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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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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2>우아한 추석 노동주…상큼한 화이트와인

추석 연휴를 맞아 곳곳이 '전'쟁터다. 전이 다른 어떤 명절 음식보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넉넉히 잡아야 하는 탓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먹을 만큼 준비하려면 그야말의 '전'의 전쟁이다. 전쟁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려면 바로바로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노동주가 필수. 전 요리에는 뭐니뭐니 해도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다. 와인의 상쾌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전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는 뉴질랜드 북섬의 혹스베이와 남섬의 말보로 지역의 샤도네이 품종을 섞어 만들었다. 북섬이 간직한 단단한 복숭아의 향과 남섬이 간직한 시트러스한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전 뿐 만 아니라 돼지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토착품종 안소니카와 카타라토를 절반씩 섞어 지역색을 간직한 와인이다. 향긋한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느낌이 꽉 들어차 있다. 달콤함 속에 기품 있는 과일의 느낌이 인상이며, 10~12도로 시원하게 마시면 더 좋다. 재료 손질하랴, 요리하랴 힘들게 일한 후 마시는 기분 전환주로는 스파클링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카스텔블랑 D. O. 까바 브룻'은 스페인에서 샴페인처럼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입 안을 섬세하게 가득 채우는 기포가 끊임없이 힘 있게 피어오르고, 우아한 아로마는 섬세하다. 잘 익은 과일의 단맛이 가볍게 느껴지며, 바삭하게 구운 빵을 연상시키는 긴 여운을 남긴다. 명절 상차림에 고기가 빠질 리 없다. 갈비찜이나 산적 등 양념이 강한 육류 요리에는 앙념 맛에 밀리지 않을 묵직한 탄닌의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와인의 풍부한 과일 향과 달고 짭조름한 양념의 맛이 조화를 이루며 풍성한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고기를 씹을수록 부드러운 탄닌이 고깃결에 스며들어 하나로 배어드는 느낌이 일품이다. '몬테스 알파 시라'는 짙은 루비색에 커피와 검은 체리의 향이 매력적이다. 기분 좋을 정도의 그을린 향과 약간의 가죽 향도 느낄 수 있다. 완숙한 검은 자두의 진한 맛과 석쇠로 구운 육류와 같은 맛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부드러운 탄닌과 균형감으로 여운이 길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은 아르헨티나 대표 품종인 말벡으로 만들었다. 깊은 제비꽃 색에 체리와 같은 붉은 열매과일, 쵸콜렛, 담배향 등을 맡을 수 있다. 둥글고 벨벳과 같은 유려한 식감으로 어떤 육류와 먹어도 잘 어울린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9-13 09:00:0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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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1>4900원 와인, 그 아름다운 가격에 대해

가끔 아줌마라는 점이 서글플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햇살이 너무나 좋은 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빨래 참 잘 마르겠다는 것일때. 이번에도 그랬다. 이 와인을 당장 마트에 가서 사야겠다고 느낀 곳은 지난 주말 재활용 쓰레기 분리터였다. 보통 공병 버리는 곳에 가면 소주나 맥주병 말고 와인병은 우리집에서 먹은 것 밖에 없었는데 이날은 왠일인지 같은 와인병이 쌓여있었다. 어떤 와인이 정말 많이 팔렸다는 걸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알게되다니. 공병 포대에 그득 들어있던 와인은 '도스코파스'였다. 이마트가 국민가격이라며 4900원에 내놓은 와인이다. 이미 동네 맘카페에서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유는 매력적일만큼 싸서. 역시 너무나 아줌마적이지만 비싼 와인은 당연히 맛있어야 하고, 싸면 싸기 때문에 맛있는게 우리들이다. 물론 거슬리지 않은 만큼의 맛은 기본 전제다. 와인의 출발점 역시 가격이었다. 와인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수제맥주 한 잔 가격이나 커피 한 잔 가격과 비슷하게 4900원으로 책정했다. 해외도 아닌 국내에서 4900원 와인의 탄생이 가능했던 비결은 압도적인 대량 매입이다. 기존에 이마트가 해외 와이너리로부터 와인을 수입하는 경우 단일 품목 와인의 평균 수입 개런티 수량은 평균 3000병 가량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와이너리에 평소 대비 약 300배가 넘는 100만병을 개런티하면서 가격을 크게 낮췄다. 도스코파스(Dos Copas)는 스페인어로 '두 잔'이라는 뜻이다. 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다른 두 병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말이다. 칠레에서 생산된 '도스코파스 카버네소비뇽'은 카버네소비뇽 품종 100%로 만들었다. 품종 특유의 과실미와 탄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복합미나 무게감보다는 가볍게 먹기 좋은 정도였다. 스페인에서 생산된 '도스코파스 레드 블렌드'는 템프라니요와 가르나차(그르나슈)를 섞어 만들었다. 붉은 과실향이 풍부한 가운데 부드럽고 깨끗해 특별한 안주없이도 홀짝거리기 좋은 맛이었다. 이달 1일 출시된 '도스코파스 까버네소비뇽'은 지난 26일까지 26만병이 팔렸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1만병이다. 기존 인기와인도 1년 판매량이 7~8만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와인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수치다. 구매 고객 중 최근 6개월 동안 와인을 한번도 구매한 적이 없는 고객 비중이 55% 넘어설 정도로 신규 고객 유입에 성공적이었다. 지난 14일 2차로 출시된 '도스코파스 레드 블렌드' 역시 6일간 4만병이 넘게 팔렸다. 도스코파스 덕에 이마트 와인매출은 8월 휴가시즌 임에고 맥주, 소주를 포함한 주류 전체 매출 중 개별 상품으로 2위를 차지했다. 수량으로 따져도 소주보단 적지만 대부분의 맥주보다도 많이 팔리고 있는 수준이다. 맥주 대신 와인, 아니 와인을 물처럼 마실 날이 멀지 않았다.

2019-08-29 15:45: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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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0>카이켄, 아르헨티나 태양이 빚어낸 와인

아르헨티나 와인이라고 하면 남미의 칠레 와인과 비슷하려니 한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안데스 산맥을 끼고 나란히 붙어 있지만 기후도, 테루아도, 잘 자라는 품종도 완전히 다르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최대 산지인 멘도자는 1년 365일 가운데 해가 쨍한 날이 300일에 달한다. 태양이 빚어낸 만큼 와인 역시 밝은 햇살과 강렬함을 가득 담고 있다. 건조하기는 또 얼마나 건조한지 연평균 습도는 30도에 불과하다. 카이켄(KAIKEN)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와인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Montes)가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토마스 마르코네띠 카이켄 수출담당 매니저(사진)는 "새로운 와인 생산지를 찾던 몬테스가 멘도자라는 개성있는 테루아를 발견해 도전을 시작한 곳이 카이켄"이라며 "칠레 최고의 와인 양조 기술과 아르헨티나 테루아의 개성이 결합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아르헨티나 와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첫번째는 말벡 품종이다. 이번엔 '카이켄 울트라 말벡'의 2004빈티지를 비롯해 2007과 2015를 같이 맛볼 수 있었다. 양조과정에서 차이가 있다면 2004, 2007빈티지는 100% 오크숙성인 반면 2015빈티지는 90%만 오크숙성을 거친다. 최근 빈티지는 50%만 오크숙성을 한다. 구조감을 좀 더 중시하는 와인 구세대와 신선함을 선호하는 와인 신세대의 차이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04'는 울트라가 생산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빈티지로 와이너리에도 몇 병 남아있지 않은 올드 빈티지다. 과실미와 탄닌 모두 부드럽게 느껴지는 가운데 감초향 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07'는 숙성 잠재력이 10년은 거뜬하다는 듯 좀 더 단단한 과실미와 탄닌을 보여준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15'는 가장 어린 빈티지답게 짙은 제비꽃 색과 꽉찬 과실미를 보여줬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 길게 남겨진다. 카이켄의 울트라 시리즈는 몬테스에서 알파와 같은 프리미엄급이다.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울트라 시리즈가 더 저렴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 최고의 와인이란 얘기다. '카이켄 마이(Mai)'는 카이켄의 아이콘 와인이다. 땅의 개성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포도 품종을 실제 재배하고 실험하는 데에 10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끝에서야 생산이 됐다. 마이는 '첫번째(first)'를 뜻하는 원주민의 방언이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이름에 그대로 담아냈다. '카이켄 마이'는 같은 말벡으로 만들었지만 '카이켄 울트라 말벡'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른 테루아를 각각 개성있게 드러낸다. 이와 함께 수령이 100년 이상된 고목에서 포도를 수확해 단위당 생산량은 작지만 응집력과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 깜깜한 자줏빛에 과실 향이 짙지만 매끈하면서 고상하다. 화이트 와인 '카이켄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는 무려 해발고도 2000m 이상인 포도밭에서 만들어진다. 토론테스는 아르헨티나 토착 품종이다. 달달한 맛을 내는 모스카토 품종과 유전적으로는 연관성이 있지만 자생적으로 생겨난 토론테스는 달지 않다. 풍부한 꽃향기에 산미는 깔끔하다. 식전주로는 당연하고, 카레나 한식과 같이 매콤한 풍미의 음식과도 먹기 좋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8-22 14:36: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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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9>샴페인, 크레망, 까바, 스푸만테

