들었다. 2009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오찬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좋은 테루아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낸 포도로 빚어 부드러운 질감과 섬세한 탄닌, 매끈한 구조와 더불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매력적이다. 구운 연어나 참치, 돼지고기, 오리고기까지 다양하게 같이 마실 수 있다. 해산물이라면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리저브'다. 회는 물론 해산물 찜과 구운 생선과 마시기 좋다. 레몬이나 라임, 복숭아, 사과와 같은 과일의 향과 흰 꽃의 아로마가 우아하게 어우러진다. 산미는 입 안을 신선하게 해주고, 알자스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풍미가 와인의 맛을 돋워준다. 고기파라면 '카이켄 울트라 말벡'이다. 카이켄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와인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가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표 품종인 말벡으로 만들어 입을 꽉 채우면서도 둥글고 벨벳처럼 부드럽다. 과실미와 함께 여운은 따뜻하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10년 숙성도 기대할 만한 와인이다./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2-07-21 13:46:0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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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6>쑥갓에 와인?…'초록초록' 한식에 '핑크핑크' 로제

<156>프로방스 로제 와인 동양에선 채소로 재배하는데 서양에선 꽃을 보기 위한 관상용이다. 향이 독특하고, 또 너무 강해서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데쳐먹고, 무쳐먹고, 탕에도 넣어 먹는다. 바로 쑥갓이다. 소위 '센캐(센 캐릭터)'인 쑥갓을 넣은 한식과도 같이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있을까. 꼬시래기에 두부, 잣, 쑥갓까지 곁들인 '꼬시래기 두부무침' 한 입에 옅은 살구빛 와인을 한 모금했더니 쑥갓의 향이 오히려 살아났다. 서로의 맛을 살려주는 짝꿍을 제대로 만난 셈이다. 프로방스 와인 협회(CIVP)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 함께하는 초록빛 한식 상차림을 선보였다. 프로방스는 전세계에서 독보적인 스타일로 로제와인을 만드는 생산지다. 투명한 장밋빛에 달지 않고, 베리류의 과실향이 물씬 느껴지는 로제와인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로제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이란게 마시다보면 처음엔 진한 레드와인에 빠졌다가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찾게된다. 이 둘의 장점을 모두 아우르는 로제 와인을 마시게 되는 순간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제15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양윤주 소믈리에는 "로제와인은 적포도로 만들어 색이 붉은 빛을 띄지만 양조할 때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듯이 빠르게 압착해 만들어 청량감을 느끼며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며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매력을 다 가지고 있는 로제 와인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가 먼저 선보인 요리는 눈개승마 솥밥이다. 눈개승마는 봄에 나오는 산나물이다. 말렸을 때 맛이 더 좋아지는 나물 중 하나라 사계절 맛볼 수 있다. 다진 파와 마늘, 조선간장, 들기름, 멸치가루 등 넣어서 눈개승마를 살짝 짭짤하게 무쳐준다. 나물 준비가 끝나면 불린 쌀 위에 얹고 밥만 지으면 끝이다. 이제 나물솥밥에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볼 차례다. 사실 한식과 두루두루 어울리는 와인을 꼽으라면 로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간장 기반의 짭짤한 맛, 참기름이나 들기름의 고소함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최악의 조합만 제외하면 되니 쉽다. 권 셰프는 "로제 와인은 잘 익은 김치까지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며 "너무 쿰쿰한 젓갈 등과만 같이 마시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개승마 솥밥과 가장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샤또 드 프루시유 꼬뜨 드 프로방스'가 선택됐다. 양 소믈리에는 "시음한 와인들 가운데 잔당이 없이 드라이해 솥밥, 쌀 자체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었다"며 "상큼하고 풍미가 잔잔해서 음식을 한 입 더 먹게 만든다"고 느낌을 표현했다. '꺌리송 드 꺌리산, 샤또 꺌리산'는 프로방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그르나슈, 생소, 쉬라 품종으로 만들었다. '라 비 앙 로즈, 샤또 루빈'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일반적인 프로방스 로제 와인보다 살짝 높다. 무게감이 있다보니 한식의 풍미에 맞추기 좋다. 꼬시래기 두부무침은 넣은 재료만 봐서는 그야말로 와인을 고르기 힘든 음식이다. 꼬시래기는 해초류 중 하나다. 와인을 잘못 곁들이면 해초류의 비릿함이 느껴질 수도 있고, 같이 무친 두부, 잦과 쑥갓 모두 개성이 강하다. 이런 꼬시래기 두부무침에의 짝꿍은 '777, 도멘 드 라 가르노드'가 꼽혔다. 비법은 소비뇽블랑과 같이 싱그러운 풀, 라임 등의 향을 뿜어내는 베르멘티노 품종이었다. 와인과 등을 질 것만 같은 쑥갓의 향을 오히려 한층 끌어내줬다. 셰프와 소믈리에. 이들은 음식에 와인을 맞출까, 와인에 음식을 맞출까. 각자의 업에 맞게 셰프는 음식, 소믈리에는 와인에 비중을 더 두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과 달리 모두 음식을 기준으로 삼았다. 양 소믈리에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와인"이라며 "요리를 우선 순위에 둔다"고 말했다.

