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막장드라마와 호언장담
#.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전개되는 막장드라마. 억지스러운 상황을 설정하고,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와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가 들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가 막장드라마다. 그래서일까. 그런 드라마는 사라지지 않고 전파를 탄다. 최근 대선판을 보면 막장드라마가 생각난다. 논문 표절, 허위 이력 기재, 욕설 파문, 대장동 의혹, 정제되지 않은 말실수, 가족의 민낯, 정립되지 않은 지식 등 난장판이다. 청년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홍준표 의원은 이렇게 적었다. '국민모두가 후보선택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대선이 진행되고…. 서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만 난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관심도 없는 이런 대선을 치루어야 하는 각 정당이나 구성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국민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 가고…. 눈치만 살피는 검사들의 비겁함에서 절망을 보고, 상실감에 방황하는 청년들의 혼란에서 비애를 봅니다'라고. 요즘 대선 관련 막장드라마 뉴스가 나오면 눈길을 돌린다. '차악(덜 나쁜)'을 선택해야 하는 대선정국에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유력 후보는 두 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유는 여당 후보와 제1 야당 후보에게만 줄을 서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제3지대는 설 곳이 없다. #. 주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 있게 큰소리치는 모습을 호언장담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는 '2022년 부동산시장안정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에 한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공급, 유동성, 인구 등 주요 변수를 내세워 추세적 '집값 하락'을 호언장담했다. 4년 동안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시장관리 대응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아파트를 쏟아내고, 금리를 올리고, 인구가 줄어 드는 형국이니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주장이다. 집값 하락을 예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에도, 지난 6~7월에도 수 차례에 걸쳐 '늑대가 나타났다'고 했다. '집값 고점론'이었다. 하지만 떨어진다던 집값은 되레 올랐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34억1000만원(9층)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였다. 이 아파트는 홍 부총리가 지난해 9월 집값 상승 둔화의 증거로 콕 짚어 언급했던 아파트다. 당시 기존 거래(7월)보다 4억원 내린 24억4000만원에 매매됐던 이 단지는 1년 만에 10억원 오른 가격에 팔렸다. 정부는 이번에도 집값이 곧 떨어진다고 했다.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2022년 3월9일.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 치러진다. 존경하고 싶고, 리더의 자격이 있는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는 거리가 멀다. 덜 나쁘고, 덜 미운 사람을 뽑는 선거다. 국회와 정치의 힘은 커지고, 세졌다. 하지만 그에 어울리는 인물은 없다. 이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자기들만 살겠다고, 미래의 정치인을 키워내지 않은 혹독한 결과다. 누가되든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대선 막장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 집값이 고점이란 정부 관리의 말은 정말일까. 과연 영끌, 빚투족은 떨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아직도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지 않는다. 5억짜리, 10억짜리 집을 10억, 20억으로 올려 놓은 정부다. 부동산 투자는 정부와 반대로 가면 성공한다는 방정식을 신뢰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