"봐라. 어떻게 거품들을 삼켜내는지. 어떻게 반짝거리고 , 빛에 어른거리며 통통 튀어내는지. 그것을 혀 위에 잠시만 머무르게 해도 당신은 이것이 정말 특별한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세 프랑스 시인인 장 보델이 한 여관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맛보고 말한 시음평이다. 수백 년이 흘렀지만 입안에서 주는 감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눅눅한 한여름 더위에 떠오르는 와인은 그저 차갑게 반짝이는 스파클링 와인. 레드와인과 비교하면 빈티지도 없고, 스타일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정작 한 병을 고르기는 쉽지가 않다. "비슷한 가격대로 보여드릴게요. 이건 부르고뉴 크레망, 이건 스페인 까바, 이건 이탈리아 스푸만테에요. 그 가격대에서는 샴페인은 적당한 것이 없네요." 와인 매니저의 말에 하마터면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라는 짜증이 나올뻔 했다. 일단 뽀글뽀글 기포가 있는 와인 전체를 통칭하는 말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샴페인은 사실 조건이 까다롭다. 먼저 지역이다. 프랑스의 샹파뉴(샴페인) 지방만 허락된다. 두 번째는 생산 방식이다.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만 만들어야 한다. 17세기 프랑스의 수도사였던 동 페리뇽이 체계적으로 정립한 방식이다. 또 샴페인은 최소 18개월 이상 병숙성을 의무로 정해놨다. 샴페인이란 명칭의 상징성도 있지만 만드는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다른 스파클링 와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샴페인은 전세계 스파클링 와인 소비량의 10 %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전통적인 방법이라도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만들었다면 샴페인이 아닌 크레망이란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 '크레망 드 부르고뉴'처럼 말이다. 다른 나라에선 또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은 '까바'다. 까바도 샴페인이나 크레망과 같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은 '스푸만테'다.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기포가 생기는 2차 발효가 병이 아닌 탱크 안에서 일어난다. 기계적인 탱크로 통제할 수 있어 많이 생산할 수 있고, 경제성도 뛰어나다.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모스카토 다스티도 이 방식으로 만든다. 샴페인을 마시기 좋은 온도는 8~10도다. 여름이라고 더 차갑게 한다면 제대로된 맛이 안 날 수도 있다. 또 생맥주처럼 미리 차갑게 해놓은 잔에 따르는 것도 좋지 않다. 잔이 너무 차면 거품이 제대로 안 날 수 있다. 샴페인은 거품과 아로마가 충분히 발산될 수 있도록 키가 큰 튤립같은 잔으로 마시면 좋다.

2019-08-08 15:07: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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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7>삼계탕엔 샤도네이…오리구이엔 피노누아

열대우림에 들어간 것 마냥 습하게 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친 기운을 북돋아줄 보양식 한 그릇과 잘 어울리는 와인 한 잔이 간절한 시기다. 여름철 복달임 1순위 삼계탕엔 뭐니뭐니 해도 샤도네이 품종의 화이트와인이 제격이다. 생기 넘치는 과일 풍미에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더해져 푹 끊여낸 삼계탕에 밀리지 않고 조화를 이뤄낸다.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서늘한 지역에서 자란 샤도네이로 만들었다. 서양배와 레몬크림, 바닐라의 향과 함께 미네랄의 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샤도네이 와인이다. 입안에서도 풍부함과 우아함이 균형적으로 느껴지고, 복숭아와 오렌지의 향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와인과 음식 궁합의 정석대로 생선이나 해산물과도 어울리지만 삼계탕같이 익힌 닭고기 요리와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오리라고 닭에 뒤질 수 없다. 오리구이엔 피노누아 품종의 레드와인이다. '본 뒤 샤또 프르미에 크뤼'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Beaune)에서 피노누아 품종 만으로 만들어진다. 본에 위치한 약 10군데의 1등급 포도밭에서 기른 포도를 각각 양조한 후 섞어 생산된다. 포도밭이 여러 군데로 분산되어 빈티지별로 품질의 기복을 적고, 1등급과 그랑 크뤼 밭의 최대 소유주로서의 역량이 그대로 녹아 있다. 세련된 붉은 과실에 신선하고 과즙이 풍부해 오리고기의 풍미를 한층 살려준다. 로제와인인 '마레농 페투라'는 닭, 오리 등은 물론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보양식에도 두루두루 어울린다. 시라, 그르나슈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가벼운 스타일이다. 깊은 연어색을 띄고 있으며, 딸기 등의 향과 약간의 향신료의 아로마가 잘 어우러졌다. 입안에서는 신선함과 동시에 장미, 망고 등의 느낌도 난다. 보통 화이트 와인보다 낮은 약 10도 정도로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나다. 고단백 장어구이엔 역시 화이트 보다는 레드와인이 어울린다. '메이오미 피노누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 위치한 3곳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피노누아를 섞었다. 잘 익은 자두와 홍차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소노마 카운티, 체리와 딸기, 숙성된 나무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몬테레이 카운티, 붉은 과일과 유질감을 선사하는 산타 바바라 카운티 등 각 빈야드의 조화를 이룬다. 잘익은 붉은 과일에 모카의 향이 어울려져 복합적이면서 깊은 뒷맛을 남긴다. 같은 장어라도 양념구이라면 진판델 품종의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매운 양념이라면 무조건 진판델이다. 진판델은 매콤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와인 품종 중 하나다. '올드 소울 올드바인 진판델'은 와이너리에서 50~75년 수령을 지닌 진판델 나무의 과실을 선별해 만들었다. 오래된 올드바인은 뿌리를 깊이 뻗어 과실이 골고루 익기 때문에 어린 나무에 비해 보다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품질 기복도 적다. 라즈베리나 체리의 향과 함께 초콜릿의 향이 은은하게 맴돈다. 부드러운 탄닌이 오랫동안 입안에서 느껴지면서 뒷맛도 좋다. 양념고기는 물론 돼지수육같은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7-25 12:30:4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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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6>희대의 와인사기꾼…타짜의 와인