2022-07-14 09:09: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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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5>더위도, 스트레스도 날려버릴…여름엔 화이트와인

<155>여름에 어울리는 화이트와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진득한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에 손이 가고 있다. 핑계 없는 술 없다지만 술꾼들에게 날씨만큼 좋은 핑계가 또 있을까. 보통 마시는 온도보다 몇 도는 더 낮게 해두면 화이트와인의 쨍한 산도는 더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먼저 화이트와인의 산뜻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와인이다. '메르솔레이 실버 샤도네이'는 오크향이 진하고 무거운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와인이다. 콘크리트 탱크에서 발효하고 숙성한 언오크드 (Unoaked) 방식으로 만들었다. 깨끗하고 순수한 샤도네이 고유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감귤류의 산미를 깔끔하게 느낄 수 있으며, 동굴의 암석을 연상시키는 미네랄이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된다. 바람이 많이 부는 몬터레이 카운티에서 재배한 포도답게 스모키한 향도 느낄 수 있다. 6~8도 정도로 시원하게 해뒀다가 구운 해산물이나 닭, 버섯요리와 같이하면 된다. '벨 꼴레 랑게 DOC 파보리타'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 화이트와인의 정석이다. 화이트 토착 품종인 파보리타(Favorita)로만 만드는데 이름이 '왕이 가장 좋아하는'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역시 언오크드 방식으로 만든 와인은 레몬이나 자몽 같은 감귤류의 향과 기분 좋은 산도가 잘 어울린다. 이와 함께 가볍지만 쌉쌀한 여운이 인상적이다. 식전주로 더 할 나위 없으며, 이탈리아 해산물 요리와도 마시기 좋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와인이다. 토착품종인 카리칸테를 비롯해 화이트 품종들을 섞어 만들었다. 복숭아 등 과일과 함께 들꽃의 향까지 향긋하게 피어오르며, 신선한 느낌이 가득 들어찬다. 시원하게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식전주나 아니면 해산물 파스타와 토마토 바질 부스르게타 등의 가벼운 요리와 함께하기도 좋다. 이제 신대륙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킴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명불허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대표주자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와인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구스베리와 자른 풀 향기가 정갈하고, 잘 익은 과일의 느낌과 적정한 조화를 이룬 산도가 돋보인다. 입안을 편안하지만 은근히 채워주는 스타일의 와인이라 식전주로 특히 훌륭하다. 샐러드는 물론 모든 종류의 해산물과 어울린다. 호주 '얄룸바 Y 시리즈 비오니에'는 론의 꽁드리유처럼 비오니에 품종으로만 만든 화이트와인이다. 와이너리 얄룸바는 비오니에를 호주에 처음으로 식재한 곳이다. 비오니에라는 품종은 같지만 론과 달리 오크숙성을 하지 않아 신선한 과실의 향을 느낄 수 있고, 더운 남호주 기후에서 자란 비오니에의 강렬한 꽃향기와 풍미도 더해졌다. 밝은 볏짚색의 와인은 파인애플과 말린 무화과 풍미가 가득하며, 적절한 산도는 와인의 균형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2-07-07 14:20:3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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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4>와인잔의 세계

