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식품업게 이색 콜라보레이션의 '명과 암'
'이색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최근 식품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도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업체나 브랜드와 함께 한 협업 제품 출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가 침체한 상황에서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 및 제품으로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컬래버레이션 굿즈 및 제품의 실적은 주목할만하다. 지난해 5월 CU를 통해 판매된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완판됐다. 꾸준히 공급량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만개 이상 판매했다. 곰표 밀맥주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출시된 말표 흑맥주, 말표 구두약 케이스에 담긴 초코렛·과자, 천마표 시멘트 팝콘, 모나미 매직 케이스에 담긴 스파클링 음료, 유동골뱅이 맥주, 쥬시후레쉬 맥주 등 이색적인 협업 제품들이 쏟아져나왔고, 완판 및 매출 1위 등 신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이색 컬래버레이션은 기업의 매출신장을 가져올 뿐 아니라 기존 기업에는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등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재정립 기능이 있다. 특히 신생기업의 경우 기존에 높은 인지도를 지닌 기업과 협업할 경우, 브랜드 홍보에 드는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컬래버레이션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장점과는 별개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멘트, 구두약, 매직 등 다양한 형태로 포장된 식품이 아이들을 오인하게 해 원래 브랜드의 제품 섭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더욱 심각한 위험은 컬래버레이션으로 오히려 기존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되거나, 특정 인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2015년 SPA 브랜드 H&M과 프랑스 명품인 발망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SPA 브랜드인 H&M은 쉽게 구매하고 시즌이 끝나면 쉽게 버릴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고, 명품 브랜드인 발망은 시간이 지나도 제품의 가치가 빛나는 보관과 소장에 그 가치를 두고 협업을 진행했다. 정반대의 지향점을 바라보던 양사 모두 해당 컬래버레이션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이유로 맥주 컬래버레이션 홍수 속에서도 수제맥주 회사인 제주맥주와 카브루의 경우 컬래버레이션 트렌드에 탑승하는 대신 자체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체 브랜딩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흥미롭지만, 연관성이 떨어지는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기가 많았던 제품들을 보면 너무 한쪽에만 집중돼 있다. 특히 편의점과 협업하는 맥주 제조사들 사례가 그렇다. 곰표 밀맥주는 알아도 제조사 '세븐브로이'를 모른다"면서 "협업제품이 잘돼서 다른 제품으로 제품을 확장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성공한 제품만 두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딩하고 회사를 키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장난스럽게 굳어진 이미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