-영화로 맛보는 와인⑤타짜의 와인(Sour Grapes) 2008년 4월. 뉴욕의 한 경매 카탈로그에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너리 도멘 퐁소의 '끌로 드 라 로쉬'가 실렸다. 사진 속 와인의 빈티지는 1929년. 도멘 퐁소의 와인메이커 로랑 퐁소는 경악했다. '끌로 드 라 로쉬'는 1934년 빈티지부터 생산됐기 때문. 위조품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끌로 생 드니'의 경우 1945, 1949, 1966, 1971년산이 오래된 희귀 와인으로 경매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끌로 생 드니' 역시 1982년부터 시판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타짜의 와인(Sour Grapes)'은 200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와인사기꾼 루디 커니아완의 얘기를 담았다. 경매에 나온 가짜 와인은 모두 루디의 것이었다. 당시는 닷컴 붐으로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때였다. 미국 금융가에는 돈이 흘러 넘쳤고, 와인경매가 유행처럼 인기를 끌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경매에서는 1972년산 로마네 콩티가 1만100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금이 아니라 와인에 투자해야 할 때"라며 "고급 와인 컬렉션을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지금이 매수 적기"라고. 부유한 수집가들이 너도나도 경매에 뛰어들면서 와인가격은 순식간에 치솟았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이가 바로 루디다. 홀연히 경매시장에 나타나 수억원 어치의 와인을 매집해갔다. 인심도 후했다. 경매로 사들인 고급와인으로 와인모임을 만들고 아낌없이 나눠마셨다. 와인의 맛과 향을 기억하는 데도 탁월했다. 두둑한 현금과 친화력, 와인에 대한 예리한 미각과 비상한 기억력. 상류사회 와인애호가들의 환심을 사기 완벽한 조건이었다. 루디가 자신의 와인컬렉션을 내놓기만 하면 너도 나도 사갔다. 순식간에 와인업계 유명인사가 된 루디지만 배경에 대해선 아는 이가 없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라는 사실 외에는 소문만 무성했다. 루디에 대해 의문을 가진 이는 와인메이커 로랑 퐁소와 함께 거부 수집가 빌 코크였다. 루디에게서 사들인 와인 한 병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된 빌은 사설탐정은 물론 와인라벨이나 캡슐, 잔에 통달한 사람들을 고용해 와인을 전수 조사한다. 위조로 판명난 것만 해도 400병이 넘었다. 그걸 사들이는데 든 돈은 무려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억원에 달한다. 조사를 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루디에게는 이미 수년 전에 추방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체포영장마저 발부된 상태였다. 비자발급을 위해 기재했던 인도네시아 사업체 주소를 직접 찾아가보니 철물점 같은 작은 상점만 있었다. 루디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와인 전문가라는 이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루디에게 속았을까. 다시 한 번 기억해 보자. 와인에 대한 예리한 미각과 비상한 기억력. 루디는 최고급 와인을 마셔보고는 맛을 기억해 저렴하지만 비슷한 맛을 내는 와인들을 사다가 조합해냈다. 가히 천재적인 재능이었다. 루디의 집에서는 각 와인과 빈티지별 조합공식 수천개가 나왔다. 루디는 미국에서 위조와인을 판매한 혐의로는 최초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것도 무려 10년에, 피해자 보상금만 2840만 달러다. "와인이 내 인생이 되다 보니 그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루디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루디가 판매한 가짜와인 중 최대 1만 병이 여전히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와인셀러에 고가의 희귀 와인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살펴보자. 먹을 가치도 없는 '신포도(영화 원제, Sour Grapes)'는 아닌지 말이다.

2019-07-18 15:24:2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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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5>땅에 대한 오마주…호나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발라드 캐년 지역에 포도밭을 사들이고는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전문가들을 모셔왔다. 이 땅에 어떤 포도품종을 심어야 좋을지 의견을 묻기 위해서다. 이웃한 포도산지는 대부분 석회 토양인 반면 이곳은 모래 토양에 척박했다. 한참을 둘러본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스파라거스나 심으라고. 좋은 와인이 나오긴 힘들다는 결론이었다. 토양과학을 전공한 천재 와인메이커 맷 디즈(Matt Dees)의 의견은 달랐다. 솜씨좋은 농부는 모래토양을 보면 웃는다는 말이 있다. 맷 디즈가 그랬다. 다루기 까다롭지만 잠재력은 무한한 게 모래토양이다. 더운 낮과 추운 밤, 척박한 모래토양에서 맷 디즈는 2004년 첫 빈티지부터 주요 와인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는 와인을 만들어냈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산타 바바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스타가 탄생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와이너리 이름 호나타 역시 와인이 만들어지는 땅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했다. 호나타는 산타 이녜즈 원주민의 고어로 당시 이 지역에 심어져있던 키가 큰 오크 나무를 뜻한다. 호나타 포도밭은 고작 80에이커에 불과하다. 생산량 역시 극히 적다. 200케이스에 불과한 와인도 있다. '호나타 플로르'는 연간 생산량이 225케이스 안팎이다. 주 품종 소비뇽 블랑에 세미용을 보르도 스타일로 섞었다. 소비뇽 블랑은 한 번에 수확하지 않는다. 한 번 포도를 따고 나면 3일 뒤에 다시 수확에 나선다. 같은 소비뇽 블랑이지만 풋사과부터 잘 익은 망고 맛까지 풍성하게 낼 수 있는 이유다. 탄탄한 힘이 느껴지며, 부서진 돌 등 미네랄 느낌도 분명하다. 라임을 비롯해 파인애플, 구아바의 풍미들이 풍성하면서도 신선한 한 아름의 꽃다발처럼 다가온다. 산타바바라에서 가장 서늘한 지역답게 산미는 감전될 듯 짜릿하다. 실제 산도가 높아 오픈하고 1~2주까지도 마시기 좋다. '호나타 페닉스'는 멀롯을 주 품종으로 한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다. 멀롯이 제 맛을 낼 수 있는 해에만 만들어진다. 시음했던 2015년 빈티지는 맷 디즈 말을 인용하면 대자연이 모든 것을 가져간 해다. 단위당 포도 수확량이 그 어느 때보다 적었다. 모래 토양이라 원래 응축미가 강한데 2015년 빈티지는 특히 두드러졌다. 다크 초콜릿, 민트, 블랙베리와 말린 버섯의 향이 강렬하지만 멀롯 품종 특유의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에서 펼쳐진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비롯해 소고기나 돼지고기 중 지방이 많은 부위와 잘 어울린다. 호나타 페닉스 역시 연간 생산량이 500 케이스에 불과하다. '호나타 토도스'는 호나타가 가지고 있는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다채로운 포도들을 섞어 만들어진다. 토도스(Todos)는 모두(Everyone)를 뜻한다. 시라를 비롯해 카버네 프랑, 쁘띠 베르도, 산지오베제, 쁘띠 시라, 카버네 소비뇽, 비오니에 등 7개의 품종이 섞여 마시기 편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검은 과실과 꽃향기가 스모키하고 달콤한 향신료 풍미와 잘 어우러져 있다. 레드와인 평균보다 낮은 온도로 마시면 더 맛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7-11 15:03:40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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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4>와인은 몰라도 '몬테스알파'는 안다

처음엔 '그란 레세르바'라고 불렀다. 당시 칠레 대부분의 와인들이 그랬든 스페인 와인 숙성 규정의 최상급인 '그란 레세르바'라는 이름을 가져다 썼지만 창업자들의 마음엔 영 못마땅했다. 어느 와인에나 다 쓸 수 있는 평범한 이름보다는 그들만의 열정과 비전을 알릴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이름을 주고 싶었다. 고심 끝에 그리스어의 첫 번째 글자를 가리키는 '알파'를 선택했다. 알파는 영어의 A에 해당하는 말로 첫째, 처음이란 의미다. 그렇게 '몬테스 그란 레제르바'가 아닌 '몬테스 알파'가 됐다.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알파는 안다는 그 몬테스알파다. 몬테스 와인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넘어섰다. 단일 브랜드로는 부동의 1위다. 첫번째, 처음이란 뜻의 알파 이름값을 한국에서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2003년과 2019년 한·칠레 정상회담 만찬주로 모두 몬테스가 선정됐고, 2005년 부산 APEC 만찬과 2011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칠레 국빈 방문 기념 만찬에도 몬테스가 테이블에 올렸다. 당분간은 어떤 와인도 넘보지 못할 국민와인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쉽다. 한국 사람들에게 와인이 어렵고, 복잡불편한 존재였다면 몬테스알파는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너무나 쉬웠다. 마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기껏 고른 비싼 와인이 막상 따라보면 텁텁해 마실 시기나 조건을 따져야 했지만 몬테스 알파는 그런 고민없이 언제, 어떻게 먹어도 괜찮았다. 적당한 무게와 잘 짜여진 구조덕에 어릴 때는 어린대로, 숙성됐을 땐 또 그 나름대로 매력을 보여줬다. 다른 이유는 중저급이라는 칠레 와인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는 맛이다. 몬테스는 아무도 칠레가 국제 무대에서 양질의 와인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믿지 않았던 1980년대에 고품질 와인을 만들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몬테스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새로운 지역, 새로운 품종, 새로운 농법에 대한 도전은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시작이 됐다. '몬테스 폴리'는 몬테스 도전의 상징과도 같은 와인이다. 몬테스가 칠레 최초로, 그것도 경사 45도의 산중턱을 깎아 시라 품종을 심었을 때 사람들이 던진 어리석다(Folly)는 조롱이 지금은 당당히 와인의 이름이 됐다. 몬테스의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1200㎞ 남쪽으로 떨어진 파타고니아에 포도밭을 일군 이른바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다. 서늘한 기후의 파타고니아에서는 소비뇽 블랑을 비롯해 리슬링, 샤도네이, 피노 그리, 피노 누아, 게뷔르츠트라미너 등 주로 화이트 품종을 심어 연구와 시험이 진행 중이다. 파타고니아의 테루아는 어떤 향과 맛을 담고 있을까. 첫 빈티지가 2019년, 바로 올해 나온다.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7-04 09:44: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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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3>토착품종의 매력…포르투갈 와인