<154>와인잔② "와인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와인잔을 세제도 안쓰고 물로만 닦는다면서요. 진짜 그래요?" 대상을 불문하고 마니아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하다. 아니 사실 그 집단에 속한 소수의 이들을 제외하고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와인 역시 다르지 않다. 식당에 갈때도 와인잔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가 하면, 다 마신 와인잔에 아직 향이 남아 있다며 코를 박고 있는 걸 이해해주긴 쉽지 않다. 사실 집이 아닌 곳에서 와인을 마실 때의 가장 큰 불만은 와인잔일 때가 많았다. 고급잔을 원하는게 아니라 그 위생상태 때문이다. 희미한 물 얼룩이야 그러려니 해도 덜 지워진 립스틱 자국이나 와인의 향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음식 냄새는 최악이다. 특히나 레드와인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선 고기류와 많이 먹다보니 기름과 냄새가 문제다. 교과서적으로는 와인잔은 물로만 세척하는게 맞다. 아무리 잘 헹군다고 해도 일부 남아있는 세제 성분이 와인의 풍미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스파클링 와인이라면 보글보글 올라와야 할 버블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근데 원칙을 지키려면 조건이 있다. 와인잔에 얼룩이 가능한 없도록 하거나 생기자 마자 바로 세척을 한다. 또 뜨거운 물로 헹구고, 헹구고, 또 헹군다. 가능하다면 밤새 따뜻한 물에 담궈놓아도 좋다. 레스토랑이든 집이든 지키기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다. 차선책은 성분이 순하거나 무향의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양도 가능한 적게 해서 말이다. 이 역시 교과서적으로는 기름기나 립스틱 자국을 없애기 위해 세제를 사용한다면 더 이상 헹굴 수 없을 때까지 헹구라고 되어 있지만 말이다. 마니아에서 일반 레벨로 다시 내려가 기본 문제를 풀어보자. 먼저 와인은 꼭 와인잔에 따라 마셔야 하나. 답은 '예스(yes)'. 와인은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그리고 마신다. 색상과 향은 와인의 성격은 물론 품질까지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물잔이나 플라스틱잔에 따라 놓쳐버리긴 아깝다. 투명한 와인잔의 유리야말로 와인 본연의 색을 잘 나타낼 수 있고, 깊고 둥근 볼은 향을 잘 맡을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품종이나 지역 등에 다양한 와인잔을 모두 구비해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은 '노(no)'.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잔, 화이트 와인잔, 스파클링 와인잔 하나씩만 있다면 와인의 맛을 잘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먼저 레드 와인을 마시기 위한 보르도 잔이다. 가장 많이 봤을 보편적인 잔으로 둥그런 형태로 입구와 볼 부분이 넓다. 와인의 향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고,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이 커 탄닌이 많은 레드와인에 딱이다. 다음은 화이트 와인을 위한 잔이다. 모양 자체는 보르도 잔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훨씬 작다.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온도로 즐겨야 하는데 잔이 크면 와인이 금방 미지근해진다. 화이트 와인 전용의 작은 잔에 자주 따라서 먹고,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볼 부분이 아니라 다리부분을 잡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잔이다. 입구와 볼이 좁지만 길쭉하다. 스파클링 와인의 생명인 기포가 잘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와인을 따르면 잔 바닥에서 여러 줄기의 거품이 올라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2022-06-23 14:57:4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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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3>보르도 2021년 빈티지…쉬어가는 해?

