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투자 주춤하는데 IRA 대비는 현주소는?
새해 들어 배터리업계의 투자 계획 철회·보류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코발트 등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에 대한 국내 기업의 고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습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추진한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계획이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거시 경제 불확실성으로 더 신중한 행보를 보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GM이 가장 큰 고객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기에 GM과 협력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선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투자에 앞서서 신중하게 결정해야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GM과 함께한 1공장은 배터리를 작년 말부터 양산하고 있고, 2공장은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3공장은 내년 초중반쯤 준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공격적인 시장 개척은 주춤할 수는 있는 시기이지만 우리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결코 불리한 입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른바 '전략적 숨고르기' 상황 속에서 현지 수율 문제를 해결하고, 원활한 자금 조달을 이뤄내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IRA와 관련한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지난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전체 수입액 36억80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은 32억3000만달러에 달해 87.9%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8년만 해도 64.9%에 그쳤지만 2019년 74.4%, 2020년 81.2%, 2021년 83.8%까지 올랐고 지난해에는 90%에 육박해 '미국 IRA 대응'과는 먼 상황이 됐다. 코발트(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 2억5000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72.8%(1억8000만달러)를 차지해 전년 대비 비중이 8.8%포인트 확대됐다. 코발트의 대중 수입 비중은 2018년 53.1%에서 2019년 56.3%, 2020년 83.3%까지 늘었다가 재작년에 64.0%로 줄어들었지 지난해 다시 의존도가 높아졌다. 천연흑연은 전체 수입액(1억3000만달러) 중 중국 수입액(1억2000만달러) 비중이 94%에 달했다. 재작년(87.5%)보다는 6.5%포인트 상승해 역시 중국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와중에 IRA의 핵심광물 요건 시행 시점은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미 재무부의 3월 IRA 세액공제 가이던스(하위규정) 발표를 앞두고 핵심 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우리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국가가 포함되도록 설득 중이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로 IRA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컴퍼스미네랄과 6년간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SK온은 호주·칠레 리튬 생산기업 SQM과 리튬 광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두 달 만에 중국산 배터리 원료 수입량을 낮출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자칫 배터리 주문 생산량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의존 비중이 단기간에 낮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3월 이후 미국 IRA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채굴한 광물이라도 한국과 같은 FTA 체결 국가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판단하기로 기준을 완화한 상태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어 업계에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IRA 대응은 물론 'J-배터리'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총 5조6000억엔의 민관 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히며 'K-배터리'를 추격해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때 배터리 종주국이었던 일본은 2030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도 국내 기업에 불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는 등 해당 전략을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기업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부지원도 필요하다"며 "배터리 연구 지원, 외교력을 발휘한 공급망 다변화 지원, 금융 지원 등 다각도로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