알바링뉴, 뚜리가 나시오날, 뚜리가 프랑카, 엔크루자두. 와인애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이 단어들은 모두 포르투갈의 토착 포도품종을 말한다. 보통 포르투갈 와인이라고 하면 달달한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와인, 좀 더 나아간다 해도 마데이라와인 정도를 떠올리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포르투갈 와인은 오직 포르투갈에서만 자라는 토착 포도품종을 쓰는데 무려 250여개가 넘는다. 하나하나의 품종 자체도 새롭지만 다양한 품종의 블렌딩 역시 포르투갈 와인의 묘미다. 포르투갈 와인협회 와인강사인 소피아 살바도르(Sofia Salvador·사진)는 지난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19 포르투갈 와인 마스터클래스'에서 "포르투갈은 작은 나라지만 2면이 바다를 향하고 반대편으로는 유럽 대륙을 면하고 있는 지리적 특징으로 수백 가지의 포도품종들이 서로 다른 토양과 다양한 기후의 영향 아래서 자란다"며 "포르투갈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많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은 농업 경작지 중 포토밭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들 중 하나다. 와인산지가 아닌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또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르투갈 와인은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세계 11위의 와인 생산국이자 세계 9위의 와인 수출국(금액 기준)이다. 한해 평균 6억7000 헥토리터의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이중 47%는 모두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포르투갈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와인을 생산해 온 역사가 4000년을 넘는 만큼 와인은 특별한 술이 아니라 어떤 식사자리에도 같이하는 음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산토스 다 까사 리제르바 알바링뉴 와이트 2017'은 알바링뉴 품종 100%로 만들었다. 열대과일의 과감한 향과 함깨 오크통 숙성을 하지않아 신선한 산도로 식욕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레드와인 중에서는 '콜로살 리제르바 2016'이 인상적이었다. 뚜리가 나시오날과 스페인에서 템프라니요라 불리는 띤따 호리스, 시라 등의 품종을 섞어 만든다.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향과 함께 제비꽃 향도 풍부하며, 향신료 향도 뚜렷해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릴 맛이다. 타닌은 둥굴고 산도도 적당해 목넘김이 좋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주정강화 와인은 명불허전이었다. 호세 마리아 다 폰세카가 모스카텔 드 세투발 100%로 만든 주정강화 와인은 오렌지 향과 함께 라임과 꿀향, 과일의 신선함이 살아있었고, 실크처럼 부드럽게 넘어갔다. 이번 행사로 한국을 방문한 포르투갈 와인협회의 소니아 비에이라(Sonia Vieira) 마케팅 이사는 "어떤 음식, 어떤 순간에도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와인을 생산하는 포르투갈 와인의 다양성에 깜짝 놀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9-06-27 15:55:1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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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2>화이트와인의 진수…알자스 구스타브로렌츠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와인은 생산자가 100명이라면 와인 스타일 역시 100가지다. 그만큼 포도 재배나 와인 양조 방법이 와이너리마다 개성을 지니고 있다. 공통된 점이 있다면 최고의 화이트와인을 만든다는 정도다. 알자스 지역 자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이다. 알자스 와이너리 구스타브 로렌츠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미식가를 위한 와인이다. 음식과 잘 어울리려면 신선한 산미와 우아한 질감, 밸런스를 모두 갖춰야 한다. 구스타브 로렌츠 파스칼 쉴레(Pascal Schiele) 수출 담당 매니저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구스타브 로렌츠의 철학은 무엇보다도 알자스 지역이 가진 톡특한 지형적 특징과 포도밭, 포도품종을 충실한 표현해 음식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친화적이라 판매처도 주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집중됐지만 하늘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구스타브 로렌츠 와인들은 에어프랑스나 잘(JAL) 등 세계적인 항공사의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 와인으로 대거 선정됐다. 올해부터는 싱가폴 에어라인 일등석에서도 만날 수 있게됐다. '구스타브 로렌츠 크레망 알자스'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포도품종 샤도네이와 피노블랑, 피노누아가 1대 1대 1로 섞여 각각의 역할을 너무도 훌륭히 해냈다. 샤도네이는 생동감과 과실향을, 피노블랑은 정제된 산도를, 그리고 피노누아는 구조감있는 긴 여운을 주면서 조화가 완벽하다. 한 여름 더위로 지칠 때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을 번쩍 차릴 생생한 산미와 함께 거품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다. 까망베르 등 치즈종류는 물론 조개가 들어간 크림 수프와도 어울릴 맛이다. 알자스 지역에서는 샤도네이 품종은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일반 와인에는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샤도네이의 쓰임새가 제한적이라 재배를 많이 하지 않다보니 '구스타브 로렌츠 크레망 알자스'는 연간 6만병 정도만 생산되고 있다.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리저브'는 알자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품종 리슬링 100%로 만들어졌다. 매우 투명하고 밝은 노란빛의 이 와인의 첫 인상은 매혹적인 흰 꽃의 향기다. 여기에 생동감 넘치는 산미와 알자스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풍미가 와인의 맛을 더 좋게 한다. 모든 종류의 해산물 요리는 물론 소시지 등 담백하게 조리한 돼지고기와도 어울린다. '구스타브 로렌츠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저브'는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 100%로 만든다. 게뷔르츠트라미너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무게감과 풍미로 화이트와인 품종 중에서는 레드와인 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투명한 황금빛의 이 와인은 생생하고 화사한 꽃 향이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쉴레 매니저는 "폭발하는 향의 느낌이 깊고 그윽하며, 살집과 유질감이 있지만 산미를 잃지 않고 있다"며 "중식이나 태국요리 등 모든 종류의 향신료 음식과 매콤한 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스타브 로렌츠 게뷔르츠트라미너 그랑 크뤼 알텐베르그 드 베르그하임'은 알자스 최고의 그랑크뤼 밭에서 생산된다. 구스타브 로렌츠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알자스 자체 규정보다 훨씬 엄격하게 제한해 농축미와 함께 10년 이상의 숙성잠재력을 지니게 했다. 진한 황금빛으로 말린 장미, 파인애플, 살구 풍미가 어우러지며 둥글고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푸아그라와 향이 강한 치즈, 달콤함과 신맛이 두드러지는 음식과도 먹기 좋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6-20 15:52:04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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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1>아무 근심 걱정 없이…'파 니엔테'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 이탈리아 말로 '아무 근심, 걱정 없이'라는 의미다. 와이너리를 정비하던 중 건물 전면 돌에서 발견된 이 문구는 그대로 와이너리의 이름이 됐다. 미국 나파밸리 오크빌에 위치한 와이너리 '파 니엔테'다. 파 니엔테가 처음 설립된 때는 1885년이다. 1919년 미국 금주령으로 폐쇄됐던 와이너리는 1979년 지금의 소유주인 길 니켈이 인수해 재건에 나서면서 나파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파 니엔테는 와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감인 '아무 근심, 걱정 없음'을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와인 스타일로도 그대로 구현됐다. 과한 간섭보다는 아무것도 안하니 오히려 순수한 최고의 맛이 나오더란 얘기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파니엔테 브루스 무어스 사장(사진)은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버터나 오크 풍미가 유독 강조된 다른 나파밸리 샤도네이와는 다르다"며 "생동감 있는 산미와 함께 좋은 유질감을 지니고 있어 장기 숙성력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는 샤도네이 품종으로만 만들지만 3개 포도밭에서 나눠 재배한다. 각각의 밭에서 나온 포도의 블렌딩이 중요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즙을 대량으로 벌크 마켓에 팔아버리기도 한다. '파 니엔테 샤도네이 2011'은 잘 익어 즙이 풍부한 배를 비롯한 열대과일 느낌은 물론 입안에서는 풍만하면서도 둥글게 모아졌다. 단단하면서도 잘 짜여진 구조로 균형감도 뛰어나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프랑스 보르도풍 블렌드 와인이다. 카버네 소비뇽을 85~90%까지 주로 쓰지만 멀롯과 카버네프랑, 쁘띠베르도를 섞어 정교한 맛을 낸다.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빈티지별로는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스타일에 변화가 생긴다. 파 니엔테 뿐만 아니라 나파밸리 전체적으로 흐름이 바뀐 탓이다. 90년대 중반은 이전까지는 보르도 스타일로 만드는 것을 최고로 여겼지만 이후에는 이른바 '나파 스타일'이 고객를 들기 시작한 시기다. 90년대 중반 빈티지가 좋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2002년 이후부터는 좀 더 늦게 수확에 나서면서 완숙미가 더 좋아졌다. 그는 "파 니엔테 카버네 소비뇽은 7~8년이 지났을 때가 가장 마시기 좋을 시기"라며 "검은 과실 느낌과 함께 오크 풍미도 있지만 절대 압도하지 않는 우아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체리와 블랙베리 등의 향이 풍부하며 벨벳같다는 표현이 딱 맞을 타닌과 우아한 질감을 가졌다. 첫 입에서는 여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파밸리 지역의 와인답게 충분한 힘도 받쳐준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6-13 15:04:0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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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30>햇살을 마시다…'더힐트'