<153>프랑스 보르도 2021 빈티지 지난 4월 말 프랑스 보르도에 전 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보르도의 2021 빈티지를 맛보기 위해서다. 물론 2021 빈티지라면 시중에 나오기는 커녕 이제 막 배럴통 안에 담겨졌을터. 전문가들은 숙성되지 않은 와인을 시음해보고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뒤의 와인의 맛이 어떨지 평가한다. 이들의 의견은 곧 보르도 특유의 선물 거래 시스템인 엉프리뫼르(En Primeur)에서 매매가의 기준이 된다. 엉프리뫼르를 위해 전문가들이 직접 보르도에서 시음하는 것은 무려 3년 만이다. 팬데믹 첫 해인 2020년엔 디지털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체해야 했고, 작년 역시 보르도에 모이는 대신 전문가들이 있는 각국으로 와인이 보내졌다. 아쉽게도 사상 최초 4년 연속 '그레이트 빈티지'의 꿈은 깨졌다. 2018년, 2019년, 2020년 모두 최고의 맛을 선사했지만 2021년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간이든, 생산자 간이든 편차가 큰 해로 남게 됐다.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보르도는 매년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나나 호주 등과 달리 해마다 포도재배 품질에 편차가 날 수밖에 없고, 와인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빈티지가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2021년이 쉬어가는 해라고 하니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 로낭 라보르드 회장은 2021 빈티지 엉프리뫼르 리포트를 통해 "2021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빈티지였다"며 "와인 생산자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버텨야 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봄 서리와 곰팡이, 병충해, 많은 비 등 포도를 재배할 때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발생했다. 오히려 어려운 기후 여건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할 정도다. 전체적으로 이전 몇 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2021이 2014나 2017 빈티지와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화이트와인은 생산량이 많지는 않지만 기대해볼만 하며, 레드와인은 진한 과실미과 묵직함보다는 신선하고 섬세할 것으로 보인다. 라보르드 회장은 "아로마가 매우 훌륭하며, 섬세한 질감과 탁월한 균형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은 "포도재배 여건만 보면 20년 만에 가장 어려운 해였지만 일부 보르도의 와인 메이커들은 우수한 와인을 만들어냈다"며 "시음했던 대부분의 레드와인은 낮은 알코올과 미디엄 바디, 보다 신선한 산도 등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맛에 대한 기대를 다소 낮춰야 한다면 가격도 따라 내려갔을까. 실망스럽게도 내렸다고는 할 수 없고, 2020년보다 오르지 않는 수준에 그쳤다. 샤또 까농은 선물매매에서 2021 빈티지를 90유로에 내놨다. 작년 대비 6.3%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샤또 피숑 롱그빌 라랑드는 지난해와 같은 132유로로, 샤또 베이슈벨은 작년보다 2.1% 오른 59유로로 선물 가격을 책정했다.

2022-06-16 14:18: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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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2>플래티넘 주빌리…여왕의 와인은

<152>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와인 와인 생산지로서는 다소 생소한 영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이 순식간에 품절 사태를 겪었다. 판매자는 '전례없는 수요'를 이유로 주문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이제 주문은 할 수 있지만 받으려면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공지해놨다. 스파클링 와인에 맞게 같이 내놓은 샴페인 잔도 동시에 모두 품절됐다. 주인공은 바로 누구나 한 번쯤은 마셔보고 싶을 여왕의 와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인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래티넘 주빌리 스페셜 에디션 잉글리시 스파클링 와인'이다. 플래티넘 주빌리 축제는 이제 막을 내렸지만 와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했다. 영국 구스본 와이너리에서 만든 이 와인은 켄트와 웨스서식스에서 자란 샤도네이와 피노누아, 피노 뫼니에를 샴페인 스타일로 섞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건강할 때는 매일 자기 전에 샴페인을 한 잔씩 마셨다고 할 정도로 스파클링 와인을 좋아했다. 와인 병의 라벨은 여왕이 1953년 6월 2일 대관식에서 착용한 가운에 새겨졌던 금빛 자수에서 영감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뜻하는 'EIIR'가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빛 올리브 잎과 밀 이삭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로얄 컬렉션에 따르면 와인 역시 황금빛으로 꿀이 들어간 감귤류나 복숭아 등 달콤한 향이 매혹적이다. 입 안에서는 잘 익은 과일과 구운 견과류 느낌이 더해지면서 둥글고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플래티넘 주빌리 와인은 식전주로 즐기기 좋다. 가볍게는 영국식 체다 치즈와 잘 어울리고, 음식으로는 랑구스틴 같은 영국 해산물과 먹기 좋다. 가격은 39파운드(한화 약 6만원 안팎)다. 기념판 와인을 놓쳤다면 차선책은 버킹엄 궁전의 문양이 찍힌 로얄 컬렉션이다. '버킹엄 팰리스 빈티지 샴페인'과 '버킹엄 팰리스 보르도 블랑', '버킹엄 팰리스 포트', '버킹엄 팰리스 토카이 아수' 등이다. 왕실의 포트 와인 공급자인 테일러스 포트는 전례 없는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매우 오래된 토니 포트를 담아 주빌리 에디션으로 내놓기도 했다. 사실 여왕의 와인이라면 '샤또 페트뤼스'를 빼놓을 수 없다. 공주 시절 약혼식은 물론 결혼식과 여왕 대관식 때도 공식 만찬주는 페트뤼스였다. 지금이야 전설의 와인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당시만 해도 잘 안려지지 않은 새내기였던 것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와인으로 등극하면서 명성을 떨치게 됐다. 페트뤼스는 프랑스 보르도 포므롤 지역에서 재배한 메를로 품종만으로 만든다. 페트뤼스 라벨에 그려진 성인은 베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12사도 중 수제자인 베드로다. 오른손에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다. 노란색 라벨의 붉은 글씨는 '와인의 비밀이 담겨 있다'라는 의미다. 1980년대에는 100유로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4000~5000유로를 호가하며 부르는게 값일 정도로 몸값이 올라갔다.

