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익률 낮추고, 주식 빨리 살 필요 없다"
# 직장인 이주식씨(가명·40)는 최근 2년간 투자한 3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5%에 이른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25%가 넘었었다. 하지만 최근 흔들리는 시장에서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최근 증권사 담당 PB와 펀드환매를 놓고 고민 중이다. 잠정 결론은 코스피가 1900선까지 반등하면 펀드를 환매해 현금 비중을 높인다는 것. 이 씨는 "증시 환경이 안갯속인 만큼 우선 안전을 택할 계획"이라고 했다. 적잖은 투자자가 '푸어(poor)'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발 경제위기로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이유와 정도는 다르지만 그본 원인은 대개 비슷하다. 무리한 투자나 과시 욕구, 여기에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생긴 문제다. 옛 말에 가난(poor)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고 했다. 남의 가난을 돕기란 끝이 없어서 개인은 물론 나라에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 거품이 낀 자산시장에서 이들을 구할 해결책을 찾기는 더 힘들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내 자산을 지키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전문가들 의견을 통해 푸어 출구전략을 짚어봤다. ◆자산버블 붕괴 시작인가…탈출구는? 거품이 꺼져가는 것일까. 장밋빛 미래의 근간인 자산이 붕괴되고 있다. 2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92포인트(0.27%) 내린 1840.53으로 마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이하 연초 이후 -3.64%)와 해외주식형펀드(-11.01%)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다. 브라질펀드(-10.69%)와 중국(홍콩H)(-12.44%), 중국 본토(-14.62%), 북미(-10.45%), 중남미(-10.60%), 신흥유럽(-10.68%)도 수익률이 -10% 이상 나고 있다. 국민 재테크로 떠오른 주가연계증권(ELS)은 애물단지가 됐다. H지수 기초 ELS(공모형·원금비보장형) 중 원금 손실 구간(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한 상품은 모두 281개나 된다. 발행 금액 기준으로 이들 상품의 규모는 3526억원에 달한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가난한 '개미'(개인투자자)도 '돈 냄새'에 관한 한 천부적 후각을 지녔다는 '강남부자'도 아우성이다. 이런 때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 시점인 지, 현금을 확보할 때인지 전문가들마다 해법은 다르다. 다만 전체적 기류는 '일단 관망' 쪽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말에 '성문에 난 불끄려다 연못 고기 다 말라 죽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딱 지금 홍콩시장에 들어 맞는 말이다"면서 "공부 안하고 금융에서 돈 먹겠다는 건 넌센스다. 한국의 시장참여자들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도 주식을 빨리 살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연초에 반응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장세를 보면서 종목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KB 강남스타PB센터 한승우PB는 "투자하기 전에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만큼 투자 리스크도 높아진다는 명제를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투자등급위험지도에 따라 자신의 '리스크 에피타이트(risk appetite)'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자산을 재조정하거나 역발상으로 저가 상품에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조현승 이매동지점 투체어스 팀장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금융상품 투자로 '세테크' 전략을 짜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이라며 "미국 추가 금리 인상이 예정된 만큼 채권형 펀드보다 주식형펀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도 경고등 아파트 없는 중산층'에서 '아파트 가진 빈곤층'으로 전락한 하우스푸어의 고민도 커졌다.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도 뒷따라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에 성공했지만 무리한 대출이 화근이 되면서 생활고를 겪는 중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부채를 보유한 1090만5000가구 중 위험가구는 112만가구 규모다. 단지 개인 과욕 때문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487조5378억원에 달한다. 대출금리가 1%만 올라도 연간 4조 8753억원의 추가 이자가 발생한다. 한달에 4062억원꼴이다. 대출금리가 2% 오르면 위험 가구는 10.3%에서 12.7%로, 3% 오르면 14%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부채 위험가구 112만가구가 보유한 부채 규모는 143조원으로 추정된다. 만약 대출금리가 3% 오르면 하우스푸어는 152만 가구로 늘어난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전망지수도 90.2로 작년 11월부터 두달 연속 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89.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락세를 전망하는 공인중개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이럴때일수록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파트는 실수요자용으로 매매가 대비 월세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지역, 연 임대료가 3%퍼센트가 나오는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아파트라고 하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 나오는 곳이면 괜찮다. 나이가 만 60세 이상인 실버 세대는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연금인 역모기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모기지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어르신들이 평생 또는 일정기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 개념이다. 가입 조건은 만 60세 이상, 부부기준 1주택 원칙, 9억 원 이하 주택 소유자여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멸실된 경우 연금 지급 중단, 상환 의무가 발생하나 재건축 주택에 들어가거나 다른 주택을 구입하면 연장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