"마치 햇살을 마시는 것 같다." 미국 와이너리 '더 힐트'의 맷 디즈 와인메이커가 지난 27일 한국을 방문해 '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도네이'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 말이다. 감전된 듯 찌릿하게 돌진하는 산미에, 따스한 햇살같은 크림 질감이 이어지더니 해풍이 주고 간 염분의 느낌도 그대로 살아 있다. 실제 맛보고 나니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은 없을 듯 했다. 와인애호가라고 해도 더힐트는 다소 생소하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소유주가 세계 최정상 컬트 와인 '스크리밍 이글'과 같다고 하면 다들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겠다. 더힐트 역시 다른 차원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지만 생산량은 샤도네이의 경우 1300케이스(1만5000병) 안팎에 불과하다. 와이너리 이름 '힐트(hilt)'는 칼의 손잡이를 뜻한다. 끝장을 본다는 생각으로 포도 재배는 물론 와인메이킹도 철저히 완벽하게 하자는 뜻에서 '더 힐트'로 이름을 지었다. 더힐트의 포도밭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도 해안에서 불과 13마일 떨어진 '란쵸 살시푸에데스(Rancho Salsipuedes)'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어로 '벗어날 수 있으면 벗어나라'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기는 힘들 정도로 척박한 토양에 바람은 매섭다. 전 세계 피노누아, 샤도네이 산지 중 가장 추운 곳이다. 포도 소출량도 극히 적다. 그런데 와인을 만들기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곳이다. 척박한 환경을 견디며 땅속 깊이 뿌리 내린 포도나무들은 그 땅의 정체성과 깊이를 모두 드러낼 수 있게 됐다. '더 힐트 이스테이트 샤도네이 2016'은 산타바바라의 샤도네이 특징을 모두 담고 있다. 전기의 찌릿함을 닮은 산도에 풍미는 부드럽고, 여운은 길다. 해풍의 염분과 함께 부싯돌같은 미네랄 느낌도 선명하다. 맷은 "이 와인은 마법과 같다"며 "마시는 순간 바로 샤도네이가 자란 포도밭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누아 2016'은 한 마디로 섹시하다.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섹시함이다. 이 와인을 잔에 따르자 마자 넘쳐나는 향에 놀란다. 블랙 베리, 블랙 페퍼, 체리는 물론 그린 계열과 신선한 흙 내음이 봉인이 해제된 듯 밀려온다. 한 모금 입 안에 담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농축된 풍미에 다시 한 번 놀란다. 검은 과실의 맛에 부드러운 복합미가 정교하다. 구조감있는 타닌은 긴 숙성도 가능하다. 맷 와인메이커는 " '더 힐트 이스테이트 피노누아 2016'의 타닌은 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을 남기고 떠나가며 와인 한 모금, 음식을 한 번 더 먹게 하는 존재"라며 "향신료 느낌도 충분히 한국의 매운 육류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5-30 13:15:2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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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9>닳아버린 시간을 되살리는 마법

-영화로 맛보는 와인⑤와인컨트리 "느낌을 말해봐요. 틀린 답이란 없거든요." 소믈리에가 와이너리를 방문한 레베카 일행에게 와인을 따라준 뒤 말한다. 이야 말로 틀린 말이다. 애비가 말한 '풋사과, 레몬'은 맞고 레베카가 말한 '통조림 복숭아'는 분명 틀리다. 일반인이 와인을 마시고도 뭔가를 말하기 주저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래, 그럴때는 레베카처럼 포도 냄새가 난다고 말하자. 포도로 만든 와인이니 레드와인이든 화이트와인이든 100% 정답이다. 영화 와인컨트리는 레베카의 50살 생일을 맞아 6명의 친구들이 와인컨트리(Wine Country)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나파밸리로 주말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6명의 배우 중 하나인 레이첼 드레치가 50번째 생일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나파밸리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도 에어비앤비로 빌린 집은 뒷문만 열고 나가면 포도밭이 끝이 없이 펼쳐져 있고, 가는 곳 어디서든 와인이 넘쳐난다. 와인 애호가라면 이 영화에 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와인에 담긴 심오한 철학따위는 안 나온다.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와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중년 아줌마들은 와인잔을 손에서 놓는 일이 없지만 깊이 들어가봐야 "카버네 소비뇽이 나파밸리의 왕이라면 샤르노네는 여왕"이란 대사 정도가 전부다. 그런 설명보다는 "와인을 마시는 중간에는 물을 많이 마셔요, 그래야 숙취 예방에 좋아요" 같은 말이 더 환영을 받는다. 반면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와인을 그저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도 있다. 중년의 그녀들은 어떤 설명도 귀담아 듣지 않고 "해장술이나 한 잔 하자"며 아침부터 맛깔나게 와인잔을 부딪힌다. 유기농 와인이라면 뭔가 좋은 평가를 내려야 할 같다는 고정관념에서도 해방시켜 준다. 유기농 와인이라 잔 바닥에 많이 보이는 침전물에 대해 '와인 다이아몬드'라는 와이너리의 설명이 나오기 전에 '와인쓰레기?'라는 말도 당당히 할 수 있다.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면 '엄선된 카버네 소비뇽'이라도 원샷으로 마무리한다. 이들은 20대 때 시카고 피자가게에서 함께 일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그러나 서로의 삶은 너무나 다르기에 저마다의 고민은 나이만큼 쌓여있다. 애비는 회사에서 정리됐고, 레베카는 허리가 고장나 여행에서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캐서린은 주말 여행을 즐기기 힘들 정도로 일 중독이 됐고, 나오미는 유방암 검사결과를 차마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행 중 타로카드 점술가는 이들에게 "오랜 세월 함께 했다지만 비밀이 너무 많아요. 역동적이고 보석같은 시간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닳아버렸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상황을 직설적으로 말한다. 이들의 사이를 메워주고, 보석같은 시간을 되살려 주는 역할을 하는게 바로 와인이다. 와인컨트리에서 와인은 그런 존재다. 연구해야 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친구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벽을 무너트리는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마법의 주문이다.