2022-06-09 08:52:0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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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1>와인 열풍 2년 천하?…와인 소비량 '주춤'

"이제 내가 지겨워진거야? 나도 집에서만 보는거 별로야. 밖에서도 데이트 하고 싶다고. 친구랑도 같이 만나면 안되는거냐고." 2년 간의 열렬한 연애 끝에 권태기가 오고야 말았다. 와인 얘기다. 팬데믹에 '홈술(홈·home+술), 혼술(혼자+술)'로 불기 시작한 와인 열풍이 주춤해졌다. 짧은 시간에 워낙 급성장한 여파도 있지만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외부 활동이 늘면서 와인에 손이 가는 일이 확실히 줄긴 줄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와인 수입 규모는 1억4017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6% 증가했다. 늘긴 늘었지만 지난 2년간 전년 대비 증가폭이 두 자릿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주춤하다. 와인 수입 규모는 팬데믹 1년차인 2020년에는 27%, 2년차인 2021년엔 무려 69.6%나 급증했다. 게다가 물량 기준으로 보면 감소세로 돌아섰다. 와인에 돈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덜 마셨단 얘기다. 올해 1분기 수입된 와인은 1740만 리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와인 수입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입에 나섰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팬데믹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수입 맥주는 올해 들어 소비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1분기 맥주 수입은 금액과 물량 모두 각각 22.6%, 24.5% 증가했다. 와인 시장의 변화를 놓고 해석은 분분하다. 먼저 절대적인 물량 소비는 줄었지만 금액은 늘었으니 좀 더 좋은 와인을 찾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와인이란 게 그렇기도 하다. 한 번 좋은 와인을 마셔보면 절대 눈높이를 낮출 수가 없고 자꾸만 더 '고급진' 와인을 찾게 된다. 2020년 와인 세계에 입문한 '와린이(와인+어린이)'들이 작년엔 프리미엄 와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보는게다. 실제 저가 와인의 대표 주자들인 칠레와 스페인, 아르헨티나 와인은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칠레 와인은 수입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부동의 1위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감소했다. 스페인 와인도 수입량이 17.9%나 줄었다. 반면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와 와인은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프랑스 와인은 금액 기준으로는 20.5%, 물량 기준으로는 8.3% 늘었고, 이탈리아 와인 역시 각각 13.4%, 16.3% 증가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소비가 많이 늘었다. 스파클링 와인은 수입액은 36.5%, 수입량은 42.4%나 급증했다. 반면 팬데믹에 따른 반짝 특수는 이제 끝났다는 이들도 많다. 금액 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이 좋은 와인을 찾아 나섰다기 보단 와인 가격이 오른데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다. 병과 코르크 등 와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자재 중에 안 오른게 없을 정도고, 공급망 악화로 물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와인 가격은 더 올라갈 일만 남았고, 저가 와인들은 이제 높아진 눈높이를 못 맞춰 소비자들이 와인 자체를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현상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앞으로 와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질적은 물론 양적 성장도 동반되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와인 대중화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신세계L&B가 와인을 마셔본 적이 있는 2050세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가량이 작년 와인 음용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대부분이 팬데믹에 따른 혼술과 홈파티 문화를 꼽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위드코로나, 혹은 팬데믹이 끝나도 와인을 계속 마실 것인지 아닌지.

