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고승범 장관 후보자님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님 다시 한 번 감축드립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연임때와 지난 3월 행사에서 뵈었는데 오랜 만에 인사 올립니다.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장관 후보자께 기대가 큽니다. 정통 관료로서 선후배들로부터 호감과 존경받는 공무원이기 때문입니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일처리를 모두 좋아합니다. 장관 후보자님, 최근 금융위원회의 현안과 이슈 등을 보고 받고 계실 겁니다. 저는 고 장관님이 취임하시면 가장 먼저 금융감독 체계의 정상화를 기대합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의 지휘·통제를 받아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 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님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님의 '궁합', '케미'는 낙제점이었습니다. 관료와 교수 출신이란 태생적 한계부터 중요 사안을 놓고 엊박자의 연속이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검사와 제재를 강행했고, 금융위는 이를 통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방관자에 머물렀죠. '장관(금융위원장)이 차관(금감원장)의 눈치를 본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다행인 것은 고 장관 후보자님과 정은보 금감원장님이 행시 28회 동기라는 사실입니다. 두 분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시니 이심전심, 염화미소를 기대합니다. 얼마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습니다. 라임, 옵티머스 등 펀드사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중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금융사 CEO가 현직을 떠나면 누구든 금감원을 고발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보고서를 한 번 읽어 보라고 하더군요. 감사보고서를 훑어 보았습니다. '부실 자산운용사의 부당 운용 등을 확인하고도 즉각적인 현장검사 실시 등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지체하는 동안 사모펀드 추가 설정 후 관련자가 자금을 횡령(200억원)했다'고 적혀 있더군요. 감사원보고서는 재차 이렇게 지적합니다. '금감원이 2020년 서면검사를 실시하여 △△ 대표이사의 횡령이나 △△ 사모펀드 돌려막기에 따른 사기 혐의 등 특경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도 즉시 현장검사를 실시하거나 수사기관 및 금융위에 통보하지 않는 등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요. 과연 그 당시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던 것일까요? '도둑 운용사'를 현장에서 검거하지 않고, 환매연기 등 사고가 터지자 판매사(금융회사) 탓만 하는 금감원이 정상인 걸까요? 금융회사 CEO는 그걸 지적했습니다. 고객 돈을 도둑 처럼 운용한 운용사는 잡지 않고 엉뚱한 판매사만 잡았으니 금감원의 책임이 크다는 것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금융사 출신 전 CEO가 감독당국을 고발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금감원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이제 얼마 후면 금융사 CEO 제재를 확정하기 위한 금융위원회 회의가 열립니다. 법리적으로, 상식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기대합니다. 금융권의 이목은 파생결합펀드(DLF)와 펀드환매 중단사태에 대한 판매회사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금융위 회의에 집중돼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마련 의무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과연 금융사 CEO를 중징계할 수 있을까요? 금융위 판단에 시금석이 될 재판이 오는 20일 열릴 예정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금감원 제재 취소소송 1심판결이 열릴 예정이죠. 과거 금융위와 금감원의 소통기능 부작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관심입니다. 고 장관 후보자님, 바쁘신 와중에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청문회 이후 금융위원장으로 정식 취임하시면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파이낸스&마켓부장 bluesky3@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