2019-05-23 13:42:2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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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8>특별한 테루아의 결실…伊 피에몬테 '비에티'

아주 먼 옛날에는 바다였다. 해수 아래 있던 땅이 솟아올라 알프스의 발치에 자리잡으면서 풍부한 미네랄을 듬뿍 머금은 와인의 명산지가 됐다. 이탈리아의 피에몬테다. 산자락(Foot of mountain)이란 피에몬테의 뜻 그대로 위에는 알프스, 아래로는 지중해가 있다. 한 여름에도 15도에서 40도까지 오르내리는 일교차가 큰 기후에 토양의 좋은 기질이 더해져 힘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와이너리 '비에티'는 이런 피에몬테의 특별함을 와인에 모두 담아낸 곳이다. 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비에티의 커머셜 디렉터 우르스 페터(Urs Vetter·사진)는 "비에티는 부르나테, 로케, 빌레로 등 싱글 빈야드 와인(특정지역의 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만으로 만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피에몬테 최초의 싱글 빈야드 와인"이라며 "과거 멸종될 뻔한 이탈리아 토착 포도품종 아르네이스를 재발견해 피에몬테의 대표 화이트 포도품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 것도 비에티"라고 설명했다.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포도밭의 가치는 물론 미세한 테루아의 차이를 알고 있었단 얘기다. 그것도 무려 100년 전에 말이다. 설립자인 파트리아크 마리오 비에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황폐화되어 있던 피에몬테로 돌아와 몇 시간씩 떨어진 거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좋은 포도밭을 찾아다녔다. 당시 미국에서 성공적이었던 사업을 접고 이탈리아로 소위 귀농을 한데다가 양조장 근처 포도밭만 취급했던 관행을 깨고 좋은 테루아를 찾아다니며 '미친 미국인(Crazy America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리오의 100년 전 결정으로 비에티는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바롤로 마을 11개의 포도밭을 일부라도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산자가 됐다. 비에티는 카버네 쇼비뇽 같은 국제 품종이 아니라 아르네이스나 바르베라, 네비올로 같은 이탈리아 토착품종에 집중해서 와인을 만든다. 토착품종 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이란 편견은 버려도 좋다. 균형잡힌 산미와 구조감, 풍부한 미네랄의 감칠맛까지 그야말로 다시 한 번 마시게 만드는 와인들이다. '비에티 로에로 아르네이스'는 로에로 지역에서 생산된 아르네이스 품종 100%로 만든다. 투명한 볕짚색을 띄고 있으며, 신선한 꽃 향과 감귤, 멜론 향이 풍부하다. 소금을 친 아몬드와 같은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는다. '비에티 바르베라 다스티'는 바르베라 품종 100%로 만든다. 바르베라는 보통 장기 숙성형인 바롤로를 기다리는 동안 마시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좋은 포도밭에서 잘 만들면 바롤로 못지 않는 풍미를 낼 수 있다. 구조감이 있지만 바로 마시기도 좋으며, 무엇보다 음식 친화적이다. 특히 감칠맛과 향신료 성향이 있어 매운 한식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비에티 바롤로 카스틸리오네'는 바롤로 지역의 네비올로 품종 100%로 만든다. 붉은 루비색으로 땅에서 느껴지는 흙과 미네랄 향이 풍부하다. 필요한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지만 내세우지는 않으며 복합미가 뛰어나다. '비에티 바롤로 크뤼 라베라'는 싱글 빈야드인 라베라에서 나온 네비올로 품종으로만 만든다. 베리류를 비롯해 오트밀, 향신료 향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며, 바롤로의 전형적인 탄닌 구조감을 가지고 있어 25년 이상 장기 숙성도 가능한 와인이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5-16 15:09:2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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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7>한·칠레 정상회담 만찬주 2관왕…'몬테스 알파 엠'

2003년 몬테스 알파 엠(M). 2019년 다시 몬테스 알파 엠. 칠레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것은 지금까지 딱 2번이다. 지난 2003년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지난달 28일 세바스띠안 삐녜라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칠레 대통령은 바뀌고, 1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만찬에 선보인 와인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몬테스 알파 엠이다. 이번엔 2015년 빈티지였다. 사실 칠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만찬주 후보로 오른 와인은 몬테스 알파 엠을 포함한 2개였지만 결국 국민와인 몬테스로 결정됐다. 국빈만찬에서 김정숙 여사는 칠레 영부인에게 몬테스 덕분에 칠레 와인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칠레에서도 유명한 와인이냐고 물었고, 칠레 영부인은 몬테스는 칠레에서도 유명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몬테스 알파 엠은 칠레 와인 중에서도 프리미엄 와인으로 꼽힌다. 카버네 소비뇽 80%에 카버네 프랑과 메를로 등이 섞였다. 전형적인 보르도 블랜드(Bordeaux Blend)방식으로 만들어져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아주 진한 루비색에 붉은 색 과일과 후추의 향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장기간 숙성도 가능한 와인이다. 와인 이름의 '엠(M)은 공동 창업자인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의 성의 이니셜이다. 칠레 와인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주최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초청 오찬간담회'에는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이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03년 라고스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도 국빈만찬는 몬테스 알파 엠이 헤드 테이블에 건배주로 올랐고, 나머지 테이블에는 몬테스 알파 카버네 쇼비뇽이 사용된 바 있다. 몬테스 알파는 '와인은 잘 몰라도 몬테스 알파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다. 누적 판매량이 이미 1000만병을 넘어섰다. 칠레에서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콜차구아 밸리의 아팔타 이스테이트(Apalta Estate) 포도로 만들어지며, 칠레 와인 역사에 있어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으로도 여겨지는 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엠과 같이 강렬한 루비색에 열매 과일, 블랙커런트, 시가 박스, 바닐라와 민트 향 등이 복합적이다. 과실과 오크의 느낌이 조화를 이뤄 부드럽고도 우아하다. 적당한 무게와 잘 짜여진 구조감으로 오찬간담회 때 사용된 2016년 빈티지도 마시기 좋지만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5-09 16:26:0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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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6>어버이날엔 다정한 '패러덕스'