2022-06-02 13:29:2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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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50>와인 한 잔으로 정상급 기분…정상회담 만찬주

<150>정상회담 만찬주 와인의 '맛'보다 '스토리'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다른 나라의 정상을 모시는 국빈 만찬이야 더 말할 것 없이 맛은 기본일테고, 담긴 의미가 와인 선정의 절대 기준일 터. 지난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만찬을 위해서도 사전에 많은 와인들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양국의 화합을 위해 저마다 스토리를 담은 와인들이 제안됐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와인이 최종 테이블을 장식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오미자로 빚은 '오미로제 결'이 식전 스파클링 와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레드 와인에는 한국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든 '바소'가 , 화이트 와인에는 미국 와인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샤또 몬틸레나 나파밸리 샤도네이'가 낙점됐다. 먼저 가장 고르기 어려웠을 미국산 와인이다. 일단 대표 와인으로만 추려도 종류가 워낙 많고, 맛이나 음식과의 궁합 뿐만 아니라 상대국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미국 와인의 위상을 단 한 번에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1976년 그 유명한 파리 테이스팅, 일명 '파리의 심판' 우승으로 말이다. 당시 프랑스인 심사위원들은 블라인트 테이스팅 끝에 프랑스 버건디 그랑크뤼 와인이 아니라 몬텔레나 샤도네이를 1위로 선정했다. 이 결과는 타임지에 대서 특필됐고, 미국 와인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건이 됐다. 당시 1위로 선정된 1973 빈티지 와인병은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 링컨의 모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함께 전시돼 있다. 몬텔레나 샤도네이는 오크향이 진하고 무거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샤도네이와 달리 젖산발효를 하지 않아 적정한 산미와 과실의 풍미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산미가 살아있지만 부드러우며, 화이트 와인으로는 드물게 튼튼한 골격과 구조를 갖춰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오미로제 결은 정상회담이나 국제행사 등에서 만찬주로 자주 사용된 한국산 와인이다. 평창 패럴림픽 건배주로 사용된 것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울 핵안보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을 당시도 만찬주로 선정됐다. 오미로제 결은 국산 오미자로 만든다. 와인에서도 신맛과 단맛, 쌉싸름한 맛, 짠맛, 자극적인 맛까지 다섯 가지의 맛이 조화를 잘 이룬다. 전통 샴페인 방식을 적용해 발효와 숙성 등 한 번 만들려면 3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바소는 한국인이 설립한 나파밸리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만들었다. 카버네 소비뇽과 말벡, 카버네 프랑 등을 섞어 만들었으며, 이번 만찬에 오른 와인은 2017년 빈티지다. 국민 만찬 등에 사용되면 홍보 효과는 확실하다. 와인 한 잔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줄텐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특히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국산 와인일수록 홍보 효과가 크다. 오미로제 결의 경우 한미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되고는 일시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2022-05-26 14:02: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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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9>타이거맘 그린마더스의 와인은

