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책과 함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위즈덤하우스 한국인 열에 아홉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16년간 영어 공부를 했는데도 외국인 앞에만 서면 얼어붙는다. 왜일까. 저자는 극도로 경쟁적인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한국인에게 영어는 '시험'을 의미한다. 시험 문제는 틀린 것 찾기로 이뤄져 있다. '다음 중 전치사 연결이 틀린 것, 정관사·부정관사 틀린 것, 문법 틀린 것···.' 10년 넘게 틀린 것을 잡아내는 영어공부를 하다 보니 외국어 바이어를 만나 영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영어로 된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거 아닌 거 같은데? 틀렸으면 어떡하지?' 영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려고 하면 귓가에 '삐이이익!' 하는 버저 소리가 들려온다. '너 그거 틀렸어! 문법이 잘못됐잖아. 정말 이게 맞아? 확실해?' 저자는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착각하는데, 사실 우리는 영어를 안 한 거다고 말한다. 16년 동안 한 일은 시험공부를 하면서 틀린 거 찾아내는 연습을 한 것이지, 영어로 말하는 연습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안 해놓고는 외국인 만나서 입도 뻥끗 못 하는 자신을 보며 '나 10년 넘게 영어 공부했는데 간단한 말도 제대로 못 하네. 영어는 어려운 언어이고, 난 영어에 소질이 없구나' 하고 좌절한다고. 저자는 영어는 재능의 영역이 아니며,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영어책 한 권 외우기'다. '에이, 영어 책을 어떻게 다 외워?'라는 생각이 들 테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가 암기해야 할 것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어렵고 난해한 영문소설이 아닌 '굿모닝! 하우 아 유? 하우 두 유 두?'부터 시작하는 기초 회화책이기 때문이다. 그런 쉬운 책을 외워서 언제 영어 고수가 되냐고 푸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복리의 마법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명사 10개, 동사 10개, 형용사 10개만 알면 10x10x10=1000 즉, 천 개의 문장을 말하는 게 가능해지며, '나, 너, 여기, 저기, 간다, 원한다, 본다, 산다, 좋다, 나쁘다.' 10개 단어만 알면 여행 가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다 된다는 것. 저자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지도로 가리키면서 '나 저기 간다', 풍광이 아름다우면 '나 여기 본다, 좋다'라고 하면 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문법은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주어 동사 목적어, 순서대로 나열하면 그만"이라며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도 스키 탈 때처럼,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실수하면서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92쪽. 1만4000원.