다정한 오리 한 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아하게 날고 있다. 미국 덕혼 와인 컴퍼니의 와인 '패러덕스'의 라벨이다. 와인 이름 패러덕스가 금슬좋은 오리 한 쌍을 뜻하는 '어 페어 오브 덕스(A pair of ducks)'의 발음을 본 따서 만든 단어로 5월 어버이날 부모님을 위해 꺼낼 와인으로 제격이다. 와인라벨도 다정한 오리 한 쌍을 주제로 매년 새롭게 선보여 미국에선 결혼식이나 결혼 기념일 선물로 인기가 좋다. 패러덕스는 가장 미국적인 품종이라고 하는 진판델에 카버네 소비뇽을 더해 만들어졌다. 전통을 깨고 유럽품종을 과감히 받아들인 슈퍼토스카나(Super-Toscana)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리류를 비롯해 바닐라, 쵸콜렛, 담배, 모카 등의 향이 코를 찌른다. 과일과 쵸콜렛 등의 풍미가 입안을 그득히 매워 줘 스테이크나 양고기, 갈비찜과 잘 어울린다. 남성적인 쉬라즈(아버지)와 여성적인 비오니에(어머니) 품종이 만나 멋스럽게 하나가 되는 와인도 있다. 바로 호주 얄룸바의 'Y시리즈 쉬라즈-비오니에'다. Y시리즈 쉬라즈-비오니에는 프랑스 북부 론의 꼬뜨 로티(Cote Rotie) 처럼 쉬라즈와 비오니에를 함께 발효해 양조한다. 쉬라즈의 강한 힘과 양념류, 비오니에의 화사한 봄꽃 아로마가 어우러져 개성 넘치는 와인이 됐다. 깊은 자줏빛에 밝은 광택이 돌면서 잘 익은 붉은 열매과일의 향기는 매력적이다. 비오니에는 살구열매와 머스크 향,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을 더해줬다. 누구나 반할 만한 편안한 맛에 온화한 라스베리, 둥글달콤한 대추 향이 입 안을 채운다. 미국에서 생산된 '쉐이퍼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버네 소비뇽'은 부정(父情)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원 포인트 파이브는 1.5 세대를 뜻한다. 시카고에서 나파밸리로 이주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 더그(Doug)는 아버지 존(John) 도와 양조학을 전공해 같이 쉐이퍼를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키우면서 2세대라기 보다는 1.5세대로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와인으로 전했다. 이 와인은 나파밸리 안에서도 부드러운 탄닌과 풍부한 과일향으로 유명한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어릴 때도 충분히 맛있지만 20년 이상 장기 숙성도 거뜬한 와인이다. '레꼴 No.41 콜럼비아 밸리 카버네 소비뇽'은 학교를 모티브로 한 와인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누기 좋다. 레꼴은 학교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워싱턴 왈라왈라 밸리 옆에 자리 잡은 옛 프랑스 학교를 와이너리로 개조하면서 학교가 위치한 구역의 번호인 41을 더해 '레꼴 No.41'이라는 와이너리 이름이 만들어졌다. 교실은 테이스팅 룸으로 사용 중이다. 이 와인은 워싱턴 최대의 포도 재배지역인 콜럼비아 밸리에 위치한 포도밭 중에서 수령이 20년 이상 되는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포도만으로 양조했다. 카버네 소비뇽의 전형을 느낄 수 있는 향기를 풍부하게 머금었으며, 잘 익은 베리를 비롯해 허브, 초콜릿의 풍미가 잘 드러난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5-02 13:42:16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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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5>달콤한 그 이름…인생와인 '샤또 디켐'

"빛을 마신다. 강렬한 고귀함이 넘쳐 흐른다. 디켐은 빛이다."(프랑스 작가 프레드릭 다드)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한창 포도가 익어야 할 여름엔 서늘했다. 8월에는 강수량이 100㎜ 밖에 되지 않았다. 성숙은 고르지 않았다. 이론적으론 와인으로 만들지 말았어야 할 해다. 그런데 결과는 기적처럼 가장 좋았던 빈티지 중 하나로 남았다. 오히려 다른 해보다 더 미묘한 다양성과 복합미가 새겨졌다. 기자의 인생 와인인 '샤또 디켐' 2007 빈티지 얘기다. 세계적인 스위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소테른(Sauternes)에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단 맛이 별로 없고, 묵직한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다. 비만으로 놀림받던 어린 시절을 지나 혹독한 다이어트 시기를 거치면서 사실 단 맛이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입 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죄스럽기까지 했다. 십수 년간 무얼 먹는 자리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 봉인을 해제해 준 게 바로 이 와인이다. 샤또 디켐 2007은 보드라운 솜사탕처럼 살살 녹았지만 과하지 않았고, 꿀처럼 달콤하면서 상큼했다. 소박하면서 빛났다. 여운은 영원히 끝날거 같지 않았지만 박하향 처럼 깔끔했다. 경험해보지 말아야 할, 맛봐서는 안될 와인은 없는 것처럼 모든 일에 미리 방어벽을 치지는 않겠다고 마음 먹게 만들었던 그런 와인이다. 어떤 일이든 이런 반짝반짝 빛나는 신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자리잡았다. 4세기에 달하는 샤또 디켐의 역사는 소설같다. 영국과 프랑스가 번갈아 소유했던 샤또 디켐은 지금은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가지고 있다. 샤또 디켐은 3대 귀부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쉽게 말하면 귀하게 썩었단 뜻이다. 다 익고서도 포도를 수확하지 않으면 껍질에 곰팡이가 낀다. 보트리티스 곰팡이다. 껍질에 구멍을 내고 약하게 만들면서 포도 수분은 날라가고 건포도같이 당분이 농축된다. 우와한 단 맛이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포도를 따지 않고 그냥 둔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보트리티스 곰팡이가 잘 침투할 수 있도록 밤엔 기온이 내려가 이슬이 많고, 아침까지 안개가 껴야 한다. 낮엔 강한 햇빛이 습기를 날리고 포도를 말릴 수 있어야 한다. 딱 소테른이 그런 환경이다. 샤또 디켐은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주인공이 찾아야 하는 12병의 사도와인 중 마지막 12사도기도 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기만 해도 꽃밭이 펼쳐지는 만화적 허구를 한 꺼풀만 벗겨내고 보면 놀랍도록 그 와인을 잘 표현했다는 게 '신의 물방울'의 매력이다. 기자가 하루하고도 반 나절을 더 머물렀던 소테른은 '이끼 낀 어두운 숲을 빠져나가니 태양이 쏟아지는 언덕이 나왔다. 그러나 언덕은 다시 안개에 덮이고…('신의 물방울 44권 中)' 있었다. 맛은 '색색의 과일과 꽃과 밀짚모자. 그리고 비단 천과 웃는 얼굴. 넘쳐나는 그것들은 한낮의 시장'처럼 빛났다.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평론가 칸자키 유타카는 샤또 디켐을 60년의 세월이 찰나의 꿈에 지나지 않음을 일깨워 준 '영원이며, 그리고 순간인' 와인으로 꼽았다. 인생와인인 셈이다. 당신의 인생 와인은 무엇일까.

2019-04-25 15:16:17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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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4>뛰면서 와인을?…물 대신 와인 '메독마라톤'

전채요리인 굴과 화이트와인이 시작이다. 입맛을 돋우고 나니 소갈빗살 스테이크와 묵직한 레드와인이 나왔다. 다음은 모든 종류를 모아놓은 듯한 치즈의 향연. 마지막은 디저트다.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화이트와인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멋진 프렌치 레스토랑의 코스가 아니다. 이 모두 뛰면서 1㎞마다 숨가쁘게 즐긴 '마리아주(mariage·음식과 와인의 궁합)'였다. 기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정찬을 안겨줬던 2013년 프랑스 보르도 '메독마라톤' 얘기다. 메독마라톤도 다른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정규 풀코스 거리인 42.195㎞를 모두 뛰어야 한다.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매년 테마에 맞춰 코스프레 복장을 해야 한다. 기자는 당시 공상과학(SF)이 주제라 SF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복장으로 달렸다. 더 중요한 것은 와인이다. 메독마라톤은 코스 중간중간 급수대에서 각 와이너리들이 준비한 와인을 내놓는다.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꼬스 데스뚜르넬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와이너리들이다 보니 와인 애호가들에겐 꿈의 대회로 불린다. 오는 9월 7일 열리는 메독마라톤의 참가신청이 시작됐다. 올해도 전 세계 마라톤,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대회답게 신청은 바로 마감됐고, 지금은 대기자 명단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올해 테마는 슈퍼영웅이다. 올해 9월엔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포도밭을 가로질러 달리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마라톤 코스는 보르도 젖줄인 지롱드 강 왼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다. 모두 60개 와이너리를 지나야 하는데 마라톤 코스로는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주 포도품종이 메를로와 카베르네 쇼비뇽이기 때문이다. 메를로는 평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카베르네 쇼비뇽은 주로 경사진 언덕배기에서 자란다. 메를로 밭을 지나는가 싶으면 이내 카베르네 쇼비뇽 밭이 나타났다. 끊임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야 한다. 메독마라톤의 우승 상품은 당연히 와인이다. 한 두병이 아니다. 남녀 각각 1등으로 들어온 선수들은 시상대로 올라서서 몸무게를 재야 한다. 그 몸무게 만큼의 메독 와인이 바로 1등 상품이다. 보통 와인 한 병이 750ml. 1등 남자 선수의 몸무게가 75㎏이라면 100병의 와인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마라톤을 한창 뛰던 시절엔 사실 욕심도 났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가서 1등을 하고 수 십병의 와인을 담아오리라. 세금을 생각하면 한국으로 들고 오는 비용이 더 많이 들테니 다 먹고 오겠다는 야무진 꿈도 꿨다. 근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2017년 남자 1등의 완주 기록은 2시간 27분이다. 여자선수도 만만치 않다. 2시간55분이다. 아마추어로서 3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꿈의 기록이다. 6시간 30분 이내로만 완주하면 프랑스 AOC급 이상의 와인은 한 병씩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마라톤 코스 중에는 얼마를 마시든 무제한이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가야겠다.