<149>드라마 속 와인 '그린마더스클럽' 안상미 기자 헐렁하게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찬장을 연다. 아이들의 손이 닫지 않을 만한 찬장의 가장 상단. 익숙하게 먹다만 와인병을 꺼내 깊은 한숨을 안주삼아 와인을 한 모금씩 삼킨다. '앙리맘' 서진하(김규리 배우)가 근사한 펜트하우스 홈바에서 마시는 고급 와인이 아니라 '동석맘' 이은표(이요원 배우)가 지칠대로 지친 표정으로 주방 한 켠 혹은 아파트 옥상 위에서 홀짝이는 와인 한 잔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대한민국 엄마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게 '초등 커뮤니티'라더니 올해 1학년인 딸 아이의 엄마로서 초짜 동석맘에게 더 감정이입이 됐나보다. 극성스런 '타이거맘', 물불 안가리는 '알파맘', 혹은 자체 발광 '여신'이든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수단으로 와인이 쓰였다.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서의 장면들이다.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화면 캡쳐. 자세한 사정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속상한 마음만은 서로 알겠다는 듯 두 여자가 와인바에서 의기투합을 한다. '유빈맘' 변춘희(추자현 배우)가 깊은 보르도잔에 담긴 와인을 '원샷' 해버린다. 빈 잔에 다시 따르는 와인은 바로 '샤또 칼롱 세귀르'. 와인의 레이블이 절반쯤 밖에 보이지 않아도 와인 애호가라면 한 눈에 알아봤을 터. 레이블에 저렇게 하트가 그려진 와인은 단 하나니까 말이다. 누구 엄마를 떠나서 프랑스 유학파 은표와 의사 '싸모' 춘희의 테이블에 오를 만한 와인이다. 애 학원비를 대기 위해 전 남자친구와의 내키지 않는 인터뷰를 하거나 불법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사정은 일단 접어두고 말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의 칼롱 세귀르는 하트 레이블 덕분에 발렌타인데이나 프로포즈 등 사랑을 고백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이다. 칼롱 세귀르에 대한 유명한 일화는 세귀르 후작이 "나는 샤토 라피트와 라투르에서 와인을 만들지만 내 마음은 항상 칼롱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라피트와 라투르는 그랑 크뤼 1등급이지만 그보다도 3등급인 칼롱에 더 애정이 컸다. 후손들은 세귀르 후작의 이런 마음을 알리기 위해 와인 레이블에 하트 모양을 새겼고, 이로 인해 칼롱은 사랑을 표현하는 와인이 됐다. 샤토 칼롱 세귀르 옆에 놓인 와인 역시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티냐넬로'다. 이탈리아의 와인명가 안티노리가 만든 와인으로 슈퍼 투스칸의 원조로 꼽힌다. 슈퍼투스칸은 말 그대로 이태리 중서부의 토스카나(Toscana)에서 만들어진 품질이 탁월한(super) 와인을 말한다. 산지오베제 등 토착 품종 뿐만 아니라 국제 품종인 카버네 소비뇽 등을 섞어 보르도 타입으로 만든다. "입술 파래, 입술." "뭐야, 자기도 파래." 유빈맘과 동석맘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깔깔 웃는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마시는 와인도 좋지만 이번 주말은 파래진 입술도 개의치 않을만큼 마음 통하는 이들과의 와인 회동이 먼저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2022-05-19 14:21:1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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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8>취임 만찬장 주름잡은 한국 와인

쉬운 답을 어렵게 찾아갈 때가 있다.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 일이 딱 그렇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매콤한 제육볶음은 물론 식탁에 자주 오르는 나물, 아니면 순대, 육회 같은 가벼운 한식 안주거리와는 어떤 와인이 어울릴까. 자칫하면 뭔가 비려지고, 아니면 매운 양념과 와인이 만나 입에 불이 난듯 화끈거리는 느낌이다. 답을 찾아낸다고 해도 음식과 와인,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지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제대로된 궁합은 아니었다. 정답은 오히려 눈 앞에 있었다. 피자엔 이탈리아 와인이, 프렌치 요리엔 프랑스 와인이 제격이듯 간장과 고추장 양념이 많은 한국 음식엔 한국 와인이었다. 그럼 관건은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토종 와인이 있느냐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만찬주가 공개되자 업계가 술렁였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통주 하나는 들어가 있겠지 하던 예상과 달리 리스트에 오른 것은 전통주, 그것도 주류였던 도수 높은 증류주가 아니라 와인이 주를 이뤘다. 식전 스파클링 와인부터 디저트와 함께할 달달한 와인까지 퓨전 한식에 맞춰 완벽한 코스가 짜여졌다. 한식에 반주로 올릴만한 토종 와인이 있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말끔하게 걷어낸 셈이다. 선택된 와인들은 강원도부터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소위 각 지역의 테루아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놨다. 만찬 식탁에 오를 정선 곤드레와 가평 잣, 공주 밤, 구례 보리순, 제주 고사리 등 만큼이나 세련되고 영리한 구성이었다. 먼저 스파클링 와인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다. 와이너리 샤또나드리가 강원도 홍천에서 생산된 사과로 애플 와인이다. 일반 과실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과를 착즙해 1차로 발효시키고, 다시 압력탱크에서 2차 발효를 시켜 스파클링 와인으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허니문'은 양평의 꽃꿀로 만든 벌꿀 발효주다. 발효를 위해 필요한 당분이 충분하다보니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없었고, 산뜻하고 은은한 단맛을 낼 수 있었다. 3~5도 사이로 차갑게 식전주로 마시기 좋고, 어떤 음식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제주 '니모메'는 유일하게 쌀로 만든 약주다. 쌀을 주 원료로 하고, 제주의 향은 담을 귤피를 이용해 술을 빚었다. 니모메는 '너의 마음에'란 제주 방언이다. '붉은진주머루'는 덕유산 자락에서 자란 산머루로 만들었다. 도수는 12도 안팎이다. 다른 와인들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과실주였다면 '샤토미소로제스위트'는 우리 포도로 만든 토종 와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양조 대표 품종으로 꼽히는 것들은 우리 나라에서 잘 자라기가 쉽지 않다. 대신 식용 포도로 맛이 좋은 캠벨로 와인을 빚었다. 식용 포도로는 좋을 와인을 만들수 없다는 기존 편견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식용포도로 양조해 맛이 부드럽고, 한국음식과 궁합이 좋다. 특히 매운 음식이나 디저트와 어울린다.

