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통산업]<上> 서비스 최고 수준인데 그래도 불만족?…이통사 '7월의 겨울'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을 가능케 했던 통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통신요금 인하'가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신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 수익이 줄면 투자도 준다. 특히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통사들은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와 이용자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이동통신산업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매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연일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이동통신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서비스 품질은 더욱 높여야 하는 반면, 통신비는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도 이동통신사의 순이익, 매출 하락 곡선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등이 치고 나가는 신사업에 투자할 이동통신사 재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정부 규제로 발목 잡혀 4차 산업혁명의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4일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통신비 인하는 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과 서로 협조해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면서도 "시간을 두고 통신비 경감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겠다"고 통신비 인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이동통신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통사 통신비 인하 '쥐어짜기'…정부 지원은 '찔끔'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인한 절감 효과는 연4조6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부가 투입하는 예산은 공공 와이파이 구축에 필요한 연간 640억원 뿐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이동통신사가 떠안는 부담이 된 셈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 총합인 3조6000억원도 훌쩍 뛰어넘는다. 이 중 핵심 방안은 단기에 시행이 가능한 요금할인율 상향이다.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추가 5%포인트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동통신 3사의 기존 선택약정 할인요금제 가입자는 지난 2월 기준, 가입자의 27% 수준인 1500만명을 넘어섰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 하락폭이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할인율 상향으로 공시지원금 대신 선택약정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나면 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선택약정 누적 가입자가 29%, 34%로 늘면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은 각각 2846억원, 3187억원 감소한다. 대신증권은 선택약정할인가입자 비중이 40%를 넘기면 추가로 1조원, 50%의 경우 2조원 가까운 매출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 통신비 인하 방안인 보편요금제 도입도 이동통신 업계에 큰 타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2만원대의 요금 인하와 3만원대 요금제 가입자의 요금제 하향으로 이동통신 3사 영업이익은 3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약계층 통신비 깎아주고 있는데…억울한 이통사 가계 통신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혀 매출 하락 위기에 몰렸지만, 정작 이동통신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와 비교해 통신요금은 품질 대비 저렴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LTE 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해외와 비교해 우수한 통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2016 해외 주요 선진국 LTE 서비스 품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LTE 평균 속도는 해외 주요 도시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광대역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17.51메가비피에스(Mbps)를 기록해 미국 23.59Mbps, 일본 37.18Mbps, 영국 33.50Mbps, 독일 42.95Mbps 캐나다 55.47Mbps 등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반면,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와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은 34개 OECD 회원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통신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통신비는 해외 서비스 품질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 아니다"라며 "무조건 가격을 내리라는 식의 강압은 시장 경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반(反)시장적 제도"라고 말했다. 이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정책을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사업자들은 실버세대, 장애인,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요금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 규모는 연간 45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요금 감면 대상자는 전체 인구 대비 7.7%인 391만명에 달한다. 이미 저소득층, 노인층을 대상으로 통신요금을 감면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통신비 인하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