2019-04-18 15:21:0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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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3>입안에서 만개하는 봄꽃, 아니 봄와인

황홀한 와인의 향에 취한 사이 눈 앞에는 어느새 만발한 장미와 온갖 꽃들이 펼쳐진다.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유명한 장면이다. 소믈리에 수습생 미야비는 시즈쿠가 화려하게 디캔팅한 DRC리쉬부르를 맛보자 꽃밭 위에 서있게 된다. 백가지 꽃향기를 모아놨다던 그 와인이다. 꽃밭까지는 아니라도 봄꽃 한웅큼은 입안 가득 느껴볼 수 있다. 화사한 꽃 향이 생생해 따스한 봄날 꽃놀이에 꼭 들고가야 하는 그런 와인이다. 투명한 황금빛의 '구스타브 로렌츠 게부르츠트라미너 리저브'는 생생하고 화사한 꽃 향이 매우 도드라진다. 장미 꽃잎, 열대의 화려한 꽃향과 함께 완숙한 살구, 파인애플, 신선한 고수와 같은 허브 향도 폭발적으로 피어난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휘핑 크림과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선하고 우아해 다양한 음식과 어울린다. 매콤한 생선요리는 물론 중식, 태국요리와도 먹을 수 있다. '돈나푸가타 루메라'는 투명한 장밋빛의 로제와인이다. 아카시아 꽃향이 생생한 가운데 석류, 건포도, 산딸기와 같은 과실향도 같이 느껴볼 수 있다. 이 와인은 신선한 향을 유지하기 위해 저온에서 압착한 후 자동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통에서 숙성된다. 산도와 부드러움이 균형을 이뤄 식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와 함께 점심, 저녁 식사 때도 즐길 수 있다. '루메라'는 시칠리아의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랑 받는 여인을 뜻한다. 그 모습을 표현한 초상화가 라벨에 그려져 있다. 벚꽃향이 그득한 '산다라 샤도네이 사케'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와인이다. 샤도네이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 일본산 사케와 벚꽃향을 더했다. 지중해와 동양을 한 병에 품은 이 와인에서는 바나나와 사과, 파인애플의 풍미가 느껴진다. 매콤한 떡볶이나 곱창 볶음, 김치볶음밥 등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리며, 만두 튀김, 맥 앤 치즈 등과 같은 느끼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달콤해 디저트로도 좋다. '알바로 팔라시오스 페탈로스'는 스페인 서부 비에르조(Bierzo)의 토착 품종인 멘시아로 만들어졌다. 블루베리와 꽃 다발 향이 풍부하다. 수령 40~90년의 나무 뿌리가 땅 속 깊이 미네랄이 풍부한 편암층까지 뻗어간 덕에 깨진 돌과 같은 향도 경험해볼 수 있다. 완숙한 과실 느낌이 우아하게 표현된다. 와이너리의 극심한경사와 긴 수령 탓에 대량 양산이 불가능해 애호가들에게는 보물로 꼽힌다. '케이머스 코넌드럼 화이트'는 뮈스카, 비오니에, 세미용, 소비뇽 블랑, 샤도네이 등 5가지 화이트품종을 섞었다. 각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동시에 조화롭다. 뮈스카는 꽃과 열대과일 향을, 비오니에와 세미용은 스파이스한 성격과 꽃의 느낌을 더한다. 소비뇽 블랑은 레몬류의 맛과 맑고 청량한 느낌으로, 샤도네이는 사과나 배의 풍미와 크리미한 느낌으로 와인의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시킨 후 프렌치·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해 신선함과 생동감이 살아있다. 샐러드, 파스타, 피자 등과 어울린다. , 자료도움=나라셀라

2019-04-11 15:35:5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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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22>영혼을 달래주는 와인

-영화로 맛보는 와인 ④파리로 가는 길 "2012년산 샤토네프 뒤 파프입니다.", "이 와인과는 바욘햄멜론 샐러드가 잘 어울리죠."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칸에서 파리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자동차로 7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프랑스 남동부의 정취를 즐기고, 곳곳의 먹거리와 와인을 맛보느라 여정은 장장 40시간이 넘게 걸린다. 남편과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두르는 '앤'에게 '자크'는 말한다. "파리는 어디 가지 않아요(Paris can wait)."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1박2일 로드트립을 시작한다. 아니 푸드, 그리고 와인 여행이다. 파리가 그대로 있듯, 가는 지역마다 와인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맞이한다. 자크와 앤의 첫 테이블에는 샤토네프 뒤 파프가 올랐다. 이제 칸에서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남부 론 지역의 와인이다. '교황의 새로운 성(城)'이라는 의미처럼 14세기 왕권과 교황권의 갈등으로 아비뇽으로 오게 된 교황을 위한 와인이다. 샤토네프 뒤 파프인지 알아보기도 쉽다. 교황의 와인답게 병마다 교황관과 천국과 지옥의 문을 여는 두 개의 열쇠가 새겨져 있다. 샤토네프 뒤 파프는 그르나슈를 중심으로 포도품종을 13가지까지 섞기도 한다. 앤과 자크는 폴 세잔이 즐겨 그린 생 빅투아르 산을 구경하고, 로마인들이 전성기 시절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가르 수도교를 지난다. 이제 리옹이다. 여기에서의 만찬이 음식이든 와인이든 절정이다. 파리 쪽으로 좀 더 다가갔으니 북부 론 지역의 와인이 등장한다. 도미 요리에 맞춰 화이트와인 꽁드리유로 시작하며, 이어 양고기 요리에 맞춰서는 에르미타주와 꼬뜨로띠를 모두 맛보기로 한다. 남부 론 와인이 여러 품종을 섞었다면 북부 론은 보통 하나의 품종으로 만든다. 꽁드리유는 비오니에 품종으로만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꽃향기가 좋다. 꽁드리유의 아로마인지 테이블 위의 꽃의 향기인지 앤은 프랑스는 꽃향기도 더 좋은 것 같다며 분위기는 살아난다. 에르미타주와 꼬뜨로띠는 시라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다. 묵직하고 강인한 스타일이다. 자크가 주문한 양고기, 송아지 요리와 먹기 좋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순서도 뒤바뀐 채 에르미타주 레드와인이 아닌 화이트와인이 앤의 잔에 따라진다. 와인처럼 자크 역시 의도하진 않았지만 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위로의 수단도 역시 음식과 와인이다. 자크는 말한다. "앤, 식사합시다. 음식은 영혼을 달래주죠." 성 막달레나 성당이 있는 베즐레이에서 앤과 자크가 마신 마지막 와인은 도멘 다그노의 2012년 빈티지 '퀴베 실렉스'다. 파리쪽으로 거의 다 다가간 루아르 지역의 와인이다. 자크가 "그 지역의 특징인 미네랄 향이 선명하죠. 포도원 심층토가 석회질이라 이 와인에 아주 특별한 성격을 부여하죠. 아주 깊고…"라고 표현한 대로 쇼비뇽블랑으로 만든 최상급 화이트 와인이다. 그러나 이제 앤에게 그런 설명은 필요없다. 와인을 있는 그대로 즐길 뿐이다. "52살의 여자도 38살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며 아파트 비밀번호도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기에.

2019-04-04 09:18:45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