2022-05-12 13:57: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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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47>와인 한 병에 1억?…와인경매 시대 개막

<147>와인 경매 경매 낙찰가 1억2500만원. 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최고의 몸값을 받은 주인공은 유명 화가의 작품이나 골동품이 아닌 바로 와인. 그것도 단 한 병의 가격이었다. 지난 26일 열린 서울옥션의 '제166회 미술품 경매'에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 와인이 탄생했다. 경매에 올려진 와인은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DRC)'다. 지구에서 가장 비싸다는 그 와인이다. 빈티지는 1986년. 로마네 콩티의 평균 가격은 2만1953달러. 한화 약 2600만원이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는 와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기자 역시 마셔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셔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번 경매 역시 평균가인 2600만원에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1억2500만원까지 올라갔다. 경매사가 낙찰 가격을 확정하자 현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와인 경매 시대가 열린 셈이다. 팬데믹에 와인 전성기가 시작되면서 와인 경매에도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최고가 기록을 세운 로마네 콩티 외에도 샤또마고 1992년, 2003년 빈티지는 2병이 400만원에, 페트뤼스 1986년, 1996년 빈티지 2병은 1750만원에 팔렸다. 샤또 무똥 로칠드 1978~1993 빈티지 6병은 1450만원에 낙찰됐다. 사실 로마네 콩티는 전 세계 와인 경매 시장의 단골손님이자 최고 VIP다.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와인 역시 로마네 콩티로 1945년 빈티지가 지난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5만8000달러(약 7억905만원)에 낙찰됐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심장으로 불리는 코트 도르에서도 최상급 레드와인의 생산지 코트 드 뉘에 위치해 있다. 코트 도르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가을철이면 언덕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이 지역 와인이 와인 메이커들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에 빗대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본 로마네는 물론 플라지 에셰조, 주브레 샹베르탱, 모레 생 드니 마을이 모두 모여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는 로마네 콩티에 대해 "이보다 훌륭한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피노누아 품종 특유의 투명한 루비컬러에 풍부한 향, 실크와 같이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로마네 콩티의 가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희소성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곳 중 하나다. 면적이 1.63에이커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은 평균 450상자, 대략 6000병에 불과하다. 빈티지에 따라 훨씬 적은 해도 많았다. 2011년엔 생산량이 5673병이었지만 2010년엔 4636병, 2008년엔 3151병에 그쳤다. 그마저도 그냥 살 수가 없다. 단독이 아닌 라 타쉬와 리쉬부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 에셰죠 등과 합쳐 12병 한 세트로 단위로 판다고 하니 실제 로마네콩티 한 병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경매가 오히려 로마네 콩티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길이 된 셈이다. 와인 경매의 리스크는 역시 상태다. 경매에 올라올 정도면 오래된 빈티지가 대부분일텐데 사실 와인은 오픈해서 마셔보기 전까진 상태가 어떤지 알기 어렵다. 서울옥션에서도 와인을 경매 리스트에 올리며 '와인은 컨디션을 보증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보증서도 발행되지 않는다.

2022-04-28 13:29:42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